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피의 조한성 대표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 연극 <유도소년>, <카포네트릴로지> 등의 홍보·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이끈 공연 홍보계 미다스의 손이다. 공연전문 홍보대행사로 창업한 지 벌써 11년이 됐고 생각의 프레임을 깨는 시도로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지금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와 함께 창작 공연도 만들며, 관객 속으로 찾아들어 가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대학로 옆 이화동에 위치한 스토리피의 사무실에서 조 대표를 만났다.

인생의 10년 후, 생생하게 꿈꿔라

스무 살. 친구들은 대부분 대학에 입학해서 새내기의 단꿈에 젖어 있을 때, 재수를 하던 청년은 학원과 집만 시계추처럼 오갔다. 그러다가 모범생인 재수생이 나름의 일탈(?)을 한 것이 일요일에 콘서트장에 간 것이었다. 웃을 일 없고 행복할 일 없는 우울한 청춘에게 그 짧은 시간은 큰 위안을 주었고 “나중에 나도 이런 공연을 만들고 싶다”라는 희망을 갖게 했다.

대학에 입학할 때 연극영화와 관련된 학과를 가겠다는 엄두는 내지 못하고 컴퓨터디자인과에 입학했다. 그러다 군대에 가서 자신이 잊고 있던 꿈을 다시 생각해 냈다. “스물두 살에 군대에서 막연하게 꿈을 꿨어요. 서른두 살에는 연극을 해 보자고.” 전역 후에는 착실한 학생이 되어 장학금을 받으며, 세상에 나와서 필요하게 될 것을 미리 준비했다.

전공이 지금 하는 일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컴퓨터를 잘하면 기획서를 쓰더라도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전공을 선택했어요. 멀티미디어과에 진학한 것도, 공연기획사가 워낙 적은 인력으로 운영되니 ‘디자인을 할 수 있어요’라고 장점을 어필할 수 있겠다 싶어서 배웠어요.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것이라고, 공연계에 있으면 뭐든 필요할 거라는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졸업 후에 실무 경험을 쌓다가,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공부하고 논문을 쓰면서 이론적 기반까지 더하게 됐습니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스토리텔링하라

딱 10년 후 서른두 살 때, 그는 공연계에서 안 해 본 일이 없는 베테랑이자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의 기획자이자 프로듀서가 되어 있었다. 조 대표는 이 작품의 초기 기획부터 참여했다. 8명의 아카펠라 콘셉트와 몸으로 소리를 내면서 공연하는 것으로 처음에는 100석짜리 소극장에서 5~6명의 유료 관객이 왔지만, 마지막에는 모두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조 대표는 이 작품만 하고 공연계를 떠나겠다고 마음먹고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한다. 월급이 70~80만 원 하던 때라 현실적으로 힘들고 결혼도 해야 하니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는 마음이 올라오던 때였다. “이번 공연만 하고 딱 그만둬야지 했는데 마지막 공연에서 배우와 스태프들이 케이크를 들고 노래를 불러 줬어요. 예상하지 못해서 그랬는지 갑자기 눈물이 났어요. 감동했죠.”

기획자 겸 프로듀서로 활동하다 홍보·마케팅으로 전향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앞선 공연의 성공에 힘입어 뮤지컬 <김종욱 찾기>에서 마케팅 디렉터로 일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김종욱 찾기>는 첫사랑을 소재로 운명적인 사랑을 유쾌하게 그린 창작뮤지컬로, 국내의 대기업이 제작하는 작품이었습니다. 2004년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졸업 작품을 공연으로 올리는 것이니 초연이라 어떻게 홍보마케팅을 하는 것이 좋을지 알 수 없었어요. 당시 동갑내기 친구 한 명과 마케팅을 맡았는데 TF에서 막내였습니다. 저는 막무가내로 얘기하면 안 되니, 데이터를 근거로 가져와서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플랜을 짜고, 스토리텔링안을 가지고 마케팅을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요!

공연은 연일 입소문을 타면서 매진 행렬을 이뤘고, 지금도 <김종욱 찾기>는 성공한 창작뮤지컬의 대명사로 손꼽힌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설득의 근거를 만들고 스토리텔링을 했나요? 이 뮤지컬은 아날로그적 감성의 대명사 ‘첫사랑’ 이야기이에요. 그래서 누구에게나 있을 ‘첫사랑에게 보내지 못한 서랍 속 편지’를 스토리텔링의 소재로 잡았어요. 포스터도 첫사랑을 떠올리는 이미지로 직관적으로 바꿨어요. 그리고 당시 핫한 SNS 매체였던 싸이월드를 오픈하고 천 명의 설문 참가자를 모집해서 관객들의 의견을 수렴했죠. 첫사랑의 이미지에 가장 어울리는 배우를 조사했는데, 압도적으로 대학로의 청춘 스타였던 오만석 씨가 나왔어요. 오만석 씨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공연을 4개월 정도 연기해야 했지만, 그가 꼭 해야 한다고 근거를 가지고 설득했죠. 스태프 중에서 가장 막내였던 두 사람이 밀어붙여서 승낙을 받아 냈어요.

관객에게 새롭게 다가서기 위해서 노력을 하나요?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경우 이전의 포스터가 진부하다는 평가가 있었어요. 2010년은 스마트폰이 처음 나오고, QR(Quick Response code) 코드가 조금씩 사용되던 때여서 QR 코드만 넣은 포스터도 만들었어요. 사람들이 궁금해서 QR 코드를 찍으면 모바일 홈페이지로 접속되어서 뮤지컬 정보, 캐스팅 스케줄, 트위터 접속, 사진 다운로드 등이 가능하게 했어요. 당시 포스터로 제작해서 주요 채널에 활용한 것은 처음 있는 시도였어요. 무엇보다 이 공연이 트렌디 하다고 느끼게 하고 싶었죠. 기존의 것과 최신의 것을 더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었어요.

보러 오지 않는다면 찾아가는 역발상

예전에는 홍보가 중요하다고 해도 극단에서는 막내나 신입에게 시키는 경우가 많았고, 비용을 줄인다고 하면 홍보·마케팅 비용을 가장 먼저 줄였다. 지금은 홍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지만 시장의 상황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 그리고 소비자의 반응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조 대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할 수 있는 스토리를 발굴하고 소비자들이 납득하고 수용할 수 있는 마케팅을 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리고 홍보와 함께 프로듀서로서 작품 활동도 하고 있다.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를 통해 창작 활동도 하고 있다. ‘간다’는 창작을 위주로 하는 젊은 극단으로 좋은 공연을 많은 관객에게 직접 배달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극단은 고양아람누리의 상주 단체로 선정되어 외연을 넓혀 가고 있다.

창작 전문 집단인 ‘공연배달 서비스 간다’와는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있나요? 수익은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문화에 기여할 수 있는 창작 공동체를 만들고 싶었어요. 저는 기획·프로듀서를 맡고 있어요. 2015년 <나와 할아버지>, 2016년 , 2017년 <유도소년> 등 다양한 작품을 무대에 올렸어요. 점점 공연계가 힘들어진다는 말이 나오지만 우리의 경쟁 상대는 공연계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야구장, 테마파크 등 다른 즐길 거리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발을 붙잡기 위해서 뭘 할 것인가 고민을 해야죠. 공연을 보지 않던 사람들도 공연을 보고 싶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역시 그다운 역발상이다. 조한성 대표는 관성의 틀을 벗어나고 프레임을 바꾸면 재미난 세상이 열린다고 말한다. 그리고 꿈꾸는 것이 있으면 생생하게 기록하고 이미지로 그려 보길 권했다. 책 《꿈꾸는 다락방》의 내용처럼 자신도 미래일기라는 것을 작성하고 생생하게 꿈꾸면서 원하는 것을 현실로 이뤘다. 결국 모든 것이 머릿속에 들어 있다. 안 된다는 생각도, 된다는 생각도. “어떻게든 자신을 믿고 한번 가 보세요. 가다 보면 또 다른 길이 열리니까요.”

인생UP데이트

꿈을 꾸면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단, 그 꿈을 이루는 부분에는 단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 미래에 대한 꿈, 1년 후 꿈, 1개월 후 꿈, 현실 가능한 작은 꿈부터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 나가다 보면 어느덧 본인이 꿈꾸고 있는 큰 꿈이 이루어져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죠? 하나씩 이루어 나가 보세요.

조한성 프로필
학력
- 계원조형예술대학교 멀티미디어 전공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예술경영 석사 졸업

주요 경력
- 국제예술대학교, 인천대학교 외 강의
- 한국공연예술학교(SPARK) 컬쳐네트워크마케팅과정 주임교수
- 現 스토리피 대표

주요 전시
- 홍보·마케팅: 뮤지컬 <김종욱 찾기>, <여신님이 보고계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태양의 서커스 <퀴담>, 연극 <유도소년>, <나와 할아버지>, <카포네트릴로지>, <사랑별곡>, 이은결의 <더 일루션>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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