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관람한 공연의 감동을 기억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관람한 공연 티켓을 보관하는 것에서부터 공연장 내 마련된 포토존에서 촬영한 사진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에 공유하기도 하고, 혹은 공연의 다양한 정보가 수록된 프로그램, 뮤지컬의 넘버를 들을 수 있는 사운드트랙 등 공연예술상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공연예술작품 즉 MD(Merchandising 머천다이징)는 관객이 경험한 공연을 객석 밖에서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로써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MD는 공연을 보는 관객층이 확대되고 다양해지는 등 공연시장의 확대와 함께 거듭 발전하고 있는 분야다. 작품과 어울리는 아이디어 넘치는 다양한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일부 제품은 높은 인기로 품절이 될 정도이다. MD는 초창기에는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을 위해 또 하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분이 컸지만, 뮤지컬 산업이 대중화 되어가고 더불어 뮤지컬 관람층이 다양해지면서 새로운 수익 창출 분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도 수많은 공연에서 다양한 MD가 개발되고 있는 가운데 클립서비스에서 담당한 뮤지컬 라이선스 작품의 MD 중심으로 그 제작과정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뮤지컬 초창기의 MD는 말 그대로 공연장에서 공연의 정보를 담고 있는 프로그램과 같이 공연 정보 중심의 콘텐츠가 기본이 됐다. 본격적인 MD 기획이 시작된 것은 브로드웨이, 웨스트 엔드 뮤지컬 작품들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싶다. 2005년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 당시 해외의 다양한 <오페라의 유령> MD들이 같이 소개된 것이 전환점이 되었다. 당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OST, 티셔츠, 액세서리, 컵 등 여러 가지 종류의 MD가 판매되면서 관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해외의 경우 롱런 작품들이 많고 관광객들의 관람도 많은 만큼, 한 작품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MD가 개발되고 판매되고 있다. <오페라의 유령> MD 판매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의 높은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후 지금까지 대극장 작품은 물론 중소형 공연 작품에서도 다양한 MD가 판매되고 있다.

MD 기획에서 관객의 손에 닿을 때까지

MD기획에서 당연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점은 작품과 관련이 있는 제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MD 제작자는 관객의 입장에서 작품을 이해하고, 관람 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려하여 제품의 컨셉을 결정하게 된다. 또한 공연의 주 관객층을 파악하고, 그 시기의 MD트렌드 등 다양한 시장 조사를 한다. 최근 친환경적인 제품, 보틀, 휴대폰 케이스 등이 MD로 많이 등장하게 된 것도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토대로 작품을 상징할 수 있는 이미지, MD를 구상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이 어울릴지, 몇 종류의 아이템을 제작할지, 가격대 등을 정한다. 그리고 작품의 컨셉에 어울리는 디자이너를 섭외해서 제품을 디자인하고 해외 원 제작사에 시안을 보낸다. 이때 수정과정을 포함하면 보통 2~3차례 의견이 오가게 된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작되는 제품의 경우는 시안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경우 샘플을 제작하고, 구현 과정을 영상으로 작업해서 원 제작사의 동의를 구하는 경우도 있다. 저작권이 있는 공연 콘텐츠의 제품인 만큼 이 과정은 매우 중요하고도 어려운 과정이다.

품목 선정 및 디자인 작업이 최종 완료가 되면 국내 혹은 해외에서 제품을 제작하게 된다. 제품이 완성된 후에는 공연장에서 제품에 문제가 없는지 담당 부서에서 제품을 최종 체크 후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된다. 기본적으로 MD는 공연장에서 판매되지만, 공연 기간이 짧은 경우에는 온라인에서 예약주문을 받아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제작 과정에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시간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고려해 MD기획은 재연되는 공연의 경우에는 늦어도 3~4개월 전에 시작하게 되며, 대형 작품이나 초연의 경우에는 적어도 6개월 전부터 시작한다.

작품의 감동을 각인시킬 수 있는 제품

제품 디자인은 보통 작품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로고를 일차적으로 활용한다. 한국 캐스트의 공연일 경우에는 출연진들의 이미지를 활용한 MD를 기획하기도 한다. 최근 뮤지컬에서는 작품의 컨셉을 담은 캐릭터 이미지들을 별도로 제작하여 캐릭터 포스터, 포토북 등의 MD들을 개발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여러 번 공연이 될 롱런 작품이라면 제품의 수명을 길게 할 수 있는 기본 로고, 포스터 이미지나 캐릭터를 활용한 디자인을 이용해 공연의 출연진이 바뀌어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한다. 클립서비스는 기념품보다 관객들이 실생활, 일상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실용성 높은 MD를 많이 제작하는 편이다. 국내 관객들의 선호도가 높은 텀블러, 주얼리, 키링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공연 장르의 특성상 장기공연과 재공연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제품 디자인에 사용할 수 있는 ‘아이콘’, ‘캐릭터’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콘이나 캐릭터는 여러 가지로 배리에이션이 가능해서 상품에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 눈, 개성 넘치는 젤리클 고양이만 들어도 연상되는 <캣츠>, <위키드>의 초록마녀, 하얀 마녀와 같이 ‘캐릭터’가 뚜렷할 경우 더욱 다양한 제품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오직 하나 뿐이다. 희소성 있는 MD

MD가 다양해지는 가운데 관객들 사이에서 회자가 된 MD는 한국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오리지널 한정판 등의 희소성 있는 제품들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캣츠>의 캐릭터 피규어와 페이퍼 토이, <위키드>의 팝업카드다. <캣츠>의 캐릭터 피규어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가장 사랑하는 <캣츠> 캐릭터를 설문조사 했을 때 나온 5마리의 고양이 캐릭터를 각각 20개 한정으로 수작업으로 제작한 고퀄리티 피규어 제품이다. 이 제품들은 2014년 내한공연 당시 모두 매진되었다. 또한 자녀 관객들이 많이 오는 작품인 만큼 당시 인기를 누리고 있던 페이퍼 토이를 제작하기도 했다. 컨펌 기간이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그만큼 반응이 좋았던 제품이다. 최근에는 캐스팅이 다양해지면서 가수와 배우 등 다양한 장르의 스타들이 뮤지컬에 출연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작품 선택에 캐스팅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이에 출연진의 이미지를 활용한 제품들의 종류도 늘어나고 있다. 단 한 장뿐인 배우의 폴라로이드 사진, 배우의 메시지가 담긴 엽서세트 등이 그 예다.



캣츠 한정 피규어_럼텀터거ⓒ클립서비스 위키드 팝업북ⓒ클립서비스

▲ 캣츠 한정 피규어_럼텀터거ⓒ클립서비스

▲ 위키드 팝업북ⓒ클립서비스

안정적 운영을 위한 수익구조 확대 필요

해외시장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영화나 방송 등의 타 콘텐츠 시장과는 달리 뮤지컬의 경우 국내 시장은 티켓 매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더욱이, 공연의 롱런이 가능한 브로드웨이나 웨스트 엔드 공연, 튼튼한 내수 시장이 있는 일본과는 달리 국내는 장기 공연이 힘든 환경인 만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가 필요하다. 그러한 점에서 MD 시장은 현재 그 가능성에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공연 캐릭터의 몰입도가 높고 장난감 구매 욕구가 높은 소비자층인 어린이 관객이 모이는 가족 공연이나, 인기 아이돌이 출연하는 공연에서는 높은 MD 수익이 창출되는 만큼 그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아직은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의 시장이 아닌 만큼 MD 시장에 대한 다양한 노력과 지원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소비자 확대를 위한 공연예술상품 개발

물론 MD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공연시장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공연이 흥행하고, 관객들이 늘어야만 부가 산업인 MD시장도 소비자를 확보하고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장치가 필요하다. 먼저 소비자를 확대할 수 있는 MD 개발이 필요하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공연실황이 그 좋은 예일 것이다. 공연은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있으며 라이브로 진행되는 콘텐츠로써 대량생산이 힘든 만큼 1,000여 개의 스크린으로 유통되는 영화와는 달리 소비자의 확대가 쉽지 않다. 하지만 공연실황 서비스를 통해 무대 밖에서도 공연 콘텐츠를 접할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전 세계에서 150만 명이 관람한 영국 내셔널 시어터의 ‘내셔널 시어터 라이브’도 그런 경우라 할 수 있다. 공연실황 DVD, VOD 서비스 등의 다양한 상품 개발을 통해 기관람객은 물론, 공연을 관람하지 않은 관객 역시 실제 공연장으로 유입시킬 수 있는 순환구조가 기대될 뿐 아니라, 기업 행사나 각종 이벤트 등에서도 공연실황 MD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10여 년 넘게 ‘최현우의 매직콘서트’ 공연을 기획한 마술사 최현우 브랜드와 마술의 콘텐츠를 결합해 마술제품 MD뿐만 아니라 과학학습을 연계한 에듀토이 ‘최현우의 매직사이언스’ 등의 제품도 공연장은 물론 일반 온·오프라인 쇼핑몰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렇듯 공연예술상품을 과학, 교육 등 다른 분야와 결합하여 새로운 콘텐츠의 MD로 제작할 수 있다.



캣츠 한정 피규어_럼텀터거ⓒ클립서비스 위키드 팝업북ⓒ클립서비스


더불어 전문화된 인력 보급 역시 중요하다. 지금도 전문 MD팀이 구성되어 MD를 제작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그나마도 소수의 작품에 불과하다. 유동적인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하여 상품 기획과 개발, 제작, 판매, 유통 등 MD관련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과정 지원도 공연예술상품 시장 확대 전략의 중요한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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