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위기 직후인 2009년 1월, 미국에서 만난 예술계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말끝에 붙이는 말이 있었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공포(fear)다. 바닥을 알 수 없다는 공포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주 정부가 문화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어느 예술 기관이 파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후원하기로 했던 기업들이 취소 통보를 해오고 있다, 관객들이 주머니를 열지 않는다, 미국 정부는 ‘경기회생자금’ 중 일부를 파산 직전에 있는 문화예술기관과 단체를 구제하는 기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미국발 예술뉴스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문구들이다. ArtsMarketing.org 사이트에서 발굴해서 제공하고 있는 마케팅 관련 글들 중에「비영리예술을 위한 생존전략」이 다가왔던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본론에 앞서 ArtsMarketing.org에 대해 소개한다. ArtsMarketing.org는 미국의 비영리예술지원기관인 아메리칸포디아츠(American for the Arts) 아츠앤비즈니스카운슬(Arts & Business Council)에서 운영하고 있는 내셔널아츠마케팅프로젝트(National Arts Marketing Project)의 웹사이트로, 마케팅 프로그램을 디자인할 수 있는, 비용에서나 효율성에서나 상당한 수준의 정보, 도구,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함으로써 예술 기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목표로 운영되고 있는 사이트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사의 지원을 받아 개발된 사이트이며 최신의 정보, 전문적인 가이드를 제공하기 위한 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내셔널아츠마케팅프로젝트의 로고, 푸른 아보카도 사이트

이 글은 원래 샌프란시스코재단에서 일하는 존 킬럭키(John Killacky)가 [푸른 아보카도(Blue Avocado)]라는 비영리기관들을 위한 정보 사이트에서 발표한 것이다.


악조건에서 벗어나 더욱 강해질 것

존 킬럭키는 “다른 모든 비영리 영역에서와 마찬가지로 예술 분야에서도 정부, 기업, 재단, 개인 기부자로부터의 후원이 줄어들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듯이 향후 3년에서 5년까지 재원 문제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성공의 기준이 성장이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으로 바뀌고 있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예술 기관이야말로 유권자, 관객, 이웃들과 역동적이며, 쌍방향적이며,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런 악조건에서 벗어나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한다.

존 킬럭키가 정리하고 있는 비영리예술을 위한 생존전략은 모두 10가지다. 비교적 짧은 글이고 정리하고 인용하는 방법이 재치 있고 설득력이 있어 되도록 전문을 번역해서 소개하려고 한다.


비영리예술을 위한 10개의 생존전략

전략 1. 가진 것은 적지만 뭔가 다른 일을 해냄으로써 더 많은 것을 산출하라. 지속가능성이 아니라 기관의 미션에 투자하라. 케네디센터의 CEO인 마이클 카이저가 성경 문구에서 착안한 다음과 같은 말을 재인용한다. “작은 사고는 더 작은 수입을 낳고 더 작은 수입은 더 작은 기관을 낳고 결국 흥미와 참여도가 줄어든다.”

전략 2. 장소가 관건이다. 당신의 이웃들이 당신의 빌딩을 지역 주민 센터나 회합 장소로 여기도록 만들어라. 그리고 왜 굳이 여기서 이런 시기에 이런 유의 작품을 보여주는지 홍보물, 프로그램책자, 관객 참여 방법을 통해 관객 스스로가 답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당신이 왜 이런 연극, 전시, 무용작품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지 그들이 알게 때에야 비로소 반응을 보일 것이다.

전략 3. 관중들을 내부로 초대하라. 명제표, 드라마투르기 노트, 콘서트 사전 해설이 관중을 만든다. 마니아들이나 일반 대중을 위해 예술적인 표현에 문화적인 맥락을 부여하는 번역, 다리 놓기, 재조명 작업이 필요하다. 마르셀 뒤샹이 말한 대로 “예술가가 보고 있는 것과 관중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사이에 간극이 줄어들수록 예술가는 더 위대해진다.” 그리고 어렵다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하라. 뉴욕 타임스에 샌프란시스코의 매직 시어터가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했다는 기사가 실리자 그 전에 한 번도 기부한 적이 없었던 맨하탄 거주자가 익명으로 거액을 투척했다.

전략 4. 관객과 함께 의미를 만들어라. 사교 채널로 실험하라. 젊은 전문가들을 끌어들이도록 노력하라. 트렌드 세터들은 개막식에 누가 참여했는지 볼 것이다. 쉬는 시간에 이번 무용 신작이 얼마나 멋지고 섹시한지 재잘댈 것이다. 예술 감독과 함께 Skype(무료 인터넷 전화 소프트웨어-필자주)를 통해 채팅하라. 행사전후에 관객들이 의미를 부여하거나 얻을 수 있는 독창적인 방법을 찾아내라. 작은 일이라도 시작하고 어떻게 되는지 봐라. 그러면 당신의 기관에 맞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실린 매직씨어터 기사 매직씨어터는 샘 셰퍼드 등 걸출한 극작가들을 배출한 연극 극장이다.(좌) 젊은 날의 토니 쿠쉬너 1992년 희곡<미국의 천사들>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전략 5. 중산층이 예술을 살릴 수 있다. 미국의 75%의 기부가 개인에게서 온다.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7%이다. 종교관계자들이 이중 1/3을 쓸어간다. 예술, 문화, 인문학은 단지 4%만을 가져간다. &lsquo;교회식의 기부요청&rsquo;을 가동시켜볼만하다. 예술도 영적으로 대단한 변화의 경험을 제공하니 가능할 것이다. 당신이 아는 관객, 자원 활동가, 기부자, 이웃과 함께 먼저 시작하라. 숭고한 기부를 요청하라. 오바마 대선 캠프가 이런 펀드레이징의 힘을 증명했다. 관객들에게 모자라도 돌리란 말인가? 왜 안 되는가? 키스 헤네시(Keith Hennessy)의 서코 제로(Circo Zero)는 무료 공연 때마다 와 주신 것에 감사한다며 모자를 돌린다. 그는 무료 공연 때 거둔 기부금액이 평상시 티켓 판매 금액보다 많다고 말했다.

전략 6. 아마추어 리그 선수들을 지원하라. 스포츠 팀들은 첫 경기 경험의 중요성을 안다. 이것이 프로페셔널 스포츠 마케팅에서 아마추어 리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예술전문리서처인 알랭 브라운(Alan Blown)은 오케스트라 정기 회원의 74%가 노래하거나 악기를 연주한다는 통계 조사를 발표한 적이 있다. 무용, 시각 예술, 연극도 마찬가지였다.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무용단이나 극단이 관객개발에 있어서 선두주자다. 호두까기 인형이나 여타의 가족극장형 프로그램에 아이들을 출연시키는 것이 비즈니스 측면에서 이득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경기 전 워밍업을 공개하거나 사인회를 여는 것처럼 리허설을 공개하거나 예술가와의 만남의 시간을 갖자. 아마추어 활동가들과 천상의 예술의 만남이다.

전략 7. 18세에서 29세의 첫세계화세대(The First Global Generation)와 베이비붐세대의 특징은 의미 있는 경험을 원한다는 것이다. &lsquo;세속적인 영적체험자&rsquo;로 대변되는 이 세대들에게 &lsquo;특별한&rsquo; 것보다는 그들이 조우하게 될 것,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예술계는 이들을 상대로 과장되지 않게 호소력 있게 말하는 방법을 알아야만 한다.

전략 8. 비영리기관들과 상업 배급자는 다르다. 사람들은 비영리기관들이 참된 대안을 제공할 것으로 여긴다. 수입을 높이려고 노력하면 미션은 표류하고 영향력은 맥 빠진 풍선처럼 시들어버린다. 상업적인 엔터테인먼트 업계조차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니 투자비율이 적은 비영리기관은 경쟁력이 없다. 그러니 노력하지 말자. 예술 기관은 직관에 반(反)할 필요가 있다. 진심으로 우리 공동체에 대안을 제공하면서 말이다. 사무엘 베케트가 한 말이 여기에 가장 적절하다. &ldquo;수없이 노력했다. 수없이 실패했다. 상관없다. 다시 노력하라. 다시 실패하라. 실패가 더 낫다.&rdquo;

전략 9. 교제를 허하라. 작은 기관이 수십 년간 생존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하지만 여전히 문화 생태계(cultural ecosystem)에 독특하고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전략적인 파트너십, 공동 출자, 협업을 통해 경제적인 면의 향상, 프로그램과 서비스에 있어서의 효율성을 높여라. 합병, 통합, 청산도 고려해야 한다. 내부적인 강점과 약점, 외부적인 기회와 위협에 대한 치밀한 분석(SWOT 분석-필자주)이 요구된다.

전략 10. 문화시민이 되라. 극작가인 토니 쿠쉬너(Tony Kushner)는 &ldquo;행동하지 않을 때 행동해라. 투표하지 않을 때 투표하라.&rdquo;고 말했다. 모든 정치가들에게 예술플랫폼을 만들라고 요구하라. 그렇게 요구하는 자만을 지원한다. 의회 정당을 예술 친화적인 정치꾼들로 묶어라. 그들을 개막식과 리셉션에 초대하고 목격하게 하라. 예술지원 예산 삭감안이 제출된 날 200명의 예술가들이 오클랜드 시청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시 의회는 법 개정 이외에는 선택이 없었다. 그러나 더 나은 방법은 교육위원회가 모든 학교에 모든 아이들을 위한 일상 예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확신하게 만드는 것이다.

글쓴이인 존 킬럭키는 샌프란시스코재단(San Francisco Foundation)의 문화예술 프로그램 담당자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예르나 부에나 현대예술센터(Yerba Buena Center for the Arts)의 총감독, 미네아폴리스에 소재한 워커 아트센터(Walker Art Center)의 공연예술 큐레이터를 역임했다. 이 두 공연장 모두 미국 내에서 비영리현대예술의 첨병으로 불리는 공간이다. 최근에는 가수인 제니스 이안(Janis Ian)에 관한 PBS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공동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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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필자소개
김소연은 현재 예술경영지원센터 지원컨설팅팀에서 ';문화예술 기획경영 아카데미'; 기획운영을 맡고 있다. 예술단체 국제교류 및 해외진출지원, 해외콘텐츠 조사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문화예술단체를 위한 국제교류 조세제도 해설집』(예술경영지원센터, 2008) 집필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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