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는 예술과 건강과의 관계를 증명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의 결론은 예술 참여가 정신적·육체적 건강 모두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이 보고서는 그간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었던 대조군 실험 및 실험실 연구와 같은 과학적 정량연구, 코호트 또는 빅데이터 연구, 문화기술지(민족지학)·사례·인터뷰 등을 포함한 정성적 질적연구까지 다양한 방법론을 활용한 약 3,000개 이상의 집단연구와 700여 개의 개별연구를 분석했다. 그뿐만 아니라 예술적 개입은 질병 치료나 관리뿐만 아니라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증거를 찾고 유형화하는 작업을 거쳤으며, 북유럽 지역의 여러 국가를 중심으로 실용적인 방법을 통하여 예술과 건강 간의 관계를 발견하고 강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는 지금껏 나온 보고서들 중 예술과 건강 간의 관계를 가장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분석한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예술적 개입을 통한 건강에의 긍정적 영향 주제별 분류 예술적 개입을 통한 건강에의 긍정적 영향 주제별 분류
출처: WHO. 「What is the evidence on the role of the arts in improving health and well-being? A scoping review」, 2019, 8쪽.

세계보건기구는 일반적인 의료적 처방으로 해결할 수 없는 건강 문제에 예술이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점, 복잡한 상황에서 예술이 비용상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예술의 중요성이 제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와 프로젝트가 진행되어왔지만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며, 개별 국가들도 문화 관련 부처 이외 다양한 부처에서 예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예술과 건강에 대한 정책을 설계하고 구현하기 위해 각국이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은 영양과 운동이 건강에 주는 이점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예술이 가져오는 혜택에 대해서 같은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미 몇몇 국가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예술과 건강과의 관계를 파악해 이를 정책에 활용하려 시도하고 있다. 호주는 2013년에 이미 예술 및 건강에 대한 프레임워크를 만들어서 추진 중이며, 영국은 2014년에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bing or community referral)’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1차 진료 환경에서 스포츠와 함께 예술 활동이 처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회적 처방 프로그램은 현재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에서도 시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프랑스도 관련 연구와 정책적 접근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예술 참여가 직접적으로 건강과 웰빙에 연관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일련의 지표를 만든 프로젝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프로젝트는 개인차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혹은 국가 단위까지 확장하는 웰빙의 개념을 포괄하고자 한 점이 특징적이다. 개인적인 건강은 의료 환경에서 임상 연구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 예술과 집단 공동체 수준에서의 웰빙과의 관계성을 확인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예술과 웰빙 지표 프로젝트의 시작

예술 참여와 웰빙 사이의 연관성을 측정하기 위한 프로젝트는 플로리다주의 ‘2015-2020 전략계획’에서 시작되었다. 문화예술을 지원함으로써 활기차고 건강한 지역사회를 육성한다는 가치를 실현해야한다는 미션은 플로리다 대학교의 의학 예술센터(University of Florida Center for Arts in Medicine)와의 협업으로 진행되었다.
이 연구팀은 지역사회 수준에서 예술 참여와 웰빙 사이의 연관성을 측정할 수 있는 일련의 지표를 개발하고자 3년에 걸친 프로젝트 ‘Florida Arts & Wellbeing Indicators Project’를 수행하였으며, 플로리다주 문화청(State of Florida Division of Cultural Affairs)에서 NEA(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로부터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사회 수준에서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예술의 역할을 확인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70개 이상의 웰빙 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특히 Rand Corporation1), Knight Foundation2), 호주 시드니3), 미국 뉴욕시4) 등에서 진행된 이니셔티브와 매우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지표 개발이 진행되었다.

2015년에서 2018년까지 총 3년에 걸쳐 진행된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쳤다.

예술과 웰빙 지표 프로젝트의 3년 연구 과정 예술과 웰빙 지표 프로젝트의 3년 연구 과정

3년에 걸친 지표 모델 구성과 테스트 과정

1년 차의 초기 지표 세트는 Arts, Healths Demographics, Community를 설정하였고, 10개의 설문조사 질문을 통한 결과를 확인하였다. 예술 활동에 참여한 응답자의 79%가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고 답한 반면, 어떤 형태의 예술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은 응답자의 삶의 만족 정도는 약 69%에 그쳤다. 또한 공식 및 비공식 예술 형식 중 하나 또는 둘 다에 참여했다고 응답한 응답자의 대다수(90%)는 예술 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응답자(75.5%)와 비교하여 자신의 건강을 ‘좋음’, ‘매우 좋음’ 또는 ‘우수’로 평가했다. 예술 활동에 참여한 응답자의 비율은 예술 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응답자(41.4%)에 비해 예술 활동에 참여한 응답자(57.4%)가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서의 삶의 질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작업은 실제로 예술과 건강의 연결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예술활동에의 참여: 삶의 만족, 건강 수준, 지역사회 삶의 질과의 관계
예술활동에의 참여: 삶의 만족, 건강 수준, 지역사회 삶의 질과의 관계
출처: Florida Arts & Wellbeing Indicators 발표세미나 ppt 자료

2년 차 프로젝트에서는 지역사회(county) 수준에서의 측정을 위하여 미국국립보건원(NIH)과 세계보건기구의 조치를 참고하여 설문조사 내용을 수정하고 검증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정량적 데이터뿐만 아니라 정성적 데이터를 데이터를 보완하기 위해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실시했고, 인구 통계 분석을 통해 농촌, 교외, 도시 등 경제사회적 환경이 다른 세 지역((Alachua, Miami-Dade, Lafayette County)을 선정하고 비교 분석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예술과 웰빙 지표 모델을 개발했다. 지표 모델은 다음과 같다.

예술과 웰빙 지표 모델 예술과 웰빙 지표 모델
출처: Florida Arts & Wellbeing Indicators Executive Summary

3년 차로 넘어가면서 지금까지 설계한 설문조사를 검증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통계적 모델을 테스팅하기 위해 7개의 카운티를 분석했으며, 미국의 누구나 어느 지역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수집 툴킷(Data Collection Toolkit)데이터 분석 툴킷(Data Analysis Toolkit)을 개발했다. 툴킷은 예술과 웰빙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한 지표 조사와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도록 구성하였다.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관리하면서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이었던 시간-비용 분석 내용도 공유하였다.

예술 참여와 웰빙 간의 관계 분석 예술 참여와 웰빙 간의 관계 분석
예술 참여와 웰빙 간의 관계 분석
출처: Florida Arts & Wellbeing Indicators Executive Summary

예술 참여와 웰빙 간의 관계 분석 결과 도출

전반적으로 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및 삶의 질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또한 예술 참여가 신체 건강보다는 정신 건강에 더 나은 지표일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예술 참여가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측면에서 상호 간에 강한 연관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사실 위 프로젝트는 자체 보고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할 뿐만 아니라 기간상 지난 12개월에 대한 답변을 분석한 결과이기 때문에 회상 편향을 유발하거나 참가자가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샘플링 편향 문제 또한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설문조사 샘플과 전체 인구 통계적 분포에서 차이(성별, 인종 등)를 보완하는 추가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

몇몇의 한계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예술 참여가 개인의 건강과 웰빙, 지역사회 혹은 국가의 웰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강력한 연관성을 도출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결과가 예술 참여가 웰빙을 향상시키거나 혹은 그 반대로 작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예술과 웰빙 사이에 중요한 연관성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는 것과 다른 의미이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연관성을 찾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이러한 연관성을 정확하게 식별하여 일반화할 수 있는 데이터 확보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장기적으로 가능할 수도 있겠다. 2년 차, 3년 차에서 지역사회 단위의 예술에 대한 지출 데이터를 개별 데이터와 통합하는 작업과 같은 보조 데이터 세트를 통합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던 것과 같은 추가적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국가적 이니셔티브로의 확장

플로리다 프로젝트처럼 예술이 개인과 지역사회의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측정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예술이 지역사회의 사회적 및 물리적 환경을 강화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지역 사회의 보건 환경에서는 예술의 활용성을 알리는 이론적이고 실제적인 구조가 잘 정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공중 보건에서 활용도가 낮은 자원으로 남아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를 플로리다 연구팀과 ArtPlace America가 협력하여 국가적 이니셔티브 「예술과 공중 보건을 통한 건강한 지역사회 만들기(Creating healthy communities: Arts + Public health in America)」로 연구를 확장하여 진행하고 있다. 이는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진행한 이론적 구성과 통계적 접근을 통한 표준화된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국가가 건강한 지역사회를 구축하려는 예술과 공중 보건 분야의 실무자의 협력을 가속화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이니셔티브를 통해 공중 보건, 문화 및 예술, 지역사회 개발 영역에서 250여 명의 전문가 리더들과 여러 기관 파트너가 워킹 그룹을 구성하고 콘퍼런스 등의 논의 과정을 통해 합의한 내용을 백서 「Whitepaper: Creating Healthy Communities: Arts + Public Health in America」로 발표했다. 이 백서에서는 특히 건강과 웰빙을 제한하는 중요한 문제 5가지(집단적 트라우마, 인종 차별, 사회적 고립 및 사회적 결속, 정신 건강 문제, 만성 질환 문제 등)에 집중하여 예술의 참여를 이끄는 부문 간 협력 사례를 제공하였다. 그리고 올해 4월에는 백서에서 발견한 예술이 개인과 지역, 국가 수준까지의 건강과 웰빙 등 6가지 광범위한 영역에 미치는 영향을 토대로 증거 기반 프레임워크(Arts and Culture in Public Health: An Evidence-Based Framework)를 설계하였다. 이 프레임워크는 6개의 영역을 강조하고 문화와 예술의 접근 방식을 통해 강화될 수 있는 결과와 이러한 결과를 중재하거나 조정하는 메커니즘을 확인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건강과 사회 서비스에 문화 및 예술 활동을 함께 제공할 것, 문화와 예술을 포함한 다양한 부문 간 협업을 위한 정책적 개입의 모든 단계에서 예술단체와 예술가와 필수적으로 협력할 것, 관련 연구 설계 및 발표까지 일련의 과정에 지역 예술가를 고용하여 함께 연구할 것 등 여러 가지 권고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공중보건에서의 예술과 문화: 증거기반 프레임워크 공중보건에서의 예술과 문화: 증거기반 프레임워크
출처: 플로리다 대학 의학 예술센터 홈페이지

플로리다 연구팀에 따르면 해당 연구는 ‘의학은 과학 이전에 예술이었다’는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3년간의 프로젝트였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에 1990년대부터 연구팀과 주정부 간에 이루어져왔던 다양한 학제간 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한 프로젝트였다. 현재는 국가 이니셔티브로 확장되어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을 살펴보면서 앞으로도 더 많은 연구와 실험이 필요한 영역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예술과 웰빙 간의 연관성, 영향과 효율성까지 분석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균형 잡힌 식단과 운동이 건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것처럼 예술이 건강과 개인 및 지역사회의 웰빙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서 인식되는 과정은 한두 번의 연구 혹은 프로젝트로 해결될 수 없는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예술과 건강이 결합한 다양한 실험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와 혜택을 인정하는 것, 국가와 지역 내에서, 그리고 정부와 비정부 영역에서 예술과 보건 혹은 다양한 부문 간의 협력 관계를 지지하는 것, 예술과 웰빙과 관련하여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전문성과 우수성, 그리고 지속적인 발전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것, 예술과 웰빙의 관계성 속에서 잠재적인 시너지를 발견하고 증명하는 연구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것 등이 우리가 앞으로 고민하고 헤쳐 나가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1) The Wellbeing Project: City of Santa Monica and the Rand Corporation.
2) Soul of The Community: Knight Foundation.
3) Community Wellbeing Indicators: City of Sydney, Australia.
4) The Social Wellbeing of New York City’s Neighborhoods: City of New York and University of
Pennsylvania.

  • 연수현
  • 필자소개

    연수현은 뉴욕에서 평범한 은행원으로 일하다가, 음악가인 배우자를 만나 예술행정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대학원에서 공연예술행정과 비영리회계 실무과정을 마치고, 75년 역사를 가진 극장 뉴욕시티센터 회계 팀에서 근무하다가 한국으로 건너왔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입사한 후, 문화비 소득공제,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경제 등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장밀착형 정책연구자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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