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진은 순수 음악 전공자이지만, 현실 판단이 빠르고 효율적 과정으로 자신의 적성과 직업을 경험하고 선택해 왔다. 자신의 상황과 조건 안에서 가능한 한 많은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활용하고자 했던, 20대 청년들을 위한 실천적인 방법론을 들어 본다.

막연하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음악을 했다. 어머니는 음악가로 활동 중이고, 동생 역시 예고와 예대를 나와서 바이올린을 하고 있다. 엄마와 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준비된 케이스였지만 그는 달랐다. 대학에 가고 싶어서 선택한 것이 음악이었고, 막상 대학에 들어가니 꿈이 사라졌다.

“어머니와 동생이 음악을 해서 어쩌면 자연스럽게 악기를 공부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는 대학 입학을 위한 것이었어요. 너무 솔직한가요? 근데, 그게 사실이에요. 예체능 입학생 중에 예술가로서의 목표 의식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저처럼 현실적인 부분 때문에 선택한 사람도 있다고 봐요. 그래서인지, 대학 진학 후 스스로 연주자의 직업을 선택하기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는 막연히 연주자의 꿈을 갖고 시간을 낭비하고 싶진 않았다. 안정적으로 살기 원하는 부모님께 스물다섯 살까지 하고자 하는 것을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경제적 독립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양한 경험에서 진로를 찾기로 했다.

학생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어떤 방법을 찾았나요? 1~2학년 때 댄스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선배들을 만났는데, 가급적 궁금한 분야를 전공하는 분들을 만나 친해지면서 정보와 지식을 습득했어요. 3학년 1학기 때 휴학을 하고 댄스 강사를 하면서 취미 생활로도 돈을 벌 수 있겠다, 음악 안 해도 먹고살 수 있겠다 싶었죠.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해 보자는 추진력이 생겼어요.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대신, 마음대로 사는 게 조건이었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 레슨도 계속했어요.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계속해서 고민했죠.

팟캐스트 활동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3학년 2학기 때 댄스 동아리와 강사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izi -응급실’의 작곡가가 팟캐스트를 같이해 보자고 제안했어요. 저는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6개월 동안 참여했었죠. 그분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시는 분이고 음악 전공이 아닌데 음악으로 성공하신 분이었거든요. 방송을 함께하면서 편견이 많이 깨졌어요. 음악 공부를 해도 음악이 아닌 것으로 성공할 수 있겠다, 클래식만 파는 건 답이 없겠다고 확신했죠.

팟캐스트 내용은 어떤 것이었나요? <실음톡>이라고, 실용음악 전공자를 위한 방송이었어요. 작곡가, 실용음악 컨설턴트, 음향 엔지니어링 감독님과 함께 총 4명이 실용음악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대답들을 들려주었어요. 제가 클래식 전공이라 일반인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질문하니 반응이 좋았어요. 그때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알게 됐고, 클래식 전공이 알려 주는 진로가 전부는 아니라고 확신했죠. 어렸을 때 잠시 드라마 음악감독이 꿈이었는데, 팟캐스트를 하면서 실상을 알고 빨리 접었어요. 많은 분이 직업의 화려한 단면만 보고 들어가서는 바로 포기하기도 하잖아요. 팟캐스트를 경험하지 않았다면 저도 4~5년을 허비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작은 경험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극한 현실주의자이면서 철저한 경험주의자

그는 지극히 현실주의자다. 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50, 60대까지의 재정 계획도 다 세워 놨을 정도다. 스무 살 때부터 주택 청약, 저축 보험, 적금, 펀드도 다 들어 놨다. “돈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돈을 생각하다 보면 현실이 보이거든요. 직장에 다니면서 내 집을 마련하는 건 무리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서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철저한 경험주의자이기도 하다. 어떻게든 돈을 아끼기 위해 시중 은행 열 곳의 체크카드도 다 써 봤다. 가장 적합한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사기도 당해 봤다. “직접적으로 돈에 관계하다 보면 현실이 더 잘 보여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실행력이 좋은 편이라서 경험에서 배운 것을 적용하려고 했어요.” 그렇게 하고 싶은 것에 쓰려고 돈을 모으면서도, 정작 그 자신을 위해서 사치를 부리는 일은 없었다.

《꿈을 찾는 음대생》이라는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작년에 미국 여행을 계획하면서 줄리아드 음대생 인터뷰를 해 보기로 했죠. 성공한 선생님들이나 선배들의 입장이 아닌, 불안정한 미래를 고민하는 또래 입장에서 음대생들에게 다양한 진로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있는 게 필요하다 싶었어요. 실제로 많은 음대생이 다른 길을 몰라서 준비를 못 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책을 써야겠다는 확신이 섰죠.

독립 출판이 유행인 시대이긴 해도, 20대가 본인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방법을 찾았나요? 제가 뭔가 해야겠다 싶으면 무조건 뛰어드는 성격이라, 포털 검색창에서 실용 서적 출판사 100여 개를 검색해서 자비 출판 조건이 좋은 곳을 찾아 이메일을 보냈어요. 그렇게 음대생이 생각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25명을 인터뷰해서 《꿈을 찾는 음대생》을 출판했고 다행히 반응이 좋아 올 상반기에 개정판이 나와요. 전 이게 잘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서점에 갔을 때 좋은 대학에 좋은 인맥이 있는 사람들의 조언이 아니라, 어중간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 필요했었거든요. 이걸 계기로 해서 《20대가 20대에게》라는 책도 썼어요.

20대 사업가로서의 다양한 도전

2016년 1월, 아홉 명의 제자와 콘트라베이스 연주회를 했다. 댄스 동아리에서 공연을 만들고 홍보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시도할 수 있었다. 공연 기획부터 제작, 홍보 마케팅까지 스스로 준비하고 자비로 충당했다. 힘들었지만 굉장히 뿌듯하고 재미있었다. “아마추어 공연이긴 했지만, 전문 공연에서 느낄 수 없는 감동과 행복감이 있었어요. 관객 수나 규모에 상관없이 제가 어떤 공연 기획에서 희열을 느끼는지 알 수 있었죠.”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전문적으로 다양하게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때부터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준비했다.

여러 사업자를 운영하고 있는데, 어떤 사업을 하고 있나요? 제 이름을 딴 ‘LSJ 컴퍼니’는 음악 관련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예요. 그리고 출판한 내용을 저자로서 잘 홍보해서 많은 학생이 알 수 있게 하려다 온라인 마케팅에 눈을 떴어요. 포털 상위에 노출할 수 있도록 하는 건데, 온라인 마케팅은 포털의 플랫폼 운영 방향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마케팅 패키지를 묶어 파는 것이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다 글을 쓸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온라인 마케팅을 컨설팅하는 ‘위드에스’를 열었어요. 이후 프리랜서를 위한 개인 마케팅의 니즈가 생길 거라 생각해서 올 1월부터는 퍼스널 브랜딩 사업을 진행 중이에요.

일을 하다 보면 힘든 일도 있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나요? 작년에 공연 기획을 하고 나서 바로 미국에 건너가 인터뷰를 하며 책을 기획하고, 귀국해서 책을 쓰고 사업을 시작했어요. 학교도 다니면서요. 이게 불과 1년도 안 된 시간에 벌어진 일이죠. 처음에 이런저런 사업을 시작할 때 불안감이나 심리적 압박감이 있었어요. 특히 작년 11월 말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그러다 책을 읽으면서 나 혼자만 힘든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저는 힘든 걸 오래 가지 않게 노력하는 편이거든요. 무엇보다 내려놓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고 하죠. 경영학과 공부를 한 적은 없지만, 관련 책들을 꾸준히 몰입해서 보는 것으로 휴식을 가져요.

돌이켜보면 사업을 하면서 찾아오는 심리적 압박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돈 생각이 나고 할 것이 너무 많아서 숨이 막혔다. 마치 돈의 노예가 된 것처럼. 그럴 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준 것이 책이었다.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를 읽으면서 인생의 아름다운 점들을 다시 발견했다. ‘20대니까 겪게 되는 힘든 과정이다’, ‘나뿐만 아니라 다들 힘들구나’ 하는 공감이 큰 힘이 됐다.

도전과 패기는 20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실수해도 이해받을 수 있는 나이니 말이다. 이것저것 많이 해 봐서 다양한 길이 열린 것이지, 아무것도 안 했다면 아무 길도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그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인생UP데이트

같은 또래라 더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것들을 꼭 했으면 해요. 5~10년 정도 선배들이 후회하면서 하는 말들을 곰곰이 살펴보니, 20대에 해야 할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그렇게 목록을 만들어 해 보고 거기에 더해서 하고 싶은 걸 해 보면 그건 실패가 아니죠. 학생이어서 조금 더 용기를 내고 패기 있게 도전해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이서진 프로필
학력
- 이화여대 관현악과 재학중

주요 경력
- 저서《꿈을 찾는 음대생》,《20대가 20대에게》
- 스포츠 서울 주최 ‘차세대 리더상(음악 부문)’ 수상
- 한국소상공인지원센터 주최 ‘문화발전진흥대상(작가 부문)’ 수상
- 팟캐스트 <실음톡> 방송작가 및 진행(2015)
- 아시아 모델페스티벌 어워드 축하공연, KBS ‘불후의 명곡’ 연주(2016)
- 現 크로스오버 밴드 <키조이스>
- 現 LSJ 컴퍼니 대표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