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이슈토크의 첫 번째 주제는 전염병과 문화예술계의 대응입니다. 코로나19가 일상을 맹렬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계 역시 각종 행사와 공연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매번 반복되는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정부는 추경편성과 각종 대책마련에 분주합니다.
두 번째 이슈는 20대들이 현대미술의 새로운 수요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전 세대들에게는 어렵고 낯설었던 현대미술 전시가 20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인기의 비결 중 하나가 SNS 인증을 위한 사진촬영인 것만큼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편집위원들은 그저 젊은 세대의 부박함이라고 치부하고 넘길만한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20대들의 미술관 문화를 어떻게 봐야 할지 짚어봤습니다.
세 번째 이슈는 예술계 부조리에 맞선 작가의 절필선언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상문학상이 그 동안 저작권과 관련해 부당한 행태를 벌여왔다는 것이 수상자들의 폭로로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2019년 대상 수상자인 소설가 윤이형은 이를 비판하며 절필을 선언했습니다. 문학사상사가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윤이형 작가가 던진 돌은 예술계에 여러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예술계의 대응

공연장·미술관·도서관...문화예술계도 ‘올스톱’
연기·취소·관객 발길 ‘뚝’...얼어붙은 문화예술계
코로나로 취소된 ‘아트바젤 홍콩’ 온라인으로 만나다


  • 안태호

    사스와 메르스, 신종플루에 이어 이번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에 대한 예술계의 대응 역시 굉장히 익숙한 모습이다. 이런 식의 대규모 재해가 일어나면 가장 먼저 취소되거나 축소되는 분야가 문화예술계다.
  • 설동준

    사실 코로나 사태의 경우 이제는 문화예술계 수준의 문제가 아니긴 하다. 거의 모든 자영업이 무너지고 있고, 소비재 공산품 제조업의 경우 대기업이라도 휘청한다고 들었다. 즉, 수요 탄력성이 높은 업종, 직종일수록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야 하는 취약계층일수록 유증상이라도 숨기면서 일을 하는 쪽을 택할 것인데, 이런 계층 사이에서 감염병이 더 빠르게 확산하는 문제가 될 것이다.
  • 조인선

    예술보다 더 큰 타격을 입는 곳이 관광업이다. 산업규모가 훨씬 클 뿐만아니라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한국인의 입국제한까지 되면서 인바운드 아웃바운드 모두 상당한 타격을 입고있다. 사실은 이런 재난이 거의 2년에 한번씩 일어났었는데,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쪽이 관광업계 사람들이고 그 다음으로 예술 분야로 후풍이 불지 않나. 어떻게 보면 예술업계가 관광업계의 대응을 주시하는 상황이다.
  • 변순영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자연재해가 있을 때는 온라인 마켓 판매량과 주가가 오른다고 한다. 문화예술 특성상 직접 경험하고 현장 기반형이기에 천재지변 및 재해에 대한 대응이 취약하다. 갈수록 스트리밍 문화 수요가 많아지고 관련 시장이 커지는 데 대한 유연한 변화와 전략도 필요해 보인다.
  • 이한빛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홍콩 아트바젤이 취소되었고, 2월 19일부터 23일까지 열렸던 ‘2020 화랑미술제’도 갤러리 부스를 온라인에 공개하는 식으로 대안을 마련했다. 이후 2월 24일을 기점으로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국립 박물관과 미술관, 도서관에 잠정 휴관 조치가 내려졌다.
  • 안태호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에는 11조 6천억 원 추경을 편성했었다. 이번에도 추경예산 편성이 가시화되고 있으니 예술계에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지원제도를 검토, 제시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공연예술분야 코로나19 전담창구’ 운영과 ‘코로나19 관련 정부 지원제도’를 안내하고 있고, 문화예술 기관들도 각자의 분야와 역할 내에서 지원을 준비 중이다.

새로운 미술관 수요층으로 급부상한 20대

20대 문화예술 성지로 부상한 미술관
인생샷 찍으러 전시회 간다...SNS에서 유행하는 ‘비주얼 전시’
“사진 찍으러 전시회에?” 작품 안 보는 민폐 관람객 눈살


  • 안태호

    몇 년 전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여러 미술관 전시회에서 사진을 찍는 20대 전후의 관람객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특정 연령대의 관람객들이 많이 보이고 일제히 사진을 찍어가는 풍경이 익숙한 듯하다.
  • 이한빛

    언급하신 국립현대미술관은 젊은 관람객이 많이 찾는 미술관은 아니었다. 대림미술관, 그리고 디뮤지엄이 20대 관람객이 모이는 미술관의 시초이자 포문을 열었다고 본다. 특히 20대가 SNS 중에서도 인스타그램 사용률이 높다 보니 공연예술보다는 시각예술에 친화적이면서 미술관에서 사진을 찍는 행동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다른 문화 활동에 비해 저렴한 가격도 이 현상에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미술관들은 아무리 비싸더라도 단일 전시 티켓이 5천 원 선, 연간 회원권이 1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데다 쾌적한 환경을 갖추고 있고, 시간제한도 없으니 20대에게 접근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 변순영

    몇몇 미술관들의 기획전 중 대중문화와 접목시키며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로 획을 긋는 전시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2012년 서울시립미술관이 현대카드와 손잡고 진행한 <팀 버튼전>의 경우, 티켓을 구매하려 사람들이 미술관 밖까지 길게 줄을 섰었다. 미술관 관람객층이 크게 확장된 계기라고도 할 수 있다.
  • 설동준

    처음에는 인스타그램이라든지 시각 위주의 SNS 문화의 영향인가 했는데, 조금 표면적인 추측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인스타그램용 사진을 찍으러 일부러 전시회에 가지는 않을 것 아닌가. 20대들을 주로 채용이나 인터뷰 과정에서 접해 보면, 문화를 즐기고자 하는 욕구가 시각예술 쪽으로 넘어와 매칭된 것 같다. 상대적으로 영화 관람이 영화관이 아닌 구독 서비스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상황에서 미술관 관람이 적절한 포지션에 자리 잡았다는 느낌이다.
  • 안태호

    시각예술을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기는 20대들은 없을까? 과감하게 추측해보면, 밀레니얼들이 웹에 친화적이고 보는 것에 익숙한 삶을 살아서 그러한 영향도 있을 것 같다.
  • 설동준

    그렇게 느끼지 않고, 미술 자체를 굳이 해석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어렵다거나 쉽다로 나누어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미술관에 한정 짓기보다는, 문화 전반에 있어 시각예술, 디자인이 기본 개념을 차지하게 된 것 같다. 서브 컬처를 다루는 전시가 이름 있는 갤러리와 대안공간에서 열리기도 하고, 현대카드도 컬처프로젝트 기획전을 통해 대중문화에 전방위로 노출된 경향이라고 본다. 뮤직 페스티벌을 운영하는 입장으로서도, 음악이 물론 중요하지만 기획 단계에서 매거진 노출 준비나 디자인 작업 등 시각 영역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었다.
  • 이한빛

    관람자 입장에서는 모든 전시가 똑같다. 전시에 가서 재미있는 것도 보고, 감각적인 것도 느끼고 머리 아픈 얘기는 읽으면 읽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고, 시각적인 자극 자체를 즐기는 거다. 미술관이 단순히 전시만 보러가는 곳이 아니라, 식당과 카페까지 충족되는 일종의 데이트코스로도 충족되는 곳이 되었다.

윤이형 작가 활동 중단 선언

소설가 윤이형, 이상문학상 파문에 절필 선언
한국 문학 작가들이 자신의 권리를 말하다
‘저작권 논란’ 비단 이상문학상뿐? “구름빵” 백희나 작가의 조작난 저작권 누가 해결해주나


  • 안태호

    윤이형 작가가 올해 이상문학상 저작권 문제를 제기한 김금희 작가에 이어 절필 선언으로 직격타를 날렸다. 문제제기를 하다가 절필 선언을 담은 입장문을 직접 인터넷상에 공개한 것이다. 제도권을 이루고 있는 기성세대로서 조금 절박한 느낌이 들었다. 단지 문단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느껴진다.
  • 설동준

    노동 존중이라는, 기본적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작업에 대한 전문성, 저작권, 환경은 차치하고 사람의 노동을 구매 가능한 상품 정도로 바라보는 거다. 이번 건도 결국 문학사상사가 매년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만든 조건인 셈이다. 문학 진흥에 기여한다는 외적 역할이 아니라 그냥 콘텐츠 구매 플랫폼이다. 심지어 그런 운영에 문제의식도 없는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런 일들은 문학뿐만 아니라 음원 유통 구조 등 예술계에 만연해 있다. 이상문학상 대상 정도 되는 사람이 절필 선언해서 이슈가 되는 것이지, 이러한 이유로 예술 활동을 하다가 그만두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 조인선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등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오디션형 프로그램의 수익 배분 구조도 제작사와 투자사가 대부분의 수익을 가져가는 등 아주 기형적이다. 수익 배분을 놓고 방송사와 투자사가 갈등을 빚는가 하면, 자본력이 있는 대형 업체가 이익을 독식하고 있다는 비판과 의혹도 등장하여 귀추가 주목된다.
  • 변순영

    김금희 작가의 이상문학상 거부 기사가 났을 때는 단순히 작가의 권리에 대한 이슈, 저작권 문제로 봤다면, 윤이형 작가의 절필 선언은 다른 얘기까지 확장되었다고 본다. 소위 말하는 기성세대, 기득권에서 바라보는 기준과 이제 진입하는 신진 작가, 새로운 층위에서 공정함과 부조리함에 대한 기준을 이제는 좀 더 첨예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기득권에서는 무엇이 문제냐고, 수상 절차로 당연히 겪어야 할 단계로 받아들였을 수 있고, 지금의 관점에서는 지극히 부조리하다고 보는데, 경험으로 축적된 잣대 자체가 다른 간극을 어떻게 좁힐 것인가, 이로 인해 작가란 존재에 대한 깊은 숙의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안태호

    이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저작권 이슈에 한정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윤이형 작가가 문단으로 돌아올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과연 이상문학상 주최 측이 사과하고 저작권을 되돌리면 작가가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걸까? 이상문학상이 없어지는 것은 원하지 않을 것 같은데 단순히 저작권 이슈 하나 가지고 그렇게 깊은 절망이 나오지는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설동준

    사실 윤이형 작가의 입장문을 보면 그런 얘기가 있다. 이상문학상이 문학계 안에서 가지고 있는 기능과 위상이 분명히 있음에도, 문학사상사 회장 한 사람의 지시와 기분에 따라,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되느냐는 것이다. 윤이형 작가가 제기한 문제는 결국 ‘이게 업계냐’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업계라고 하면 합의나 질서, 룰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말이다.
  • 조인선

    연주자의 사례로는, 창작 콩쿠르에서 수상하면 수상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1년 동안 주최 측에서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연주자들의 항의가 거세져 현재 대부분의 창작 음악 수상작은 수상자와 주최 측이 공동으로 저작권을 갖도록 협의하고 있다.
  • 안태호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구름빵 사건 같은 것이다. 신인 작가에겐 위험부담을 이유로 권리를 다 가져가면서 4,000억이 넘는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 작가가 받은 금액은 1,800만 원에 불과했던 일이 있었는데 최근 상고심에서 작가가 패했다. 예술계의 공정 환경 조성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예를 들어 영화진흥위원회에는 공정환경조성센터가 있어서 수직계열화 문제를 비롯한 대기업 감시·관리 역할을 하고 있는데 비해 다른 예술계에는 그런 역할을 할 기관이 확실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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