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축제별로 상설사무국과 기획자들이 근무하고 있고 비교적 안정적인 기획팀을 보유하고 있는 단체들이 있지만 업무 교류와 인적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허브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각자 반복적으로 지출하는 불필요한 예산을 절감하고 공동으로 인력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위해서도 공적 허브의 역할은 필수적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 없다!

15년 전, 지역 극단에 입단했을 때 제일 처음 맡은 역할은 조명 담당이다. 이어서 오프라인 홍보 담당, 극장관리를 거친 후에 작은 배역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도 유사한 형태로 인력활용을 하는 극단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은 전문스태프가 참여하길 바라고 전문 홍보대행사를 원한다. 그만큼 무대스태프와 기획자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전속 기획자와 스태프를 보유한 단체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예산 확보와 작품의 규모에 따라서 전문인력과의 협업이 결정되며 대부분은 경우에는 극단 경영자가 기획과 홍보를 직접 맡거나 전기를 만질 수 있는 단원이 조명과 음향을 담당한다.

물론 배우도 구하기 어려운 판국에 무슨 스태프와 기획인력을 챙기겠나, 라는 질문이 먼저 나올 것이다. 그러나 좋은 공연, 성공적인 공연을 올리기 위해서는 배우, 스태프, 기획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다. 좋은 기획인력, 안정적인 스태프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지역의 극단도 실제로 많이 있다.


지역에도 기획경영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춘천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극단 도모지자체의 다양한 축제 유치열기 가운데 춘천은 약 20년 전부터 마임, 연극, 인형극을 주제로 한 국제공연예술제를 유치하면서 자연스럽게 축제 운영자, 기획자를 육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성장한 인력들이 대부분 상경하고, 소수는 지역의 축제와 단체에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나마 이러한 환경은 실제로 춘천지역 공연단체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먼저 각 단체들은 전문기획인력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공연기획뿐 아니라 지역문화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나아가 국제네트워크를 스스로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바탕으로 춘천지역의 축제와 단체들은 지속적으로 기획 인력과 기술스태프를 지속적으로 배출하며 지역에 잔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턱없는 급여와 산적한 업무량으로 유능한 기획인력과 계속 일을 함께 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지역에서 기획력의 부재는 많은 것을 단절시키고 있다. 지원금 정보수집의 어려움, 관객개발을 통한 자생력 증진의 어려움 등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소액의 (작품제작) 지원금으로 단체운영 전반을 충당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기획인력의 업무환경 개선, 빠른 정보제공 그리고 투명한 경영을 위해서 중앙 중심의 경영지원이 아닌 지역별 문화예술경영지원의 허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획팀을 별도로 두고 있는 단체의 경우 같은 지역의 단체들로부터 많은 것을 요구받고 있다. 예를 들면 지원금의 신청시기, 홍보발송 리스트, 보도자료 발송, 국제교류 방법, 다양한 행사에 대한 등록절차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의를 해오는 것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로 문의하라고 답을 하지만, 지역의 정서로는 그것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볼 수 있고, 두어 시간이면 방문할 수 있는 곳인데도 가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춘천의 경우에도 문화예술 경영지원 허브가 필요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각 축제별로 상설사무국과 기획자들이 근무하고 있고, 비교적 안정적인 기획팀을 보유하고 있는 단체들이 있지만 업무 교류와 인적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허브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각자 반복적으로 지출하는 불필요한 예산을 절감하고 공동으로 인력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위해서도 공적 허브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아직 없다!


배우보다 기획과 스태프를 먼저 뽑아라

우리 단체는 설립 당시부터 출연자가 아닌 기획자와 기술스태프를 상근 인력으로 먼저 두었다. 그 이유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기획과 스태프가 단체의 자생력 확보를 위해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이다. 현재는 별도의 기획실과 기술팀을 두고 있다. 그리고 그보다 조금 늦게 상임 배우들이 합류했다. 설립과 경영의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기 전에 지역에서 자생하는 방법 중 기획력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인력을 줄여나가는 것이 기업의 현실이지만 지역의 공연예술단체들은 기획인력의 확충이 오히려 위기를 탈출하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예산서에 자부담란, 혹은 맨 아래칸에 작게 차지하는 기획 인건비를 상단의 인건비란에 떳떳하게 기재하고 그러한 인력들이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활동할 수 있도록 지역별 문화예술경영지원센터 건립 등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황운기

필자소개
황운기는 강원도 홍천 출신으로 연극영화를 전공하고 춘천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1996년부터 춘천마임축제와 인형극제 그리고 춘천국제연극제에 참여했으며, 2002년부터 춘천국제연극제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2001년도에 창단한 극단 도모의 대표이며 현재 (사)문화프로덕션 도모의 상임이사로 지역문화활동과 연극연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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