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 조사는 기업의 직접적인 예술 후원 실적과 더불어 박물관, 공연장 등 기업이 출연한 예술인프라 운영비와 기업의 자체 예술프로그램, 공연 콘텐츠 구매, 협찬 등 관련 비용을 포괄적으로 집계에 반영하고 있다.

2) 총 559개 기업(한국메세나협회 직접 조사 결과 지원 실적이 있는 111개 기업 + 문예위에 기부한 448개 기업)이 1,659건의 사업에 지원한 금액으로, 기업(재단 포함) 직접 지원금 1,674억 4천3백만 원과 문예위 기부금 97억 4천2백만 원의 합산 금액이다.

한국메세나협회가 금년 3월부터 5월까지 조사한 2014년 우리나라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는 전년 대비 1.1% 증가한 1,771억 8천5백만 원으로 집계되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매출액 및 자산 총계 기준 500대 기업’과 한국메세나협회 회원사 등 총 771개 기업‧문화재단이 조사 대상이다.

보합 수준이지만 예술계의 체감치는 낮아

경기 침체와 세월호 사고의 여파로 인한 공연계 불황 요인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예술 지원 실적이 보합세를 기록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기업들의 예술인프라 투자1)와 미술∙전시 분야 지원이 증가했고, 문학, 연극, 무용, 국악 등의 분야에서 지원 금액이 소액이나마 골고루 늘어난 것이 주된 요인이다. 그러나 예술계에 대한 직접 지원보다는 기업의 자체 사업 및 인프라 투자 실적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결과여서 실제 예술계의 체감 효과는 미미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2014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

▲기업 지원 실적 + 문예위 기부 실적



1996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는 꾸준히 증가해 오다 2007년 1,876억 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적이 있다. 그러나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세계 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1,600억~1,700억 원대 구간에서 등락을 보였고, 2012년부터는 소폭의 증가 또는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아래의 그래프를 보면, 장기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기업의 예술 지원 확대 추세에 제동이 걸렸고, 외부 변수에 취약한 불안정성을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10년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액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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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클래식 집중 여전하지만
장르 불균형 완화 움직임은 고무적

문화예술 분야별 지원 금액을 살펴보면, 인프라 지원 규모가 989억 3천4백만 원으로 가장 높게 집계되었다. 그다음으로 클래식(204억 9천5백만 원), 미술∙전시(126억 9천5백만 원), 문화예술교육(107억 1천9백만 원) 등의 순으로 지원이 이루어졌다.

인프라에 대한 지원 규모는 전년도에 비해 1.7% 증가했고, 클래식 분야는 0.8%의 감소율을 보였다. 인프라 및 클래식은 전통적으로 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지원 분야인데, 지원 액수가 큰 만큼 매년 큰 변동 없이 꾸준한 지원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미술‧전시 분야는 전년 대비 33.3%라는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 같은 증가세는 백화점 업계의 국내외 유명 작가 초청 전시 및 아티스트 협업 활동이 확대된 것에 힘입은 바 크고, 제조업계의 어린이 미술축제, 신진 작가 지원 사업 등도 꾸준히 개최되었다.

기업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야인 국악(+16.4%), 연극(+32.1%), 문학(+79.6%), 무용(+63.3%) 등에 대한 지원은 지난해에 비해 증가했다. 두 자릿수의 증가율이 크게 보이지만, 전체 모수에서 차지하는 금액의 비중이 워낙 적어 증가율 수치는 큰 의미가 없다. 반면, 전통예술(-6.6%)에 대한 지원은 소폭 감소했다.

국악 분야(61억 3천3백만 원)는 전국 아리랑경연대회 후원, 대학국악제 및 국악경연대회 후원 등의 요인이 있었고, 연극 분야(49억 5천2백만 원)는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 지원, 연극상 시상, 극단 후원 등의 실적이 반영되었다. 문학 분야(44억 1천7백만 원)는 근현대 문학사 재조명 사업, 문학상 시상, 문학지 발간 지원 등의 활동이 다소 늘어났고, 무용 분야(28억 1천6백만 원)는 국내외 발레단 공연 후원 및 협찬, 대학무용제 지원 실적 등이 포함되었다.

이번 조사에서도 장르별 지원 불균형은 여전했으나, 집계 기준이 변경된 문화예술교육과 전통예술 분야를 제외한 장르의 지원 실적이 고루 증가했다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인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장르 균형 지원 문제는 우리 사회의 편향된 예술적 기호에 기인하고 있어 단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예술의 가치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고급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 때 이러한 불균형이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의 저변 확대가 선행되어야 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예술계와 기업의 공동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업의 문화예술 분야별 지원 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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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문화재단 41.6%, 개별 기업 58.4% 비중

기업들이 출연한 문화재단의 지원 총액은 737억 3천6백만 원으로 전체 지원액의 41.6%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삼성문화재단이 리움, 호암미술관, 플라토 등 미술관 운영을 중심으로 1위를 유지했고, LG연암문화재단은 LG아트센터 운영 및 소외 계층 문화복지 사업 등을 진행하며 그 뒤를 이었다.

아트홀 운영 및 클래식 영재 발굴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 연극, 미술 분야의 젊은 예술가 육성 프로그램에 집중한 두산연강재단, 복합문화공간 예울마루를 중심으로 지역민들에게 수준 높은 공연 및 전시 콘텐츠를 제공한 GS칼텍스재단이 상위에 올랐다.

복합문화공간 상상마당

▲ 복합문화공간 상상마당

문화재단을 제외한 개별 기업의 지원 총액은 1,034억 4천9백만 원으로 58.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과 논산, 춘천에서 복합문화공간 상상마당을 운영하며 시민을 위한 공연, 전시, 축제 등을 제공한 KT&G가 1위에 올랐고, 본사가 위치한 울산에서 7개의 문화시설을 운영하며 국내외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을 지역민들에게 선보인 현대중공업이 다음 자리에 위치했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전국의 점포 소재지를 중심으로 문화홀과 갤러리를 운영하며 우수한 예술콘텐츠들을 구매하고, 국내외 아티스트들과 연계한 전시 개최 및 아트 컬래버레이션 활동을 펼치는 등의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다. 현대자동차는 국립현대미술관을 10년간 후원하는 파트너십을 맺는 등 문화마케팅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

상위 5개 문화재단 및 기업 현황

▲ 상위 5개 문화재단 및 기업 현황



시사점과 과제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의 지원 방식 중 금전 지원의 비율이 감소하고 인적 자원, 기술, 공간 및 현물 등의 비금전적 지원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기업의 예술계 지원 방식이 단순 현금 기부에서 기업의 가용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이를 다른 측면에서 해석하면 경기 침체로 인해 기업의 현금 지원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원 방식을 다변화하여 예술계와 협력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예술계의 기업 후원 유치에 있어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이 내부의 욕구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예술단체 지원보다는 자체 프로그램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현대자동차의 지역 문화재생 프로그램인 H-빌리지 등의 ‘H-프로젝트’ 시리즈, 한화그룹의 고품격 음악회 프로그램인 ‘한화클래식’과 같이 예술을 매개로 하는 사회 공헌 사업을 ‘브랜드화’하여 시행 주체로서 활동하고 있는 것을 그 사례로 들 수 있다. 또한 백화점 업계가 유명 아티스트와 협력하여 타깃 소비자들에게 어울리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전략적인 활동들도 이에 해당한다.

문화재단의 활동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 크다. 전체 지원액에서 문화재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34.7%에서 2012년 40.6%, 2014년 41.6%로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인데, 대부분의 문화재단이 출연기업에서 설립한 문화시설 운영에 주력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인프라 분야의 지원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드러난다. 물론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결과적으로는 예술계에 대한 간접 지원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예술계 입장에서는 이들 인프라를 활용하는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화재단이 투자하는 인프라가 많아지면 그 속을 채울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 상황은 급속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등 주요 기관들이 201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하향 조정하고 있고, 최근 메르스로 인한 경기 침체까지 더해져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에도 여파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난관 속에서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을 유도하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예술계, 그리고 정부 3자간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장기간의 경기 불황과 각종 악재로 고사 위기에 몰려 있는 예술계의 현실을 감안할 때, 기업들의 보다 과감한 예술계 직접 지원 확대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또한 정부는 작년 7월부터 시행된 ‘문화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실효성을 갖도록 하기 위해 기업의 예술지원금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하는 후속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이와 같은 물적(기업), 제도적(정부) 지원을 통해 예술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기업과 예술계의 경쟁력을 함께 높여 나가야 하는 과제는 문화융성이라는 국정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 참고링크
[정책제도 Q&A] 문화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메세나법) / 메세나법, 그 중요성과 기대효과는?

이충관 필자소개
이충관은 한국메세나협회 사업국장으로 기업과 예술단체를 파트너로 연결하는 아트 앤 비즈니스(Arts & Business) 사업과 기업의 문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협력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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