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사업평가의 변화와 흐름

평가는 사업을 추진하면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존재하게 된다. 제도적인 평가가 없는 경우에도 사업의 각종 결과보고서에서 자체 또는 외부/상위에서 별도의 평가지표가 없이 성과를 기술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 초반부터 미국식 제도를 토대로 심사분석제도를 도입하여 왔고, 이러한 심사분석 제도는 정부 및 모든 공공기관의 사업에 의무적으로 적용되었으며, 이를 확대하여 제도적인 정책/사업평가제도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과정지향적(process-oriented) 또는 산출지향적(output-oriented)이어서 진도를 평가하거나, 정성적인 지표에 대한 정성적인 성과와 문제점을 기술하는 수준에 그쳐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평가의 흐름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어서 미국의 경우에도 정부업무평가법이 1993년 제정되었지만, 평가제도는 2000년 이후에서야 정착되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2000년 이후에 성과와 환류 중심의 평가제도가 도입되었다. 2001년 정부업무평가 등에 관한 기본법이 제정되었고, 2006년에 현재의 정부업무평가 기본법에 대체 입법되었다. 정부의 사업평가 총괄부처는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국무총리실(사업자체)과 재정담당 부처(재정)로 소관이 수차례 변화하였고, 그에 따라 평가의 방향도 일부 변화하였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문화예술 사업평가는 세부적인 사항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재정의 환류에 초점을 두어 시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화예술 사업평가는 초기에는 개별 지원사업 단위에 대한 지원기관에 의한 평가 위주로 이루어졌다. 지원사업의 성과 제고보다는 해당 개별 지원사업의 평가를 통하여 지속 지원 여부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었다. 예를 들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평가위원회를 구성하여 지원사업 일부에 대해 평가를 실시하고, 익년도 지원심의에 이를 반영하는 제도를 도입하였다. 지원심의 평가지표에 평가 결과를 반영하여, 일정 기준 이하는 탈락시키거나 감점하는 제도를 반영하였다. 그러나 이 제도는 전수평가가 아닌 일부만 평가하여 한계가 있었다. 평가를 받지 않는 사업은 평가 결과를 반영할 수 없고, 평가 대상이 되면 오히려 불리하게 되며, 평가 결과가 아주 좋지 않으면 다음 해에 지원 신청을 하지 않으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주로 지원기관이 지원대상 개별사업에 대한 통제 위주로 평가가 이루어지다 보니 지원기관 자체(지원 프로그램)는 평가를 받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정부와 국민의 관점에서는 개별 지원사업 자체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지원기관에서 추진하는 지원사업(프로그램)의 성과와 환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성과중심의 평가가 도입된 이후에도 지원기관의 사업성과 평가를 요구하자, 성과중심의 평가를 오해하여 지원기관이 평가한 각각의 지원사업 평가 점수를 합산하여 지원기관의 지원 프로그램 사업성과라고 제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성과중심 평가를 위하여 구성한 평가위원들도 유사한 오인을 하기도 하였다. 성과중심 평가가 문화예술 분야에 도입되면서, 필자가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문화예술기관 등에 대한 평가체계 설계와 평가 및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기존의 관행에 따른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하여 노력한 것 중의 하나가 이러한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1) 이해를 통한 성과중심 평가의 정립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성과중심 평가제도가 확산·정립되는 시기는 외환위기 이후이다. 방만한 사업과 재정 운영의 피해가 너무 컸기 때문에 평가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확산되었다. 역설적이게도 평가제도는 진보적인 정부인 노무현 정부에서 확립되었다. 그러나 초기에는 평가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각종 평가가 너무 많아서 평가제도 간 중복이 많았고, 평가대상자(단체)의 불만도 강하게 제기되었다. 공공 분야 특히 문화예술 분야는 명확한 목표설정 또는 목표설정기준의 타당성을 제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를 강조하다 보니 평가 결과가 저조하거나 환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소규모 사업에 대해서도 평가가 이루어지다 보니 실효성이 낮은 경우도 있었다. 또한 너무 지나치게 모든 내용을 평가하려고 하다 보니(평가지표의 과다) 제도 도입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평가 만능주의와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였고, 평가기관(평가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한 하향식 평가 방식은 피평가대상 단체의 자율성과 평가에 대한 환류의 취지를 저하시키기도 하였다. 평가제도는 환류와 컨설팅을 포함하게 되며, 이를 위하여 평가 대상 중 일부에 대한 심층평가와 컨설팅을 제공하는 제도가 정부의 흐름에 맞추어 문화예술 분야에도 도입되었다. 평가의 수용성을 위해서는 자발성이 중요하며, 신청을 받아 심층평가와 컨설팅을 진행한다. 이 제도가 먼저 정착된 분야가 도서관 분야로 2016년도부터 심층평가 및 컨설팅 제도가 도입되었다.

문화예술 사업평가는 이러한 시행착오와 평가제도의 흐름을 반영하여 변화하여 왔다. 대략적인 변화의 방향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문화예술 사업과 각 분야별 특성을 반영한 평가지표와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둘째, 평가의 수용성과 역량을 제고시키기 위하여 상향식 평가·자율평가를 강화하고 있다. 셋째, 통제를 위한 평가보다는 환류와 컨설팅을 통한 지원 대상과 해당 분야 사업의 전체적인 수준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넷째, 성과의 개념을 발전시켜 계량적인 목표 이외에 지속가능성·역량·파급효과(영향)를 강조하고 있다.

문화예술 사업평가의 목적과 필요성

성과중심 사업평가는 목표와 성과지표를 설정하고, 지표에 의한 평가결과는 사업 운영에 반영하는 제도로 환류를 강조한다. 이러한 결과지향적(result-oriented) 평가는 ‘일을 얼마나 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했느냐?’, ‘대상에 어떤 영향이나 변화를 가져 왔느냐?’에 초점을 두는 성과 향상을 위한 체계적 접근 방법이다.

필자는 이를 목표 설정을 통한 전략적 행동의 유인과 지침을 제공하는 제도라고 규정한다. 평가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을 포함하여야 한다. 첫째, 평가 대상에 대한 체계적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위임자인 국민들은 해당 사업에 대한 정보를 알 권리가 있다. 또한 성과의 수준에 대한 정확한 근거 및 성과달성 요인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일부에서는 평가지표에 대한 명확한 근거 없이 추상적인 기준으로 평가를 하기도 한다. 둘째, 성과측정을 통한 책임성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명확한 성과측정 평가기준이 필요하다. 문화예술의 특성상 정성적인 평가지표가 다수 존재하는데, 평가위원별 평가 경향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기준이 필요하다. 셋째, 환류를 통한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사후 책임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가 우수한 것은 지속적인 유지와 강화 방안을, 미흡한 것은 개선과 성과 달성 요인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피평가자의 수용성 확보가 중요하다.

문화예술 사업의 평가는 정부의 평가제도 변화에 부응하면서도 문화예술의 특성을 살린 평가제도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보편타당한 평가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평가는 평가 대상, 평가의 목적, 평가 결과의 활용에 따라 평가설계와 방향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사업은 지역주민이 주체가 된 지속가능한 생활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초기에는 전문가와 전문단체가 중심이 되어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주민이 주체가 되지 못하고 객체가 되는 문제점도 발생하였다. 또한 주관단체가 자주 변경되다 보니 주관단체에 따라 사업의 방향이 변화하기도 하였다. 필자는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 달성을 위하여 사업의 주관단체를 지역문화진흥원으로 변경하는 것을 제안하였다.2)

필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문화예술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에 맞게 사업이 설계되고 추진되며, 평가되는가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전국무용제, 전국연극제, 전국생활문화축제는 해당 행사 자체의 실적만이 아니라, 사업을 통한 단체의 역량 강화, 지역 간(단체 간) 교류활성화도 중요한 목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궁극적인 목적 달성을 위한 프로세스나 성과평가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심지어 어떤 단체는 해당 단체의 참여 시간에만 활동하고, 교류 없이 복귀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교류를 위한 프로그램과 기반이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문화예술 사업평가의 성과와 방향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은 가치와 효과에 대한 논거에도 불구하고 그 수혜자(참여자)가 제한적이어서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활동 참여율은 매우 높고,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영화나 대중예술을 제외하고 나면, 그 수치는 낮기 때문이다. 문화기본법에 따르면 문화예술은 국민의 삶의 질 제고에 궁극적 목적을 두고 있으므로, 성과지표로 제시하는 참여자들의 높은 만족도는 타당하기도 하지만, 사업의 성과를 증명하는 성과지표로는 한계가 있다. 문화예술은 당위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대체로 높은 만족도(특히 재참여 의향)를 나타내고, 무료나 저렴한 비용으로 참여하는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3)

따라서 문화예술 사업의 평가에서는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와 달성 전략, 달성 요인에 초점을 두어 평가하여야 하며, 상위 평가의 경우에는 가능한 한 단체 재량에 관한 사항은 자율성을 부여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과 단체의 특성을 고려하여 공통지표와 특수지표를 병행하여 사용할 필요가 있다.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지원기관과 지원대상 단체 간에 성과협약을 통하여 핵심적인 성과목표 이외에는 단체의 자율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영국 ACE(Arts Council England)의4) 성과협약 제도에 기반을 둔 것으로 문화체육관광부-지원기관-지원대상 단체 간에 각각 적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 제도는 필자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출범하고, 문화예술진흥법에 근거한 성과평가제도를 설계하고 실행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강하게 주장한 제도이다.

지원을 받는 문화예술단체 입장에서도 공공의 지원을 받게 되면 공적인 영역으로 진입하였으므로 사업에 대한 정보 공개와 평가를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필자가 지금도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지원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하여 도입한 공연예술전문단체 육성 지원사업이다. 이 사업은 기존의 소규모 일회성 프로젝트 지원 방식을 선택과 집중에 의한 단체 지원 방식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첫 사업이었다. 기존에는 일회성으로 최대 2천만 원을 지원하던 방식에서 선정 후에 3년간 3억 원을 지원하고 사업 내용은 예술단체의 재량에 맡기는 방식이었다. 지원기관의 설계와 운용에도 잘못이 있었지만, 상당수의 예술단체들은 지원에 수반되는 책임성과 공공성에 대한 저항이 심하였고 정보 공개와 평가의 수용성이 낮아 사업의 성과를 증명하지 못하여 결국은 조기에 사업을 중단하게 되었다. 그러나 당시 지원을 받았던 S발레 단체는 정보 공개와 책임성을 수용하고, 정부와 민간후원단체, 관객 등의 높은 평가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발레 단체 중의 하나로 성장하였다.

짧은 글에서 문화예술 사업 평가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모두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 필자는 문화예술기관·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강연에서 문화예술 분야는 공동 운명체이므로 모두가 성과 향상을 위해 노력하여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강조하곤 한다. 평가를 통한 차별과 배제 등의 통제가 아니라 모두가 성과를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며, 이를 통하여 문화예술 사업의 가치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상업적인 예술을 제외하고, 특히 경제와 재정위기 여건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재원은 계속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공동 운명체의 관점에서 우리 모두가 문화예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개별 사업 일부의 성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해당 지원 프로그램이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고, 시대적 변화에 프로세스가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서 문화예술 사업의 효과가 낮은 것은 아니며 체계를 개선하면 되기 때문이다. 평가는 성과 향상을 위한 관점을 제공하는 유용한 기법이므로 실제 평가를 받지 않아도 계획적인 성과 관리는 사업의 성과 향상과 해당 사업의 가치를 증명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5)

1) 구성의 오류는 부분의 합을 전체의 성립으로 단순 확대 추론하는 오류로 반대의 개념은 생태학적 오류(ecological
fallacy)라고 한다. 당시에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생소한 개념으로 실제 필자가 평가제도에 대한 설명회에서 필자가
만들어낸 개념이라고 납득할 수 없다고 질의하는 경우도 있었다.
2)정광렬, 「생활문화 활성화를 위한 정책기반 구축방안 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6.
3)자신의 인식이 아닌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인식으로 응답하는 social desirability 경향이 높게 나타난다. 또한 기대 만족-
불만족 이론에 따라 낮은 기회비용이나 무료인 경우에는 기대 수준이 낮아 상대적으로 높은 만족도가 나타나게 된다.
4)ACE의 성과협약 제도는 영국의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DCMS:Department for the Digital, Culture, Media and
Sport)와 ACE 간, ACE와 각 지원단체 간에 연쇄적으로 이루어지는 제도로, 핵심적인 성과목표와 지표만을 제시하고,
나머지는 자율성을 부여하는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운영함.
5)필자가 사업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개별 지원사업에 대한 평가를 병행
하지만, 개별 지원사업 자체의 책임성이 아니라 우수 사례를 발굴하여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성과의 확인과 함께
개선 방안을 도출하여 사업의 전체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에 기여하기 위하여 추진하고 있다.

  • 정광렬
  • 필자소개

    정광렬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 원장직무대행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문화행정과 성과관리를 전공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기타 문화관련 국공립기관의 평가제도 설계와 평가·컨설팅, 문화 분야 정부의 법정 중장기계획, 지역의 문화발전계획 연구와 수립, 법·제도·조직, 문화복지·생활문화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국고보조금 관리위원, 지자체 합동평가위원, 문화체육관광부 및 문화재청 자체평가위원, 국립극장 책임운영기관 평가위원장 등 다수의 정부의 법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거나 활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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