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지원센터는 2016년 공연예술 분야 트렌드 선정 및 17년 전망을 위해 지난 11월부터 미디어 리서치와 델파이 조사, 전문가 좌담회를 실시하였다. 필자는 3차 조사 과정인 전문가 좌담회의 모더레이터로 참여하였고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2017년 트렌드를 정리 중에 있다. 2016년의 두드러진 현상을 바탕으로 2017년 공연예술계를 예상할 때 크게 다음의 4가지 흐름이 보인다.

2017년 트렌드 조사방법
1차조사 : 미디어 리서치를 통한 2016년 공연분야 이슈 선정
- 기사 검색 대상 기간 : 2016년 1월 1일 ~ 2016년 11월 10일 2차조사 : 1차 선정 이슈에 대한 전문가 델파이 조사
- 조사 기간 : 11월 18일~25일, 이메일 조사
- 조사 대상 : 경제·사회 및 공연 분야 전문가 23인
- 전문가 조사 결과 응답률 기준 상위 이슈 선정 및 재조합
3차조사 : 전문가 좌담회를 통한 2차 선정 이슈 평가 - 조사 기간 : 12월 12일~13일(2회 진행)
- 조사 대상 : FGI 참석자 12인(모더레이터 포함)
- 조사 목적: 2017년 트렌드 선정

1. 공연소비의 진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공연을 스크린에서 처음 상영한 메가박스(Megabox)는 관객의 호응에 힘입어 ‘메가박스 클래식 소사이어티’라는 브랜드로 올해 장르와 프로그램을 다양화하였다. 국립극장의 <NT 라이브(National Theater Live)> 상영은 매진행렬을 기록했고, 실황 뮤지컬 <미스사이공: 25주년 특별 공연>은 4만 명 관객을 돌파하였다. 국내 공연의 영상화는 공익의 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최근에는 민간 제작사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EMK뮤지컬컴퍼니는 최근 2년간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를 일본에서 스크린으로 상영, 25회 전석매진을 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2016년에는 스크린 관람이 안방을 넘어 모바일로 본격 진입한 해다. LG유플러스는 IPTV와 모바일에서 세계 유명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아트 앤 클래식’ 코너를 개시하였고, 올레 TV에서는 KT 체임버홀 클래식 공연을 중계하고 있다. 네이버 TV캐스트페이스북은 공연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보내는데, 이 둘은 올해 가장 핫한 홍보채널로 떠올랐다. 연극[Q], 국립극장의 여우락 페스티벌 등 많은 공연들이 생중계를 내보내며 관객에게 더 다가가려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한일전 축구대회가 시작되면 전 국민이 TV 앞에 모여들 듯이, 국립발레단과 영국 로열발레단이 다르게 해석하는 <호두까기 인형> 생중계 공연을 보기 위해 국민들이 크리스마스 저녁 8시에 일제히 스마트폰을 여는 날이 조만간 올 수 있다.

연극Q의 페이스북 공연 생중계 연극Q의 페이스북 공연 생중계

2. 플랫폼 비즈니스로의 편입, ‘공연+α’ 확장성

네이버, 멜론 등 플랫폼들이 티켓예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인터파크가 독주하던 티켓예매 시장이 경쟁체제로 본격화될 조짐이 보인다. 2015년 출시된 ‘네이버 예약’ 서비스는 온라인뿐 아니라 모바일 이용자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모바일에서 공연검색과 티켓구매가 바로 연결되고, 결제도 간단한 인증(신용카드나 계좌는 사전 등록)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네이버 예약은 빠른 속도로 인터파크를 추격하는 중이다. 멜론, 벅스 등의 온라인 음원 업체는 음원 구매자를 공연 구매자로 전환시키기 위해 가수 정보제공과 빅데이터 기반 추천서비스 등 기존 자원을 활용한 부가 서비스에 차별점을 두고 있다.

네이버와 같은 대형 포털의 티켓예약 서비스 진입은 경쟁업체가 하나 추가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많은 회원들에게 광고를 노출할 수 있는 홍보채널로서 기획제작사에게 매력이 있지만, 홍보와 티켓판매가 하나의 플랫폼에서 해결되고 ‘레스토랑+공연관람+카페 예약’과 같이 다양한 조합의 패키지를 만들 수 있는 무한한 확장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공연시장은 작지만 다양한 구성원이 서비스를 교환하는 대형 플랫폼을 통해 레버리지(leverage)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연 생태계에 새로운 변화가 예고된다.

네이버 티켓예매 서비스 네이버 티켓예매 서비스

3. 우량고객층 성장, 가격보다 가치 추구

공연시장이 성장하면서 관객이 세분화되고 우량관객층이 두터워졌다는 것이 현장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들은 가격할인보다는 배타적인 프로그램이나 차별적 서비스를 요구하며 추가 지불의사를 보이고 있다. CJ E&M은 <브로드웨이 42번가> 초연 때 가장 좋은 전망의 좌석과 무대 뒤 스테이지를 경험할 수 있는 프리미엄 공연 패키지를 오픈하였다. 주연 배우와의 만남과 무대 기념촬영을 비롯하여 다양한 특전을 제공하는 스페셜 패키지인데, 티켓 오픈 15분 만에 전석매진을 달성하였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관객의 드레스코드를 ‘레드&블링블링’으로 정하고 출연배우들과 함께 노는 시크릿 파티를 기획하였고, 뮤지컬 <그날들>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기획한 전시회와 갈라쇼에 관객을 초청하여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였다.

우량 관객층은 주변에 홍보효과가 크고 마케팅 자극을 했을 때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므로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이 더 확대되고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량관객의 높은 지불의향은 공연 MD상품의 매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아이돌 중심으로 판매되던 MD상품은 다른 공연예술 장르로 확대되고, 상품도 작품 성격에 맞게 다양해졌다. 스릴러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소품으로 등장하는 파이를 직접 제작하였고, <위키드>는 주인공 초록 마녀가 쓰는 파운데이션을 화장품 브랜드 맥(MAC)과 공동기획하였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 공연은 단원들의 사인을 넣은 토슈즈를, 클래식음악 분야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사인 연필과 오선노트를 내놓아 큰 호응을 얻었다. 우량관객들이 공연의 감동을 소유하기 위해 점점 더 지갑을 열고 있기에 파생상품 시장 가능성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뮤지컬 <킹키부츠>의 시크릿파티 뮤지컬 <킹키부츠>의 시크릿파티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사인 연필과 오선노트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사인 연필과 오선노트

4. 외부환경의 위협, 정상화의 길 모색

2016년은 예술계 블랙리스트와 비선실세 파문, 부정청탁금지법, 사드배치로 인한 중국 한류금지령 등 유난히 정책과 국제환경의 영향이 컸던 해로 그 파장은 2017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국정농단에 직접 연관된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련 사업과 예산을 대폭 축소하면서 내년 정부지원 사업이 불투명해졌다. 지원에 의존하던 공연단체들의 계획은 연기, 정지, 취소 등 한마디로 아노미 상태에 빠져있다. 예술지원 축소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공공지원 사업 진행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다. 2017년에는 공공과 민간 간의 협력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대안들이 모색될 것이며 특히 지원사업의 민주적 절차에 대한 예술계의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부정청탁금지법에 대한 타격은 기업후원 비중이 높은 클래식음악 분야에서 가장 컸다. 그러나 (5만 원 이하의) 김영란티켓과 공연상품권 등 난관을 헤쳐가기 위한 방안들이 제안되거나 시행되었고, 초대권을 유료티켓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풍토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부정청탁금지법의 우려를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들을 공연계에서 내놓으며 업계 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리라 예상된다.

  • 안성아
  • 필자소개

    안성아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경영공학 박사를 받고 현재 추계예술대학교 문학·영상대학 학장으로 문화 예술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마케팅과 조사방법론을 강의하고 있다. 번역서 『문화예술기관의 마케팅』, 『영화마케팅 바이블』을 비롯해 공연·영화·음악 분야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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