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국은 지진의 안전지대로 지진 관련 뉴스는 일본이나 유럽 등지에서 발생하거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남의 얘기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경남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은 이제 지진이 남의 일이 아닌 것으로 깨닫게 되었고, 국민의 대부분은 자택이 안전한 것인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정부도 세월호 참사로 국민안전처를 신설해 정부부처로 격상시킬 정도로 안전 한국을 외쳤지만, 필자가 현장에서 일하는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안전의식이 높아졌다고 보이진 않는다. 최근 빈번해진 지진으로 정부 및 지자체에서는 건물의 내진설계 적용 여부를 파악하고 있으며, 예술 공간 관리자도 이러한 파악요구에 각 예술 공간의 내진설계 여부를 파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내진설계가 적용되면 예술 공간은 지진에 대해서 안전할까?

지난 12일 발생한 경주 지진과 계속된 여진으로 포항문화예술회관에 일부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긴급보수를 위해 대공연장을 잠시 휴관하기로 했다. ⓒ포항시시설관리공단 지난 12일 발생한 경주 지진과 계속된 여진으로 포항문화예술회관에 일부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긴급보수를 위해 대공연장을 잠시 휴관하기로 했다. ⓒ포항시시설관리공단
지난 12일 발생한 경주 지진과 계속된 여진으로 포항문화예술회관에 일부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긴급보수를 위해 대공연장을 잠시 휴관하기로 했다. ⓒ포항시시설관리공단

지진에 대비되어 있는가를 알 수 있는 것

정부나 미디어는 건물의 지진 대비 안전함을 ‘내진구조’가 되어있는지의 여부로 알 수 있다고 언급하였고 이에 내진구조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다. 정부에서도 공공건물의 내진구조 여부에 대한 확인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주지역의 지진으로 이제는 각종 미디어를 통해서 대다수 국민이 건축물 등의 축조된 시설물이 지진에 견디기 위해서는 ‘내진설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필자도 27년 정도 공연장 등 예술 공간의 설계나 감리, 시공에 관한 일과 컨설팅을 해왔지만, 이전에는 관심이 낮았던 항목 중 하나인 내진에 대한 문의가 올해는 부쩍 많아졌다. 대다수 질문은 크게 2가지였는데 하나는 자신의 시설에 ‘내진설계’가 되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하는 문의와 또 하나는 내진설계가 되었다면 어느 정도의 지진에 견딜 수 있느냐는 문의였다.

첫 번째 문의에 대한 답은 비교적 찾기 쉬운 것인데, 일단 공연장이 언제 설계되었는지로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88년부터 일정 규모 건축물에 내진설계를 적용하도록 법제화되었다. 그래서 1차로 해당 시설의 용도와 연면적으로 설계 당시의 허가 시점에 내진설계 적용대상이 되는지 확인해보고, 2차로 구조 관련된 서류를 확인해서 해당하는 시설이 내진설계가 적용되었다는 것을 확인한다.

시기 내진설계 적용 의무대상 관련규정
1988년 3월 1일 가. 6층 이상의 건축물과 연면적 10만 제곱미터 이상인 건축물. 다만, 공동주택 및 공장을 제외한다.
나. 지진구역에 관하여 건설부령이 정하는 지진구역 2의 지역 내에 건축하는 건축물로서 당해 용도에 사용되는 바닥면적의 합계가 1천 제곱미터 이상인 종합병원·병원·발전소·공공업무시설·통신촬영시설 중 방송국·전신전화국, 바닥면적의 합계가 5천 제곱미터 이상인 관람집회시설 및 바닥면적의 합계가 1만 제곱미터 이상인 판매시설
건축법 시행령 16조
2015년 9월 22일 1. 층수가 3층 이상인 건축물
2. 연면적이 500제곱미터 이상인 건축물
3. 높이가 13미터 이상인 건축물
4. 처마높이가 9미터 이상인 건축물
5. 기둥과 기둥 사이의 거리가 10미터 이상인 건축물
6.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지진구역 안의 건축물
7. 국가적 문화유산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건축물로서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것
건축법 시행령 32조
내진설계관련 최초 규정과 현재의 규정

두 번째로 내진설계가 되었다면 어느 정도의 지진에 견딜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설계기준이 진도 얼마에 대응한다고 직접 나와 있지는 않는다. 이에 지역계수, 지반계수, 중요도 계수 등을 환산하면 대략 리히터(Richter) 규모로 5.5~7.0 정도에 견딜 수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비전문가나 공연장 또는 예술단체에서 해당 건물에 내진설계가 적용되어 있고 설계허가 연도별 법령 기준에 따라 대략 6.5 내외에 대응하게 되어있다고 설명하면 그 정도까지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금 정부에서도 각 공공 공연장 등 예술 공간의 관리자에게 내진설계 여부를 보고하도록 되어 있는 데, 내진설계가 적용된 시설이면 일단 지진에서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내진설계가 반영되었다면 예술 공간은 안전한가?

우선 예술 공간 중 대표적인 공간인 공연장을 살펴보자. 공연장 내진설계가 적용되었더라도 대부분의 공연장 관계자나 공연단체 혹은 공연장의 조성을 해보지 않은 설계자, 감리자, 시공자도 모르는 치명적일 수 있는 문제가 공연장에는 있다. 그것은 내진설계가 건물의 구조(構造) 부위, 즉, 뼈대만 지진에 대한 대비상태만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없다는 점이다. 즉, 국내 내진설계 규정이 일반시설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내진설계를 건물의 뼈대인 구조 부분에 대해서만 의무사항을 적용했을 뿐 의무사항이 아닌 비(非) 구조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고려하지 않았다면 공연장에서는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연장 객석상부 공연장 객석상부

공연장에는 일반 건물에는 없지만, 내진설계에서는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비 구조(非 構造)가 있는데 그것은 무대 시설(Stage Equipment)이다. 이 시설을 크게 무대 쪽과 객석 쪽으로 나누어 볼 때 무대 쪽은 우리가 통칭 무대장치라고 하는 것들인데 그중 가장 많은 무게와 덩치를 차지하는 것이 무대 기계장치이고 여기에 각종 무대 조명기구와 막, 세트 등이 매달려 있다. 이 무게는 500석 이상 공연장, 특히 700석 이상 공연장에서는 엄청난 무게에 해당하는데 이것이 건축물의 지붕 트러스와 일부 벽에 지지되어 걸려 있다. 문제는 이 엄청난 무게로 매달려 있는 무대장치는 비 구조 부분에 해당하여 대부분의 공연장에서 내진설계, 즉 지진 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객석 쪽에서 프로시니엄(proscenium, 객석에서 볼 때 무대가 액자형으로 보이는 형태)형이라고 부르는 대부분의 공연장의 천정은 음향 반사를 위한 목적으로 곡면으로 설계되어 있고, 관객은 전혀 모르겠지만, 그 객석 천장 위에는 조명을 할 수 있는 1~2개 정도의 조명실과 조명 장비가 있으며 그 천정을 스태프 혹은 관리자가 다닐 수 있는 통로(catwalk) 등 각종 시설이 복잡하게 구조 천정에 “매달려”있다. 이 무게는 공연장마다 차이는 있으나 대략 1㎡당 70kg 내외의 무게로 천정에 매달려 있는 상태인데 무대장치와 마찬가지로 마감재로 취급되어 내진설계에서 빠져있기 쉽다.

이처럼 무대와 객석의 엄청난 무게를 지닌 장비와 기구들이 공연자와 관객 위에 있는데,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내진설계는 건물의 구조에 적용할 뿐 비 구조 부분(마감재 등)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내진설계는 일반적인 건물에서의 마감재 하중에 대해서 고려했을 뿐 공연장과 같이 상부에 무거운 하중을 매다는 특수한 건물을 대상으로 설계기준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의무사항이 아닌 이 시설들이 지진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아 지진 발생 시 건물은 견디더라도 무대 시설이나 객석 천정이 통째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공연자나 관객이 안다면 식겁할 일인 것이다. 실제로 1964년 미국 알래스카 지진이나 1989년 샌프란시스코 지진이 발생하였을 때 구조물 붕괴로 인하여 죽거나 다친 사람들보다 비구조재의 손상으로 인하여 죽거나 다친 사람의 수가 훨씬 많았다는 것은 비구조재도 내진설계 대상이어야 할 이유를 분명히 말해준다.

1989년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샌프란시스코 American Conservatory Theater ⓒwww.broadwayworld.com 1989년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샌프란시스코 American Conservatory Theater ⓒwww.broadwayworld.com

그렇다면 대비책은 무엇인가?

최소한 구동부가 있는 무대 상부 및 하부와 음향 반사 등의 목적으로 객석 상부에 무거운 하중이 매달린 형태의 공연장은 매달린 부분에 대한 내진 안전설계를 보강하여야 할 것이다. 공연장에 내진설계가 적용되어 있어 지진에도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지진 시 낙하할 수 있는 조명등의 장치에도, 조명봉(Batten) 등에 장치를 매달 때도 지진 시 낙하를 방지할 수 있는 기준과 방안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상주시 시민운동장 공연사고, 판교 공연 환풍구 붕괴사고에도 불구하고 공연장 관리 및 설계가 충분히 강화되었거나 개선되었다고 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자신이 관리하고 공연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취약하고 어떻게 위험할 수 있는지, 정확한 인식과 몸이 익혀지는 훈련 및 학습이 없이는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고 느슨해지기 가장 쉬운 것이 “안전”이기 때문이다.

예술 공간의 안전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

안전(安全)이란 말은 기술적인 의미를 떠나서 용어의 뜻만 살펴봐도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는 상태(狀態)를 뜻한다. 안전에는 '완성'의 개념이 없으며 끊임없이 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시설의 내진 설계와 구조, 장치를 지진에 견뎌낼 수 있도록 더 강화해야 할 뿐만 아니라 관리자와 예술단체가 안전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검사와 확인을 지키고 협조하면서 개선해야 하는 과정이 병행되어야만 안전이 확보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내진설계가 적용되었는지의 확인도 중요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비(非) 구조(構造) 부분에 해당하는 무대와 객석의 내진안전도 확인해야 하며, 그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검사와 시간이 지나면서 노화되는 부분을 보수하고, 개선하고, 강화하는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안전은 내진이든 방재든 설계와 시공이 안전하다고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부디 이번 지진을 계기로 시설물 중에서도 위험하고 사용과 유지 관리에 취약한 공연장이 앞장서서 지진뿐만 아니라 공연사고 등 문화예술 안전 문제에 대해서 규정과 행동, 방법을 논의하고 고민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 이동훈
  • 필자소개

    이동훈은 ㈜사람과문화건축사사무소 대표로서, 건축공학(학·박사) 및 예술전문사(석사)를 공부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리모델링, 세종문화회관 리모델링, 한국공연예술센터 및 블루스퀘어 등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의 건축 관련 책임 컨설턴트 및 총괄로 활동 중이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