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자영과 이윤준은 ‘방앤리’라는 이름으로 뉴미디어, 디자인,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설치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그들의 작업은 독일 카를루스에 미디어 아트센터, 스페인 세비야 비엔날레, 영국 브리스톨 워터쉐드, 이탈리아 로마 21세기 국립현대미술관, 백남준 아트센터, 인사미술공간 등에서 전시되었다. 미디어 아트의 프로덕션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인프라를 고민하는 방앤리는 단순한 예술 창작을 넘어서 기획과 향유를 위한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서 예술과 기술의 다른 관계성을 찾아가고 있다.

둘이라서 가능한 실험적인 설치 프로젝트

‘방앤리(Bang&Lee)’는 방자영과 이윤준 두 작가로 구성된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이다. 방자영 작가는 원래 문학을 전공했고, 이윤준 작가는 시각예술을 전공했다. 서로 다른 분야를 전공했지만, 두 사람은 미디어 아트에 대한 예술적이고 철학적인 사유와 미디어 아트가 지닌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공감대가 있어 같이 활동하게 되었다.

미디어와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방향성에 대해 알고 싶어 독일 카를스루에로 떠났고, 학업을 지속하면서 그곳에서 미디어 리서치와 관련된 작업과 프로덕션을 했다. 작업 과정에서 여러 다른 분야의 전문가, 기관, 회사 등과 협력하기도 하지만, 2인 컬렉티브로 뉴미디어, 디자인, 리서치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덕션을 같이한다.

국내에서 뉴미디어 작업을 시작했을 때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한국에 돌아와 2012년부터 국내에서 활동을 시작했는데, 독일의 카를루스에 미디어 아트센터(ZKM)에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최첨단 기술과 내용, 이와 관련한 비평을 반영한 작업을 실험하면서 A.I.와 연동한 설치를 전시에 선보였어요. 구글의 기계학습과 데이터 수집, 개인 정보 보호와 관련한 정책 등을 해석한 비평적인 설치였죠. 몇몇 전시를 통해 트위터 API와 연동한 기계번역, 딥러닝에 대한 피드백이 자동 생성되는 설치도 해 왔어요. 지금은 인공지능, 기계학습, 소셜 미디어 등을 적용하고 해석한 작업이 많지만, 당시에는 스마트 기기와 새로운 미디어가 작업의 개념이나 주제로 등장한 경우가 드물었던 것 같아요. 그런 이유에서 변화하는 사회와 기술의 발전, 그리고 그 속도에 각기 다르게 반응하는 지점들은 뉴미디어 아트에 관한 어떤 틈이나 해석의 차원이 다를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기도 하죠.

외국에서 보고 배운 것을 국내 활동에 적용하는 데 차이가 있기 마련인데,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미디어 리서치에 관한 프로덕션보다는 미디어 아트 설치 작업을 전시하는 게 조금 더 쉽고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아요. 저희는 설치 프로젝트를 통해 다소 교육적이고 실험적인 참여형 프로젝트에서 가능한 지점들을 찾고자 노력해 왔어요. 지난 4~5년간 국내외 크고 작은 규모의 여러 전시와 이벤트, 워크숍과 페스티벌 등에 참여하면서 협력을 바탕으로 한 프로덕션과 융합형 연구 기반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했죠. 그러면서 뉴미디어 아트의 비평적인 해석이 동시대 예술에 포함되거나 그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인프라’에 관한 작업을 시도해 온 것 같아요.

미디어 아트에서 예술과 기술의 관계 설정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는 기술 기획과 협력이 중요하다. 미디어 아트가 태동하던 초기에는 작가 스스로 많은 기술과 툴을 배우거나 이와 관련한 기술자, 전문가, 어시스턴트 등에 지원해서 해결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작업하기 최적화된 어떤 특정한 환경과 조건들을 모두 갖추기에는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다.

실험적 작업의 경우에도 개인이 해결하기에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구체화하는 데 더 많은 연구와 전문 인력, 시간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비용이 발생한다.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는 그 효용성이 커질수록 급속도로 발전하고 사회적 영향력을 점유하게 되는데, 미디어 아트 작업을 기획하고 프로젝트를 조직하면서 실현하는 프랙티스의 모든 진행 과정을 구축하는 게 일종의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실제 활동하실 때 인프라가 부족한 것을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어떤 공연장에서 프로젝트를 하려고 하는데, 전기 배선이나 접지 관련한 정보나 도면이 정리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있어요. 공간의 지역성이나 장소성에 관심이 있지만, 공간이 가진 구조적, 물리적 조건과 환경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죠. 그렇다면 그런 배경 하나하나를 알아 가는 것부터 시작해요. 국내에서 뉴미디어 작업에 대한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없다 보니까, 이걸 같이 만들면서 작업하려니 작업 자체에 대한 몰입과 만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생겨요. 예전에 어느 기관의 경우, 프로덕션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한 과정과 아카이빙에 대한 조언을 했었는데, 담당자가 바뀌면서 흐지부지됐어요. 이런 부분에 대한 공유나 정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봐요.

미디어 아트 프로덕션에서 기술과 예술과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하세요? 결과적으로 모니터가 있으면 미디어 아트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내용적 측면에서 통섭이나 다원적 맥락을 간과해선 안 되죠. 기술도 중요하지만, 비평적인 해석과 방법론, 관계성에 좀 더 집중해야겠죠.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기술의 기획력이나 자본의 플랫폼을 광고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요. 미디어 아트는 개념예술에서 확장되어 왔고 비물질적인 면과 지식을 기반으로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실현 가능한 급진적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어요. 그래서 스스로 깨어 있고 공유의 가치가 요구되는 시대에 적합한 장르죠.

또 다른 가능성을 여는 흥미로운 도전

기술적인 측면에 집중하다 보면 미디어 아티스트를 기술자나 액티비스트로 인식하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는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와 실험적 프로덕션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곤 있지만, 대부분 그 기술들 혹은 기술력의 표면에만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본질적인 개념을 살펴보지 않는다면 첨단 기술과 혁명적인 기기를 도구로 사용한다고 뉴미디어 아트로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새로운 크리에이션, 프로덕션의 근간이 되는 지점을 잘 살펴볼 수 있는 바탕과 이해가 필요하다.

기획 매개자로서 미디어 아티스트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저희는 미디어 아트 작업을 일종의 프로덕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작품 하나를 계획해서 만드는 게 아니라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협력적 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환경과 공간의 물리적 조건 등 최대한 예측 가능한 문제점들의 해결 방안도 고민해야 하고, 기획부터 제작, 프로그램이나 이벤트 기획까지 모두 하죠. 기술 기획, 프로덕션 매니지먼트, 비즈니스 등의 프로세스를 모두 총괄해야 하기에 전통적인 의미에서 기획 매개자로서 미디어 아티스트 또는 프로듀서의 역할과는 다른 점이 있어요. 이런 현실적인 상황들은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 주는 흥미롭고 도전적인 지점이죠.

요즘엔 어떤 활동에 관심을 두고 계신가요? 제한적인 공연장 환경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실무에서 발생하는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시스템 엔지니어링, 자동무대 기술을 바탕으로 한 조명 제어와 오디오 제어 시스템에 관심이 있어요. 그리고 미디어 프로덕션 과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곧 다가올 세상, 미래의 기술과 생산 체계가 달라질 때 예술에서의 생산, 프로덕션의 체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을 가져야 하겠죠.

미디어 아트에는 많은 오해가 따른다. 새로운 기술과 그 기술을 적용하여 다른 무언가를 연구하고 개발하여 만들어 내는 것이 다소 모호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 모호한 부분이 예술의 한 형태일 수 있고, 그 베일 속에 가려져 있는 부분을 잠재적 예술의 투자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한 대안적 교육과 활동이 필요한 것 같다.

인생UP데이트

먼저 소규모 프로덕션을 시작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규모가 작더라고 과정은 비슷하기 때문에 조금씩 전시나 이벤트를 통해 발표하면서 실현 과정을 경험하는 게 중요하고 소위 네트워크 생성 과정에서 관계적인 측면도 경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요. 많은 사람과 만나 일하면서 협력해야 하고 여러 기관, 기업, 현장 실무자의 다양한 관점을 접하고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계약의 문제도 중요해요. 저작권 관련한 문제와 예산 집행, 분배의 이슈들도 발생할 수 있어요. 가능하다면 지적재산(IP)과 관련한 내용을 비롯한 계약서 작성에 관한 실무를 파악한다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방앤리 프로필
방자영
- 프랑스 파리 1대학-팡테옹-소르본, 미학 전공(M.A.)
- 독일 칼스루에 국립조형예술대학,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전공(Dipl.)

이윤준
-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학사(B.F.A.)
- 독일 칼스루에 국립조형예술대학, 미디어 아트 전공(Dipl.)

주요 개인전 및 그룹전
- , ZKM/HfG Karlsruhe, 카를스루에, 독일(2009)
- , 인사미술공간, 서울, 한국(2012)
- <서울 미디어 비엔날레, 미디어시티 서울 – Spell on you>,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한국(2012)
- , 대안공간 루프, 서울, 한국(2014)
- <미래는 지금이다!>, MAXXI – 21세기 국립현대미술관, 로마, 이탈리아(2014)
- , 상해당대예술관, 상해, 중국(2016)
- , 가나아트 언타이틀드, 서울, 한국(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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