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10월 가을바람과 함께 서울아트마켓(PAMS)이 찾아왔다. 이번 서울아트마켓은 ‘중남미’ 지역을 포커싱 권역으로 선정하여, ‘포커스 세션’으로 심도 있는 공연예술 시장정보를 전달했다. 중남미 지역은 한-중미 FTA 협상 추진, 쿠바시장 개방 등 다양한 이슈를 가졌으며, 전통음악과 춤에서 고유의 색체를 갖고 있다. 웹진[예술경영]에서는 브라질 주요 연극제인 세나 콘템포라네아의 알라오르 로사(Alaor Rosa), 멕시코 국립예술원의 관테목(Cuauhtemoc Najera Ruiz), 칠레 산티아고 아 밀 국제축제의 까로리나 로아(Carolina Roa)를 만나 중남미 주요 공연예술축제 및 기관에 대해 인터뷰하고, 서울아트마켓에 대한 소회를 들어보았다.

* 인터뷰 일정 변경으로 인해 알라오르 로사와 관테목 나헤라 루이즈의 인터뷰는 사진 및 기사로 대체합니다.


멕시코에 진출할 해외 아티스트를 발굴하러 왔다

과테목 나헤라 루이즈(Cuauhtemoc Najera Ruiz)
멕시코 국립예술원 총괄코디네이터
(INBA-Instituto Nacional de Bellas Artes)

과테목 나헤라 루이즈(Cuauhtemoc Najera Ruiz) 과테목 나헤라 루이즈(Cuauhtemoc Najera Ruiz)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나는 1983년부터 이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데 중간 10년간은 멕시코 국립 자치 대학교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무용수로 시작해서 현재는 예술 감독, 무용 프로모터이자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국립예술원에서는 무용 총괄코디네이터로서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공연을 제작하고, 국내 프로젝트를 만드는 일과 함께 멕시코 출신 무용수들이 외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속해있는 멕시코 국립예술원(INBA-Instituto Nacional de Bellas Artes)은 어떤 기관인가? 국립예술원은 국내 문화 보급을 위한 중요한 기관 중 하나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작품 제작 외에 20세기 멕시코의 작품을 보존하고, 그 밖에 예술 교육과 연구 기록 보존의 역할도 하고 있다.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정부 출연금으로 매년 지원금을 받아 운영된다.

멕시코 사람들은 어떤 장르의 공연예술을 선호하나? 국립예술원에서는 관객개발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멕시코에서는 민속무용과 발레가 가장 인기가 많고 이와 관련한 문화 전파 캠페인도 하고 있다. 그리고 대중들에게 조금 더 다가가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그 중 무용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은 초·중·고등학교 연계 프로그램이다. 1년 동안 어린 학생들이 극장에 방문하는데, 매주 금요일에 극장에 와서 공연을 보고 아티스트들과 소통하도록 구성되어있다. 이와 같은 기획을 통해 학생들이 무용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한다.

정부의 지원 없이 순수 예술 창작이 쉽지 않다. 멕시코의 창작 지원정책은 어떠한가? 멕시코에는 중앙정부와 주(州)정부 산하 문화 증진 프로그램이 있다. 멕시코 문화부 소속 기관으로 FONCA(Fondo Nacional para la Cultura y las Artes)에 예술 진흥을 위한 국가기금이 마련되어 있다. FONCA는 한국의 KAMS와 유사한 기관으로, 멕시코 예술가들이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금을 운영한다. 공개적으로 지원자를 모집하고, 보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아티스트들이 직접 프로젝트를 심사한다. 이 밖에 다른 기관들도 아티스트를 양성하기 위해 투자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연방 정부의 프로젝트 중 무용협회가 매년 독립 아티스트들과 제작을 해오고 있는데, 전체 비용을 지원하지는 못하지만 데뷔 프로젝트에 필요한 비용의 절반 정도를 지원한다. 이 밖에도 주정부나 도시에서도 예술 진흥을 위한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기관은 FONCA로, 실질적으로는 전국에 아티스트 발전을 지원하는 기관이 있는 셈이지만 충분하는 않다. 아티스트 지원 시스템이 갖춰진지 이제 거의 20~30년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앞으로도 더 개선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2017 서울아트마켓에 초청된 계기가 있다고 들었다. 예술경영센터에 서울아트마켓이 있다면, 멕시코에는 앞서 말한 FONCA에 ENARTES(El Encuentro de las Artes Escénicas)라는 마켓이 있다. INBA와 FONCA의 협업으로 ENARTES가 개최되는데, ENARTES의 공연들이 INBA의 극장에서 상영되기 때문에 INBA와 ENARTES의 조직위원회와도 상호간 함께 일한다. FONCA는 공연을 제작하거나 상영하는 일을 하지 않지만, 내가 소속된 INBA는 공연을 제작하고 상영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INBA가 실질적인 제작자이자 프리젠터라고 할 수 있다. ENARTES가 멕시코의 연극, 음악, 무용과 같은 공연 예술 분야를 알리기 위해 해외 프리젠터와 제작자들을 초청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프리젠터로서 한국의 아티스트들을 멕시코에 소개하기 위해서 이번 서울아트마켓에 오게 되었다. FONCA는 멕시코 아티스트들의 해외 진출을 방안을 모색하는 일을 하고 저는 반대로 이곳에서 멕시코에 진출할 수 있을 만한 해외 아티스트들을 발굴하기 위해서 온 것이다.

한국 공연예술이 중남미, 멕시코 지역에 진출한다면 어떤 루트로 가능할까? 어떤 장르가 가능성이 있을까? 멕시코는 굉장히 넓은 국토 면적을 지닌 국가이다 보니 다양성의 폭 또한 넓다. 어떤 장르의 한국 무용이 진출하더라도 멕시코에서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멕시코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는 민속 무용이고, 민속 무용보다는 적은 수이지만 그 다음으로 현대 무용이 가장 인기 있다. 한 마디로 거의 모든 예술 분야의 애호가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특히 한국의 현대 무용에 관심이 있다.


틀을 깨는 진보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

알라오르 로사(Alaor Rosa)
브라질리아 국제연극제 세나콘템포라네아 디렉터
(International Theatre Festival of Brasilia Cena Contemporânea)

알라오르 로사(Alaor Rosa) (우),  마르셀로 다미안 자모라(Marcelo Damian Zamora) (좌)  알라오르 로사(Alaor Rosa) (우), 마르셀로 다미안 자모라(Marcelo Damian Zamora) (좌)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태어났고 이 일을 시작한 지는 35년이 되었다. 상파울루에서 다양한 연극 감독들과 일했는데, 브라질의 유명한 작가인 넬슨 로드리게즈의 제안으로 브라질리아로 가서 우고 로다스라는 감독의 ‘세뇨라 데 로스 아오가도스(‘Señora de los ahogados)’라는 작품에 참가하게 되었다. 처음 2달간만 브라질리아에 머무를 예정이었는데, 이 작품이 라틴아메리카 투어를 하게 되면서 5년간 브라질리아에 머무르게 되었다. 5년 후, 상파울루로 돌아가는 대신 상파울루의 집을 팔고 브라질리아로 이사 와서 현재까지 살고 있다. 현재의 세나콘템포라네아에는 16년 전부터 일했는데, 최근 3년 전, 당시 제작감독이 브라질리아의 문화부 장관직을 제안 받게 되면서 내가 제작감독으로 일하게 되었다. 동시에 세나콘템포라네아의 큐레이터로도 활동하면서 페스티벌에 출품할 작품을 선정하는 일도 도맡았다.

속해있는 세나콘템포라네아는 어떤 연극제인가? 나는 19년 동안 세나콘템포라네아를 통해 전 세계 다양한 국가의 제작사들을 초대했다. 이는 단순한 초청을 넘어 문화 교류의 일환이다. 세나콘템포라네아는 연극, 무용, 음악, 영화 등 다양한 예술 공연 분야를 선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분야들이 융합된 다원분야 공연도 선보이고 있다. 재원 면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 우리는 중앙정부·주정부·시 차원의 다양한 예술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 채택이 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그 밖에 브라질의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 이동통신회사인 텔레포니아(TELEFONIA), 브라질 연방은행인 카샤(Caixa Econômica Federal), 사회적 기업인 세스키(SSESC)의 지원을 받고 있다.

세나콘템포라네아에서, 혹은 당신이 작품을 선정하는 경향이나 중요시하는 점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세나콘템포라네아에 비전통적인 요소를 갖춘, 틀에 박힌 작품이 아니라 기존의 틀을 깨는 진보적인 요소를 갖춘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 완전히 새롭고 선구적인 것을 선호한다. 3년 전부터 배우 활동을 중단하고 세나콘템포라네아 제작감독으로서 페스티벌에 출품할 작품들을 모색해왔다. 주제나 이슈를 생각한다면, 성평등과 여성에 대한 폭력 등이 남미에서 논의되는 주요 현안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작품을 발굴하고자 한다. 추가로 이민자들이나, 억압받는 사람들과 같은 사회 소수자들의 인권 문제를 다루는 작품들에도 관심이 많다.

이번 서울아트마켓에서 인상적인 한국 공연이 있었나? 한 작품만 콕 집어서 이야기하는 건 실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서너 개의 작품밖에 보지 못했다. 한국 공연들 중 현대 기술과 전통음악이 융화된 작품들을 많이 보여 흥미로웠다. 단순히 한 가지 요소만이 아닌, 전통음악과 현대 기술이라는 상반되는 두 요소를 융합했다는 점이 내가 추구하는 전통을 깨는 새로운 방식과 그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제작 방식에 큰 관심을 가지고있다.

서울아트마켓에서의 소감은 어떤가? 더불어 알라오르 로사의 포르투갈어 통역을 도와준, 마르셀로의 소감도 궁금하다.
<알라오르 로사>
서울아트마켓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가 방문했던 마켓 중에 행사규모가 가장 크고 굉장히 많은 나라들이 참가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과 브라질 간의 교류가 체결되기도 바라지만, 그것을 넘어 세나 콘템포라네아를 통해 서울과 브라질리아 도시 간의 교류가 활발해지기를 희망한다.

<마르셀로 다미안 자모라(Marcelo Damian Zamora), La Red(중남미 기획자연합회) 대표>
한국은 총 세 번 방문했었는데, 서울아트마켓은 이번이 두 번째다. 개인적으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다. 나는 상파울루에 있는 한-아르헨티나 문화교류센터 운영진이다. 센터는 총 5명으로 구성되어있고, 한국문화 전파에 힘쓰고 있다. 나는 외교관처럼 아르헨티나에 한국을 알리고 더 많은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한국에 방문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그리고 한국과는 또 다른 인연이 있는데, 한국 현대무용단체 ‘모던테이블’과 같은 팀들과도 일해 왔다는 점이다. ‘모던테이블’은 벌써 중남미 지역에 8번이나 방문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을 굉장히 좋아하고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지역까지 방문해준다는 것을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

칠레 연극을 소개할 수 있어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낀다

까로리나 로아(Carolina Roa)
산티아고아밀 국제축제 프로그래밍 코디네이터
(Santiago a Mil International Festival)

까로리나 로아(Carolina Roa)  까로리나 로아(Carolina Roa)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나는 국제 산티아고 아 밀 축제(Santiago a Mil International Festival)에서 프로그래밍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아 밀 연극 재단에서는 7년째 일하고 있으며, 칠레 공연예술 회사들이 해외로 프로모션 나가는 일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프로그래밍 코디네이터로서 카르멘 로메로 감독과 함께 페스티벌에 초청하는 작품의 공연 콘텐츠에 대해서 의논하고 총괄하고 있다.

속해있는 산티아고 아 밀은 어떤 재단이며, 어떤 축제인가? 산티아고 아 밀 페스티벌은 칠레의 민주주의가 도래한 1994년에 창설되었다. 초창기에는 연극을 만들고자 의기투합한 사람들의 모임으로 출발했다. 2004년에 이 축제가 기반이 되어 아 밀 연극 재단이 되었다. 재정적으로는 문화 증진 및 장려와 후원 기업의 세금 면제를 도모하는 ‘문화활동진흥법’에 의해 민간 기업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이를 통해 축제는 계속 성장할 수 있었고, 더 많은 다국적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었다. 산티아고 아 밀 축제에서는 국내 및 해외 공연 공동 제작과 관련한 일을 한다. 문화를 향유하기 어려운 산티아고 및 칠레의 취약계층에게 문화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지역 공동체를 위한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다. 또한 해외 기관들과 연계하여 칠레의 젊은 예술 전공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자 한다. 국제교류 면에서는 국내 공연예술단체의 국제화로, 공연단체가 세계로 진출하여 굵직한 국제 행사에서 공연하면서 국제무대에서 칠레 연극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축제에 어떤 단체들을 초청하는지, 어떤 공연들에 흥미를 갖는지 궁금하다. 해외 작품을 선정하는 일은 카르멘 로메로 감독이 하고 있지만, 우리는 1년 동안 칠레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해외 작품을 찾아 전 세계를 돌고 있다. 우리는 다른 축제와는 달리 축제의 테마가 따로 없다. 다양한 주제의 작품을 선정하며, 주제에 대한 그 어떤 제약도 없는 열린 축제이다. 거리에서 관중들과 함께 하는 거리 공연, 정치극에도 관심이 많다. 예술가들이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세상에 직접 질문을 던지게 하고 또 고찰하게 만드는 작품들을 모색하고 있으며, 우리 축제가 그들을 위한 장이 되길 원한다.

칠레 문화예술계에 중요한 이슈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최근에 칠레에 굉장히 좋은 소식이 있다. 저번 주(10월 2주)에 문화부 창설 법안이 통과되었다. 현재까지는 국립 문화예술위원회밖에 없었으나, 내년부터 혹은 조만간 문화부가 신설이 될 것이다. 이는 곧 문화계에 새로운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적어도 국가가 우선과제로써 예술 문화 분야에도 보건이나 교육 분야만큼의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해줬으면 한다. 예술 문화 분야에 재정이 증가해야 하는 상황인데, 지금 문화계는 벼랑 끝에 내몰려 국가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문화부 창설로 문화의 위상이 한층 더 높아지고 예술 문화 분야가 주요 국정 과제 중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2017 서울아트마켓 해외쇼케이스 선정 작품인 <식물인간(Vegetative State)>의 한 장면 2017 서울아트마켓 해외쇼케이스 선정 작품인 <식물인간(Vegetative State)>의 한 장면
2017 서울아트마켓 해외쇼케이스 선정 작품인 <식물인간(Vegetative State)>의 한 장면

서울아트마켓에서 포커싱하는 중남미 지역의 참가자로서, 이번 마켓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 이번 서울아트마켓을 통해 처음 서울을 방문하게 되었다. 지리적으로 한국과 칠레는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지만, 신기하게도 우리의 성향이나 다른 것에 대한 호기심 등 유사한 점이 많다. 이러한 공통점이 우리 양국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함께 프로젝트를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줄 거라 생각한다. 서울아트마켓에서의 경험은 규모 면에서 굉장히 놀라웠다. 짧은 시간에 굉장히 다양한 한국의 제작사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생산적인 시간이었고, 이로 인해 새로운 연락망이 생겼다. 중남미 지역으로서는 해외 쇼케이스에서 칠레 ‘마누엘라 인판테’의 <식물인간(Vegetative State)>라는 작품을 소개할 수 있어 의미가 깊다. 칠레의 연극이 중남미 지역을 대표하는 공연으로 선보이게 된 것에 굉장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낀다. 이번 서울아트마켓은 중남미 지역의 현대 작품을 소개하고, 또 전 세계에 우리 칠레의 연극을 알린 절호의 기회였다. 서울아트마켓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에 굉장히 기쁘고 또 이러한 기회를 마련해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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