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과 법' 학술세미나는 문화예술 관련 법률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추이에 맞춰 문화예술법제에 관한 차제의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한 포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또한 법률 제정과 문화예술 발전의 상관관계, 예술 분야에서의 창작자의 권리 보호 등은 후속 논의가 기대되는 문제제기라 할 수 있다.

새로운 영역이 출현하고 산업화가 진행되는 등 예술분야는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경영적, 정책적인 관점을 넘어 실제 법적 측면에서도 예술현장을 분석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2일 중앙대학교 아트센터에서 개최된 한국예술경영학회 주최 ‘예술경영과 법’은 이러한 변화되는 현실을 진단하는 학술세미나였다. 4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번 학술대회는 개별적인 법률에 관한 논의보다는 ‘예술’과 ‘법’이라는 큰 틀 안에서 문화예술진흥법, 저작권법, 세법 등 우리나라 문화법제 현황을 살펴보고 향후 과제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개별 법률 중복 혼선,
입법 수요에 대한 종합적 대응 필요

김세훈 실장(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연구실)은 ‘문화법제관련 국내 현황 및 과제’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로 논의의 장을 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 문화예술 분야의 법률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는 문화예술에 관한 사회적ㆍ정책적 관심의 증가를 반영하고 있기에 긍정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령 각 지역이 지역발전을 도모함에 있어 문화를 활용하면서 이를 독자적으로 법제화하려는 시도들이 나타난다거나, 기존 법률에서 포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법률이 세분화되는 현상 등이 그것이다.

김세훈 실장(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연구실)
이밖에도 문화예술의 정의를 다루고 있는 문화예술진흥법 제2조처럼 모법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취약하거나 법률의 제정 목적이 너무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등 문화 분야 법률이 그간 비체계적으로 제정, 운용되어 왔다고 말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지난 정부 때에는 ‘문화기본법’을 제정하여 법제를 정비하고자 하였으나 타당성이 약하여 입법이 무산되었다.

향후 문화 분야 법률은 명확한 기준과 원칙을 가지고 입법 수요에 대해 종합적으로 대응, 개별 법률 간의 중복ㆍ혼선 문제 정비, 새로운 영역의 발전에 조응하는 법률 제정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발표를 마무리 지었다.

이어 정상우 부연구위원(한국법제연구원)은 외국의 문화법 체계를 소개하면서 국내 문화법제에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에서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문화에 관한 헌법 조항이 없으며 전통적으로 문화예술을 사적 영역으로 다루려는 경향이 강하다. 즉 “이들의 문화법은 계획이나 규제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예술가의 자율성과 창조성을 보장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법률의 수나 세분화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에 비해 문화법이 크게 발달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 연구위원은 과연 법률이 존재하고 늘어나야만 문화예술이 발전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향후 국내 문화법 제ㆍ개정이 예술 영역의 자율적ㆍ창조적ㆍ공공적 기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저작자의 권리냐 이용자의 자유냐

이어 디지털 기술의 발달, 국제화 추세에 따라 예술분야뿐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이슈화 되고 있는 저작권법에 대한 이규호 교수(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법과대학)의 발표가 이어졌다. 저작자의 권리 보호를 강화하고 있는 외국 저작권법의 동향과는 달리 이용자의 정보 공유 자유를 확대하기 위해 최근 발의된 국내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해 언급하면서, 저작권법 제정 취지가 본래 저작자의 권익 보호임에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지나치게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국제적인 흐름에 역행하여 국내 저작권 보호 수준을 낮출 경우 추후 국제적인 소송 문제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논의는 디지털 환경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가령 공연예술계에서 빈번한 저작권 관련 쟁점들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저작권법에 담긴 저작자와 이용자의 권리문제에 관한 고찰은 예술가와 그들의 유ㆍ무형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 보호의 중요성 그리고 예술의 국제 교류 측면에서의 저작권법 등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9 한국예술경영학회 학술세미나 <예술경영과 법> 현장


조세 감면이 능사는 아니다

마지막 발표자였던 김성규 대표(한미회계법인)는 &lsquo;문화예술분야 관련 세제 현황&rsquo;이라는 주제로 문화예술 공급자와 수요자에 대한 국내의 세법을 소개했다. 2000년대 초까지는 공급자 중심의 세제가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 입법 추진 중인 메세나 특별법과 같이 수요자에게 세제 혜택을 줌으로써 문화예술을 진흥시키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조세감면에 대한 최근 논의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예술 단체에게는 조세 감면을, 시민이나 기업에게는 기부금 세제 혜택을 늘려 문화예술을 활성화시키자는 목소리가 많지만,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해 조세 감면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플로어에서는 프랑스나 미국의 문화예술에 대한 기업 및 시민들의 적극적인 기부가 일정 정도 세법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물음을 던졌는데,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개인의 문예진흥기부금의 소득공제 한도가 기존의 50%에서 100%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기부 비율이 크게 높아지지 않은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기부 활성화는 사회적 인식의 문제이지 단순한 세제 혜택 확대의 문제가 아니라고 답했다.


문화예술 관련 법률 현황 조망 의의

2009 한국예술경영학회 학술세미나 <예술경영과 법> 현장
네 명의 주제 발표가 문화예술 그리고 이와 관련한 법률의 현황 및 과제를 큰 틀에서 조망하는 것이었다면, 지정 토론자와 객석에서는 예술 현장과 보다 밀접한 사안들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강은경 전문위원(대원문화재단)은 예술시장에서의 표준계약서에 관해 언급하면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기초단계이지만 실연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작업이라고 덧붙였으며, 용호성 과장(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과)은 예술인 복지, 건축물 미술 장식 제도 등 현재 제ㆍ개정 추진 중인 사안에 대해 설명하였다.

이번 학술세미나는 문화예술 관련 법률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추이에 맞춰 문화예술 법제에 관한 차제의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한 포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또한 법률 제정과 문화예술 발전의 상관관계, 예술 분야에서의 창작자의 권리 보호 등 은 후속 논의가 기대되는 문제제기라 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예술경영과 보다 직접적으로 관련 맺고 있는 쟁점들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여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김유랑

필자소개
김유랑은 서울대 대학원 공연예술학과를 졸업하였으며, 예술경영지원센터를 거쳐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나눔추진단에서 홍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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