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야 하는가

사회적 가치 측정은 최근 중요한 주제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 비영리는 물론, 기업과 스타트업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직은 측정과 평가의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된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혼란이 적지 않다. 특히 문화예술 영역의 사회적경제가 어떤 사회적 가치를 만드느냐에 대해서는 고민이 더 두드러지는데, 이는 영역이 가지고 있는 질적인 가치가 버무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인 추세가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 측정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경주하고 있는 것은, 이 일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다소간의 혼란이 있을지라도 측정을 통해 얻어지는 정보와 이를 활용한 관리가 사회적경제, 특히 소셜벤처의 성장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측정이 소셜벤처 성장에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소셜벤처는 본질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자사의 활동을 통해 사회문제가 얼마나 제대로 해결되고 있는지를 잘 재고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 둘째, 소셜벤처 역시 비즈니스 자체의 성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적 가치의 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러나 비즈니스 성과와 사회적 가치의 창출은 일반적으로 상충되기 때문에, 두 가치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이해하고 지속 가능하게 시너지가 나도록 사업을 다듬어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을 통해 두 가치가 창출되는 구조와 연결되는 방식을 파악하고 관리하여야 한다.

사회적 가치 측정은 사회적 가치 자체의 제고는 물론 사업의 성장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후의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활동이다. 이는 일회성의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과정을 의미하며 사업이 매년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목적이 있다. 또 멋있게 포장하는 활동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 다른 말로 사회성과에 대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 축적,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좀 더 과학적이고 전략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힘을 더하려는 노력이다.

문화예술 사회적경제 조직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사회적 가치 측정을 성공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사회적경제 조직이 공통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중점 노력 요소와, 문화예술 사회적경제 조직이기 때문에 고민을 더 해야 하는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

먼저 공통적으로는 무엇보다 본인이 해결하고자 하는, 그리고 해결하고 있는 사회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사회적 가치는 얼마나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했는지를 의미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사회문제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는 상황에 맞추어 개념적으로 접근할 뿐 실제적인 측정의 단계까지 도달하기는 어렵다. 만약 이 접근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우선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169개 세부 목표 중 나에게 적합한 목표를 찾아볼 수 있다. 만약 그중에 적합한 항목이 있다면 우리는 좀 더 수월하게 세계적으로 해결을 목표하는 문제에 대해 정의할 수 있게 된다.

*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란?
지속가능발전목표는 2015년 전 세계 국가들이 UN에 모여 공동으로 설정한 목표로, “Leave No One Behind”라는
슬로건 아래 총 17개 목표 및 169개의 세부 목표로 구성되어 있음.
* 문화예술과 SDGs 안내서
문화예술 영역은 SDGs의 17개 목표 중 하나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169개의 세부 목표 중 일부를 달성하는 데 깊이
연관되어 있음.



두 번째 공통적으로 고려할 점은 데이터에 대한 수집과 관리가 필수적인 선행 요건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회적경제 조직은 현업에 몰두하다 보니 관련 데이터를 잘 모아놓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열심히 운동을 하면서 몸무게나 체지방을 측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진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뛰고 있다면 그 문제가 얼마나 우리 손으로 해결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노력도 그만큼 중요하다.


문화예술 영역에서 노력해야 하는 점은, 문화예술 영역이 가지는 사회적 가치의 모호성을 구분하고 또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예술은 그 자체로 어느 정도의 공공성을 가진다. 말하자면 위대한 작품은 광장에 놓여있을 때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배타적이지 않게 행복감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공공성이 사회문제 해결에 항상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를 측정하려고 노력을 할 수는 있으나 사회적 가치라는 영역에 포함하는 것보다는 별도로 관리하는 것이 옳을 수 있다. 도리어 그 부분이 해당 조직을 다른 영역의 사회적경제 조직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사회적 가치와의 혼동은 전문가나 투자자들에게 혹은 그 사회문제를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진지하지 않게 사안을 대한다는 오해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례로 살펴보는 문화예술 사회적경제 조직의 임팩트 측정

주식회사 옴니아트(이하 ‘얼킨’)와 주식회사 댄스플래너(이하 ‘댄스플래너’)는 모두 설립 3년 차 내외의 소셜벤처로서 비즈니스 성과와 사회성과 창출에 대하여 높은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본 글에서는 글로벌 임팩트 보고 표준인 IMP* 프레임워크에 기반한 임팩트 측정 보고를 통하여 두 기업의 사업 활동이 임팩트를 창출하는 방식을 제시하도록 하겠다.

* IMP(Impact Management Project)란?
IMP는 사회적 가치 측정·보고 및 관리에 대해 일반적이고 광범위하게 통용되는 기준 수렴을 목적으로 하는 세계 최대
네트워크로, 크게 5개 차원(What, Who, How much, Contribution, Risk)으로 사회적 가치를 개념화하고 UN SDGs
지표 등을 연결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음.


① 옴니아트 얼킨

얼킨이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문제는 국내 신진 회화작가들의 경제적인 취약성이다. 이는 대부분의 국내 미술시장의 작품 거래가 중견작가와 거래하는 소수의 갤러리 중심으로 이루어져, 신진 작가들이 작품 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롯된다. 또한 판매되지 않은 신진 작가의 작품이 버려지면서 이를 통해 부정적 환경 영향까지 초래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얼킨은 신진 회화작가들의 회화 작품을 구매한 후 가공하여 업사이클링 가방 및 의류·잡화 제품을 제작하고, 해당 작가에게 제품 판매 수익의 일부를 제공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얼킨이 국내 회화 작품을 활용해 만든 패션 소품 소개(좌)와 제품 이미지(우)출처: 얼킨 홈페이지 얼킨이 국내 회화 작품을 활용해 만든 패션 소품 소개(좌)와 제품 이미지(우)출처: 얼킨 홈페이지
얼킨이 국내 회화 작품을 활용해 만든 패션 소품 소개(좌)와 제품 이미지(우)
출처: 얼킨 홈페이지

IMP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얼킨의 성과를 분석해보면, 얼킨의 활동으로 창출된 핵심 임팩트 지표는 “취약 신진 회화작가의 창작 활동 소득 증대”와 “폐기물 배출 감소”이다. 첫 번째 지표는 취약 신진 회화작가로부터 회화 작품을 구매할 때 지급한 비용 및 작품 판매에 따른 로열티 지급분을 통해 산출할 수 있다. 두 번째 지표는 캔버스 폐기 시의 환경 영향 저감분을 통해 산출할 수 있다. 얼킨은 기존에 창작 활동을 통한 월 소득 수준이 72.4만 원으로 추정되는 취약 신진 회화작가에게 74.7만 원의 창작활동 월 소득을 제공함으로써, 약 2.3만 원의 소득 증대 효과를 창출하였다. 또한 기존에 전혀 재활용되지 않던 캔버스를 장당 평균 0.57㎡ 재활용함으로써 폐기물 감소 효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성과는 각각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세부목표 8.5*와 12.5**의 달성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 SDGs 세부목표 8.5: 2030년까지 청년과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남성과 여성을 위한 완전하고 생산적인 고용과 양질의 일자리
그리고 동일한 가치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 원칙을 달성한다.
** SDGs 세부목표 12.5:
2030년까지 예방, 감축, 재활용 및 재사용을 통해 쓰레기 발생을 대폭 줄인다.


얼킨은 회화작가에게 직접 제공하는 소득 증대분 외에도, 향후 창작 활동을 통한 소득 창출의 밑바탕이 될 인지도 증대에 기여하는 “신진 회화작가 작품의 공공 전시·노출 효과”를 함께 창출하고 있다. 회화 작품의 가치를 품은 재활용이라는 희소한 접근을 취하고 이에 성공한 글로벌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두 가지 임팩트가 하나의 사업을 통해 동시에 창출되고, 모두 제품 판매를 통한 매출에 비례하여 증대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비즈니스 성과와 사회성과 창출 잠재력이 높은 모델이라 볼 수 있다.

② 댄스플래너

두 번째 사례인 댄스플래너는 무용 전공자 및 무용수가 국내 무용 생태계 내에서 취업 기회가 제한되어 고용의 어려움을 경험한다는 사회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연간 국내 무용 전공 졸업생 배출 규모에 비하여 국내 무용단의 채용 규모가 충분치 않다는 점에 기인한다.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는 해외 무용단 취업에 대해서도 언어적 한계, 행정절차 부담, 정보 부족 등으로 인해 개인이 시도하기에는 제약이 있다. 댄스플래너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무용 전공자를 대상으로 단계별 무용단 입단 프로그램 및 해외 무용단 취업을 위한 단체 오디션 기회 등을 제공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댄스플래너의 사업 취지(좌)와 무용가 입단을 위한 오디션 공고(우)출처: 댄스플래너 홈페이지 댄스플래너의 사업 취지(좌)와 무용가 입단을 위한 오디션 공고(우)출처: 댄스플래너 홈페이지
댄스플래너의 사업 취지(좌)와 무용가 입단을 위한 오디션 공고(우)
출처: 댄스플래너 홈페이지

IMP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댄스플래너의 성과를 분석해보면, 댄스플래너의 핵심 임팩트 지표는 “취약 무용 전공자의 고용 창출을 통한 소득 증대”와 “취약 무용 전공자 자본 이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 지표는 댄스플래너를 통해 해외 무용단에 고용된 무용수의 이전 소득 대비 이후 소득의 차이를 통해 산출할 수 있다. 두 번째 지표는 댄스플래너가 저소득층 무용 전공자에게 장학금 명목으로 해외 무용단 입단 관련 소요 비용에 대하여 지원한 금액을 통해 산출할 수 있다. 댄스플래너는 기존 월 소득 수준이 33.3만 원으로 추정되는 취약 무용수에게 57.4만 원의 월 소득을 제공함으로써, 약 16.5만 원의 소득을 증대시켰다. 또한 기존에 제공되지 않던 해외 무용단 입단 관련 장학금을 지원함으로써 인당 약 1,310만 원만큼의 변화를 창출하였다. 이러한 성과는 각각 직간접적으로 지속가능개발목표의 세부목표 8.5의 달성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댄스플래너의 현재 성과는 코로나19 이슈를 고려하였을 때 해당 회사의 임팩트 창출 잠재력에 비하여 충분히 발현되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관련 분야의 국내 환경이 매우 취약한 상황에서 단일 기업의 활동만으로 관련 분야 고용 통계에 유의미한 변화 창출을 달성하여, ‘개선 수준’의 차원에서 상당한 수준의 영향력을 지닌 모델이라 볼 수 있다.

문화예술 사회적경제 조직의 임팩트 측정 현황과 향후 과제

국내에서 문화예술 사회적경제 조직이 창출하는 사회성과에 대한 측정의 시도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단계다. 최근 수년간 국내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확장에 힘입어, 문화예술 영역에서도 사회적경제 조직의 형태로 사회적 가치 창출을 목표로 삼는 조직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문화예술 영역의 사회적경제 조직은, 전통적으로 사회성과에 대한 성과평가 및 관리가 이루어져 온 영역에서 출발한 조직들에 비하여 자사의 사회성과를 어떻게 측정하고 소통하여야 할지에 대해 종종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공개한 『2019 문화예술 사회적경제 조직 사회성과 측정 지표 개발 연구』는, 이와 같은 수요에 대응한 좋은 시도로 볼 수 있다. 해당 평가모형은 국내 문화예술 분야 현장의 대표적인 사회적경제 조직들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개발되었다. 국내 문화예술 사회적경제 조직이 지속 가능하게 사회성과를 창출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직 차원의 요소 및 사회성과 관리체계에 대한 평가항목, 이와 관련하여 참고할 수 있는 지표 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한편 궁극적으로 자사의 사업 활동을 통한 사회적 성과를 글로벌에서 통용되는 방식으로 측정·관리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된 IMP 프레임워크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IMP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임팩트를 세부 데이터 카테고리별로 측정하고 관리할 경우, 조직이 창출한 사회성과를 명료히 제시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향후 문화예술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IMP 적용 시도가 확산된다면, 문화예술 영역의 사회성과 창출을 제고하기 위한 진일보한 논의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살펴본 사례들에 대한 심층 분석 내용이 담긴 각 기업별 임팩트 리포트는, 이를 위한 첫 시도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 현재 옴니아트의 비즈니스를 통한 임팩트 창출 활동 일체가 브랜드 ‘얼킨’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향후에도 ‘얼킨’을 통해 해당 활동을 집중 진행하고자 하는 방향성이 있어 임팩트 측정 및 분석 시 ‘얼킨’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서술하였다

  • 도현명
  • 필자소개

    도현명 대표는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받았고, 네이버에서 경험을 쌓은 뒤 임팩트 비즈니스 영역의 전문기관인 임팩트스퀘어를 2010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특히 공유가치창출(CSV)의 세계 최고기관인 FSG와 협력하여 국내 논의를 확장하고, 글로벌 최대 사회적 가치 평가 네트워크인 SVI의 한국 브랜치를 맡는 등 그간의 임팩트비즈니스 영역 성장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왔다. 지금까지 약 120곳 이상의 소셜벤처에 글로벌 진출, 투자, 대기업 협업 등을 이끌어내며 성장을 지원해 왔다. 또한 수년 전부터는 서울대와 한양대에서 강의를 맡아 인재 육성에도 힘쓰고 있으며, 최근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정책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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