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흔히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말한다. 저명한 미래학자들의 말을 빌릴 필요도 없이 문화가 대세인 시대가 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보고에 의하면 세계 콘텐츠 시장은 이미 연 매출 2,000조 원을 훌쩍 넘길 만큼 거대시장이요, 거대산업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앞에 놓인 문화예술 시장은 일자리 만들기와 관련하여 그리 녹록한 사정이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문화예술 분야는 대체로 영세하고 고용 안정성도 부족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5년 예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가들의 평균 예술활동 수입은 연 1,255만 원으로 2명 중 1명이 겸업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전업 예술인의 70% 정도가 프리랜서인 실정이다. 문화서비스 인력의 수급도 불균형 상태다. 순수예술 분야는 소강상태지만 콘텐츠 분야의 대학 양성 인력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문화예술 분야의 일자리 찾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 분야 종사자들의 고용의 질 또한 좋지 못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 분야는 취업유발 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길게 보면 인력수요 증가율이 전 산업 평균을 웃돌 것으로 예견되는 등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은 기술 못지않게 이를 채울 콘텐츠이며 이에 따라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인력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16 해외콘텐츠시장동향조사 - 세계 콘텐츠시장 규모 및 전망, 2011-2020 (한국콘텐츠진흥원) 2016 해외콘텐츠시장동향조사 - 세계 콘텐츠시장 규모 및 전망, 2011-2020 (한국콘텐츠진흥원) 2015 예술인실태조사 – 예술활동 종사 형태
(문화체육관광부) 2015 예술인실태조사 – 예술활동 종사 형태
(문화체육관광부)

정부정책의 두 가지 측면

문화예술 분야의 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 정책은 크게 보아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문화예술 또는 문화산업계의 생태계 측면이고, 둘째는 정책수단 측면이다.

우선 문화예술 생태계 측면에서 살펴보자. 생태계라 하면 인력 양성 및 창업, 기획 및 제작(창작), 유통 및 마케팅, 그리고 일터 환경 등을 들 수 있다. 일자리를 만들려면 역량 있는 인력이 양성되어야 하고 이들이 기존의 산업계에 진입하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이들이 마음껏 창작할 수 있고 이들 작품 또는 제품들이 시장에서 잘 팔려야 한다. 나아가 이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고용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문화예술 분야의 일들은 주로 민간 분야에서 이루어지겠지만 정부는 문화예술 또는 문화산업 생태계의 고리들이 원활히 연결될 수 있는 정책과제 선정과 지원방안 수립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이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든 지금 생태계의 모든 영역 또는 과정에서 문화예술과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에 관한 사안들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민간분야 또한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여 문화예술 생태계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머리를 모아야 한다.

다음으로 정책수단은 크게 보아 지원과 규제 측면을 고루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지원 수단은 고전적인 수단인 보조금 지원에서부터 세제 지원, 그리고 금융지원 및 투자, 기타 행정적 지원 방법 등이 거론될 수 있다. 문화산업 분야와 달리 순수예술 분야의 경우 보조금 지원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보몰의 병(Baumol's Desease) 이론을 거론할 것도 없이 순수예술 분야에서 생존하기란 쉽지 않다. 마중물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갈 상태인 문화예술진흥기금이 되든 국고가 되든지 순수예술 분야에 대한 보조금 지원은 더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세제는 민감한 사안이라 정책 실현이 쉽지 않지만 현재 제조업이나 기술 위주(R&D)의 세제 지원 구조에서 콘텐츠에 대한 세제 지원이 확대되도록 정부 전체의 프레임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면서 기술에 경도된 정책에 그친다면 진정한 의미의 4차 산업혁명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콘텐츠다. 현 정부에서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신설하여 과학기술을 지원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지만, 콘텐츠를 단순히 기술적인 견지에서 보는 것을 넘어 별도의 새로운 지원체계와 지원방안을 갖추는 일 또한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금융지원, 더 구체적으로 투자펀드 운용은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문화정책이 갖는 특이하면서도 획기적인 정책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투자 규모의 확대는 필요하다. 다만 순수문화예술 분야의 경우 처음 단계에서 수익성 결여로 인한 지원 배제가 되지 않고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문화예술 분야와 문화산업 분야의 이중 투자 지원 구조가 명확하게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인력과 시설, 노하우의 지원 등 다양한 행정적 지원이 함께 하는 것은 기본이라 하겠다.

또한, 문화예술의 창업과 일자리 창출과 관련하여 정부의 지원 못지않게 완화하거나 없애야 할 규제는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특히 문화예술 분야는 자율성과 창의성이 근간일 뿐만 아니라 업계 또한 여러모로 영세하기 때문에 규제 완화는 곧 지원이 되는 셈이 될 것이다.

마무리하며

최근 문화예술 분야의 창업과 일자리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현 문재인정부의 최우선 정책과제이지만 이는 현 정부뿐만 아니라 앞으로 어느 정부나 어느 시대든지 공통의 과제가 될 것이다. 그만큼 일자리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나아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인간 삶의 기초요건이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고 해서 일자리가 바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통령 직속의 일자리위원회를 만들고 대통령비서실에 일자리수석을 만든다고 해서 바로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일자리 창출 계획이 들어있는 정부 지원 신청 제안서에 가점을 준다고 바로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도 아니다. 특히 창의성과 기술력이 융합하여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문화예술 분야는 더욱 그러하다. 문화예술 분야의 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문화예술의 본질을 알고 지혜롭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다행히 문화예술 분야의 일자리 창업과 일자리 창출 여력은 충분하다. 정부와 문화예술계가 힘을 모아 일자리 창출은 물론 세계적 문화예술산업을 창업하고 키우는 콘텐츠 강국으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한다.

*본 기사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주관한 ‘2017 문화예술일자리포럼(2017.8.11.)’의 기조연설문을 발췌하여 재편집했습니다.
*본 칼럼의 내용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 박양우
  • 필자소개

    박양우는 제8대 문화관광부 차관,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중앙대학교 부총장, (사)한국예술경영학회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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