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9호 칼럼 ‘사립미술관의 공공유산, 어떻게 다루어야 하나?’(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에 대해 한국사립미술관협회에서 반론을 보내와 게재합니다. 본 원고의 내용은 예술경영 웹진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웹진≪예술경영≫ 편집팀 주

지난 7월 9일자 예술경영 449호에 게재된 황평우 소장의 칼럼 ‘사립미술관의 공공유산, 어떻게 다루어야 하나?-소유권 인정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많은 사립미술관장들과 큐레이터, 전문 미술인 등 미술관 종사자들의 우려가 높다. 이 글은 필자가 간송미술관, 호암미술관 등에 국한된 이야기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미술관의 경영 형태로 해석하고 사립미술관과 사립박물관에 대하여 일반 시민들이 비판적,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할 위험이 있는 문제의 소지가 다분히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칼럼 중 "골동품이나 미술품이 부정 축재와 탈세의 온상이 되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라는 문장과 ‘1세대 창업주의 타계 이후 뒤를 이은 2세대들은 박물관 미술관 운영의 어려움을 소장품 매매로 대처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사립미술관의 경우 소장품과 전시품의 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라는 문장은 마치 대한민국 모든 미술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상인 양 단정적으로 기술되고 있는데, 이는 양심적, 희생적, 사회 봉사적, 교육적 가치를 내세우고 운영되고 있는 대부분 미술관 박물관의 위상을 실추시킬 뿐만 아니라 명예훼손이 될 수 있는 실언이다.

현재 한국 사립미술관은 비영리 공공기관으로 등록되어 어떠한 불법적 영리적 행위도 배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의 수집ㆍ관리ㆍ보존ㆍ조사ㆍ연구ㆍ전시ㆍ교육을 위하여 모든 미술관의 규모와 실정에 맞게 헌신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립미술관의 운영은 큐레이터에 의해 진행되는 기획전시 및 소장전시 등 작품 전시의 기능과 에듀케이터에 의해 진행되는 예술체험교육,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 박물관 노닐기 체험 프로그램, 유아문화 예술교육 프로그램, 젊은 작가 육성 지원 사업 등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 모두가 비영리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점점 방과 후 교육과 어린이 창의교육이 더해지면서 미술관의 역할은 더욱더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갈수록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은 커지고 있는데 정부의 정책적, 재정적 지원은 부족한 현실이기 때문에 안타깝기 그지없다.
대부분의 사립미술관은 적게는 십수억, 많게는 수백억의 사재를 투자하여 설립하였다. 그렇게 적지 않은 재산이 투입되는 동시에 그 자산은 공공적 기능을 위해 투자되었기 때문에 국가와 사회에 대한 공공적 투자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각종 세금, 전기세 등 운영비의 과다 지출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사립미술관의 운영은 미술관을 설립한 당사자만이 아니라 자치단체와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공사립 모든 학교가 국가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바라봐야 할 지점이다.

대산미술관(좌)과 서호미술관(우) 전경 대산미술관(좌)과 서호미술관(우) 전경
대산미술관(좌)과 서호미술관(우) 전경

현재 한국사립미술관협회의 미술관은 창의적 교육을 위한 교실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목표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첫째, 다양한 분야와 자유롭게 연계, 컬래버레이션하는 살아 있는 예술을 연출하는 창작예술 공간이 되고자 ‘새로운 시대, 미래와 호흡하는 미술관’을 추구한다. 둘째, 지역 주민들이 흥미와 관심을 공유하고 기쁨과 감동을 나누는 ‘지역과 호흡하는 미술관’을 추구한다. 셋째, 새로운 지역 문화 창조의 심장이 되기 위한 ‘문화와 호흡하는 미술관’을 추구한다. 넷째, 지역의 인재를 육성하는 대안 공간 교육기관으로서 뮤지엄 교육을 실행하는 ‘교육과 호흡하는 미술관’을 지향한다. 다섯째, 지역 산업과 기업과의 관계를 구축하여 기업의 기술 개발과 기업정신을 자극하는 ‘산업과 호흡하는 미술관’을 추구한다. 여섯째, 지역의 국제화 환경 조성과 더불어 미술관 사업의 국제적 공조를 확대시켜 나가는 ‘국제적 흐름과 호흡하는 미술관’을 지향한다.

이러한 정신으로 사립미술관은 우리 시대에 문화 사회적으로 국가와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기관이다. 또한 미술관은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창조적 사고를 배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교육기관이다. 박물관은 흘러가는 물을 담는 저수지라면, 미술관은 살아 있는 물이 힘차게 흐르게 하는 건강한 강(江)이라 말하고 싶다. 정부, 지방자치단체는 박물관, 문화원, 각종 문화예술사회단체에 상상할 수 없는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21세기에 와서 세계 선진국의 모든 나라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재정지원을 하고 있는 미술관에 대하여 유일하게 우리나라만이 인색하게 지원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사회의 정화를 위하여, 건강한 교육을 위하여, 미래의 문화적 자산인 미술의 융성을 위하여 정부는 미술관의 지위를 격상시키고 독립된 지위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깊은 관심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않게 되기를 촉구한다. 특히, ‘국가지원 사립미술관 지원 사업’의 지원 문제는 미술관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 사립미술관들의 지속적 운영뿐만 아니라 각 지역에서 미술관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 미술의 발전과 예술체험교육의 혜택이 지속적으로 성취할 수 있느냐 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 생각하며 ‘국가지원 사립미술관 지원 사업’의 지속적인 확충을 촉구한다.

앞선 칼럼의 필자가 지적한 사립미술관의 “공공유산의 소유권 인정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사립미술관협회도 공감하는 매우 절실한 문제로 정부 차원의 정책 보완과 수립을 위한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골동품이나 미술품이 부정 축재와 탈세의 온상이 되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라는 논고는 모든 미술관 박물관을 부정 축재와 탈세의 온상으로 몰아버리는 매우 왜곡된 논고라고 생각한다. 또한 “미술관 창립 1세대 창업주인 관장의 타계 이후 뒤를 이은 2세대들은 박물관 미술관 운영의 어려움을 소장품 매매로 대처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라는 부분은 특별한 사례일 뿐 대부분 미술관, 박물관은 그렇지 않음을 강조하고 싶다. 현실적으로 관계기관에서는 상속에 따른 과다 세금의 부과로 미술관이 폐관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되지 않도록 법적 보완이 더 시급한 상황이다.

쉐마미술관(좌)과 영은미술관(우) 전경 쉐마미술관(좌)과 영은미술관(우) 전경
쉐마미술관(좌)과 영은미술관(우) 전경

이번 일을 계기로 2014년 ‘미술진흥중장기계획 수립 이후 몇 가지 부문에서 미술 관련 예산이 증액되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몇 가지 지적과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미술관 사업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에 비추어볼 때 지원 규모가 부족하기 짝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공연 등 타(他) 장르의 지원액에 비하여 너무나 적은 편이다. 그뿐만 아니라 공립미술관 건립 지원 등 시설 중심 지원과 각종 비엔날레, 아트페어 등 행사성 위주의 사업에 편중되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미술진흥법 제정이 필요하며 그에 따른 미술진흥 전담기구의 설립을 요구한다. 셋째, 사립미술관 운영의 재정적 현실을 건전한 바탕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각 미술관의 출연금에 대한 재화적 가치의 인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넷째, 미술관 상속에 따른 부작용을 제어하기 위해서 미술품 상속, 미술관 상속에 따른 제도개선이 시급하며, 상속세를 소장품(등록, 미등록 포함)으로 물납(物納)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절실하다. 다섯째, 미술계 일자리의 세분화와 전문화에 의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며, 이를 위하여 리서치, 큐레이터, 아키비스트, 에듀케이터, 컨서베이터(보존·수복) 등으로 전문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포스트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는 사립미술관이 되기 위해 스마트, VR 시스템에 대한 지원을 촉구한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미술관, 박물관은 국립, 도립, 시립 등 공립미술관이든, 재단이나 개인에 의해서 운영되는 사립미술관이든 운영 주체가 다를 뿐 미술관이 지향(指向)하는 정신과 법적 지위는 똑같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한다.
예술경영 449호에 게재된 칼럼을 계기로 사립미술관의 위상과 현실을 직시하는 계기가 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사립미술관이 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 이문배
  • 필자소개

    이문배는 추계예술대학교 미술대학 판화과와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서울, 동경 등 총 12회에 걸친 개인전과 타이페이비엔날레, 루마니아 국제판화비엔날레 등 국제전 및 단체전 200여회를 경험하였고 대한민국미술대전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사)한국사립미술관협회 사무국장, (사)한국미술협회 행정이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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