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제도의 새로운 모델", "공공극장의 뚝심", "더 좋은 상상력과 더 많은 기회". 지난 5월 14일 명동예술극장이 주최한 포럼 ';제작극장(Producing theater)을 논하다-명동예술극장, 그 과제와 역할';은 개관을 앞둔 이 극장에 거는 연극계의 기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해방 후 근현대연극 및 공연예술을 이어온 역사적 공간으로서 명동예술극장이 물리적 공간의 복원을 넘어 최근 달리진 문화예술지형에서 위축되고 있는 순수공연예술의 새로운 활력이 되기를, 이날 포럼의 참가자들은 기대하고 있었다.


명동예술극장은 그 역사성에서 각별한 공간이다. 1934년 메이지좌로 개관한 이래 해방 후 국제극장, 서울시 공간 그리고 1957년부터는 국립극장으로 사용되다가 73년 남산국립중앙극장이 개관하면서 대한투자금융 사옥으로 사용되어 왔다. 이후, 알려져 있다시피, 대한투자금융이 재건축을 발표하면서 연극계를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계는 물론 명동상가번영회의 오랜 노력으로 명동예술극장이 다시 문을 열게 되었다. 원각사, 동양극장 등 근대극장들이 화재와 이런 저런 개발의 여파에서 표지석만을 남긴 채 없어진 지금 명동예술극장 개관은 연극을 비롯한 문화예술계에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작극장, 지원제도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인가

명동예술극장 포럼 <제작극장을 논하다> 현장

&lsquo;제작극장을 요하다! - 극장 중심의 공연기획ㆍ제작ㆍ유통의 필요성&rsquo;을 발표한 오세곤 교수(순천향대학교 연극무용학과)는 공공극장으로서 제작극장을 표방한 명동예술극장이 연극지원정책의 새로운 성공적 모델이 될 것을 주문했다. 오세곤 교수는 국가의 근간으로서 연극예술을 역설하며 국공립단체 운영, 개별 창작(자) 지원 등 현행 지원정책이 한편으로는 연극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명동예술극장이 표방하는 제작극장이 효율과 성과 중심의 시대에 &ldquo;실패의 확률이 높은&rdquo; 연극의 본질을 왜곡하지 않는 지원제도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을 기대했다.

이어서 최용훈 극장장(아르코예술극장)이 &lsquo;관객은 이런 제작극장을 원한다 - 세계적인 제작극장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들&rsquo;을 발표했다. 최용훈 극장장은 &ldquo;자본의 논리에 휩쓸려&rdquo; &ldquo;달달한 볼거리들을 쏟아내는 민간의 모습에서 멀찍이 떨어져서&rdquo; 명동예술극장이 &ldquo;연극전문제작극장이라는 미션을 담당한 공공극장의 뚝심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rdquo;고 주장했다. 결국 &lsquo;좋은 연극&rsquo;을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인데, 좋은 연극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희곡, 연출, 배우, 스태프 등 각 분야의 예술가들에 대한 광범위한 데이터베이스의 구축과 지속적인 임기를 보장받는 예술감독제의 도입이 시급히 검토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lsquo;공연역사를 만들어가는 해외 제작극장들-제작극장 해외모범사례 소개&rsquo;를 발표한 허순자 교수(서울예술대학 연기과)는 돈마르창고극장, 세타가야퍼블릭극장, 퍼블릭극장의 사례를 소개했다. 허순자 교수는 &ldquo;더 좋은 상상력과 그것을 실천케 하는 더 많은 기회의 창출&rdquo;이 공공극장의 과제에 있음을 강조하면서 세 극장은 &ldquo;모두 최고의 예술가들과의 작업을 꿈꿨고, 그것을 이뤄냈으며, 그러한 예술가들과의 지속적인 네트워킹으로 미래를 담보하고 있다는 사실&rdquo;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광범위한 예술가 데이터베이스와 예술감독이 필수 요건,
예산 조직 등 미비한 여건에 대한 우려도 커

발제 이후에는 발표자와 객석의 자유로운 질의응답과 토론이 이어졌다. 오세곤 교수는 공공극장의 대관사업도 지원의 일종이라는 점에서 대관을 배제한 명동예술극장의 운영정책에 대한 문제제기를 소개했다. 최용훈 극장장은 중대형 규모의 공공극장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절대적인 극장부족의 문제는 아니며 도리어 제작극장의 활성화를 통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허순자 교수는 명동예술극장의 제작극장 표방은 &lsquo;프리젠터&rsquo;, &lsquo;렌탈 스페이스&rsquo;라는 개념을 벗어나 극장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 지적했다.

한편 명동예술극장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예산, 조직, 공간의 미비함에 대한 우려도 컸다. 제작극장을 표방하고 있지만 명동예술극장은 1개의 극장과 1개의 연습실이 전부이다. 현재 제작 중인 개관작 <맹진사댁 경사>와 이어지는 <어디에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이곳저곳 연습공간을 옮겨 다니고 있다. 명동의 살인적인 땅값으로 공간 확장은 요원하다. 또한 현재 조직구성에는 극장 프로그래밍을 책임질 예술감독직을 비롯한 별도의 제작부서가 없다. 더구나 모든 프로그램을 제작공연으로 운영하기에는 예산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 발표자들을 비롯한 포럼 참가자들은 명동예술극장이 제작극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제반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자 이승엽, 발제자 오세곤, 최용훈, 허순자


극장, 공연예술 생산의 중심

사회를 맡은 이승엽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과)는 예산, 조직, 공간 등 제반 여건이 일반적인 제작극장과는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명동예술극장이 제작극장을 표방하는 것은 공연예술 생산의 중심으로서 극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으로, 적극적인 새로운 시도를 부탁하며 포럼을 마무리했다.

올해 명동예술극장은 개관작 <맹진사댁 경사>(오영진 작, 이병훈 연출)를 비롯 <어디에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최인훈 작, 한태숙 연출), <밤으로의 긴 여로>(유진 오닐 작, 임영웅 연출), <베니스의 상인>(셰익스피어 작, 이윤택 각색ㆍ연출) 총 네 작품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6,70년대 명동국립극장 시절의 대표작들이자 한국연극 중흥기에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았던 작품들이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추억을 소환하는 데에서 나아가 힘 있는 역사를 환기하는 작업이 되길 바란다. 역사를 통해 미래를 여는 현재를 만들어내는 것, 제작극장 명동예술극장에 대한 큰 기대가 아닐 수 없다.


김소연

필자소개
김소연 편집장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원예술소위 위원, [컬처뉴스] 편집장을 지냈다. 무대가 어떻게 세상과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으로 연극평론을 쓰고 있다. &lsquo;상업지구 대학로를 다시 생각하다&rsquo;&lsquo;이 철없는 아비를 어찌할까&rsquo; 등의 비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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