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모든 일상이 멈춰버린 것 같은 시절입니다. 이번 호 이슈토크에서는 편집위원들이 코로나19와 관련된 소식들 중 주목할 만한 것들을 모아서 전달합니다. 뉴스들은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여러 영역의 발상과 방향을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조인선, 변순영 두 분 편집위원은 기관 대응과 지원정책 관련 소식을 선택했습니다. 각 지자체 단위의 예술지원 정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창작준비금이나 장르별 지원 대책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합니다. 이한빛 편집위원은 미국 대공황 시기의 예술뉴딜 정책 사례를 들며 지원정책의 내용보다 ‘속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비상한 시기인 만큼, 과하다 싶을 정도의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설동준 편집위원은 <오페라의 유령> 등 ‘랜선 공연물’ 이야기를 통해 예술계의 연대의식을 상기시킵니다. 우리가 공연을 보거나 페스티벌에 참여할 때, 함께라는 고양된 기분을 어떻게 가져갈 수 있을지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위기에 걸맞는 지원사업 변화 필요

콩쿠르는 유튜브 심사 시대 국제 페스티벌은 암흑 시대
창작준비금 획기적으로 늘려야
공연·미술·영화판 피해 제각각인데 ‘문화예술계’로 뭉뚱그린 지원 대책


  • 조인선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시한을 5월 5일까지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예술인들이 생계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바이러스가 퍼지기 최적의 조건인 '사람들이 밀집한 밀폐 공간'에 해당되는 공연장 대다수도 문을 닫았기 때문에 아티스트들은 타의적으로 설 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상반기 준비 중이었던 연주회, 뮤지컬 등 공연 상당수가 잠정 연기되거나 취소되었고, 대부분의 지원사업들도 예술인들과 공연의 영상 콘텐츠 지원이나 온라인을 통한 버추얼(가상) 페스티벌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우회하여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문화예술계 긴급 공모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기업들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예술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 공헌 프로젝트 등의 공모를 통해 예술인들을 독려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카카오와 텀블벅은 창작 역량 부문 프로젝트와 긴급구호‧재해구호‧예술봉사 등 문화예술 분야 사회 공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코로나19와 관련되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예술인의 프로젝트에 한해 최종 모금액의 50%(최대 500만 원)를 지원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평가위원 섭외와 밀폐된 공간에서의 심사를 해야 하는 악조건 등으로 인해 지원사업 선정 평가 조차 지연되고 있어 많은 아티스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 문화예술 공공기관의 코로나19 대응책들

    서울시, 코로나19 직격탄 예술계 50억 긴급 자금
    예술인 창작준비금·융자 지원 배 이상 확대
    세종문화회관, 코로나 피해 공연팀에 온라인 제작비


    • 변순영

      올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지원하는 예술인 창작준비금은 총 1만 2천 명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작년 대비 2배 이상 증액 편성되었지만, 지난 3월에 일찍 마감되었다.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융자 또한 올해 190억으로 지난해보다 2배 이상 확대되었지만 지난 3월 초에 빠르게 소진되어 현재진행형인 코로나19 예술인 피해 긴급지원을 위한 다른 대책이 절실하다. 지역 단위 공공 문화예술 기관에서 내놓은 예술인 코로나19 피해 지원책으로는 별도의 예산을 추경 편성하여 지원하는 긴급창작활동지원금 방식과 창작지원금 내 활동비 선지급 방식, 온라인 예술 콘텐츠 제작 지원, 대관료 피해 지원, 방역물품 지원 등이 4월 초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예술 장르별 발전 기금 활용 방안도 제안되고 있으며, 공연계, 미술계, 영화계 등 각 분야별 피해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따른 정확한 실태조사에 기반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예술계를 위한 빠르고 유연한 대처 필요

      코로나에 생계 끊긴 예술가들
      ‘코로나19’ 절벽에 선 공연계 ‘0’ 이 된 삶에 지원의 끈이…
      예술계 ‘집단실업’ 위기…지원 속도가 생명인데


      • 이한빛

        코로나19 사태가 미치는 영향이 가혹하게 느껴지지 않는 곳이 어디 있으랴마는, 예술계가 체감하는 피해는 그야말로 만만치 않다. 지자체는 물론이고 중앙정부까지 나서 지원 대책을 연일 발표하고 있다. 아는 분들은 알겠지만 이 지원금 대부분은 저리의 대출이다. 직접적으로 생활비를 지원하는 건 예술인 창작준비금 정도다. 그런데 현장 예술인들 만나 보면 대출이고 지원비고 다 좋은데 ‘빨리’ 해 달라는 목소리가 크다. 신청하고 심의하는 과정을 거쳐 선정해서 지원받기까지 3개월은 걸리니까. 다음 달이면 통신료를 못 내서 전화가 끊긴다는데 지원 속도와 타이밍이 너무 늦다. 물론 세금이기 때문에, 기관이기 때문에 거쳐야 하는 절차가 있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미국에선 대규모 공공미술 프로젝트(PWAP, Public Work of Art Project)와 공공산업진흥국(WPA, Works Progress Administration)이 설립, 진행됐다. 실업률이 극에 달하자 근로자들을 ‘먹여 살리는 것’을 고민하던 미국 정부가 “예술가도 먹고 살아야 한다.”라며 시작한 프로젝트다. 엄밀하게 말하면 예술인들은 고용된 상태가 아니기에 정부 프로그램 대상자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수많은 예술가들이 연명할 수 있었다. 그들 중엔 우리에게 익숙한 잭슨 폴록 같은 작가도 포함돼 있다. 작품을 매입하는 대가로 금액을 주고 생활비를 대주거나, 대규모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근무’하면 일당을 주는 방식이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술가들이라고 특별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사회 안전망 밖으로는 그 누구도 밀려나서는 안 되지 않나. 과하다 싶을 정도로 빠른 실행이 필요하다.
      • 온라인 공연물 너머의 연대 의식

        ‘코로나 와중’ 에 …뮤지컬, 얼마나 절박했기에…
        “한 편에 평균 1억 ...‘ 싹 온 스크린 ’ 에 투자 아끼지 않아”
        코로나 보릿고개 버텨보자 … 생계 위기 제작진에 8억 준 공연계 맏형들


        • 설동준

          코로나19로 인한 공연 업계의 피해를 말해 무엇할까. 문화예술계 외부의 지인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바쁘게 사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있다.”라는 등의 얘기를 할 때, 다 맞는 말이고 비난할 수 없는 말인데도 불구하고 참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예술업, 특히 공연업은 그날, 혹은 그달의 매출이 생계로 이어지는 경로가 짧다. 수요가 줄어들면 종사자 수입 감소로 바로 이어진다. 그러니 사회적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공연을 지속하려고 하는 거다.
          그 와중에 여러 단톡방에서 랜선 공연물 링크가 공유되는 것을 보면서 생각이 복잡해졌다. 지난 주말 <오페라의 유령>이 한시적으로 유튜브에 공개됐다. ‘액터스펀드(The Actors Fund)’와 협업해서 작품의 랜선 관람객이 기부할 수 있는 방식을 시도했다. 일요일(19일) 밤에 들어가서 본 모금액은 대략 35만 달러(한화 약 4억 3천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모아진 돈은 공연계 종사자, 혹은 확진자 중 의료비와 생계비의 긴급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원된다.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을 필두로 고급 영상 장비와 기술을 뽐내는 영상들이 코로나 시대의 대안으로 안방을 파고드는 와중에 생태계의 존속을 위해 라이선스를 활용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싶었다. (그런 연대 의식이 부럽다는 것이 더 솔직한 심정이다.)
          그나마 뮤지컬 업계에서 대형 제작사들이 협력 업체에 선금을 지급했다는 소식이 반갑다. 대형 공연이나 페스티벌은 협력 업체가 정말 중요하다. 시스템 업체들이 자금난에 도산하고 장비를 헐값이 넘기고 나면 뒤늦게 돈을 댄다고 죽었던 업체가 살아나지 않고, 결국 선금이나 긴급지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에 이런 시도가 고맙다.
          대중이 모이는 시대가 쉽게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사람들이 공연을 보거나 페스티벌에 가는 것은 단순히 작품(공연)을 보기 위한 것뿐만이 아니다. ‘함께’라는 일종의 현장 바이브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명문대 강의 중 상당 부분이 무크(MOOCs)에 공개되어 있지만, 대학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물리적 공간이 만드는 협력 학습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예전의 일상으로의 회복은 접는다 치더라도, 연대감, 유대감이라는 현장성이 무엇으로 변하게 될지 생각해봐야 한다. 랜선을 여러 개 묶는 게 답은 아닐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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