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발전은 기록과 활용, 그 반복에 있다. 모든 학문은 글자로 기록되었고, 예술의 기록은 그림으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공연예술은 사랑방, 놀이판에서 시작되었고, 한성준 선생이 그것들을 모아 최초로 공연하였다. 아쉽게도 그에 대한 내용은 문자로만 기록되었고, 그림조차 없다.

움직이는 공연예술은 정지영상보다도 영상으로 기록하는 것이 당연히 중요하다. 16밀리 필름기록 등 활동사진의 방법이 있었지만, 촬영기 필름은 10분짜리가 최장기록이며 동시녹음은 고가비용으로 인해 후반 작업으로 하는 것이 대세였다. 영상은 80년대까지 영화관에서 문화영화라고 하여 본 영화 전에 상영했었다.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에서 추진한 무형문화재 기록보존사업의 결과물인 문화영화들은 후반 녹음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춤과 음악이 맞지 않은 것이 있었다.

영상 장비 기술의 진화

1956년 미국의 암펙스가 회전 4 헤드형 VTR(비디오테이프리코더, Video Tape Recorder)을 출시했다. 이런 방송용 VTR 기술을 일반 가정용으로 개발한 것은 소니와 마쓰시타 등의 일본 전자업체로서 그 시기는 1970년대 초 무렵이다. VTR의 명칭도 자연히 VCR(Video Cassette Recorder)로 바뀌었으며 필자는 소니사가 개발한 1/2인치 릴 VTR을 이용해 촬영했다. 1979년부터는 소니사가 베타막스 타입으로 개발한 VTR로 동영상 작업을 시작하였다.

우리의 문화예술을 비디오로 기록한 것은 그때부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소니사의 특허기술에 대항해서 만든 제품은 VHS 타입의 VCR로 그로 인해 베타막스 스타일의 가정용 제품은 문을 닫았다. 소니는 베타막스를 추가 연구 및 개발하여 베타캄을 만들었으며 방송용 기재로 발전시켰다. 그 후 디지털 테이프를 이용한 VCR이 나왔고, HD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로써 진정한 디지털시대로 접어들었다. 방송포맷이 HD로 바뀌면서 화질은 놀랍게 발전했으며 테이프 시대는 막을 내렸다.

지금 기술은 HD(1920X1080)에서 차세대 영상인 4K(3840X2160)로 발전했다. 4K는 UHD(Ultra-HD)로 10년 이내에 영상촬영이 이 포맷으로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4K는 HD의 4배 면적으로 촬영함으로써 HD보다 선명도가 매우 높다. 이뿐만 아니라 동영상에서 캡처한 정지영상은 8X10사이즈로 사진으로 출력해도 손색이 없다. 즉 공연자가 공연 후에 본인이 원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출력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촬영 영상을 캡처해 만든 하트 촬영 영상을 캡처해 만든 하트

▲ 촬영 영상을 캡처해 만든 하트

공연영상 제작의 기본

영상은 객관적인 시각으로 촬영하는 것이 기본이다. 객관적인 시각이란 공연을 안무자, 연출자의 의도로 관객의 입장에서 기록하는 것으로, 원 포인트 투 카메라(One point Two Camera)로 기록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공연영상은 장르에 따라 기록하는 방법에 저마다의 특징이 있다. 연극공연을 기록할 때는 연극 대사, 의상, 무대세트 등이 영상에서 보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극을 TV 드라마같이 녹화한 것은 공연 전체를 보지 못하는 기록물이며 그것은 잘못 기록한 방법이다. 국악공연은 음향이 중요하며, 악기 연주 기법을 볼 수 있게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용공연 중 개인공연은 춤을 공연장에서 보는 것과 같이 기록해야 한다. 카메라의 위치는 헤드라인 즉 무용가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높이에서 촬영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군무 및 창작공연은 무용가의 등장 및 퇴장을 알 수 있도록 기록해야 한다. 카메라의 높이는 무용가의 전후 간격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공연영상 촬영자가 촬영할 공연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나, 현실에서는 사전에 공연을 100%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다만 4K 카메라로 기록하면 후반 작업에서 부분 확대가 가능하여 공연기록의 충실도는 배가 된다. 다시 말해 화질이 좋은 4K카메라는 확대를 해도 선명하기 때문에 영상 편집을 통해 공연영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판소리 기록 시 북장단을 보여주는 영상 판소리 기록 시 북장단을 보여주는 영상

▲ 판소리 기록 시 북장단을 보여주는 영상



공연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야 공연기록을 잘할 수 있다. 실패한 공연은 기록에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가장 이상적인 결과물은 기록물을 보면서 공연예술 현장에서 보는 것과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객석 중앙 뒤쪽에서 무대 전체를 기록하고, 무대만 한 모니터로 본다면 현장에서 보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카메라를 추가하여 촬영하는 것이며, 감정의 연속성을 갖게 하려면 카메라 및 편집의 테크닉이 필요하다.



전통춤 추임새 부분에 삽입한 영상추임새 ▲ 전통춤 추임새 부분에 삽입한 영상추임새

영상 홍수시대, 영상 아카이브 필요

무형문화재기록보존사업을 추진하면서 영상기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문화예술 아카이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초창기에는 공연을 종합예술로써 객관적인 시각에서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기록 그 자체가 중요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화질이 좋으면 잘 찍힌 자료라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디지털시대로 오면서 더 이상 화질걱정은 하지 않게 되었다.

현재 우리는 영상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많은 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고, 공연장마다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공연장에 설치된 카메라는 모니터용인데 그것으로 영상자료를 만드는 곳도 있다. 공연장에 설치된 모니터용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높은 위치에 설치되어 있어서 그 영상으로 감동을 불러오기에는 미흡하다. 특히나 전통예술은 발생지가 사랑방이나 놀이판이기 때문에 눈높이(I Line)에서 촬영해야 그 느낌을 최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영상의 특성상 동시에 여러 팀이 촬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기에 모니터용 카메라로 찍은 영상은 기록영상으로써의 가치가 떨어진다.

1990대 후반 문화예술아카이브 디지털화 작업을 추진할 때 모니터용 카메라로 찍은 영상자료를 디지털화하기로 결정해 몇 백 억을 허공에 날린 것을 기억한다. 화질도 좋지 않은 영상에 예산을 들여 디지털화한 후 차마 아카이브에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니터용 카메라로 찍은 영상은 그 공연에서 가야금을 연주하는지 거문고를 연주하는지조차 확인이 불가능한 영상이 많았다. 이때 영상자료에도 등급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재 마니아들의 영상과 프로들의 영상이 한 공간에 올라가 있다. 하지만 그 영상들을 등급을 구분해 기록물로써 더욱 가치가 있는 것 등을 구분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영상 아카이브의 대표적인 곳은 예술자료관(서초동)과 분실(동숭동)인데, 인터넷이 손안에 있는 세상에서 아카이브 오프라인 서비스만으로는 미흡하다. 필자는 영상자료가 종합적으로 한곳에 있는 것이 이상적이라 생각하여 유튜브로 영상을 올리고 있다. 가치 있는 자료를 꾸준히 영상기록화하고 아카이브 서비스를 제공하여 우리 문화예술의 발전에 원동력이 되길 기원한다.




천승요필자소개천승요는 군 제대 후 기계를 만질 수 있어 서울대학교 음악대학교 자료 제작실에서 근무하게 된다. 이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시청각자료실인 예술자료관에서 일하면서 영상기록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현재는 문화예술 전문 인터넷 방송국(http://artskorea.tv)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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