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 이슈토크는 AI의 예술창작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10여년 전만 해도 영화에나 등장하던 인공지능이 일상 곳곳에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인공지능은 과연 예술의 영역도 잠식해 들어갈까요? 인공지능은 이미 다양한 장르에서 창작의 수단으로, 교육의 장치로, 상품생산을 위한 도구로 맹활약중입니다. 특정 사안에서는 저작권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과연 창작에 대한 자의식과 사회적 합의라는 예술의 틀을 AI가 넘나들게 될지 궁금합니다.
일제 강점기 문화재의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 사재를 털어 이를 사들이기 시작했다는 간송 전형필은 일종의 전설이 됐습니다. 그가 설립했던 한국 최초의 개인미술관 간송미술관의 명성도 자자했지요. 그러나 50년간 지켜온 신화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간송미술관이 경영위기로 보물급 불상을 경매에 내놓은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편집위원들은 국보급 문화재의 정보공유가 필요해 보인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세 번째 이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코로나 19 지원대책입니다. 3,399억원을 편성한 3차 추경예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공공미술의 성격부터 아카이빙의 방법론까지, 여전히 정책적 대응은 조금은 무디고 이런 저런 한계를 포함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독자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문화체육관광부 코로나19 지원 대책 발표

돈 쓰세요...1700억 규모 외식·문화·여행 할인 쿠폰 푼다
티켓 보조금 공연계 마중물 될까
문화예술 코로나 지원 홈페이지


  • 안태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코로나19 지원 대책으로 3차 추경예산 3,399억을 편성했다. 일자리 지원, 소비 진작을 위한 소비 쿠폰 제공, 비대면과 온라인 문화 확산을 위한 한국판 뉴딜 사업 등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 설동준

    예산이 이미 완성된 예술 활동 결과물을 구매해 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할 예정인 활동에 대한 용역비로 사용하게끔 책정되어 있다. 소비 진작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느꼈던 사업도 있고, 아카이빙 작업은 이참에 해야 한다. 그런데 여러 대책 중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가장 큰 이슈가 아닐까 싶다. 원래 뉴딜 정책은 테네시강 유역 댐 건설 건으로, 결론적으로 대공황이 지나고 나서 정기 수요가 늘어날 때 이를 충당할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하는 차원에서 벌인 일이었다. 그렇다면 한국판 뉴딜 사업이라고 했을 때에는 예술의 기초 인프라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사업을 배치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당장 사람에게 돈을 지급해야 했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의 사업을 짠 것으로 보인다. 리서치나 아카이빙은 이전에도 시간과 비용상의 이유로 제외되던 영역인데, 온라인 콘텐츠화가 가능한 영역에 집중해 편성한 듯하다.
  • 안태호

    문체부의 아트인시티와 마을미술 프로젝트, 서울시의 도시갤러리 사업 등이 시작된지도 15년이 넘었는데 문체부에서조차 공공미술을 벽화와 조형물로만 사고하고 있다는 게 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 이한빛

    이번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이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고 느낀다. 간접적인 방식보다는 모두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훨씬 낫다는 의견인데, 이와 같이 예술 활동에 지원금을 지급하기보다는 작가들 작품을 구입해 주거나, 수업을 만들어 강사로 활동하게끔 하는 편이 효과가 더 좋지 않나 생각했다.
  • 연수현

    효율적인 인력관리에 대한 고려가 아쉬운 점이다. 공공기반 시설이 휴관함으로써 생기는 유휴인력에게 다른 역할을 부여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그들에게 재난 상황에 추가적 임무(방역 등)을 주어 다른 공연장이나 기관들을 돕도록 하는 것이다. 지역 기반의 공공 시설이라면 이럴 때 전사적 재난 지원 극복 차원에서 지역사회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 변순영

    이번 3차 추경은 현장 예술인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은 아니다. 아카이빙이나 디지털화 작업 등 대부분이 예산을 받아 실행할 중간 조직들이 용역 업체를 통해 진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연예술 보조인력 지원도 그렇고, 공공미술 프로젝트도 기초문화재단에 프로젝트 사업비를 내리면 지역의 관련 업체에서 작업하는 방식일 것이다.
  • 설동준

    소비나 방역 지원은 되어 있으나, 정작 현재 오프라인 공연장에서 공연을 지속하고 있는 공급 측을 위한 지원은 완전히 비어 있다. 예를 들면 200석 규모의 소극장은 현재 거리두기 좌석제로 인해 70석 정도 운영이 가능한데, 마련해 놓은 좌석이 매진되어도 좌석을 더 늘려서 풀 수가 없는 상황이다. 방역 지침을 지킨 상황에서 공연장 확진 사례가 없다면 이들을 위한 지원책도 마련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국보 경매 내놓은 간송미술관

경매에 보물 내놓은 간송미술관…문화재 공공성 논란
공공적 지원 나서야 VS 개인 소장품 거래로 봐야
15억씩 불렀지만…간송이 내놓은 보물 불상 2점, 아무도 손들지 않았다


  • 안태호

    간송미술관이 자금난으로 보물 불상 2점을 경매에 내놓았지만, 판매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공공성에 대한 문제를 언급하는 이들이 많다. 민간 단위에서 국보를 관리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촉발되는 것 같다.
  • 이한빛

    민간 단위에서 국보 관리를 할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돈이 한두 푼 드는 것도 아니고. 국가에서 다 지원해줄 수도 없기 때문에 어느 순간이 되면 민간에서 관리가 어려워 국가로 이관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관 과정이 실은 쉽진 않다. 간송미술관 운영에 돈이 필요해 불상을 판매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공식 입장인데, 이번에 경매로 제시한 30억 원은 간송이 갖는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금액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또한 국보가 경매에 나왔으면 국립중앙박물관이 구매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었으나, 공교롭게도 박물관 측은 이미 비슷한 시기의 불상들을 보유하고 있던 데다 연간 문화재 구매 예산이 많지 않은 사정도 있었다. 간송미술관이 정말 운영 자금이 필요했다면 더 나은 선택, 더 가치 있는 유물을 박물관에 기증하고 그에 대한 사례를 받는 방식이었어야 했다. 문화재나 국보급 보물을 더 이상 민간에서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국가가 어디까지 나서서 지원해주고 가져가야 할까?
  • 연수현

    간송미술관은 중요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지원받지 않는 대신 간섭도 받지 않겠다는 취지로 오랫동안 외부지원을 받지 않았다. 작년에서야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른 미술관으로 법적등록을 했다는 사실은 그 운영의 폐쇄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 이한빛

    그리고 이제는 간송 신화를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간송의 소장품을 재감정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보물이나 국보로 지정됐다가도 최근 그 지위가 다시 박탈된 경우도 있다. 가장 최근엔 46년 전에 국보로 지정됐던 매화무늬백자가 원나라 도자기로 드러나 국보 자격이 상실됐다. 
  • 설동준

    상징자본이 아니라 공공 데이터로서의 자리매김이 필요한 때가 됐다.

    예술계 인공지능 도입 이슈

    AI 작곡가의 음악도 아름다울까?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 예술인가 기술인가
    데즈카 사후 31년 AI와 협업한 새 만화… 저작권은 누구 손에


    • 안태호

      데즈카 오사무의 아들이 AI와 작업한 새 작품을 내놓았다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느껴진다.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들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을까? 저작권부터 창작의 본질까지 논쟁적인 사안이 많은데, AI의 예술 창작이 본격화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 설동준

      인공지능이 상품을 만드는 것과 예술 활동을 하는 것은 다른 개념이라고 본다. 예술 활동은 예술이 무엇이냐는 조작적 정의고, 그에 대한 인공지능의 아웃풋을 예술 작품으로 볼지는 합의된 바가 없다. 자의식의 표현이 됐든, 실존 기반이 되었든 합의된 바가 없다. 사회적·학술적 합의도 없는 상태에서 이게 예술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건 일종의 가십거리 수준의 토론이라고 생각한다. AI 기반으로 화풍을 만들어주는 미술교육 프로그램이 많이 개발되어 있다. 예를 들면 예술교육 수업에서 아이들이 표현하고 싶은 원소스(original source) 데이터와 화풍을 체크하면 출력물이 나오는 식인데, 그걸 예술교육이라 할 수 있을까?
    • 연수현

      7~8년 전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한 곡이 이아모스(IAMUS)라는 인공지능이 작곡한 교향곡이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때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이 연주를 예술로 인정할 수 없다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음악이라는 예술은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저 신기한 이벤트 정도로 인식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지 않았나 싶다. 인공지능의 음악이라는 것이 생활 속에 깊이 파고들었으며 일상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 이한빛

      시각예술 영역에서 퍼포먼스를 함께하는 미디어아트 작품이 많은데, 작가들이 작업을 함께할 마땅한 작곡가나 동업자를 찾지 못할 때 AI를 활용하기도 한다. 미디어아트 자체에 어울리는 수준의 작업이면 되기도 하고, 제작 과정 자체에 주목 효과도 있다.
    • 설동준

      예술 전체 분야에서 볼 때 아직은 신기성 효과인 거 같다. 세월이 지나도 AI가 도구를 넘어서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어쨌든 AI가 만들어낸 그림이나 음원이 팔릴 수는 있지만, 예술 작품이 아닌 디자인이나 테크 상품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예술에 대한 규정은 아직까지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로 이뤄진다. 그렇게 볼때, 예술에 대한 조작적 정의에 상품을 포함시키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대신 상품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가격 경쟁력이 너무 높으니까. 아마존, 구글이 AI 엔진을 구현해놓고 우리가 인터넷으로 송출받아 쓰듯이, 엔진에 알고리즘만 일종의 통신사 데이터 사용하듯 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생산 비용은 급격히 낮아진다. 단순 반복하는 일자리 이슈가 여기서 핵심이지, 흔히 예술이라고 부르는 완성도를 추구하는 영역을 침범할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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