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예술경영>(이하 웹진)은 2017년을 마무리 하며 한 해 동안 예술경영계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돌아보고자 한다.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세상의 변화를 1월 1일, 12월 31일이라는 숫자로 명확히 구분하기는 힘들다. 다만, LTE보다 20배 빠른 5G 시대를 목전에 둔, 기술뿐만 아니라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에서 지나온 길을 되짚어 보기위한 도구로는 쓸 만하다.

이에 웹진에서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영문약자인 “KAMS”를 활용해 한 해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매년 발행되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트렌드 코리아’를 비롯해 많은 분야에서 차용하고 있는 영어 단어의 조합 방식을 사용하였고, 개별적 사건을 떠나 공연과 시각예술을 중심으로 예술계의 변화 양상을 풀어보고자 한다.


<2017년을 돌아보는 4개의 키워드>


  • K-movement : 한한령을 극복한 뮤지컬
  • Arts by people :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
  • Move to Convergence : 기술과 예술의 다채로운 융합
  • Service Mobility : 모바일과 함께하는 삶

K-movement : 한한령을 극복한 뮤지컬

2016년 중반부터 시작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ㆍ한류 규제령)은 다행히도 2017년 중반쯤부터 완화 분위기로 전환되고 있고 있으나 아직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다. 1년여의 길지 않은 시간동안 중국에서 예정되었던 뮤지컬, 마술공연 뿐만 아니라 피아니스트 백건우, 소프라노 조수미,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 등 클래식분야까지도 줄줄이 공연이 취소되는 참담함을 겪었다.

정치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에서 한국 창작뮤지컬의 관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물고를 튼 것이 바로 한국 토종 뮤지컬 <빨래>이다. 상하이, 베이징 등 중국 5개 도시 투어를 진행 중이던 2016년 8월에 조기 폐막하였으나 2017년 6월~7월 베이징 다인(大隱)극장에서 다시 공연되었다. 라이선스 계약형태로 중국 현지배우가 출연하고 홍보도 한국 콘텐츠인 것을 부각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지만 중국 시장의 충분한 니즈를 확인했다는 것과 함께 다른 분야보다도 먼저 뮤지컬에서 돌파구를 뚫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8월에는 중국 상하이문화광장에서 ㈜라이브의 <마이 버킷 리스트>의 중국어 라이선스 공연이 성사됐다. 원래 소극장 작품인데 중국에서는 600석 규모로 무대를 확장하고 중국어로 공연하면서 노랫말은 자막까지 사용했다. 중국 측 예술감독 페이위안홍은 2016년 상하이에서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주관한 ‘K-뮤지컬 로드쇼’에서 작품을 알게 된 이후 일본투어 공연에 중국 스태프들과 직접 가서 보고 작품을 결정하였다. “민감한 시국에 한국의 ‘마이 버킷리스트’가 중국에서 공연되는 건 기적같은 일”이라는 인터뷰에서도 나타나지만 한한령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한중 관계자들이 협력하여 힘겹게 얻어낸 결과였다.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가 주고받은 편지, 3D영상 맵핑기술 등으로 꾸린 HJ컬쳐의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9월∼10월 상하이에서 레플리카(‘모든 요소 그대로’라는 뜻) 방식으로 라이선스 첫 공연되었고 이후 12월 재공연까지 이루어졌다. 11월 홍콩에서 열린 ‘2017 K-뮤지컬 로드쇼’에서는 ㈜컬쳐홀릭의 <공룡이 살아있다>가 대만 에이엠크리에이티브사와 판권계약 및 공동제작 계약이 성사되었고, 앞으로 4년간 대만,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중화권과 아시아 지역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Arts by People :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

예술은 사람이 만들고, 사람을 위해 만드는 것이다. 특별한 예술가도 분명 존재하지만 꼭 예술가만이 예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생활문화의 확산과 생활문화센터 확충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안은미컴퍼니는 전문무용수와 일반인이 함께 만드는 <땐스 3부작>, <안심땐스>에 이어 올해 신작으로 선천성 저신장 장애인들과 함께 만드는 <대심땐스>를 선보였다. 사회적 소수자들과의 소통의 중요성을 그들과 함께 같이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울문화재단의 남산예술센터에서는 올해 <서치라이트(Search Wright)> 라는 신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제작 전 단계의 미완성 작품을 사전에 공유하면서 낭독공연(리딩), 워크숍, 공개토론, 컨퍼런스, 프리젠테이션, 피칭 등의 일련의 과정에 관객을 참여시켜 작품발전을 도모하려는 취지로, 최종 9개의 작품이 관객과 만났다. 무대와 객석을 구분하지 않고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작품도 늘고 있다. 롤 플레잉 게임을 접목시킨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 헤드폰을 쓴 관객들이 대학로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완성한 <로드씨어터 대학로2>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올해 ‘서울로 2017’ 개장에 맞춰 전시된 황지해 작가의 <슈즈트리>도 많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작가 이름, 사용된 신발켤레, 작품가격 등 9일간의 짧은 전시일정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공공미술에 대한 대중과 언론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물론 이로 인해 공공미술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것도 사실이다.

Move to Convergence : 기술과 예술의 다채로운 융합

사실 예술은 그 자체가 융합으로 볼 수 있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예술은 예전부터 다양한 분야, 새로운 시선의 만남으로 내재적·외생적 융합화 작용이 일어난다. 그러나 오늘날의 융합이란 사실 ‘기술’과의 융합을 전제로 언급되고 있다. 특히, 8월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기구가 만들어지면서 정부단위의 관심이 지대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로봇, 사물인터켓(IoT) 등의 기술을 도입한 새로운 예술의 탄생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 10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제5회 코리아 페스티벌’ 개막식 작품인 <라이트 인 하모니(Lights in Harmony)>가 공연되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국내 혼합현실(MR) 콘텐츠 개발기업 ㈜닷밀이 제작과 공연을 맡은 홀로그램 쇼케이스로 실제 안무와 함께 UAE 두바이의 대표적 명소로 바다를 매립해 건설한 '팜 주메이라' 그래픽이 홀로그램으로 구현되는 등 기술융합형 공연 콘텐츠를 중동지역에서 최초로 선보이면서 두바이 최대 개발사 이마르(Emaar) 그룹, 중동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플래시 엔터테인먼트(Flash Entertainment) 등 현지 관계자들과의 후속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Service Mobility : 모바일과 함께하는 삶

온 세상이 사람 손바닥 안에 있다. 모바일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정보통신기술의 가속화로 몇 년 전부터 모든 콘텐츠가 온라인 모바일 환경에 맞춰가고 있다.

예술분야는 우선 홍보마케팅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그중 하나는 공연생중계(Live)이다. 특히 유튜브, 페이스북도 있지만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생중계(V live)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효과성에 대한 장단점, 무단 영상복제 등의 논란도 있긴 하지만 이젠 단순 홍보를 넘어 실제 티켓 판매까지 연결되는 마케팅의 방편으로 자리가 굳어가고 있다. 각 기관별로 발행하는 매거진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201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처럼 기존 웹진 형식을 과감히 버리고 네이버 블로그로 전향해 ‘블로그레터‘를 발행하거나, 2017년 세종문화회관처럼 종이로 인쇄되는 매거진을 중단하고 웹진 ‘STORY175’에 집중한다거나, 해외문화홍보원의 ‘KOREA’처럼 매거진 발행에서 2018년부터 웹진도 병행 운영하는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매거진도 글자 위주의 구성에서 모바일 환경에서 알맞은 카드뉴스, 인포그래픽 등의 직관적·시각적 형식이 확대되고 있다.

올해는 특히 네이버에 <공연전시판>이 개설되었다. 예술계는 대국민 홍보마케팅의 수단으로, 국민들은 공연·미술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계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게되었다. 그 외에 네이버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웹 정보는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해 ‘아는사람’에게 빠르게 전달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명 배우나 부지런한 기획사들은 ‘카카오톡’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특별이벤트를 만드는 등 개인친화적 소소(小小) 마케팅 전쟁이 시작되었다.

마무리 하며

앞서 제시한 4개의 키워드는 웹진의 편집위원들과 편집팀, 그리고 예경의 전략기획팀원들과 함께 고민하며 정리한 것이다. 4개의 키워드 안에 예술계의 모든 것을 다 담기는 부족함이 있으나 분석적 방법의 일부로 이해해주길 바란다. 항상 연말이면 밝고 희망찬 내년을 기다리게 된다. 그러나 늘 그렇듯 지금은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이슈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내년은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우리 예술로 신선한 감동을 받을 수 있게 되기를, 예술가와 예술단체의 자금난이 조금이나마 해소되기를, 기술의 발달이 예술의 상생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 본 칼럼은 다음 분들의 도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고정민 (홍익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콘텐츠산업 교수, 웹진<예술경영> 9기 편집위원)
한젬마 (KOTRA 아트콜라보 디렉터, 웹진<예술경영> 9기 편집위원)
조한성 (스토리피 대표, 웹진<예술경영> 9기 편집위원)
허영균 (공연예술출판사1도씨 대표, 웹진<예술경영> 9기 편집위원)
김혜진 (예경 전략기획팀, 웹진<예술경영> 편집팀)
이정아 (예경 전략기획팀, 웹진<예술경영> 편집팀)
박태우 (예경 전략기획팀)
정문경 (예경 전략기획팀)
김미연 (예경 전략기획팀)
권은용 (예경 시각지원팀)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