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ign’은 ‘Eco’와 ‘Design’의 합성어다. 거기에 개론학 과목 코드인 101을 붙여서 ‘에코디자인 개론학’이라는 뜻을 만들었다. ‘에코디자인의 기초가 되자’라는 생각에서 지은 이름이다. 김유화 대표는 버려지는 물건들로 액세서리를 만든다. 재미있고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찾아서, 세상의 모든 것들을 업사이클링하기 위해서, 오늘도 눈을 크게 뜨고 살고 있다. 그는 길을 가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소재들을 볼 때, 머릿속에서 스파크가 일어난다.

20대의 나이에 혼자 창업을 하고 꿋꿋이 3년을 버틴 김유화 대표

Esign101(이자인 원오원) - Esign: Eco+Design의 준말, 이탈리아어로 ‘디자인을 가지고 노는 것’이라는 뜻
- 101: 개론학 과목 코드

업사이클링으로 액세서리를 만드는 회사는 처음

김유화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이자인원오원은 '아름다운 업사이클링, 그린 디자인을 모토로 하는 액세서리 소품 샵이다. 잡지책에서부터 견과류 껍데기까지 쓰임을 다 한 다양한 폐 소재로, 본래에 가지고 있던 가치를 넘어서 새롭고 유쾌한 시각으로 상품을 만들어낸다. 그 결과, 독특하고 유니크한 감성을 제품에 녹여내는 업사이클 브랜드가 되었다.

업사이클링(Upcycling)이 살짝 붐이었다. 2015년에 아주 살짝. 그래서 아직도 생소하다. 리사이클링(Recycling)이라고 하면 버려진 제품을 재활용하는 것인데, 업사이클링은 한 단계 더 나아간 개념이다. 버려지는 물건을 재활용하되 유니크한 디자인과, 높은 퀄리티가 더해진 구매 가치가 있는 제품을 통칭해서 부른다. 미국의 환경운동가 대니 서(Danny Seo)가 쓴 책 등 몇 권만이 시중에 나와 있으니, 아직 큰 수익은 없어도, 나름 블루오션이다.

두 평 남짓한 가게의 한편에는 액세서리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UP: 업사이클링이란 무슨 뜻인가요 김유화: Upgrade와 Recycling의 합성어로 버려지는 것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 교수님은 이자인원오원 제품을 보시고, 원재료가 가지고 있는 속성을 없애서 재활용을 더 이상 못하게 해 버렸는데, 그게 무슨 업사이클링이냐고 비판을 하셨어요. 일부분은 맞는 말이에요. 그러나 저는 환경운동가가 아닙니다. 쓰임을 다한 물건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사람들 곁에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모든 상품은 디자인적인 측면으로 접근해서 제작했습니다.

UP: 대학원을 선택하고 그만둔 이유가 뭔가요 김유화: 대학원 진학을 고민했지만, 그만뒀어요. 예술가로써의 삶을 생업으로 삼기엔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살아갈 용기가 없었어요. 인정할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우선, 작가로써의 삶은 뒤로 미뤄놓고, 남들 다 하는 회사생활을 하자며, 나름 안정적이지만 미술과는 전혀 상관없는 섬유연구소에 취직을 했어요.

UP: 회사를 다니다, 왜 갑자기 창업을 선택했나요 김유화: 매일 섬유조각을 들고 성분을 분석하는데 ‘아… 그림전공에 들인 돈과 재능이 아깝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하는 회의가 들었어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다시 미술과 관련된 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뭘 할 수 있을지 막막했어요. 그러다 좋은 기회에 서울시설공단과 청년허브의 지원 사업을 준비했고, 청년가게로 선정되어 1년간 가게 임대료를 지원받으면서 본격적인 업사이클링 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UP: 미술전공이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나요 김유화: 서양학과에 다니던 대학 시절부터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것, 나만의 소재로 작품 구성하기를 선호했어요. 남들과 다른 생각, 독특한 재료욕심에 소재와 아이디어에 대한 고민을 깊게 했습니다. 사업을 하면서도 잘 살펴보니 대부분 비슷한 곳에서 원재료를 구매하더라고요. 그 결과, 경쟁회사들과 제품에서 크게 차별화되지 않았어요. 업사이클링이라면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손재주와 예술 감각을 살려 독특한 브랜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김유화표 스타워즈 포스터 귀고리

원재료의 대부분을 직접 마련한다. 세상에 널린 것이 원재료라서 일상에서 눈만 크게 뜨면 되니, 가난한 벤처 회사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자인원오원의 대표 상품은 처음 시작한 제품이고, 가장 오랫동안 만들어 온 종이 비즈 액세서리다. 우선 빳빳한 포스터를 길게 자르고 손가락 끝에 힘을 주고 동그랗게 만다. 하루종일 하다보면 손가락이 끝이 얼얼하지만, 전시를 앞둔 예술가로 변신해 하나하나에 신경을 쏟는다.

영화 포스터를 말아서 만드는 종이 비즈 액세서리

① 종이 비즈 액세서리: 영화 포스터를 돌돌 말고 그 위에 특수코팅제를 발라서 구슬을 만든다. 그러면 도자기처럼 보인다. 재료는 영화관에 가면, 상영 기간이 지났거나 얼마 남지 않은 영화포스터들을 구할 수 있다. 포스터의 전체적인 색감에 따라 완성된 구슬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구슬만 봐도, 어떤 영화 포스터로 만들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고객들은 스토리가 담겨있는 종이비즈를 보며, 영화를 봤던 기억을 떠올리고, 신선한 제품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구매로 이어진다.

② 안경알+전시회 도록: 안경점에서 한 달에 한 번 안경알을 폐기한다. 안경알은 재활용 과정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업사이클 신소재이다. 그 사실을 알고 안경점을 찾아가 업사이클링의 재료로 쓰고 싶다고 말했다.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안경알은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사용한 흔적과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안경 앞뒷면에 다양한 이미지를 붙여서 브로치로 만든다.

③ 커피콩: 커피 전문점에서 로스팅 후에 나오는 결점두를 수거해 예쁘고 밀도가 높은 커피콩을 선별한다. 모양의 변형 없이 액세서리로 만들면 세상에 하나뿐인 커피콩 반지가 완성된다. 선물 받았던 원두를 먹지 못하고 유통기한이 지났던 것을 재미 삼아 만들어 본 것이 계기가 되었다. 커피를 좋아하는 고객들은 신기해하고 소재가 주는 친숙함과 높은 퀄리티로 만족도가 높은 제품이다.

④ 견과류 껍데기: 맥주 안주로 즐겨먹는 피스타치오 견과류 껍데기 역시 일반 쓰레기로 분류된다는 말을 듣고, 눈여겨봤다. 색깔을 입히기도 하고, 그 안에 진주를 넣어서 디자인 미를 높인다. 이제는 피스타치오 껍질을 한가득 가져다주는 손님도 있다. 같은 느낌의 소재인 호두 껍데기는 소이캔들로 제작한다.

까다로운 여성 소비자가 만족하는 제품

UP: 액세서리를 만드는 기술은 어떻게 배우셨나요 김유화: 업사이클링으로 액세서리를 만드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어요. 모든 것이 독학이었죠. 처음 종이 비즈 액세서리를 접한 분들이 물에 젖지는 않는지, 품질에 대한 의심을 많이 하셨어요. 그래서 생활방수정도만 되던 종이비즈에 특수 코팅처리를 통한, 품질 업그레이드를 했죠. 제품 제작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참여 함 으로써, 불량률이 매우 낮고, 매 시즌 새로운 소재를 연구하고 개발 하며, 오랜 시간 테스트를 거쳐 온, 오프라인 판매로 소비자 평가와, 피드백을 꼼꼼히 반영합니다. 그 결과 까다로운 여성 소비자분들의 신뢰를 얻어 구매까지 이어집니다.

UP: 이자인원오원이 어떤 회사로 인정받기를 바라나요 김유화: 주변에서 그러죠. 3년 했으니 앞으로 3년 더 할 수 있다고. 브랜드 이름처럼 디자인을 재미있게 가지고 놀고, 즐기는 브랜드로, 신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있는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나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그린디자인을 떠올리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전 과정을 혼자 해야하고, 좁은 공간에서 온종일 제품을 만들지만 노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가장 좋아하는 일을, 자신만의 공간에서 하고 있을 뿐이다. 하얀색에 캔버스에 붓이 닿을 때마다 그림이 그려지는 것처럼, 시간을 들이고 나면 김유화 대표만의 인생이 그려질 것이다.

인생UP데이트 멘토링

주어진 시간에 그때그때 자신의 과제를 수행하는 데에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남들에게는 스쳐지나가는 일이 자신에게는 기회로 다가오기도 하죠. 그 기회를 잡으면 또 다른 기회의 문이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너무 자신이 속해있는 분야에만 함몰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교류해 보세요. 거기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더해지면, 길이 열리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김유화 대표 이력 - 용인대학교 서양화 전공 회화과 졸업
- 2011 주일한국대사관 개인부스展
- 2013 신예작가展
- 2015 여수 업사이클링 페스티벌 업사이클링 작품 전시
- 現 서울시 종로4가 청년가게 운영
- 現 업사이클링 브랜드 이자인원오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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