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남은 대표는 한때 몸으로 춤을 추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츠앤코(Arts&co.)의 대표로 댄스, 필름, 패션, 사운드, 미디어아트 등 여러 매체와 형식의 실험적 교류를 하고 융복합 작품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6년 전 창업 이후, 이전에 누구도 하지 않았던 실험적인 시도들을 해내며 ‘춤의 정신’을 민들레 홀씨처럼 세상에 퍼트리고 있다.

춤의 정신을 설명하는 송남은 대표

춤은 자유로운 것, 춤의 정신이란 무엇인가

웬만한 인문학자보다 문화적 소양이 깊다. 행동 하나, 말투 하나에 그것이 배어 있다. 소위 춤을 춘다고 하면, 몸의 움직임인 행위에만 초점을 두기가 쉬운데 더 깊게 들어가 춤의 존재 이유, 춤의 정신을 사유한다. 논리 정연한 말투, 단정한 몸짓 안에 ‘새처럼 날고 싶다’는 역설이 담겨 있는 사람이다.

UP: 춤의 정신이란 무엇인가요 송남은: 춤은 신체 행위의 범주를 넘어선 하나의 정신이자 삶의 태도라고 봅니다. 춤을 춘다는 것은 어딘가에 고착되지 않는 상태에서 자유롭고 유연하게 스텝을 옮기고 변주하면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현상을 느끼고 직관하며 판단하는 과정을 포함합니다.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춤춘다’는 어휘로 대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을 하면서도 예술 장르를 넘어선 광의적인 개념의 ‘춤’을 항상 생각합니다. ‘Live your dance, Dance your Life!’ 살아 있는 춤을 위해, 그리고 삶이 춤추도록 저의 기획과 실험은 계속 진행될 것 같습니다.

무용가 피나 바우쉬의 말을 인용한 조형물이 사옥 2층에 제작되어 있다

6년 전 설립한 아츠앤코는 ‘춤’을 기반으로 예술·문화 기획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춤’의 확장된 가능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하면서, 대중에게 ‘살아서 움직이는 모든 것의 경이로움’에 눈뜨게 하는 것, 그리고 일상 속에서 창의적인 모든 시도를 통해 춤추듯이 일상을 살아가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UP: 왜 갑자기 춤을 그만두고 유학을 가게 되었나요 송남은: 예술 전공자로서 정규 커리어 코스를 열심히 밟아 왔어요. 현대무용으로 학부와 대학원을 마친 후, 무용수로서 국내외의 다양한 낯선 도시들을 방문하면서 공연을 했습니다. 화려한 극장 무대에서부터 아주 열악한 환경의 공공장소에 이르기까지 춤을 추는 그 현장 가운데에서 단지 ‘나’를 표현하는 삶을 뛰어넘는 다른 차원의 가치와 목적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어요. 나의 발이 닿는 곳곳에 어떻게 하면 더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갑자기 더 깊은 배움에 대한 목마름과 간절함이 솟구쳐 오르는 걸 느꼈어요. 배움을 나눔으로 환원할 수 있으려면 내 안에 일단 많은 자원들을 보유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29살, 홀연히 유학을 떠났습니다.

UP: 유학생활이 지금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송남은: 영국에서 보낸 5년의 시간은 내 인생의 가장 멋진 추억이자 자산이지만, 동시에 가장 깊은 좌절과 두려움, 낙심과 외로움을 견뎌 낸 악착같은 투쟁의 때이기도 합니다. 영국이 보유한 문화, 예술적, 교육적 유산의 혜택을 받고 누리면서 한편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에 있는 사람들도 이렇게 다양한 예술적 경험, 문화적 혜택을 일상 속에서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의 아티스트들도 이런 환경에서 자신의 창의성을 실험하고 탐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에서 비롯된 예술적 동기가 ‘이타적’으로 외부를 향해 가면서 새로운 커리어의 전향이 일어났다고 생각해요.

아츠앤코의 스펙트럼 넓은 프로젝트

송남은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와 아츠앤코를 설립했다. 그는 “박사 과정을 그만두고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끝내지 못했던 연구를 현장에서 완결하겠다는, 약간의 변명과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창업을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6년 동안 아츠앤코의 프로젝트들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아츠앤코 이전에는 춤을 육체적 행위 그 자체에 머물러 있었다.

송남은 대표는 춤을 바탕으로 하되, 공연, 전시, 마켓 등이 어우러지는 복합 프로젝트를 선보였고, 무용가들을 위한 국제워크숍 기획을 통해 창작을 위한 리서치 환경도 조성했다. 한국에서는 이전에 시도된 적이 없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2012-2014년까지 3년간 코오롱 FnC 패션 브랜드 ‘커스텀멜로우’와 함께했던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는 대중적으로 가장 큰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2014년에 기획한 ‘러프컷 나잇’이 공연계에서 신선한 시도로 평가받았다. 무엇보다 2011년 첫 프로젝트인 ‘아츠 쇼케이스 in 플래툰 쿤스트할레’는 송남은 대표가 가장 애착하는 프로젝트다.

러프컷 나잇 2014_골드버그 머신
Arts Showcase 2011_performance by 차진엽

UP: 아츠쇼케이스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송남은: ‘Arts Showcase’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창작 아이디어를 공연, 전시, 마켓을 아우르는 축제 방식으로 소개하고, 크라우드 펀딩과 연계하여 투자와 제작 지원을 유치한 아트 플랫폼이에요. 2011년에 컨테이너 복합 예술 공간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아츠앤코의 첫 기획 프로젝트를 론칭했고, 신생 회사의 입장에서는 규모 면에서 용감한 시도였는데 저희의 기획 취지와 내용을 지지해 준 참여 아티스트들과 플래툰 쿤스트할레 및 여러 스태프들의 도움으로 예술 축제적인 측면에서나 플랫폼의 기능적인 측면에서나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UP: 당시 크라우드 펀딩을 했는데 어떤 시도였나요 송남은: 아츠 쇼케이스는 당시 생소했던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참여했던 아티스트들이 차기 작품 제작비를 모금할 수 있었어요. 그중 2개의 창작 아이디어는 아츠앤코의 지원으로 차기 년도에 프로덕션으로 제작, 소개되어 좋은 성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시각예술, 현대무용, 미디어/사운드 아트, 매거진 등 전방위 분야의 콘텐츠가 한 공간에서 서로 충돌하지 않고 게릴라적인 방식으로 소개된 신선한 축제였습니다.

UP: 코오롱 FnC 패션 브랜드 ‘커스텀멜로우’와 함께 했던 협업 프로젝트는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송남은: 2012년에는 ‘서커스’를 테마로 예술 영화 제작 및 상영, 사진 전시, 댄스& 뮤직 퍼포먼스, 아트북을 선보이면서 OSMU(One Source Multi Use)의 성공적인 사례를 도출했습니다. 2013년 ‘시간여행자’, 2014년에는 ‘빅애플70’을 테마로 ‘원데이 아츠 페스티벌’을 기획했습니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 안에 밀도 있게 새로운 트렌드를 경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예술축제를 선보인 것입니다. 패션 산업과 예술이 만나는 접점, 기업과 예술 단체가 협력하는 문화 속에서, 아티스트들의 영역이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 같아 기획자로서 기뻤어요. 관람하러 오신 대중들도 신선한 자극을 받으셨을 것입니다.

2014년 빅애플70을 테마로 한 원데이 아츠 페스티벌

새로운 시도를 잇는 다리 위

송남은 대표는 브리지 위에 있다. 6년간 해 왔던 사업과 향후 진행될 사업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혹은 혁신적으로 변화를 맞이할 것인가, 어떻게 지치지 않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

UP: 앞으로 어떤 행보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송남은: 지난 6년 동안 진행했던 사업들을 정리했고, 새로운 방향의 사업을 구상 중입니다. 이전의 경험을 발판으로 조금씩 진화하고 확장되어 가는 제 삶의 단계별 변화가 제게는 계속 살아 있다는 증거가 되죠.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변화하는 게 더 힘겹고 두렵고 때로는 귀찮기도 한데, 계속적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식상한 것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제 성향을 스스로 관찰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고착화되지 않는 춤의 정신을 늘 기억하면서 예측 불가능한 삶의 변수들 앞에 유연하게 자신의 커리어 행보를 변신시킬 수 있는 것, 하나의 타이틀과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사회 속에서 역할을 해나가는 것이 제 바램입니다.

2012년 서커스를 테마로 한 원데이 아츠 페스티벌_Watch my show

‘창조자로서의 기획자’라면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기획을 바라봐야 하는가, 이것이 그동안의 화두였다. 송남은 대표는 앞으로도 이러한 질문을 바탕으로 새로운 예술 경험들을 만들어 내고, 문화적 흐름을 주도해 가는 것이 ‘자기다움’이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자기답게’ 존재하기 위해, 춤의 정신을 대중에게 퍼뜨리기 위해, 답을 얻기 위한 처절한 고민은 지속될 것이다.

인생UP데이트 멘토링

자신이 가진 재능이 다양한 방식으로 그리고 예상치 못한 영역에서 발휘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스스로에게 여러 가지 기회를 주고 어떤 분야가 자신의 성향과 맞고 흥미로운지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시도들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변화되는 시대를 맞이할 텐데, 기존에 제시된 진로나 커리어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때가 올 수도 있겠죠. 길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스스로 길을 만들어야 할 수도 있고, 기존에 없는 무언가를 시도하려면 관습과 편견에서 날마다 자유로워질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예술가로서의 길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든 그것이 예술 작업의 연장이자 확장이라고 해석하면서 ‘예술적으로’ 삶을 개척해 가길 바랍니다.

송남은 대표 이력 - 이화여자대학교 무용학과, 현대무용 전공
-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무용학과
- LABAN (London, UK), Graduate Diploma in Performance
- Brunel University (London, UK), 공연예술, 박사과정 수료

이력 - 댄스 시어터 온 단원
- Transitions Dance Company(UK) 단원
- ARTS & CO. 대표, 예술감독
-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한성대학교, 서울기독대, 영국 브루넬 대학 강사 역임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