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좀 해맑다. 아이처럼 웃다가도 자신의 직업에 대해 얘기할 때는 단호하고 말은 정갈하다. 군더더기 없는 말을 듣고 있노라면, 자신에게 얼마나 오랜 시간 묻고 답하면서 생각의 곁가지들을 쳐 나갔을지 깊이가 가늠되지 않는다.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실력파지만, 미디어가 만든 틀에는 들어가지 않는 대중음악가. 그에게는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자생력이 있다.

대중음악가이자, 사회적기업 두팔로의 리더인 오장석 대표

해풍을 맞고 자란 안면도 아이 ‘피아노를 독학하다’

먼저 도착한 포토그래퍼가 전화를 했다. 인터뷰할 오장석 대표는 오지 않았다고. 옆에 누가 있냐고 했더니, 회사 스태프가 한 명 있단다. 그렇게 20분이 흘러 알았다. 아까 커피를 가져다 준 스태프가, 오장석 대표였다는 걸. 투블럭 커트와 스키니 반바지, 뽀송한 피부까지, 20대인 포토그래퍼의 눈에 비친 그는, 분명 막내 스태프여야만 했다.

오장석 대표는 아역 배우 출신이다. 끼가 있었다. 그러나 사방이 물에 둘러싸여 혼자서는 어디로도 나갈 수 없는 곳에서 자랐다. 섬에 유배된 끼 많은 아이. 음악에 대한 질문은 그곳에서 시작됐다. 집에서 한 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 건 일찌감치 포기했다. 바이엘을 시작으로 누구에게 배워 본 일 없이, 독학으로 피아노를 마스터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혼자 화음도 넣고 악보와 조금 다르게 쳐보기도 하면서 음악에 재미를 들였다. 독학으로 마스터한 피아노 실력으로 지금은 작곡을 하고 저작권료도 받고 있다. ‘피아노는 학원에서 배워야 한다’는 선입견을 가볍게 깨 버렸다.

UP: 음악을 전공으로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오장석: 그냥 자연스럽게, 필연적으로 음악을 선택하게 됐어요. 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할머니를 따라서 하루 종일 밭에도 따라다니고 동네 구경도 다녔죠. 할머니는 밭에서 일하시면서 항상 노래를 시키셨어요. 피아노를 치고 싶었는데 학원에는 갈 수 없는 시골이었어요. 책을 사서 독학으로 공부했어요.

중고등학교는 뭍에서 다녔어요. 중학교 때 영어뮤지컬 팀을 꾸리고 작곡도 해서 상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공연도 했어요. 중학교 때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고 확신하게 된 거죠. 주위 모든 분들이 제가 음악가로 가는 길에 대해 암묵적으로 지지하면서 더불어 기대도 많이 하셨죠. 안양예고에 들어가서 연출가, 음악가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한 건 정해진 수순 같았어요.

작은 녹음실에서, 자신의 색깔을 담은 음악들을 만들어 낸다

대중음악가는 텔레비전에 나와야 성공한 것인가

대학 시절에는 파티캣츠라는 팀을 구성해 ‘No turning back’이라는 곡으로 ‘2008년 대학가요제’에서 대상과 인기상을 받았다. 오장석 대표가 작사, 작곡에 보컬까지 소화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그 이후 미디어의 세계에서 한발 물러섰다. 아이돌 같은 얼굴과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실력으로 봐서는 미디어 안의 화려한 세계를 꿈꿔도 되지 않나 싶은데도 말이다.

UP: 왜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으로 타고도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이 되지 않으셨나요 오장석: 사람들이 모두 물어봐요. 너 언제 텔레비전에 나와? 너도 유명해지는 거야? 아마 부모님도 자식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유명한 사람이길 바라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가수가 왜 텔레비전에 나와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오히려 그 세계에 들어가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더 좁아지는데 말이에요.

UP: 자신만의 음악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오장석: 대형연예기획사가 10대 초중반의 아이들을 5년 정도 연습시켜서 자신들의 스타일에 맞는 아이돌스타를 만들어 냅니다. 어린 청소년들에게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캐릭터가 강요되기도 하는 구조 아래서는 건강한 뮤지션이 탄생할 수 없어요. 저는 음악가가 되고 싶지만 연예인은 되고 싶지 않았어요. 유명한 것과 행복하게 음악을 하는 것은 같은 뜻은 아니에요. 돈이 지배하는 세계에서는 자율성을 포기해야 합니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빕스나 TGIF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견줄 필요 없이 제 음식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만의 식당’을 운영하고 싶은 거에요.

오장석 대표는 안양예고 시절 대형기획사에 들어가 연습생 생활을 했다. 안양예고 동기들 중에는 연예인으로 이름을 알린 친구들이 많다. 더욱이 우리는 학생들의 1순위 희망 직업이 연예인이라는 세상에 살고 있지 않은가. 돈을 버느냐, 얼마를 버느냐가 음악성을 대변하고, 텔레비전에 나오느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느냐가 성공의 기준이 되는 세상이다.

그러나 오장석 대표는 자신이 기획사 연습생 시절 품었던 고민들과 학생들을 가르치며 느꼈던 안타까움을 벗어날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아이돌이 되지 못하면 꿈을 펼치지 못하고 탈락해버리는 후배들에게 건강하고 참다운 음악인의 길을 열어주고 싶었다. 3년 전에 두팔로(Do Follow)를 창업했다. 그것도 사회적기업으로 말이다. 미디어가 비추는 곳에서만 생존이 가능하다는 편견을 부수고 싶었다.

작곡의 가장 기본이 되는 피아노를 독학으로 마스터했다.

대중음악으로 사회적기업을 하면 왜 안 돼?

사회적기업이라는 말을 듣고 갸우뚱했다. 안 될 것은 없다. 우리는 본 적이 없을 뿐. 우리의 미천한 상상력이 대중음악, 상업적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사회적기업에 어울릴 것이라고 상상도 못해봤다. 대중음악은 곧 돈이 생명줄이라고 생각해왔다. 오장석 대표가 사회적기업을 선택한 이유는 명료했다.

UP: 대중음악으로 사회적기업을 한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셨나요 오장석: 대중음악으로 사회적기업을 한다고 하니 다들 놀랐어요. 사회적기업을 하는 동종업계 대표들도 의아해했어요. 그러니까 오기가 생겼어요. 대중음악 뮤지션이라고 하면 연예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소셜테이너로 성장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우리의 삶 가장 가까이에서 필요한 메시지들을 음악으로 전달해 나갈 수 있도록요.

UP: 두팔로(Do Follow)라는 기업명이 특이한데 어떤 의미인가요 오장석: 사회적기업 두팔로(Do Follow)는 음악과 무대를 통해 대중에게 ‘할 수 있다’는 Do와 ‘함께 나아가자’는 Follow, 두 가지의 메시지를 전달해 나가고자 합니다. 마치 두 팔로 그들을 안아주고 보호해 주고 싶은 음악적 염원을 담고 있는데, ‘예술적 가치+교육적 가치+사회적 가치’가 모두 내포된 예술 활동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쇼콰이어 그룹 하모나이즈’, ‘같이’, 어쿠스틱 밴드 ‘브랜치’까지 3팀의 뮤지션과 함께하고 있어요.

쇼콰이어(Show Choir)란 합창과 쇼구성을 결합한 예술퍼포먼스를 말한다. 오장석 대표가 이끄는 하모나이즈는 국내 최초의 쇼콰이어그룹으로 보컬리스트, 댄서, 래퍼, 비트박스 등 20명이 모여 현대음악을 새롭게 해석한 공연을 선보인다. 래퍼에 댄서까지 갖춘 이색합창단인 것이다. 학교로 찾아가 K-POP 진로콘서트를 열어 학생들 학생들을 만나고 고민도 듣고 상담도 해 주고 있다. 동화 ‘어린왕자’를 모티브로, 어린왕자의 여행 속에서 발견되는 꿈의 메시지를 K-POP 공연과 강연, 영상 메시지를 통해 전달한다. K-POP 진로콘서트는 서울시 교육청 예술꿈버스의 사업으로 선정되어 16년 하반기에도 많은 학교에 직접 찾아갈 예정이다.

하모나이즈가 제9회 월드콰이어게임에 국가대표로 참가해 금메달을 수상한 모습

하모나이즈는 세계합창올림픽이라 불리는 제9회 월드콰이어게임(World Choir Games)에 참가해 금메달의 영예를 안았다. 9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는 러시아 소치에서 개최됐으며 세계 80개국 450개 합창단 2만 명이 참가한 세계무대였다. 특히 쇼콰이어는 미국과 유럽이 강세를 띠는 부문이다. 하모나이즈는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리햅(Rehab)’, god의 ‘촛불하나’를 자신만의 색깔로 연출했다. 수상이 확정되자 단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무대로 뛰어올랐다.

UP: 예산이 넉넉지 못한 벤처회사인데도 세계대회에 참여하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뭔가요 오장석: 월드콰이어게임에 출전을 결심한 것이 지난 1월이었어요. 좋은 성적을 거두면 해외 진출을 꾀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지원을 했어요. 서류 심사를 통과하고 나서 본선 진출이 확정됐지만, 1억 원의 경비가 마련되지 않았어요. 그래도 가야한다 결심했죠. 팀원들이 커피숍,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하고, 부족한 비용은 대출받아서 충당했습니다. 결국 나다운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스스로 나다운 삶을 살고 있나 묻고 싶어요. 어떤 음악을 하고 싶냐고. 누가 잘한다고 칭찬해서 하는 것이라면 그 칭찬이 사라지면 음악을 해야 할 이유와 목적도 사라지는 것이니 제 자신에게 계속 질문하고 있습니다.

외롭고 힘들지만 뚝심있게 밀어붙였던 길. 하모나이즈는 수상 이후 해외에서 공연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스케일과 실행력이 대단해서 걸어서라도 갈 사람들이라고 여겼는데, 창단 3년 만에 세계 정상에 우뚝 서게 된 것이라 그 성취에 더욱 박수를 쳐주고 싶다. 오장석 대표는 자신만의 스테이지를 짓고 있다. 저 멀리 남이 지어 놓은 스테이지에서 화려한 조명이 내리비춘다고 해도 꿈쩍하지 않고, 오늘도 묵묵히 벽돌을 쌓고 있다.

인생UP데이트 멘토링

예술 분야의 취업이나 현장에서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은 이미 다들 듣고 있어 잘 알 것입니다. 부디 ‘나는 예술가야’라는 생각에 함몰되지 말고 기획자적인 입장에서 많은 것들을 시도해 보길 바랍니다. 좋은 테크닉으로 잘 무장된 후배들은 많습니다. 어쩌면 이미 후배들이 가진 능력은 테크닉적으로는 충분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는 같은 상황도 다르게 해석하는 눈을 가진 사람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견문을 넓히고, 세계의 여러 문화와 예술을 몸에 익히며, 무엇보다 상상력이 많이 발휘될 수 있도록 자신을 훈련해 보세요. 더불어 대부분이 프리랜서로 살아가게 되는 업계의 현실답게, 자신 스스로 작은 기업이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스스로를 연구 개발, 브랜딩, 마케팅할 수 있는 기획력과 제작능력, 경영능력도 공부해 나가길 바랍니다.

오장석 교수 프로필 - 사회적기업 두팔로 대표이사
- 32회 MBC대학가요제/인기상 수상
- 백석대학교 기독교학부 기독실용음악과
- 2014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선정
- 2015 현대 정몽구재단 H온드림 선정
- 한국예술원 실용음악과 외래교수
- 서울공연예술고/서울예술종합대/대신대 겸임교수 역임

발매 음반 - 파티캣츠 정규 1집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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