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16 공연예술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공연예술 국내 시장규모는 2013년을 정점으로 하락과 정체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공연예술분야의 위축은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 등 사건들의 영향도 그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최근 공연예술분야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하며 새로운 정책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예술지원과 공연예술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방향

공연예술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방향은 예술지원과 공연예술시장의 활성화로 구분될 수 있다. 먼저 직접적인 정부지원 방식으로 공연예술분야 지원사업이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지역문화재단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공연예술단체를 대상으로 창작과 공연활동의 활성화를 지원하는 공급확대정책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공연예술의 공급확대정책은 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으로 우수한 공연을 공급해 관람객을 유치하여 결과적으로 공연예술의 향유 확대를 목적으로 한다. 그동안 직접적인 정부지원방식으로 예술지원은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되어 왔으며 예술이 정부와 사회적 지원의 대상임을 부정하지 않는 한 예술에 대한 지원은 우리 사회의 수준과 경제규모에 따라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간접적인 정부지원방식으로는 공연예술마켓을 활성화하여 공연예술단체들이 제작한 작품을 국내외로 유통할 수 있는 길을 개척하고 우수한 공연 레퍼토리를 보유한 예술단체들이 공연산업의 주요한 시장주체로서 자리 잡도록 유도하는 방안이다. 이 글의 주요 관심분야인 예술시장의 활성화 측면은 그간 정책적으로 다소 소홀하게 다뤄져왔다. 공연예술분야는 시장의 형태를 명확히 갖추고 있으며 산업적 구조가 비교적 명확한 만큼 예술시장 활성화를 통한 공연예술 육성 정책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추진이 필요하다.

국내 공연예술마켓은 중앙정부 문화예술기관인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서울아트마켓(PAMS)과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의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이 각각 해외와 국내를 타깃으로 하며, 지역문화재단으로는 경기문화재단의 경기공연예술페스타(G-PAFe)가 아트마켓형 페스티벌을 표방하는 대표적 사례이다. 특히 시장은 플랫폼 비즈니스가 중요하며 강력한 플랫폼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상호협력과 네트워크 구축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제까지 공연예술시장은 국내와 해외, 중앙과 지역이 각각 운영해오면서 강력한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필자는 공연예술마켓 활성화를 위해 경기문화재단의 경기공연예술페스타의 현황과 의미를 중심으로 서울아트마켓과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의 협력방안을 모색해보려 한다.

국내 주요 공연예술마켓의 현황

경기공연예술페스타(G-PAFe 2017)는 올해 1월 제3회를 진행한 초창기의 페스티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주목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광역문화재단인 경기문화재단의 공연예술지원사업을 기반으로 추진되는 아트마켓형 페스티벌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이 페스티벌은 경기문화재단의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의 선정단체와 공연예술분야 창작지원 선정단체 약 30여 단체 중에서 지원성과가 우수한 3작품을 <베스트콜렉션>으로 선정하여 공연프로그램으로 선보인다. 또한 경기문화재단이 1년간 지원한 공연예술단체가 참여하는 아트마켓 <공연중매프로젝트>를 경기도 및 전국 공연장의 공연기획자 등을 대상으로 개최하여 30여건의 초청실적을 거두는 등 내실 있는 아트마켓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2017 G-PAFe - 아트마켓 공연중매프로젝트(좌) 및 베스트콜렉션 작품 <명랑음악극, 앤> 2017 G-PAFe - 아트마켓 공연중매프로젝트(좌) 및 베스트콜렉션 작품 <명랑음악극, 앤>
2017 G-PAFe - 아트마켓 공연중매프로젝트(좌) 및 베스트콜렉션 작품 <명랑음악극, 앤>

이 페스티벌의 특징은 첫째, 공연예술 지원사업의 성과 평가를 거쳐 진행되는 후속지원프로그램이자 공연예술마켓을 통한 간접지원이 결합된 새로운 지원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지원사업의 성과인 신작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베스트콜렉션(공연프로그램)을 선정하여 공연기회 제공으로 후속 지원하고, 공연중매프로젝트(아트마켓)의 성과로 실질적인 지원 효과를 거두고 있다. 둘째, 경기문화재단을 중심으로 기초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경기지회의 협력과 참여를 통해 지역의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과 관련된 참여주체들을 연결하여 추진체계를 구축하였다. 또한 지역 문예회관 연합회는 공연예술단체의 작품들을 구매하는 1차적인 구매자로 기능하면서 아트마켓의 성격을 더 강화하게 된다. 이와 같이 지역 내 광역 및 기초문화재단, 문예회관 연합회와 공연예술단체로 연결된 추진체계와 지역 내 공연예술의 유통 기반은 경기공연예술페스타의 중요한 특징이다. 셋째, 이 페스티벌은 공연예술단체가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한 성과를 모아 국내시장을 표적으로 하는 실질적인 아트마켓형 페스티벌을 추구한다. 이 페스티벌에서 공연예술마켓의 2차 구매자를 전국의 문예회관을 대상으로 공연기획자 초청, 레퍼토리북 배포 등에 힘쓰며 행사규모의 확장보다는 내실 있는 접근에 집중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공연 초청 실적의 50%는 지역 내에서 이루어지고 나머지는 전국의 공연장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경기공연예술페스타는 지역 내 공연예술 지원성과를 내용으로 개최되는 아트마켓형 페스티벌로서 그 한계가 분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공연예술마켓과 연계, 교류협력이 필수적이다.

2017 서울아트마켓(PAMS) 개막행사(좌) 및 부스전시(우) 2017 서울아트마켓(PAMS) 개막행사(좌) 및 부스전시(우)
2017 서울아트마켓(PAMS) 개막행사(좌) 및 부스전시(우)

서울아트마켓은 올해 13회를 진행한 공연예술분야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트마켓이자 국제교류행사로 평가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도하고 있으나 이외의 문화예술기관과 예술단체의 참여가 그리 활발한 편은 아니다. 올해 서울아트마켓에는 43개국에서 430여명의 해외 관계자가 방문하였다고 한다. 문화예술단체와 기관은 공연예술의 해외 진출을 모색하면서 이러한 국제적인 규모의 아트마켓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한 서울아트마켓은 공식 쇼케이스인 <팸스초이스>, 부스 전시 등 주요 프로그램에 다양한 공연예술마켓과 문화예술기관 간의 협력을 도모하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해외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아트마켓이 공연예술단체는 물론이고 관련기관의 참여 없이는 그 역할에 충실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양한 문화예술기관이 참여하여 공연예술단체의 해외프로모션을 지원하거나 해외 참여단체와 기관들과의 국제교류네트워크 구축을 유도하는 것이 서울아트마켓의 핵심적 역할이 되어야 한다.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은 올해 10년째 진행되고 있는 국내 최대 공연예술마켓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이끌고 있으며 전국의 문예회관 관계자와 공연예술관련 단체 등 관계자 2만여 명이 참가한다. 행사규모와 주요 참가자들만 본다면 국내 공연시장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수준의 공연예술마켓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은 교류사업으로는 성공적이지만 공연예술마켓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페스티벌이 공연예술마켓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우수한 공연단체 유치를 목적으로 지역문화재단 협력과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으며 또한 공연예술마켓의 구매자 확대를 위해서는 전국의 공연예술분야 축제와 공연예술마켓 관계자의 협력과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한다.

2017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의 포럼(좌)과 라운드테이블(우) 2017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의 포럼(좌)과 라운드테이블(우)
2017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의 포럼(좌)과 라운드테이블(우)

협력과 참여, 그리고 네트워크 구축

경기공연예술페스타가 주목받는 이유는 지역의 문예회관연합회와 협력을 바탕으로 추진동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지역에서 생겨나고 있는 공연예술마켓과 페스티벌은 그 의미와 가치는 높지만 그 자체로 완결된 페스티벌과 아트마켓으로 확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역의 공연예술마켓과 페스티벌은 해외 진출과 국내유통 활성화를 위해 서울아트마켓과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서울아트마켓에서 만날 수 있는 서울, 부산, 경기 등 지역문화재단들의 부스전시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은 전국의 문예회관에 공연을 소개하는 다양한 예술단체가 구조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야한다. 그 대표적인 대상이 지역문화재단과 지원받고 있는 예술단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공연장 운영기관이자 예술지원기관으로서 지역문화재단이 참여하는 페스티벌이 예술단체들과 함께 하는 공연예술 마켓이 될 필요가 있다. 서울아트마켓 또한 중앙과 지역의 문화예술기관의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한다. 해외진출을 모색하기 위해서 전략적 예술단체와 해외기획자들만으로 구성되는 국제아트마켓으로는 제한적인 마켓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국내 대표적인 예술단체와 전문 공연장 관계자, 축제 조직위 관계자들의 네트위크 구축을 위해 한국문예회관연합회, 지역문화재단 등이 협력하고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더 확대해야한다.

결론적으로 공연예술 활성화를 위한 국내 공연예술마켓의 협력 방안은 협력과 참여 그리고 네트워크 구축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주요 사례로 언급된 서울아트마켓, 해비치아트페스티벌, 경기공연예술페스타 등 공연예술마켓 또한 서로 참여하고 교류해야한다. 각자 서로의 공연예술마켓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서울아트마켓에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와 전문공연장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해비치아트마켓에서의 국제교류를 위한 서울아트마켓과의 협력을 기대해본다. 국내 공연예술마켓은 지역, 국내, 국제 등 각각의 고유한 영역을 특화하고 보완적인 관계를 통해 서로 발전해갈 수 있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 권신
  • 필자소개

    권신은 현대아산과 경기문화재단에서 문화사업, 문화기획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을 수행해 왔으며 2015년부터는 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팀 부장으로 문화예술지원사업 기획 및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 등 공연예술지원사업과 경기공연예술페스타를 담당하고 있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