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독창적인 문화예술을 육성하고 지역민의 문화향수권을 신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전국 각 지역의 특성화된 대표공연예술축제를 선정 및 지원해오고 있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2006년부터 매년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행사의 평가를 주관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는 평가뿐만 아니라, 평가결과의 현장 환류 강화를 목적으로 전문가 컨설팅을 시행하고 있다. 지원대상 중 희망단체로 하여금 행사 자체의 질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2016년 1개로 시작한 컨설팅이 올해는 4개 행사로 확대되었다. 컨설팅 분야는 홍보마케팅, 프로그램 기획, 운영 및 조직관리 총 세 분야로 나뉘며 단체에서는 컨설팅 분야 중 하나를 선택하여 각 분야 전문가 2인에게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올해는 홍보마케팅에 1개, 프로그램 기획에 3개 단체가 신청하였다. 그 중 컨설턴트와 단체 간 상호소통이 원활하고 적극적인 컨설팅이 이루어진 사례로써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이하 밀양축제)의 컨설팅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처음 예술경영지원센터로부터 연락을 받았을 때 밀양축제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웠다. 2010년 연희단거리패와 공동제작으로 연극 <오구> 서울 공연을 준비하던 중, 이에 앞서 밀양에 다녀왔던 여름 밤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당시 강부자, 오달수 배우와 함께 무대에 올랐던 <오구>는 밀양 연극촌 성벽극장에서 말 그대로 한 여름 밤 축제를 벌였다. 어느덧 올해로 열일곱번째를 맞았고, 지난 해 ‘지역대표 공연예술제 지원사업’에서 A(최우수)등급을 이미 획득해 아쉬울 것 없을 터인데 홍보마케팅 분야로 컨설팅 요청을 자원한 것 또한 반가웠다. 더욱 ‘지역대표’라는 명성에 걸맞게 앞으로 나아감에 있어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아주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구나 싶어 컨설팅 참여에 앞서 기대감이 커졌다.

축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위한 하나의 질문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다음을 기약하는 가을이 되어서야 축제를 주관하는 사단법인 밀양연극촌의 김철영 사무국장을 만났다. 축제 홍보마케팅 분야를 사후 평가한다고 가정했을 때, 보통은 예산은 어느 정도였는지, 어느 매체에 광고를 집행했는지, 기사는 많이 다루어졌는지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할 것으로 짐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 다르게 접근하고 싶었다. 첫 질문은 이것이었다.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를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또 “다녀간 관객들이 ‘이 축제를 무엇이다’라고 말하며, 어떻게 경험하고 돌아갔을까요?” 라는 질문을 먼저 건넸다. 재미있는 첫 대답은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라는 이름이 다소 부르기도, 외우기도 쉬운 편이 아니라서 ‘밀양연극제’라고 많이들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컨설팅 면담을 앞두고 SNS에서 해시태그로 검색해 보았더니,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로 검색된 포스트는 484개에 그쳤으나 ‘#밀양연극촌’으로 올라온 게시물은 1,835개에 달했다. 여기서부터 컨설팅을 시작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대한민국 연극사의 자부심이자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연극공동체 밀양연극촌은 공연예술관계자만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호기심과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국내 유일무이 이른바 ‘연극하는 마을’, ‘연극하며 사는 마을’이 서울이 아닌 경남 밀양에 있고, 연극이 일상인 바로 그 곳에서 여름마다 축제가 열린다는 사실은 듣기만 해도 매우 솔깃하다. 그 어떤 공간, 그 어느 도시보다도 관객들과 여행자들의 발길을 끌어당기는 힘을 이미 갖고 있다. 축제의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에 있어 ‘국내 유일 밀양 연극마을의 한여름 오픈 하우스’라는 한 줄 컨셉은 대중들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어필할 것이며, 이와 맥락을 같이 하는 프로그래밍도 뒤따라야 한다고 가장 강조해 제언했다.

‘지역대표 공연예술제 지원사업평가’ 컨설팅 진행 모습 왼쪽부터 컨설턴트인 정수연 한양대학교 강사, 양혜영 CJ E&M 공연마케팅 부장, 지원단체인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의 김철영 사무국장 ‘지역대표 공연예술제 지원사업평가’ 컨설팅 진행 모습
왼쪽부터 컨설턴트인 정수연 한양대학교 강사, 양혜영 CJ E&M 공연마케팅 부장, 지원단체인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의 김철영 사무국장

관객들의 의사결정을 끌어 낼 스토리 마케팅

매체전략에 있어서는 지역신문, KTX 등과 같은 교통광고도 의미가 있지만 디지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할 것을 더욱 강조했다. 정확한 정보 못지않게 SNS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관객들의 의사결정을 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누군가의 경험을 공유하는 이미지일 경우 더욱 강력해진다. 뜨거운 한여름 밀양으로, 그것도 축제기간에 맞춰 여행하겠다는 쉽지 않은 의사결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그 곳에 가서 반드시 내가 남기고 싶은 순간에 대한 스토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퍼뜨리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성벽극장’을 명소로 만들어 볼 것을 추천했다.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쏟아지는 별 밤의 성벽극장 사진을 발견하였는데, 한 여름 밤 이토록 이색적인 공간에서 ‘나도 가족들과 함께 별을 보고 싶다‘라는 동기를 만들어주기에 충분했다. 인증샷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가고야 마는 여행자들에게, 대낮 땡볕더위를 피하고 한여름 밤 야외공연에 물들고 싶은 관객들에게 성벽극장은 지금보다 좀 더 알려질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른바 ‘성벽극장 마케팅’을 다음해 프로그래밍 단계부터 적극 반영해보길 권장했다. 얼마 전 이름도 낯선 ‘핑크뮬리’가 느닷없이 인스타그램을 장악했던 것처럼 내년 여름에는 ‘성벽극장’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다시 한 번 밀양 축제가 주목 받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2017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중 성벽극장 아리랑 공연 모습 2017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중
성벽극장 <아리랑> 공연 모습
심청마을이야기 공연 모습 <심청마을이야기> 공연 모습

마케팅 전략에 있어 타깃을 쪼개고 쪼개서 세분화 하는 작업은 갈수록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올 수 있는 곳에는 남녀노소 누구도 갈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금세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축제의 출발은 ‘젊은 연출가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젊은 연출가전을 통해 그 동안 배출한 공연예술인은 지금 이미 스타 공연예술인이 되어있다. 떡잎부터 제대로 알아보는 권위 있는 ‘젊은 연출가전’이 해마다 무대를 선보이고자 하는 열망으로 채워지고, 이 열망이 축제의 기폭제가 되어야 한다. 일 년에 한번 열리는 국내 유일 연극 마을의 오픈 하우스, 그 중심에 전국의 젊은 연극인들이 먼저 찾아들게 만들어야 한다. 이들이 이곳에서 보여주는 무대와 SNS 등에 자발적으로 쏟아낼 콘텐츠들은 어떤 매체 광고보다도 강력한 역할을 할 것이다.

컨설팅을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 번 느끼는 점은 가장 훌륭한 홍보 마케팅 전략은 매력적인 콘텐츠에서 비롯된다는 것이었다. 연희단거리패의 우수한 작품과 일상이 연극이 되는 매력적인 공간, 밀양연극촌은 이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훌륭한 콘텐츠이다. 다음 축제 사업기획에 앞서 축제의 본질과 그 시작이 어디에서부터였는지를 다시 되짚어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길 바라본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관객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첫 관극 경험이 그곳 밀양에서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적극적으로 컨설팅 프로그램에 임한 연희단거리패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박수를 보낸다.

  • 양혜영
  • 필자소개

    양혜영은 CJ E&M 공연사업본부 공연마케팅팀 부장으로, <킹키부츠>,<광화문연가>,<햄릿:얼라이브>,<베르테르>,<김종욱찾기> 외 다수 공연 마케팅을 진행해왔다. 전 동숭아트센터 공연기획팀 마케팅/연극프로듀서이며, <연극열전 시즌1>을 마케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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