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 이슈토크는 코로나19의 한복판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한 대응 방안과 미술계 성폭력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우선 국립 문화시설의 재개장을 계기로 공공 문화시설이 갖는 의미와 필요성을 짚어봤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도서관을 비롯한 국립문화시설이 운영을 재개했습니다. 다른 공공시설들도 차례로 운영을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적인 공간에 대한 시민의 권리, 다른 분야와 문화 영역의 우선순위 문제, 시민의 안전이 충돌할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옳을까요. 질문이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다음은 공연예술계의 뉴노멀이 어떤 모습을 띠게 될지 생각해 봤습니다. 코로나19를 돌파하기 위한 예술계의 노력이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마스크 착용과 띄어 앉기를 포함해 공연의 규모를 줄이는 정도가 가장 많은 상황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원사업 운영방안까지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미술계 성폭력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운 ‘퇴장’으로 성폭력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한층 진전 될까요. 고통스러운 사건들이 끊임없이 발생해왔음에도, 사회적으로는 물론이고 문화예술계의 성폭력 대응은 여전히 체계화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미술계에서 발생한 성폭력과 이후 대응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의논해 봤습니다.

수도권 국립문화예술시설 운영 재개

문화예술계 “철저한 방역 통해 공연장 폐쇄조치 완화해야”
극장,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을 열어라
수도권 국립문화예술시설 다시 문 연다


  • 안태호

    수도권 국립 문화시설은 운영을 재개한다고 한다. 아마 차례로 지역의 공립 문화시설 운영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이미 민간 공연장은 대형 뮤지컬 개막 이후 수입도 꽤 올라왔다는 소식도 있었다. 사실, 문화시설에서 감염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는데, 그동안 운영 개재를 주저했던 것은 책임의 문제인 것 같다. 사람들은 공공의 공간을 필요로 한다. 공공에서 이 상황을 돌파할 과정이나 매뉴얼을 구축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 공간을 닫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다들 의식하고 있다.
  • 이한빛

    정부 입장에서는 공연장의 경우 띄어앉기하고 몇 달 동안 확진자가 다녀갔더라도 퍼지지 않았다는, 방역을 잘 해내고 있다는 모범사례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민간영역을 컨트롤 못하니 공공을 잡아두고 풀지 않았을 것이다.
  • 변순영

    사실 예술단체 입장에서는 공공기관 시설이 아니고서는 활용할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설 사용에 대한 민원이 많다. 지원 사업의 주체인 문화재단 입장에서도 문화콘텐츠를 지원하면서 무관중 운영을 하는 데도 한계가 있기도 하다.
  • 설동준

    지방자지단체에서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마음먹으면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지침 상 사전에 보건소에 방역 계획 자료를 제출하고 보건당국의 의견을 듣도록 되어있다. 보건소에서 행사를 진행하지 말라는 검토의견을 보내와도, 단체장이 그걸 무시하고 진행할 수는 있지만 그 이후 상황을 감당하기 힘든 정황도 있다.
  • 변순영

    인천문화재단도 지금 운영 중인 시설에 대해 재단에서 자체 내부 지침 만들어서 오픈할지 고민 중이다. 어디는 닫고 어디는 열고, 영화관도 여는데 공연장이 왜 안되는 것일까?
  • 설동준

    공공기관 문닫는걸 보면서, 공적 공간에 대한 시민의 귄리가 이렇게 비가시적인가 싶었다. 술집, 일반음식점은 왜 닫지 않는지 생각해보면 공공의 영역 밖의 매출 형성 시장이 있는 게 핵심이 아닐까 싶다. 상대적으로 문화예술은 중단에 따라 국가에 청구할 손해배상의 영역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패쇄 결정에 대한 대항논리가 약한게 아닌가 싶다. 공적 재산이나 공적 자원에 대한 시민 권리가 암묵적으로 있다고 믿어왔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되고 보니 그 권리가 취약하단 생각이 들었다.
  • 안태호

    공공에서는 안전에 대한 책임이 있으니까. 시민에게 문화에 대한 권리가 있다면 안전할 권리도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경합하는 거라고 본다. 그것도 하나로 특정 짓기 어렵다. 공공기관이 문을 연다고 하면 이 상황에서 왜 여냐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 이한빛

    생활권이나 문화 향유권이 이 상황에서는 굉장히 후순위인거다. 사실 사람이 밥 먹고 경제 활동하고, 회사와 집을 오가면서 살 수는 있지만, 그 외에 나머지 영역이 전혀 충족되지 않는 것이다.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 다 가지 못하니, 놀고자 하는 욕구는 사라져야했던 거다. 그런데 이게 계속되다보니 정말 그 권리도 없나 싶은, 이게 후순위에 놓여야 하냐는 생각들도 있다.

코로나19와 뉴노멀 공연예술계

연주자 띄어앉기, 소규모 편성...오케스트라 공연 ‘뉴노멀’ 될까
코로나 뚫어버려...공연예술가들의 대반격


  • 안태호

    코로나19를 돌파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눈에 띈다. 민간 공연예술계에서 규칙을 세우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 이한빛

    아이를 데리고 어린이 클래식 공연을 보러갔는데, 가족 개개인 한명 씩 다 띄어 앉아야 하더라. 같이 집에서부터 출발했으니 우리끼리 거리 두고 앉는 것에 의미는 없었지만 공연 관람하기엔 쾌적했다.
  • 설동준

    공연장에서 띄어앉기 하는 걸 뉴노멀이라고 보긴 어렵지 않을까? 새로운 현상이 출현해야 뉴노멀이지, 그건 축소운영이다. 축제 사무국에서도 만 명씩 모이는 대규모 집합 행사는 이제 역사상 사라졌다고들 이야기한다.
  • 안태호

    축소 운영 측면에서 보면, 창작이나 논리 자체에 변동이 있을 수 있겠다고 봤다. 오케스트라도 예년에는 200명 오케스트라 풀편성을 하다가 50명으로 줄여서하는 등의 변화 말이다. 
  • 설동준

    규모의 문제보다도 지원사업 구조를 놓고 보면, 창작지원의 경우 실연까지가 지원 범주에 포함되었다면, 지금 상황은 실연을 할 수 없다. 제도적 차원에서는 제작지원과 실연·유통 지원이 분리되는 체계가 맞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제작된 것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까.
    교부받은 예산 사용도, 공연 쪽 창작지원은 실연에 상당 부분 비중을 둔다. 왜냐면 제작 과정에 예산을 편성할 지침이 없고 공연 회차당 개런티를 높여서 설계하는 것인데 그것부터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 연수현

    지원사업의 경우, 사업주관처/주최처 모두 플랜B를 준비하고 사업진행에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공연진행 위주 사업의 경우에는 회차 조정, 모집인원 및 대상 조정, 제작실험/연구로 대체 등을 유동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지침 상에서도 반영이 함께 되어야 교부했던 기금 회수 등의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시각예술 분야에서도 문화가 있는 날에서 진행하는 미술관 프로그램도 한번에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없어 한 가족씩 프로그램시간을 줄여서 여러 건으로 진행하는 사례가 있다.
  • 변순영

    대중문화는 비대면 온라인 콘텐츠의 제작, 유통, 소비 면에서 너무나 앞서 가있는데. 공연은 실연과 오리지널, 그때의 경험 자체를 고민한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비대면 시대에는 이것들을 십분 활용하는 새로운 제작 방식이나 경험에 대한 아이디어도 필요하다고 본다. 단순히 띄어앉기보다는 더 다른 방향이 나와야하는 것 아닐까 생각이다.

공론화에 들어선 미술계 성폭력

성희롱 의혹 유명 미술가 “창작 활동 접겠다”...피해자들은 공론화 작업에
가해자 일탈 아닌 시스템 문제...미술계 미투 연대 확산
#미술계 미투, “또다른 피해자 없도록 두려움을 무릅쓰고 공론화한다”


  • 안태호

    미술계에서 발생한 성폭력 문제가 공론화와 함께 기관의 대응 매뉴얼 정비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술계 Y 성폭력'으로 통칭되는 사건에서 기관 관계자들이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도 있었지만, 매뉴얼에 따라 사안을 다루었음에도 추가로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 설동준

    지금까지 미술계 미투가 없었다기보다는, 지금 시기에 터진 것일 뿐이라 본다. 다만 그 사건 자체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미술계에서는 강하게 가져갈 것 같고. 신고체계나 권한 이슈도 있다고 생각한다. 기관 담당자가 게으른 걸 수도 있고, 생태계가 돌아가는 구조가 그렇게 되게끔 만드는 측면도 있다. 문제제기나 성명서는 많았으나 실질적인 조치를 다루는 내용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젠더 이슈에서 중요한 것은 신고 이후에 진행되는 과정에서의 권한과 체계인 것 같은데, 접수 외에 실질적 조치 기능을 가진 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 변순영

    굉장히 섬세하게 접근해야하는데, 담당자들이 숙련되어 있지 않기도 하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매뉴얼대로 대응하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그런데 매뉴얼 역시 완벽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손 봐야 할 부분이 있어 보인다.
  • 설동준

    Y의 문제를 보면서, 지금 당장 논의할 쟁점은 아니지만 슈퍼 멘토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공공사업의 성과가 기관 및 전체 참여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슈퍼 멘토에게 과도하게 귀속된다. 경험과 노하우의 문제로만 보기엔 이제 좀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 이후에 후속적인 논의단계에서 이 문제도 다뤄보면 좋겠다 싶다.
  • 이한빛

    Y의 케이스에서 짐작하건데, 미술계 미투가 나오기 힘들었던 이유에는 내부의 복잡한 관계, 정치적 관계나 문화도 있다. 기관들은 분명 대응 방안이 있긴 할텐데, 대안공간 같은 조직들은 과연 고쳐질까? 아닐 것 같다는 거다. 미술계 기자들의 차이도 있다. 공연기자와 미술기자의 차이도 있고. 아주 오래된 기자들은 미술계 인사이더들이고, 아니면 1~2년차라 내용을 전혀 모르고. 저도 지금 몇 년 되긴 했지만 카르텔이라는 것이 굉장히 독특하다. 그 카르텔을 형성하는 단계가 단순히 출신학교, 선생님이 아니라 모든 스펙들이 허들처럼 있고 그걸 넘어야 겨우 카르텔에 속할 수 있고, 그 안에서 군집을 만들고, 전문가들이 계속 탄생하고 멘토가 되는 방식이다보니 이를 깨기가 쉽지않다. 기자가 그에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
  • 설동준

    사적 공적 네트워크가 Y의 권력을 강화시킨 결과이다. 이런 사건을 바라볼 때 내가 몸담은 업계의 문제라고 의식하지 않고 손절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
  • 조인선

    처벌이 확실하지 않으니까. 업계에서 떠날 각오로 터트리는건데 쉽지 않다. 폭탄 같은 사건이 너무 많다. 잘못한 사람이 본인의 과오를 인정하고 Y의 케이스처럼 업계를 떠나는게 맞다고 본다.
  • 설동준

    무용계 미투 연대인 오롯위드유에서는 사법적 판단 그 이후라는 포럼을 한다. 판결은 2심 판결이 나와서 실형이 동일하게 선고되었다. 그런데 1심 판결이 뜬 직후에 오롯에서 나온 이야기는, 보통 이런 예술계 안에서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감옥을 갔다오면 고생했다면서 복귀를 받아주고, 무죄 선고를 받으면 재판 결과 존중한다고 받아준다는 거다. 그게 혼란스러운 게 사안과 상황에 따라 영구 퇴출시킬 사안이 있고 복귀를 시켜줄 사안이 있는데 그 판단의 기준이 왜 판결과 실형을 받은 게 되어야하냐는 거다. 판결은 예술계 외부의 판단인거고 이 공동체 안의 판단의 근거는 없는 건가 싶은 것이었다. 2심이 끝난 요즘 이 이야기를 다루려는 거다. 당사자가 문화예술계를 떠나는 건 그 사람ㅍ의 선택인거고. 공동체에서 합의된 인식의 구조가 없다는 게 문제다. 규칙으로 뭔가를 확고히 정해야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문제를 다룰 역량을 쌓는게 필요하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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