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별 문화재단 설립이 가속화되면서 문화예술제도 정책에서 문화재단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된 지역협력형 사업에서 볼 수 있듯이 문화예술지원제도와 정책에서 문화재단의 역할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곧 예술환경의 주요한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이기도 하다. [weekly@예술경영]은 문화재단의 설립 현황을 살피고 운영 현황을 통해 문화재단의 역할을 가늠함으로써 변화되는 예술환경을 전망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② 광역1(수도권)
예술계 수요확장, 지역 문화재단의 성장으로 문예진흥기금 사업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불가피하게 지원정책의 새로운 틀을 짜야 하는 시점이다.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직접 공모와 심사를 통해 지원하던 ‘예술창작 및 표현활동 지원사업’의 상당 부분을 지역협력형사업으로 전환하면서 공모성 지원사업의 대부분이 각 시도로 이관되었다. 1998년 약 800여 개의 소액지원사업을 지역으로 이관한 이래, 문예진흥기금 사업의 지역정책은 가장 큰 전환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특히 당시 이관 대상에서 배제되었던 서울 소재 문화예술단체의 사업이 이번에 대거 서울문화재단으로 이관됨으로써 불가피하게 지원정책의 새로운 틀을 짜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예술환경과 지원정책


공모에 의한 예술지원사업은 지난 30여 년 동안 예술위원회의 가장 핵심적인 지원방식으로 예술작품의 창작과 표현활동의 최종 결과물에 대한 지원이 그 중심이었다. 이러한 작품 중심의 지원은 예술작품의 제작과 발표 횟수를 대폭 증가시켰지만, 한편으로 예술현장의 지원의존도를 심화시키고 예술단체의 자생력을 약화시켜 ‘지원이 없으면 창작도 없다’는 자조적인 말이 공공연히 예술인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기에 이르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로고
실제로 문예진흥기금 정기공모사업의 신청 현황을 살펴보면, 수년 전까지만 해도 2~3천 건에 불과하던 신청건수가 2007년에는 5,200건, 2008년에는 6,300여건으로 급증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원행정의 관점에서 볼 때, 심의건수가 5천 건이 넘어서면 효율적인 심의·평가 관리가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지역단위로 추진 가능한 사업은 지역으로 이관하고, 예술위원회는 지역단위에서 추진이 불가능한 사업을 중심으로 지원영역을 특성화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구분 금액 건수
신청액 선정액 비율(%) 신청건수 선정건수 비율(%)
2007년 111,394 17,202 15.4 5,269 1,237 23.5
2008년 130,152 18,482 14.2 6,307 1,322 21.0
[표1] 예술위원회 정기공모사업 신청 및 선정 현황 (단위 : 백만 원/건수)



한편, 예술위원회가 지역문화예술 지원정책에 전반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배경에는 수도권 문화재단들의 급성장과 광역단위 문화재단의 설립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상황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연간 지원사업비의 규모가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문화재단의 등장은 예술현장의 공급과잉 논란과 지원의 중복성 문제를 불러왔고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예술위원회와 지역문화재단의 역할조정이 시급한 과제로 등장한 것이다.




경기, 서울, 인천의 문화재단 출범과 성장

광역단위 문화재단 가운데 가장 먼저 출범한 것은 경기문화재단이다. 서울, 인천 등 다른 문화재단들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설립된 것과 달리 경기문화재단은 1997년 출범하였으며, 이후 기전문화재연구원 설립(1999년), 기금 1천억 원 조성목표 달성(2001년), 경기도 박물관ㆍ미술관 통합 운영(2008년) 등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경기도의 중추적인 문화예술 지원기관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서울문화재단 주최의 2009 하이서울페스티벌


2004년 3월 설립된 서울문화재단은 불과 5년의 짧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괄목할만한 성장을 가져왔다. 창의문화도시를 표방하는 서울시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서울시민 모두가 예술에 참여하게 한다”는 비전을 새롭게 설정한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시민을 위한 사계절 축제인 하이서울페스티벌을 주관하고 서울시민과 예술가가 만나는 생활 속의 문화거점으로서 ‘아트팩토리’를 대대적으로 조성하는 등 기존의 창작예술인 중심의 지원사업에서 벗어나 도시와 시민 중심의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쳐가고 있다.

구 분 경기문화재단 서울문화재단 인천문화재단
출범일 1997.4.30 2004.3.15 2004.12.10
최초출연금 335억
(문진금 84, 도출연 250, 기부 1)
500억
(문진금 300, 시출연 200)
395억
(인천시 395)
기금규모 (2008년 말) 1,030억 원 1,126억 원 482억 원
기구 인원 1처(2실) 1원(2실) 4관(4실 4팀)
162명
3본부 1센터 1실 8팀
57명(사업계약직 제외)
2실 5팀 1사무국 4관
63명
2009 예산 819억 원 295억 원 150억 원
문예진흥사업비 128억 원
(시설운영비 제외)
246억 원
(예술지원 135억 원)
49억 원
(예술지원 38억 원)
[표2] 수도권 광역 문화재단 현황
(이 표는 7월 17일에 수정되었습니다)



서울문화재단보다 조금 늦게 출범한 인천문화재단은 출범 당시 420억 원의 출연금과 매년 60억 원씩을 지방비에서 출연키로 하는 조례를 통과시키는 등 의욕적인 출범을 보였으나, 2008년 말 현재 기금규모가 448억 원으로 출범당시에 비하여 28억 원이 늘었을 뿐이다. 그러나 인천문화재단은 메이저급 문화재단 사이에서 나름대로 특화 전략에 성공하여 우수한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인천의 정체성에 맞는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예술위원회의 지역문예진흥기금사업 평가에서 3년 연속 최고등급을 받기도 하였다.




기금지원에서 지역 특성화, 시설운영으로


지역문화재단의 초기 사업구조는 예술위원회에서 넘겨받은 소액다건 위주의 지역예술활동에 대한 지원사업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지자체에서 수행하던 무대제작지원사업 등 문화예술 현장과 관련된 직접 지원사업들이 대부분 지자체가 설립한 문화재단으로 일원화되었고 최근에는 지역성과 시민(도민)의 문화생활과 밀접한 지원사업이 늘어나면서 재단별 특성화가 이루어지고 중심업무도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각 재단의 문예진흥사업은 사업 영역에 따라 예술창작 및 표현활동, 국제교류를 지원하는 예술진흥사업과 지역주민의 문화향유 및 예술교육 지원사업, 지역특성화 연계사업, 문화시설운영, 기타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물론 재단별로 사업 분류방식이 다르고 사업별 예산규모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기는 불가능하다. [표3]은 전체 사업 영역과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3개 문화재단의 사업을 편의상 유형별로 분류해본 것이다.





구 분 서울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 인천문화재단
예술진흥
국제교류
○ 정기공모 지원
○ 젊은 예술가 지원
○ 자치구 활성화 지원
○ 창작활성화 지원
○ 서울예술축제 지원
○ 우수작품창작발표지원
○ 문화예술인역량강화
○ 문화예술활성화기획발굴
○ 문화PD운영
○ 국제문화교류기획공모
○ 해외네트워크협력사업
○ 볼로냐아동도서전문화행사
○ 일반공모지원
○ 지정공모지원
○ 무대공연작품제작지원
○ 공연예술단체집중육성
○ 문화예술기획인력운영지원
문화향유ㆍ
예술교육

○ 어린이 창의 Arts-TREE
○ 청소년 비전 Arts-TREE
○ 예술교육전문가 및 문화매개자
양성교육
○ 문화예술교육 해외기관 교류
○ 서울시 창의예술센터 개관

○ 문화예술매개자육성
○ 문화예술향유기회확대
○ 커뮤니티 아트 프로젝트
○ 지역문화예술활동 공모지원
○ 지역문화기반시설 활성화
○ 예술프로그램운영
○ 찾아가는 문화활동지원
○ 인천사랑티켓 지원
○ 선착장 바꾸기
○ 인천미술은행운영
○ 공공미술프로젝트
○ 아름다운교문만들기 지원
○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지역특성화
연계
○ 서울사랑의 문화나눔
○ 서울거리 아티스트
○ 우리동네 문화가꾸기
○ 서울문화예술탐방
○ 책 읽는 서울
○ 문화가 있는 놀이터 등
○ 지역문화특성화사업
○ 지역언론연계 문예기획지원
○ 문화예술 조사 및 DB구축
○ 경기문화협력 네트워크
○ 문화정책 정보구축 등
○ 플랫폼 출판
○ 인천문화예술연감 등 발간
○ 인천문화유산답사지도제작
○ 인천문화예술DB구축
○ 우현상 운영
○ 인천시 문화기본계획연구
○ 근대한국학컬렉션연구
문화시설
운영
○ 서울연극센터 운영
○ 남산창작센터 운영
○ 대학로연습실 운영
○ 아트팩토리 운영
○ 서울열린극장 창동 운영
○ 경기도박물관 운영
○ 경기도미술관 운영
○ 경기도자박물관 운영
○ 백남준아트센터 운영
○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운영 등
○ 공연창작연습실 운영
기타 ○ 하이서울페스티벌 봄축제
○ 겨울 빛 축제
○ 서울스프링 실내악 축제
○ 청계천예술축제
○ 경기문화재연구원 운영
○ 문화시설건립 및 조성
○ 통합홍보마케팅 및 운영
활성화
○ 영상위원회 활성화
-로케이션지원
-영상네트워크
-인천영화제작지원 등
[표3] 수도권 광역 문화재단의 사업영역(2009)



수도권 문화재단의 사업은 크게 예술가를 위한 창작지원, 시(도)민을 위한 향유지원,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과 연계된 사업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그 외에 타지역과 차별성이 있는 업무로 축제(서울), 문화재 발굴(경기), 영상(인천) 등이 있다. 사업 영역 가운데 예술진흥사업은 주로 예술위원회의 지역협력형사업과의 매칭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어 창작공모지원, 무대제작지원, 공연단체집중육성 등 비슷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지역의 정체성과 연계된 특성화사업이나 지역문화시설운영사업 비중이 점차 강화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특히 예술가의 창작활동 거점이자 시(도)민 들이 이용하는 대형 문화시설을 문화재단이 위탁운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특기할 만한 사실이다. 경기도는 이미 지난해부터 도립 박물관ㆍ미술관과 경기도자박물관, 백남준아트센터 등 도내 중추적인 문화시설을 경기문화재단 산하에 통합운영하고 있으며, 서울문화재단은 기존의 창동극장과 대학로연극센터ㆍ연습실 외에 남산창작센터를 최근 리모델링했다. 또 도심 창작공간을 위해 서울시가 조성하는 10여개의 예술창작센터(아트팩토리)를 위탁받아 운영할 계획이다. 인천문화재단 역시 기존의 공연창작연습실 운영 외에 본격적인 문화시설의 위탁 운영을 위해 관련 규정의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경기도자박물관, 백남준아트센터 전경





명확한 정책방향과 상호 협의가 필요한 때


살펴본 바와 같이 수도권 문화재단의 성장은 타 지역에 자극을 주고 있으며, 그동안 망설이고 있던 문화재단 설립의 모델을 제시함과 동시에 민·관 협치의 새로운 문화거버넌스 시대가 머지않았음을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내용적으로 볼 때, 아직도 간단치 않은 과제들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첫째, 문화재단의 업무영역 확장 또는 비대화가 과연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문화시설의 운영이 주 업무가 되면서 본연의 문화예술 지원사업의 비중이 약화될 우려가 있고, 막대한 관리비가 소요되는 문화시설은 효율성 시비에 시달릴 것이 뻔하다. 지원정책을 수행하는 광역 단위 문화재단은 앞으로 시설운영에 있어서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지역문화재단은 자체 기금을 보유하고 있으나 기금의 이식금만으로는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자치단체의 보조금에 의해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자치단체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고 상대적으로 재단의 자율성은 약화된다. 자치단체의 사업들이 전문성을 갖춘 재단에 위탁 운영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기는 하나 자칫 시도 문화사업의 대행기구라는 오명을 받지 않도록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셋째, 거주지와 예술현장이 중첩되어 있는 수도권의 특성상 별개의 문화재단에 의해 지원정책이 다루어지면서 여러 가지 비효율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점이다. 따라서 무대제작지원과 같은 창작활동에 대한 지원은 지원공모와 심의절차를 재단 상호간 협의에 의해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수도권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공동연구, 공동정책개발 등도 문화재단들이 협력해서 이루어가야 할 사안이다.


넷째, 수도권 문화재단은 전국적인 문화재단의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오히려 타 지역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입장이 될 수도 있다. 더구나 수도권 문화재단 간에서도 서울과 경기(인천)의 시각차가 크게 다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상호 협력과 리더십, 지역성의 극복 등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에 함께 나서야 할 것이다.


수도권 문화재단은 이밖에도 여러 과제가 남겨 있음에도 그 앞날은 일단 긍정적이다. 이제 예술위원회가 모든 지원정책을 감당하던 시대는 지났다. 우리나라는 최근 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다양한 준지원기구를 탄생시켰다. 예술위원회와 문화재단 그리고 다양한 지원기구가 상호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문화예술 현장에 대한 역할 분담과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면, 국민의 문화향유 증진과 문화예술의 진흥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양효석

필자소개
양효석은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한국문예진흥원에 입사하여 공연예술팀장, 지원총괄팀장을 거쳤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초대 정책실장, 예술진흥실장, 문화협력사업본부장을 역임하였다. 올해 2월부터는 신사업추진단장으로 일하고 있다. 재임 중 ‘전국지역문화지원협의회’ 설립을 발의하였고 이후 경기도 문예진흥위원회 위원, 대구문화재단 및 대전문화재단 설립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지역문화 발전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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