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혀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접촉과 직접 공연・전시가 어렵게 되면서, 문화예술계는 유무선 기기를 통한 사이버 전시와 유튜브, VR 등을 활용한 온라인 공연・전시가 주류를 이루는 이른바 비대면 시대가 도래했다. 이는 그동안 스마트폰의 보급 확산과 미술 작품의 고화질 디지털 영상화 등 예술과 IT기술이 만나 새로운 장르를 열어가고, 온라인 전시·판매 기업들이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예술 유통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저작권법이 규정하는 공연과 전시의 정의 및 쟁점

문제는 현재의 계약만으로도 저작권법상 온라인 공연·전시가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저작권법은 제17조와 제19조에서 공연권과 전시권은 각각 저작자에게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공연기획사나 미술관, 갤러리 등은 그동안 저작자인 예술가 내지 작가로부터 이러한 ‘공연’ 또는 ‘전시’에 대한 동의나 위탁을 받아 공연이나 전시를 해 왔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부르는 온라인 ‘공연’이나 온라인 ‘전시’는 저작권법이 규정하고 있는 ‘공연’ 또는 ‘전시’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공연’에 대해서는 저작권법 제2조(정의) 제2호에서 "공연"이란 “저작물 또는 실연·음반·방송을 상연·연주·가창·구연·낭독·상영·재생 그 밖의 방법으로 공중에게 공개하는 것을 말하며”라고 규정하고 있어서 ‘온라인 공연’도 ‘영상물의 재생’에 해당하는 ‘공연’의 개념에 포함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이는 문화예술계에서 생각하는 ‘공연’의 개념과는 전혀 다른 의미일 것이다. 왜냐하면 가수 등의 공연이나 뮤지컬, 연극 등의 ‘공연’은 현장에서 1회의 공연이 끝남과 동시에 종료되는 것이고, 2회 공연은 전혀 새로운 공연이 되는 것인데 반해, ‘온라인 공연’이라는 것은 ‘현장 공연’을 고화질 디지털 영상 즉 새로운 온라인 콘텐츠로 재창작한 것이고, 무한 반복 재생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온라인 공연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였다면, 출연하는 예술가들은 단순한 출연 계약만을 체결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시나리오 저작자 등도 단순한 공연 계약만으로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어 계약 내용에 수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고화질 디지털 영상 공연은 현장 공연을 대체할 수 있고, 오늘날과 같은 비대면 시대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문화예술 유통 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온라인 전시’와 관련해서는 더 많은 법적 쟁점이 있다. ‘전시’의 개념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우리 저작권법 제2조(정의)에 아무런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대법원에서는 전시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전시’의 개념을 나름대로 정의하여 사용하고 있다.1) 즉, “저작권법 제19조 소정의 ‘전시’에 관하여는 별도의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그 입법취지 등을 고려하면 위 법조에서 말하는 ‘전시’란 미술저작물·건축저작물 또는 사진저작물의 원작품이나 그 복제물 등의 유형물을 일반인이 자유로이 관람할 수 있도록 진열하거나 게시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법원이 정의하고 있는 이런 전시의 개념은 직접 전시에 대한 정의일 뿐이어서, 여전히 온라인 전시나 간접 전시, 인터넷 링크를 통한 전시에 대해서는 저작권법적 논의가 남게 된다.

우선 ‘온라인 전시’에 한정하여 저작권법과 관련한 쟁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요즘은 스마트폰 등 IT기술의 확산으로 예술 작품에 대한 고화질 디지털 복제가 가능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즉시 다른 사람에게 전송을 할 수도 있다. 즉, 온라인 전시라는 것은 미술 작품을 고화질 디지털로 복제해서 이를 공중에게 전송하는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 전시를 위해서는 저작자인 작가로부터 ‘전시’에 대한 동의를 받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예술 작품에 대한 복제권과 공중송신권 더 구체적으로는 전송권에 대한 동의를 따로 받아야 비로소 적법해질 수 있다. 또 최근에는 3D 입체 형식의 온라인 갤러리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미술관 건물도 없는데 전시회는 열린다. 스마트폰 하나로 관객이 입체적으로 예술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고화질 디지털 3D 영상물을 제공하여 몰입도를 높여 주는 온라인 전시 방식이다. 그런데 저작권법에서 볼 때원본 미술 작품을 고화질 디지털 3D 영상화로 변경하는 것은 미술저작물을 2차적저작물로 변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때는 반드시 작가로부터 2차적저작물작성권에 대한 동의를 별도로 받아야만 적법하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직접 전시가 어려워지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수많은 미술관 갤러리 등에서 앞다투어 온라인 전시회를 열었다. 그런데 몇몇 미술관을 제외하고는 작가와 서면으로 온라인 전시에 필요한 저작권 계약(복제권, 전송권, 2차적저작물작성권 등)을 체결하고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한 사례는 거의 없다. 기존에 아카이빙 목적 등으로 촬영해 놓은 영상물을 그대로 보정하여 활용하거나 직접 전시되어 있는 작품을 긴급하게 촬영하여 온라인 콘텐츠로 제공한 것이 대부분이다. 당연히 저작권법 위반이 될 수밖에 없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창작·유통을 위한 각자의 역할

그렇다면 저작권법적으로나 계약법적으로 이제는 새로운 형태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계약이 체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문화예술의 주체인 예술가와 문화 소비자, 그리고 문화예술 생태계를 보전하고 육성해야 할 책무가 있는 정부, 이렇게 3주체가 온라인 공연, 전시 등과 관련한 온라인 콘텐츠 제작, 유통, 소비에 있어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창작과 유통이 가능하도록 계약체결 구조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

먼저 문화예술 공공기관이 코로나19로 인해 자칫 문화예술 생태계마저 붕괴될 위기에 처한 문화예술 단체를 지원하는 사업에 모든 예산과 인력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바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소위 ‘팔길이 원칙’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예술 공공기관이 ‘지원 사업’ 내지 ‘공모’ 등을 통해 예술 사업을 지원했다면, 그 결과물(온라인콘텐츠 등)에 대한 저작권은 당연히 예술가 내지 예술 단체에 귀속시켜 주어야 한다. 공공기관 등은 아카이빙 내지 홍보 목적 등 필요한 범위 내에서 그 결과물에 대한 이용허락을 받아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문화예술 생태계가 건강하게 복원될 수 있다.

나아가 새로운 시대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문화예술 분야 표준계약서도 시급히 수정 보완하여 배포할 필요가 있다. 다행인 것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전국의 모든 예술지원 공공기관의 공모전과 지원사업에 대한 공모 내용과 저작권 관련 계약서를 전수 조사하였고, 불합리한 저작권 귀속 문제를 해결하고 계약서를 수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14년 제작 배포했던 ‘창작물 공모전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과 민간에 이르기까지 저작권 귀속 문제가 합리적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문화예술 단체들과 유통사업자 및 예술가들은 현장에서 상호 합리적이고 공정한 저작권 계약과 출연 계약 등을 통해 창작된 저작물의 온라인 저작권을 보장하고, 온라인 콘텐츠 등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골고루 분배하는 상생 문화의 정착도 필요하다. 이제는 계약 형태와 내용이 바뀔 수밖에 없다. 기술의 발전만큼이나 문화예술 유통 시장과 유통 경로도 매우 다양화되었다. 기술과 예술이 만나 전혀 새로운 장르를 열어가고 있다. 예술의 영역과 기술의 영역이 결합되어 이제는 어디까지가 예술이고 어디까지가 기술인지도 구별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예술 소비자들도 이제는 온라인 공연 또는 전시 등을 ‘무료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경험에 대해 기꺼이 대가를 지불할 수 있어야 한다. 훌륭한 예술 작품은 훌륭한 예술 소비자에 의해 탄생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문화예술 생태계를 건강하게 조성하고 새로운 창작 활동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예술 소비자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때만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사회의 도래는 문화예술계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지만, 한편 이러한 위기가 오히려 예술과 기술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유통 시장이 열릴 수 있고, 오프라인 전시 등으로 인한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통 시장이 다변화 확대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윤용근
  • 필자소개

    윤용근은 법무법인 엘플러스의 대표 변호사로, 언론중재위원회 및 한국저작권위원회,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등에서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전 문화체육관광부 공공기관 경영평가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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