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 이슈토크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되는 공연예술의 영상화 과정에서 과제로 떠오르는 유료화 문제, 안전한 창작환경 조성을 목표로 발표된 한국공연예술자치규약(KTS), 할인율 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도서정가제 문제 등을 담았습니다.
공연영상의 유료화에 대해서는 대중적 인지도를 쌓은 공연들이 유료화에 일정 부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짚었습니다. 다만, 이러한 성과가 창작극이나 실험적인 공연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을지, 아니면 영상화된 공연시장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씁쓸한 귀결로 남을지 주목됩니다. 영상화된 공연물이 온라인의 다른 콘텐츠들과 경쟁하며 성격 자체가 변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섞인 예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국공연예술자치규약(KTS: Korea Theatre Standards)이 지난 9월에 발표되었습니다. 편집위원들은 현장의 인식 전환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하면서도, 이후 워크숍을 포함한 소통과 대화의 장들을 통한 공론화 과정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함께 했습니다. KTS를 둘러싼 이야기들은 이번 호 사람읽기에서 집필진의 말을 통해 더욱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만나실 수 있습니다.
도서정가제 논란은 얼핏 소비자들이 저렴하게 책을 구입할 수 있는 권리와 직결된 것처럼 보입니다. 대중적으로 이 논란이 소구되는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출판문화생태계의 건강이 보장되지 않으면 사람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형태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도서정가제 이슈를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공연 영상 콘텐츠의 유료화 과제

영상으로 옮겨온 무대예술 유료 상영으로 활로 찾는다
화면으로 보는 뮤지컬, 결제하시겠습니까?
K팝·뮤지컬 이어 연극·오페라도 온라인 유료화 실험


  • 안태호

    코로나19로 공연예술의 영상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중요한 이슈가 유료화라는 건 다들 예상하던 바이기도 하다. 이제 유료화의 구체적인 내용들이 논의되기 시작하는 것 같다.
  • 설동준

    유료화 시장으로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정책 면에서는 국가가 중간 시장에 의도적으로 개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성공 여부는 오리지널 소스의 명성도에 달려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멀티플렉스인 메가박스에서 '메트: 라이브 인 HD‘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공연 실황을 상영했을 때 오리지널 소스가 갖는 명성도를 미디어로 옮긴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 10년 뒤라면 모를까, 당분간 소비자들은 기존에 알던 작품 또는 돈을 지불하고 볼만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는 콘텐츠를 구매하고, 공급자 입장에서도 VOD 판매처럼 지명도 있는 콘텐츠의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온라인 시청권에 플러스알파를 제공하는 시장이 될 것 같다. 온라인 유료화를 실천해보되 변화하는 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다른 접근법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
  • 안태호

    실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조인선 대표님은 온라인 전시나 공연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지 궁금하다.
  • 조인선

    현재 AR 기술을 활용한 오프라인 한복 전시회를 준비 중인데, 온라인과 오프라인 전문가 간의 협업이 중요해지는 시점이 곧 올 것이란 생각이 든다. 예술가들도 O2O(Online to Offline)를 이해할 뿐만 아니라 환경 변화에 따른 과학기술, 이를테면 실감형 콘텐츠를 체득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본다.
  • 설동준

    이게 일종의 믹스드 리얼리티 같은데, 아이돌들도 영상만으로는 돈이 되지 않으니 팬덤 굿즈를 끼워서 파는 것과 같다. 온라인 시청권에 포토카드나 응원 아이템을 곁들여 파는 것처럼 말이다. 원래 영상 콘텐츠가 아니었던 콘텐츠의 영상물을 보고 구매하게 하는 게 어떻게 가능할까 싶다.
  • 연수현

    코로나19로 인해 예술계가 테스트배드(Test Bed)에 놓인 것 같다. 초기에는 네임 밸류가 있는 오페라나 연극들을 무료로 온라인 상영한 데서 가능성을 찾고, 그 다음 단계에서는 기부 형태로 유료 구매하도록 하는 단계적 과정이 보인다. 이 과정들이 낯선 창작극이나 실험극에도 적용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추석 기간 동안 여러 온라인 공연을 관람했는데, 어차피 관객이 공연장을 찾기 어렵고, 공연 팀이 해외 진출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약간의 금액을 지불하고서라도 공연을 볼 수 있는 환경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 입장에서 처음에는 거부 반응이 있을 수 있겠지만 유명한 대형 공연들로 경험치를 쌓다 보면 나아지지 않을까?
  • 설동준

    기존의 명성에 기대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현재 콘텐츠에 대한 우려인 것이고, 사람들이 그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그때는 그것을 과연 공연이라 부를 수 있을까가 의문이다. 영상 매체 안에 픽션 무비, 다큐 등의 하위 장르가 있는 것처럼, 블랙박스 시어터, 프로시니엄 시어터를 세트로 쓰는 영상물이 되는 거 아닌가 싶다. 지금 정책적 접근도 공연 시장이 이대로는 다 죽으니 생태계를 살리자는 목표로 온라인 유료화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에 익숙해져 하나의 소비구조에 들어가게 되면, 공연 생태계가 아니라 범영상 생태계에 속한 한 영역이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다.
  • 연수현

    김수현 SBS 기자가 웹진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프리미엄 콘텐츠 또는 론칭 이전의 예고편으로 훅을 하고 실제 공연은 가서 보게끔 하는 채널이나 접근성의 확장 차원이 되지 않을까? 혹은 반대의 상황이 될 수도 있겠다. 결국에는 온라인을 통한 소비를 이끌어내는 창작 주체가 얼마큼 능력을 갖추고, 키워나갈 수 있을지가 대두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 설동준

    만일 스스로가 제작자라면 온·오프라인 시장 중 온라인을 우선할 것 같다. 오프라인 시장은 ROI(return on investment)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음악 시장 중에서 아시아는 소위 라이징 마켓이다. 요즘 아도이 등의 밴드들을 보면, 이를 염두에 두고 영어로 노래하면서 스포티파이나 유튜브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채널 운영에 이어 유료화의 한 방편으로 구독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예술의 다양성은 확실히 떨어질 것 같다. 예를 들면 뮤지컬 <빨래>의 장기 기속, 흥행 이후 연극 분야에 소위 제작 공식이 암묵적으로 생겼다. 업계가 ROI가 발생하는 방식을 학습한 것이다. 구독 서비스 플랫폼은 결국 기획사나 제작사가 운영하게 될 테고, 이들은 수익 발생 차원에서 제작 단가에 최적화된 작품 제작 틀을 만들고 그에 따르게 되지 않을까? 그럴 경우 예술에 필요한 실험적 접근은 점차 불가능해질 테니, 어떤 면에서는 공연계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 조인선

    전통예술 분야도 기존엔 유료 관객이 드물었기 때문에 유료 영상화 서비스 도입이 가능할지 원론적인 고민이 든다. 굿즈를 제공하거나 다른 서비스를 좀 더 제공하는 완전히 다른 접근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

한국공연예술자치규약(KTS) 워킹그룹 규약집 배포

‘한국공연예술자치규약 전국 워크숍’ 8일부터 시작
한국공연예술자치규약(KTS) 홈페이지


  • 안태호

    KTS(한국공연예술자치규약) 워킹그룹이 규약집을 발표했다. 어떻게들 보셨는지 궁금하다.
  • 설동준

    미투 사건 이후로 KTS와 로라 피셔와의 워크숍이 페이스북에 알려지고, 이러한 공연 제작 단계에서의 규정화가 사람들 입에서 회자되긴 했다. 그런데 KTS 외에도 장르별로 여러 단위별로 혹은 예술 단체 개별 안에서도 규약을 만드는 흐름들이 형성됐더라. 명문화된 규약보다는 공론장의 형성으로서의 규약 만들기 워크숍이 개별 단체에서 더 의미 있게 활용되는 측면들이 있음을 현장에서 들었다. 사실 이전에는 공연 단체가 ‘우리는 공동의 협의를 통해 예술 하는 사람들이야’라는 팀 멤버십을 개발해야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본 적이 없다. 그러다가 규약 만들기 워크숍을 하면서 처음 그런 논의를 해보게 된 것이다. 현장 인식 전환의 계기, 말을 꺼내기 유리한 터를 닦는 역할 차원의 의미가 있다.
  • 연수현

    해외에서 극장 안에 있던 연극 단체 조합, 스태프 조합 등 여러 조합들이 가진 스탠다드를 공유하고, 극장 전체의 스탠다드를 제공해 읽게 하고 본인의 가치관과 얼마나 부응하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일하는 사람들이 그걸 인지하고, 소통하는 과정 또한 명문화 작업의 일환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번 KTS 규약집 제작과 배포는 내용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대한 소통이나 대화의 장들이 계속 이어져야만 힘을 갖게 될 것이다.
  • 안태호

    규약집을 만들었으니,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실제 직장에서도 고충처리원을 지정하게 되어 있지만, 실제 잘 활용되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꾸준히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도서정가제 개정을 둘러싼 논의들

    도서정가제 폐지하면 책값 더 싸져서 더 읽을까?
    출판계 “도서정가제 개선안 받아들일 수 없다”
    도서정가제 논란 재점화...기울어진 책 유통시장


    • 안태호

      도서정가제가 논란의 한가운데 있다. 대중적 인식과 출판업계 종사자들간의 인식 간격이 커 보인다.
    • 설동준

      도서정가제에 대한 SNS 글들을 읽어보면 도서출판 업계에 구조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그 구조들이 즉각적으로 이해가 잘 되지는 않는데, 핵심은 실제 도서정가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작은 서점, 독립 서점들이 많이 생겼는데 여기서의 도서 구매가 착한 소비 운동으로 꼭 가야 한다거나 도서 할인에 무작정 호응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환기하려면 문제가 좀 더 심플하고 명확해야 하지 않나 싶다.
    • 안태호

      즉각적으로 다가오는 건 왜 책을 싸게 팔지 못하게 하느냐는 대중적인 반발감이 빠르게 다가온다.
    • 연수현

      책 가격을 싸게 하면 많이 읽을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문체부는 할인율을 높여서 더 많은 이들이 쉽게 책에 다가가게 한다는 입장인데, 사실 다른 나라보다 한국은 책값이 싼 편이기도 하다.
    • 안태호

      도서정가제를 만들 때, 할인율이 결국은 대중을 기만하는 일이라는 논의가 있었다. 할인율을 높게 책정할 수 있다면 출판사 측에서 책 출고가를 높인다는 거다. 도서정가제 이후 독서율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사유는 책값이 비싸졌기 때문이 아니라 핸드폰이나 다른 콘텐츠들이 너무나 많아져서다. 책이 갖는 주목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 설동준

      사람들이 책을 많이 봐야하느냐보다는 콘텐츠 소비 방식의 다양화라는 환경 변화가 관건이라, 그것을 정방향에 놓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도서 생태계가 건강한지가 중요한 문제다. 그리고 그 안의 이해관계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는 않는지가 핵심일 것이다.
    • 안태호

      할인율을 높게 적용해서 이익을 볼 곳들은 결국 대형 서점이다. 작은 생태계 자체가 존속할 수 없는 환경이 되어버리니 그걸 방지하자고 만들어놓은 것인데, 논의 구조가 왜곡되고 있다. 책 할인을 받는 게 국민의 문화적 권리처럼 논의되고 있다.
    • 설동준

      플랫폼 경제가 도입되면서 거의 모든 산업 시장이 이와 비슷한 경우를 맞닥뜨리는 것 같다. 큰 틀에서 보자면 콘텐츠 소비 환경의 변화일 텐데. 도서정가제의 이슈란 건 출판문화 생태계의 건강성에 대한 이슈인거고,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느냐는 콘텐츠 형태와 소비 구조의 이슈인 거다. 서로 다른 이슈라고 생각한다.
    • 연수현

      사실 도서는 문화관련 재화·용역으로 면세 적용 대상에 속한다. 그 이후에 문화비 소득공제 정책 수립 시에도 이미 도서가 부가가치세 면세 품목이니 중복으로 혜택을 주지 못하고, 그 이전에도 도서정가제를 실시했기 때문에 세제 해택을 추가로 도입할 수 없다는 논리들이 많았다. 그런데 실은 문화비 소득공제 이후 독서율이 높아졌는지를 알 수 없는 것이다. 너무 많은 언론들이 가지치기를 해서 논점을 계속 흐트러뜨리니 어떤 차원에서 이것을 논의해야 할지 복잡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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