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예술에 대한 기부 확대, 지역에 기여하는 예술, 예술 참여가 관객에게 주는 영향력과 같은 문제들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다. 이번에 소개하는 논문「창조경제에서 창조사회로」도 이러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접해왔던 문화예술정책과는 다른 사회정책의 시각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어 주목된다.

본 논문은 펜실베니아 대학(University of Pennsylvania) 내 사회정책과실천대학(School of Social Policy & Practice)에 소재한 연구소인 ‘예술의 사회적 영향력 프로젝트(The Social Impact of the Arts Project, SIAP)’에서 2008년 1월 발간한 보고서다. SIAP는 1994년부터 문화적 참여와 지역공동체의 참살이(well-being) 간의 연관성을 연구해왔다.


창조경제형 프로젝트가 도시를 재생했을까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예술의 사회적 영향력 프로젝트의 로고우리 문화예술계에도 ‘창조경제’, ‘창조계급’, ‘창조산업’ 등의 담론이 주목을 받았다. 아니, 지금도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예술가들을 창조계급의 주체로 인식하고 이들이 기여하는 경제적, 사회적 파급효과에 주목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지금 소개하는「창조경제에서 창조사회로」에서는 ‘창조경제’라는 담론을 통한 도시개발 정책이 주는 부작용을 지적하고 있다.

논문의 요지는 이렇다. 지난 30년간 미국에서 시도된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부작용은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배제의 확산이었다. 즉 ‘창조경제’형 도시 프로젝트가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을 가속화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유는 ‘승자 독식형’ 노동 시장으로의 변화를 유도했기 때문이다.


창조경제의 전형을 스포츠 영역에서 볼 수 있는데 소수의 재능 있는 구성원이 평균 구성원보다 훨씬 더 높은 연봉을 받는 구조로 설명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예술가 그룹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수의 오페라 가수, 콘서트 피아니스트, 무용가, 작가가 시장을 독식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리고 이런 모델은 재능 있는 예술가들의 발굴과 그로 인한 경제적 효과의 산출은 가능하더라도 모두를 위한 도시 재생과는 관련이 없었다.

2002년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가 발표한 ‘창조적 계급의 부상’을 뉴욕 등의 시 공무원들이 경제 성장을 자극할 수 있는 있는 매뉴얼로 인식하고 도시 정책에 반영했는데 실제 정책을 실천하면서 창조계급 전략이 빈부격차를 심화시킨다는 사실을 경험하고 전략 실행을 멈추었다고 한다. 리처드 플로리다도 그의 저서인『도시와 창조적 계급』(2005)에서 창조 계급의 성장이 경제적 불평등을 가속화시키고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반향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적고 있다.


창조계급 의존에서 이웃 기반으로

이 논문의 저자들은 사회 통합적이고 기회가 균등하게 돌아가는 지역 도시 개발 계획을 위해서는 모든 문화적 부문-비영리기관, 공공 영역, 상업적인 영역, 독립 예술가 등-과 지역사회와의 친환경적인 결합을 중요시해야 하며, 문화적이고 창조적인 일상의(informal) ‘실천’에 관심을 기울이고, 일상의 예술과 문화 시스템 간의 연관성을 탐구하고, 문화예술이 사회적 네트워크와 지역 사회 건설에 기여하는 점에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술가(좌측/빨간점)와 공동체문화 공급자(우측/빨간점)이 2001년 한 해 동안 함께 일한 기관. SIAP는 이런 연구 결과로 예술가와 문화공급자가 지역 사회의 네트워크를 발전시키는 축매자가 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이 논문에서 주장하고 있는 도시 재생 모델은 ‘창조계급’에 의존하는 ‘창조경제’가 아니라 ‘이웃에 기반한 창조경제(neighborhood-based creative economy)’의 발전이다. 논문의 저자들은 이 모델을 ‘아래로부터 촉발되는 창조성이 사회적, 공간적으로 망을 형성해가도록 하는 체계’로서 공동체를 위한 친환경적인 발전 구조로 정의하고 있다. ‘이웃에 기반한 창조경제’는 경제 기회가 지역민 누구에게나 돌아가고 지역 사회의 통합, 열린사회, 창조적인 사회로의 발전을 꾀할 수 있는 도시 재생 모델이다.


예술가의 특별한 자산은 모두를 위한 사회에 일조할 수 있다

여기서 문화기관이나 예술가의 역할은 사회적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매개자이자 촉매자(network enterprise)이다. 재능 있는 예술가의 작품이나 비전이 아니라 예술가가 맺고 있는 네트워크의 정도와 그들의 경향성-혁신성, 유연함, 열린 자세 등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저자는 영국의 문화기획자인 크리스 머레이(Chris Murray)의 말을 인용하면서 “예술가는 유연하고, 열린 시각, 혁신, 비판적이고 의문을 제기하는 자세, 사람 중심적인 해결책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도시를 계획하고 디자인하면서 공동체를 위한 공간(도시)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공간적으로는 ‘원래 존재하고 있던(natural)’ 문화 지구를 중심으로 한 도시 발전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모든 도시의 이웃들이 ‘문화적인 허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 많은 빈민 지역에 문화기업과 기관, 노동자와 문화 참여자들, 예술가와 창조적 기업가들이 자리를 잡고 있고 이런 풀뿌리 이웃들에 대한 공적, 사적 투자와 기부가 활성화 되면 적은 비용으로도 큰 경제적, 사회적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논의는 별도의 논문인「‘원래 있는’ 문화지구 가꾸기(Cultivating "Natural" Cultural Districts)」에서 보다 자세하게 언급되고 있다. 이 논문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하게 소개하겠다.)

이 논문에서 정리하고 있는 예술가나 문화기관의 사회적 영향력은 ‘창조계급’, ‘창조경제의 주체’로서가 아니라 바로 내 이웃에 있는 사회적 매개자로서의 예술가 혹은 기관의 역할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뿐 아니라 영국, 캐나다 등지에서 지역 도시 개발에 대한 다종다양한 매뉴얼, 보고서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보고서들 역시 지역문화정책 발전과 예술가, 문화 실천가들간의 관계, 예술의 사회적 영향력에 관해서 여러 가지 관점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논문의 경우에는 사회정책의 관점에서 쓰인 논문이라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창조계급, 창조경제, 창조도시, 도시 재생,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 등에 대한 연구들을 잘 정리해두고 있다. 보고서 뒤에 실린 참고 문헌 목록도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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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필자소개
김소연은 현재 예술경영지원센터 지원컨설팅팀에서 ';문화예술 기획경영 아카데미'; 기획운영을 맡고 있다. 예술단체 국제교류 및 해외진출지원, 해외콘텐츠 조사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문화예술단체를 위한 국제교류 조세제도 해설집』 집필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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