[Weekly@예술경영] 284호는 특집 ‘강원도 문화예술 지형도를 그리다’ 두 번째 시간이다. 지난 275호에 이어, 이번에는 강원도 문화예술 현안 핵심에 서있는 주요 기관 및 단체들의 이슈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역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강원도 예술경영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이슈]강원도 핵심 문화예술사업을 이끄는 기관들의 현안과 과제/[칼럼] 강원도립극단 첫 해를 보내며/[현장+人] 김도영 평창문화예술재단 상임이사

한해가 마무리되어 가는 문화계의 하루는 바쁘기만 하다.

특히나 금년의 경우 전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한 세월호 사고로 인해 지역의 문화계는 전반기 사업을 대거 가을과 하반기로 미루어 왔고 11월 현재, 많은 문화예술행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강원도의 경우도 다르지 않아 18개 시·군의 문화예술회관과 문화공간들은 연일 홍보물을 갈아 채우며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역의 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늦가을과 연말까지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통해 다채로운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지만 강원문화재단을 비롯한 지역의 문화예술 지원기관들의 보조를 받은 단체들은 사업을 연내에 마무리하려 애쓰고 있으며 한정된 공간인 공연장이나 전시관을 대관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웃지 못할 상황마저 벌어지는 현실이다.

이러한 문화계 현장에서의 일 년 마무리와는 별도로 각 문화예술 기관 및 단체는 2015년의 사업계획 준비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강원문화재단 – 문화예술 지원체계 개편과 재단 이전

강원문화재단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생긴 지역문화재단으로 그간 많은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펼쳐 왔다. 2014년도에도 400여 건 이상의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지원사업의 전수 모니터링을 통해 현장의 어려움과 문화행정의 사각지대를 발견해 내고 새로운 강원도형 문화예술 지원정책을 수립하려 애쓰고 있다.

그동안 많은 문화예술 지원사업의 형태가 중앙사업의 지역화(사업의 전달)에 머무르다 보니 지역실정과 현실에 맞는 정책을 펼쳐달라는 지역문화예술계의 요구가 있어왔다. 또한 강원문화재단도 그간 문화예술분야 지원금의 전달자로서의 역할에 머무른 측면이 강하다라는 내부적 반성의 결과 새로운 대안 찾기에 나선 모양이다.

특히 최근 문화의 분권화 추세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지원체계 개편을 통해 지역의 상황에 맞는 지원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역문화정책의 논리로 인해 이러한 ‘강원도형(形) 문화예술지원체계구축’ 시도는 큰 의미를 가진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원사업 모니터링을 통해 현장의 수요와 요구를 파악하고 이후 현장과의 다양한 만남을 통해 그 대안을 만듦으로써 ‘강원도형 문화예술 지원 시스템’을 완성한다는 것은 지역문화를 발전시키고 지역의 문화생태계를 건강하게 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또 하나 강원문화재단의 최근 이슈이자 2015년도에 예상되는 큰 변화 중 하나는 재단의 이전이다. 이는 그간 건물을 일부 임대해 사무공간으로 활용해 오던 재단의 사무기능 이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춘천의 원도심에 위치한 춘천여자고등학교의 학교 이전에 따른 부지 활용방안의 일환이기도 하며 춘천마임축제, 춘천인형극제, 춘천국제연극제와 같은 공연예술축제의 메카인 춘천에 변변한 공연예술 연습 공간이 없었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시도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모사업인 공연예술전용연습공간 조성사업에 선정되어 학교시설의 일부를 전용연습 공간으로 만들고 나머지 공간에 문화예술 기관이 입주하며 다양한 문화예술 커뮤니티 공간을 만듦으로 인해 학교 이전에 따른 원도심 공동화의 문화적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춘천의 문화예술계에 부족한 공간을 만들어 보급함으로써 지역 내 예술생태계를 위한 거점을 마련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는 각종 개발 사업과 도시 팽창에 따른 지역의 원도심 활성화 차원의 고민에 중요한 해답을 던지는 계기가 되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원주의 원도심에 위치한 원여고 이전에 따른 부지 활용 방안으로 생활문화센터의 건립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강릉의 명주초등학교 부지는 이미 문화예술공간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농어촌 시골 마을의 문제만으로 인식해 왔던 폐교의 활용이 이제는 도심의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인데 이에 대한 강원도형 모델이 잘 완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평창동계올림픽 – 문화예술 중장기계획 수립은 어떻게?

또 하나 강원도 문화계의 주요 이슈라 하면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한 문화 분야의 대응이다.

‘문화올림픽’을 기치로 내건 행사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지역의 문화계는 들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지역의 주민들은 이번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지역의 문화예술 분야 발전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까지 중장기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보이며 중장기 구상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없어 보인다. 이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조직위만의 문제가 아닌 지역의 문화예술계가 발 벗고 나서야 할 문제이다. 올림픽 준비 기간 동안 문화계의 변화, 발전의 계기를 만들어 내고 올림픽 이후 강원도의 문화가 정체성을 가지고 지역에 뿌리내리게 할 수 있도록 모두가 나서야 할 문제인 것이다. 올림픽은 유한하다지만 이를 계기로 활성화된 문화의 가치는 그 연속성이 올림픽 이후까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동계올림픽과 관련한 최근의 강원도 문화계의 주요 이슈는 ‘강원국제민속예술축전’과 ‘평창비엔날레’ 그리고 ‘강원도문화도민운동’이다.

지난해 개최되었던 ‘평창비엔날레’의 경우 지역의 예술계를 대표하는 문화 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는 평가와 함께 그들만의 잔치라는 비난이 공존한다. ‘강원국제민속예술축전’의 경우도 도민들의 지지와 성원을 이끌어 내지 못한 정체성이 불분명한 축제였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보인다. 특히나 이 양대 축제의 계획과 운영에 있어 강원도 문화예술계의 합의와 협력을 이끌어 내지 못한 채 양대 문화예술단체의 나눠 먹기 식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강원도 문화예술계로는 아픈 대목이다. 물론 모든 행사의 내용이 의미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간 상대적으로 홀대받던 지역의 문화예술계가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나 새롭게 등장한 지역문화계의 인재 발굴 등은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단순히 2018년까지의 올림픽의 볼거리 준비가 아닌 강원도의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로 지속될 문화를 만든다는 관점으로 장기적 계획 아래 연차별 사업들을 수행해 나갔으면 한다. 특히 지역 문화예술계의 함의를 얻어내는 일과, 필요하다면 다양한 분야의 문화계 인사를 모셔와 내실 있는 문화행사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문화적 역량을 강원도에 남기고자 하는 노력이 덧붙여진다면 강원도는 올림픽을 계기로 중요한 문화적 자산을 얻게 될 것이다.

‘강원도문화도민운동협의회’는 성공적인 동계올림픽 개최와 이를 계기로 강원도민의 문화적 역량을 키우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이다. 강원도와의 민관 협치로 운영되는 ‘강원도문화도민운동’은 아직 초장기로 그 의미에 비해 내용이 많이 갖추어지지 못해 보인다. 시민의식, 손님맞이, 도민통합이라는 3대 주요 사업분야를 설정하고 준법의식, 교육학습, 미소친절, 교통안전 등 이에 따른 12대 구체적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성공적인 올핌픽 개최를 위한 도민의식 함양도 물론 중요하지만 과거 국민을 계몽의 대상으로 보고 외부지향적 관점의 준비 차원에서의 문화운동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문화적 접근과 문화를 중심에 둔, 말 그대로의 문화도민운동으로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이다.

최근의 문화는 예술문화, 전통문화 영역뿐 아니라 다양한 생활문화를 통해 공동체의 복원이나 지역발전의 계기를 만드는 등 그 효용성과 가치의 범주가 넓어졌다. 이러한 문화의 가치에 대한 재인식과 이를 실현해 나가는 데 있어서의 민주적 절차와 합리적 지원, 그리고 자발적인 문화적 태도 등이 필요하다. 아직은 그 시작점에 서 있는 만큼 ‘강원도문화도민운동’이 그저 동계 올림픽을 잘 치루기 위한 수단적 의미의 도민 의식 운동이 아닌 진정한 문화운동으로 발전해 나갈 가능성은 열려 있다.

새로운 지역문화네트워크 결성

이 밖에도 강원도 내 문화계 현안과 관련하여 얼마 전 열린 ‘강원지역문화재단협의회 정책포럼’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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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내에는 18개 시·군중 6개 시·군에 문화재단이 이미 설립되었으며 두 군데 정도에서 문화재단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동안은 광역재단과 기초문화재단 간의 실질적 교류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첫 모임은 그 의미가 크다. 지역문화예술계를 위해서 각자 지역문화재단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문화재단간의 교류와 협력이 필요한 부분도 많고 광역과 기초의 연계 협업도 필요한 상황이고 보면 이번 정책 포럼을 통해 새로운 지역문화네트워크가 결성된 점은 반가운 일이다. 향후 의례적 연례모임이 아닌 실질적인 지역문화의 구심점 중 하나로 지역의 문화재단이 나갈 수 있도록 교류와 협력하기를 기대해 본다.

춘천문화재단, 전국지역문화재단협의회 사무국을 맡다

또 하나 전국지역문화재단협의회 사무국을 춘천시문화재단이 맡게 되었다. 전국 42개 기초문화재단의 연합체인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는 지역문화발전의 정책적 대안을 만들기 위해 서로 교류 협력하며 그 성과를 만들기 위해 설립되었다. 기존의 마포문화재단이 운영하던 연합회 사무국이 춘천으로 이전해 온 것을 계기로 강원도에도 다양한 문화예술관련 정책적 실험들이 시도될 것으로 기대된다.

2015년 강원도의 문화예술 현장은 그 어느 해보다도 바쁜 일정을 보내게 될 것 같다. 주민이 체감하는 문화융성이 강원도에서 시작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프로필사진_선욱현 필자소개
권순석은 문화컨설팅 바라(지역의 문화예술축제, 문화재단 중장기 계획 수립, 문화예술기관 컨설팅, 문화인력 양성교육 등) 대표이며, (사)한국문화의집협회 상임이사이다. 현재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생활문화센터조성사업’,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역협력형사업’, 한국문화원연합회 ‘생활문화공동체사업’ 등을 컨설팅하고 있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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