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REA PERFORMING ARTS BOX OFFICE INFORMATION SYSTEM, 이하 KOPIS) 운영을 시작한 지 3년 차에 접어들었다. KOPIS는 공연정보·박스오피스 집계·통계정보 등 공연예술정보 통합관리시스템으로서, 기획·제작사 동의하에 예매처의 온라인 예매 및 현장 발권 정보가 KOPIS 관리시스템에 매일 자동으로 전송되고 이를 저장·분류·분석하여 공연정보 및 통계가 공개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성장 이후, 안정기에 다다르면 KOPIS가 제공하는 다양한 지표는 시장의 투명성을 담보하고, 공연예술 관계자 사이의 신뢰성을 높이는 동시에 진입장벽을 높게 느끼는 소비자에게 공연예술 저변 확대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홈페이지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홈페이지

2017년 1월 주요 예매처 6곳의 참여 이후, 2017년 8월 기준, 공연시설 23개, 예매처 9개가 정보제공 연계기관으로 참여하면서 KOPIS는 중장기적인 산업발전의 기반 마련’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그럼에도 시스템이 성숙기에 이르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KOPIS가 제공하는 기간·지역·장르·가격·창작구분·공연시설 별 통계 등은 모두 해당 기간에 따른 변화추이를 살피는 사후적 통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아쉽다. 아직 상당수 기획·제작사의 참여 부족으로 수집되는 데이터가 충분치 않아서다. 게다가 현재 진행형으로 활용할 수 없는 데이터는 대중에게 정보가 아닌, 진입장벽이나 다름없다.

최근 공연예술계는 시장 성장 규모 대비 공연 관객 증가율이 정체된 상태다. 시장의 중요 축인 소비자의 변화가 없다는 것은 진정한 시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따라서 공연시장의 지속적 확대와 성장을 위한 KOPIS의 역할에는 관계자와 기존의 관객뿐 아니라, 관심이 있어도 진입에 어려움을 느끼는 대중에게 유용한 정보 제공의 장으로서 자리매김하는 것 또한 요구된다.

그렇다면 동시대 대중은 어떤 정보를 선택하고 소비하는가. 어떤 유형의 정보가 대중의 관심을 끄는가. 대중 친화적인 KOPIS 운영을 위해 어떤 관점에서 데이터를 바라보고, 정보를 다뤄야 할지 살펴보았다.

공연이 ‘정보’로 인지되기 위한 필수조건

‘단순함’과 ‘편의성’은 동시대 대중을 붙잡는 필수조건이 됐다. 어렵고, 복잡한 것을 거부하는 습성은 올해 여름, 카카오뱅크 사례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났다. 출범 한 달 만에 계좌 300만 개를 돌파한 인기에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의 공도 크지만, 편의성을 가장 큰 이유로 들 수 있다. ‘7분 이내 계좌개설’ ‘스마트폰으로 24시간 금융거래 가능’ ‘공인인증서 불필요’라는 프로세스에서 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것이다. 은행이 보여주고 싶은 정보(광고) 대신, 소비자가 보고 싶은 정보(계좌 현황)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첫 화면에 바로 노출하는 등 ‘필요한 정보’를 ‘쉽고 편하게’ ‘취사선택’하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친절하게 반영한 것 또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단순 편리한 정보와 소비에 익숙한 대중이 공연예술 콘텐츠를 택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멀고’ ‘없고’ ‘복잡하다’는 것이다. 2016년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예술관객 확대를 위한 비관객 세분화 전략’을 보면, 일생 동안 공연 관람 1~3회인 경험 비관객의 경우 ‘공연장 접근성’ ‘정보 접근성’의 어려움을 공연 비관람의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어떤 공연이 있고, 어느 공연이 재밌는지’를 알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들이 공연예술 선택을 위해 가장 쉽게 비교한 타 문화활동은 ‘영화’였다. 심층 인터뷰에 참여한 한 응답자의 답변을 들어보자.

“영화는 당일 결정 및 구매가 편한 반면, 공연은 장소가 멀고 정보가 없다. 구매하기 위해 드는 노력이 크고 예매절차가 복잡한 반면 가치는 낮다.”

물론 분야 특성이나 인프라 측면에서 영화와 공연예술은 상당히 다르지만, 시장과 산업확대를 위한 대중 친화적인 정보의 중요성은 동일하다. 영화관과 달리 공연장은 접근성에 한계가 있기에 ‘공연(장)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요구된다. 장르 또는 개별 공연(작품)에 관객이 자신의 조건을 맞추는 기존의 정보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의 기회비용(위치·금액 등) 기준에 따라 취사선택을 이끌어내는 방법의 다변화를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타 분야, 특히 숙박 서비스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방식이기도 하다.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airbnb)의 경우, 사용자는 ‘시설(콘텐츠) 이용’을 위해 1차로 위치·날짜(기간)·인원수에 대한 정보를 체크한다. 이후 숙소 유형(집 전체, 개인실, 다인실)과 가격 범위(최소~최대)를 추가 설정하고,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도시 1박 평균가 등을 확인하며 자신에게 맞는 최상의 선택을 좁혀나간다. 일련의 과정에서 사용자는 유형화된 필터에 따라 자신의 취향과 필요를 점검하고 선택해 소비를 결정한다.

정보의 유형화로 선택이 용이한 에어비앤비 정보의 유형화로 선택이 용이한 에어비앤비

대중이 정보를 선택하고 소비하는 방식은 공연예술 분야에도 다르지 않게 적용되며, 현 공연예술계, 그리고 KOPIS에 기대되는 역할과 정보처리의 방향성도 마찬가지다. 현재 각각의 공연은 그저 흩어진 데이터에 불과하다. 소비자 선택에 유용하도록 처리하고 체계적으로 조직한 결과물, 즉 대중이 쉽고 편리하게 인지하고 선택하도록 구성되지 않는다면, 공연은 있되 정보로서 존재할 수는 없다. 어쩌면 위치기반 서비스를 활용한 ‘내 주변의 공연장 찾기’, 티켓 금액 데이터를 활용한 ‘3만 원으로 오늘 저녁 볼 수 있는 공연 리스트’ 같은 정보가 일반 대중에게 더 유용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알아서 차려주는 정보’로 진입장벽 낮추기

‘후기’ 또한 소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에버렛 로저스(Everett Rogers)가 기술과 문화제도 영역에서 소비자 집단 및 사회가 ‘불연속적 혁신의 변화’를 어떻게 수용하는지 설명한 ‘기술 수용 주기(Technology Adoption Life Cyle)’에선 변화에 따른 위험부담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소비자 집단을 크게 5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혁신수용자(innovators)·얼리어답터(early adop-ters)·전기 다수 수용자(early majority)·후기 다수 수용자(late majority)·비수용자(laggards) 가운데, 전체의 각각 34%씩을 차지하는 전기 다수 수용자, 후기 다수 수용자의 중요한 기준은 초기 수용자들의 평가나 후기, 여기에서 비롯된 검증과 신뢰도 높은 정보이다. 보수적이며 가격에 민감한 후기 다수 수용자 집단은 새로운 콘텐츠(상품)가 시장에 상당히 풀리고, 많은 이들이 그것을 사용해 그 품질과 신뢰도가 충분히 검증되고 가격조차 낮다면 이를 수용한다.

이러한 소비집단 분류는 오늘날 문화예술 분야에도 적용된다. 특히 이런 모델을 빈번하게 겪어온 영화계에선 ‘후기’에서 더 나아가, 이러한 데이터를 수치화, 유형화된 정보로 제시한다. 즉, 소비자가 보다 편리하게 정보에 접근하면서 고민의 시간을 단축해 소비를 촉진하는 것이다.

영화계에서 투자, 제작, 배급, 상영을 아우르는 CGV의 경우를 잠시 살펴보자. CGV 사이트에는 각각의 개별 영화 콘텐츠에 관한 1차 정보(예매율·당일 관객수·누적관객수) 외에 CGV 상영관 실제 관람 고객에게 추출한 데이터를 통해 ‘골든에그’로 평가 지수를 제공한다. 연령별, 성별 예매 분포 및 매력 포인트를 종합해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한 것이다. 특히 ‘매력 포인트’라는 타이틀 아래 5개 부문(감독연출·스토리·영상미·배우연기·OST)으로 개별 영화를 평가하고, 5개 영역 밸런스를 방사형 그래프로 시각화시킨 정보는 공연예술계와 KOPIS가 벤치마킹을 고려해볼 만하다. 이러한 정보 형태는 단순 장르 구분이 동시대 대중에게 더이상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없음을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평론, 관람객의 짧은 텍스트 후기만으로 대중의 공연예술 진입장벽을 낮추기란 결코 쉽지 않다.

관객 평가를 다양한 정보로 풀어낸 CGV 관객 평가를 다양한 정보로 풀어낸 CGV

최근 몇 년 사이 새로운 마케팅 패러다임으로 떠오른 ‘큐레이션 커머스’ 서비스 또한 데이터 유형화, 소위 ‘알아서 차려주는 정보’가 핵심이다. 큐레이터(curator)를 통해 검증받은 작품이 미술관에 전시되듯,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소비자의 필요와 취향에 맞는 상품과 스토리를 제시해 단시간 내 만족을 이끌어낸다. 이 형태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결정 장애로 인한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부담 없고 편하게 택할 수 있다는 면에서 적극 활용 중인 마케팅이다.

‘알아서 차려주는 정보’는 온라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어렵지 않게 이용되고 있다. ‘DB 검색’ ‘톱100’ 같은 랭킹 차트 외에도, ‘여름이 아쉬워서 듣는 음악’ ‘7080 추억의 노래’처럼 흩어진 정보를 특정 테마 아래 조합하는 채널이 적극적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또한, 소비자를 이러한 큐레이션에 동참시켜 공유, 확대의 다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이다.

사용자의 음원 큐레이션을 유도하는 네이버뮤직 사용자의 음원 큐레이션을 유도하는 네이버뮤직

‘큐레이션’은 분야를 불문하고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 필터링에 피로를 느끼거나 결정을 어려워하는 소비자, 또는 정보가 너무 없어서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소비자 모두와 접점을 이루는 마케팅이다. 이를 공연예술계, 무엇보다 민간 기획·제작사의 형편을 고려해 적용해본다면 KOPIS의 기능과 공공재로서의 역할은 더욱 막중하다.

마지막으로 KOPIS가 데이터를 가공해 내놓는 정보의 공유와 확대, 재생산을 염두에 둘 때, 1인 미디어의 중요성과 활용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오늘날 블로그, 소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공유하고 생산하는 1인 미디어는 대중에 의해, 대중을 위해 정보를 취사선택, 범주화한다. 실시간 소통으로 공유와 확산속도가 빠르고 파급효과 또한 상당하기에 현재 KOPIS에 데이터로 존재하는 개별 공연이 정보로서 기능하고 확산력을 갖추기 위해선, 사용자가 기존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을 활용해 공연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가 기본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공연시장의 투명성을 위해 기획, 제작사의 참여로 믿을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현재 KOPIS에게 맡겨진 숙제라면, 데이터를 활용해 대중-소비자 접점의 외연을 넓혀가는 방법론을 모색하는 것은 확대와 성숙기를 앞둔 KOPIS에 대한 기대이다. 더 나아가 이를 통해 공연산업의 성장뿐 아니라 적극적인 투자와 정책지원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일들로 이어지길 바란다.

* 본 칼럼은 월간 객석 10월호와 동시 게재됩니다.

  • 김선영
  • 필자소개

    김선영은 건국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학과 문화콘텐츠학을 전공했으며, 월간 <객석> 기자로 무대와 공연 뒤에 얽힌 사람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글을 써 왔다. 현재 문화콘텐츠 기획&컨설팅 전문 회사 GROUND FLOOR X의 콘텐츠 프로듀서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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