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콘텐츠의 소비와 달리 축제는 ‘공간의 감각’, ‘함께라는 느낌’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런 탓에 축제 라인업 작품을 영상으로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축제의 감각을 전달하기 어렵다. 이미 민간과 공공의 축제와 국제교류 현장에서는 이런 한계를 극복해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예술교육가들의 국제교류를 만드는 ITAC5, 공연예술의 유통 마켓인 서울아트마켓, 인디 스피릿을 공유하는 예술가와 관객의 해방 공간 프린지 페스티벌, 음악을 매개로 전주와 세계를 연결하는 전주세계소리축제, 이들의 시도와 고민을 통해 코로나를 지나는 우리의 축제 현장과 교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일시/장소: 2020. 12. 11.(금) / 온라인 화상회의
진행: 설동준(웹진≪예술경영≫ 편집위원, DMZ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사무국장)
참석: 김민수(서울프린지페스티벌 기획홍보팀), 김자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교육기반본부장),
이연경(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기반팀장), 조성원(전주세계소리축제 기획팀장)

비대면 온라인 방식이라 하더라도, 기관별로 그리고 진행한 행사에 따라 나름의 목적과 방식이 있다보니 접근법이 달랐을 것 같다. 각 행사의 기획의도나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런 부분이 비대면 진행의 세부 사항에 어떤 식으로 반영되었는지 공유해달라.

이연경(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기반팀장, 이하 이연경)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서울아트마켓(PAMS, 이하 팸스)은 한국 공연예술의 해외 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한 마켓 성격의 국제교류 플랫폼이다. 따라서 비대면이라 해도 마켓의 기능을 가지고 가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다. 다만 정부 행사이다 보니 비대면을 포함한 방향성과 형식의 결정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상황이 수시로 변해서 결정이 어려웠지만, 6월 중순 경에 ‘오프라인에서 했던 것을 온라인에서 그.대.로 체험해보는 것을 목표로 해보자’라고 결정했다.

최종 포맷은 MMORPG 게임 형식을 차용해서 온라인 공간에 ‘버츄얼 팸스’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참가자의 아바타가 오프라인 팸스처럼 부스 전시장을 돌아다니거나, 채팅으로 대화를 나누거나, 명함 교환, 쇼케이스 관람 등을 할 수 있도록 시도했다. 물론 아쉬움도 몇 가지 있는데, 우선 모바일 접속이 불가능했고, 맥 OS가 구동되지 않는 플랫폼이어서 접근성의 제한이 좀 있었다. 게임 포맷 외에도 별도로 유튜브나 화상회의를 통해 담론을 만들고, 비즈니스 미팅을 하는 과정을 진행했다.

서울아트마켓 2020 버츄얼 팸스 화면
출처: 서울아트마켓 홈페이지

김자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교육기반본부장, 이하 김자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주최한 ITAC5(International Teaching Artist Conference)는 세계 각국을 개최지로 하여 격년으로 순회 진행하는 예술교육 국제 콘퍼런스다. 보통 3~4일간 250명 내외의 참가자가 함께 하는데, 세계 곳곳의 예술교육가들이 교류하는 커뮤니티의 조성이 핵심인 행사다. 그래서 ITAC을 통해 현장의 예술교육가들이 협력 프로젝트도 만들고, 함께 연대해 예술교육의 힘을 만드는 일을 한다. 올해는 9월이 행사 기간이었는데, 우리는 3월 초에 전면 온라인화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ITAC의 고유한 현장성, 연대와 연결성 같은 특성을 어떻게 온라인에서 드러낼지, 행사 참여자들에게 어떻게 소속감을 느끼게 하고 (커뮤니티성을 부여하고) 활발하게 교류하게 할지가 고민이었다.
일단 오프라인에서 행사장이 있는 것처럼, 한 번의 접속으로 콘퍼런스 참여와 네트워킹이 모두 가능한 '베뉴' 형식의 플랫폼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ITAC 본연의 커뮤니티성을 구현하려고 하니 기존의 플랫폼들은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별도의 커뮤니티 플랫폼을 만들었고, 그 안에서 참가자들이 각자 소통을 위한 라운지(대화모임)를 스스로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장치를 마련했다.

ITAC5 디지털 컨퍼런스 구성도
자료제공: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올해 선정된 65개 세션 중 63개 팀이 행사의 온라인화를 수용했는데, 그 과정에서 국내의 다양한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된 프로그래밍 위원회를 중심으로 각 기획을 그대로 온라인화할지, 아니면 온라인에 적합한 포맷으로 바꿀지를 협의했다. 세션의 시간, 각국의 시차와 언어, 소통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는 일도 고민이었다. 그런데 막상 행사를 진행해보니 온라인상이라 좀 더 부담없는 소통과 피드백이 이루어지는 장면도 있었고, 준비된 영상을 온디맨드(on-demand) 방식으로 보다보니 각자의 속도에 맞게 컨퍼런스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언어 차이를 고려할 때 이런 부분은 꽤 이득이 되기도 한다. 그런 노력과 나름의 장점 덕인지, 보통 200명~250명 정도 참가하는 행사였던 것이 올해는 44개국에서 2천 명 넘게 참가 등록을 하는 성과도 있었다.

김민수(서울프린지페스티벌 기획홍보팀, 이하 김민수)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참가신청을 한 예술가라면 누구나 작품을 올릴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기본 모토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문화비축기지가 8월까지 폐쇄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도 최대한 기본 모토를 지키는 방법을 찾고 싶었고, 사무국이 단독으로 고민하지 않고 3월부터 예술가들과 함께 대화를 했다. 결론은 영상화 외에는 다른 공연 방식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축제는 작품도 있지만 그것이 모여 만드는 공간의 에너지와 즐거움도 있다. 일단 공연은 영상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프린지의 축제 공간이 그래왔듯이 공간 안에서 '축제'의 매력을 느끼게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8비트 그래픽 게임으로 '프린지 공간'을 만들어봤다. 게임 세계관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만나기도 하고, 퀘스트를 진행하고, 공연도 볼 수 있게 했다. 진짜 프린지 공간처럼 자원활동가 캐릭터도 만들고, 공연 외에 '프린지 살롱' 같은 예술가들이 모이는 공간도 만들어서 퀴즈를 푸는 등의 기획도 시도해봤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20 온라인페스티벌 화면
출처: 서울프린지페스티벌 홈페이지

프린지는 온라인으로 간다고 했을 때도 유료화는 지켜야 한다고 봤다. 우리는 티켓 가격을 정할 때 관객 동원의 용이함보다 공연계의 가격 방어선을 먼저 고민한다. 예를 들면 공연 팀들이 소극장에서 공연하면 15,000원 이상은 받아야 하는데, 우리가 그것보다는 가격을 낮출 수 없다는 식이다. 대신 티켓 구입에 대한 보상으로 패키지 박스를 만들어 구매자들에게 배송했다. 패키지 안에는 프린지 게임이 들어있는 USB, 맥주를 대신할 맥주사탕, 축제 티켓 팔찌, 프로그램북, 그리고 문진표로 약간 프린지스러운 위트를 담았다.

조성원(전주세계소리축제 기획팀장, 이하 조성원)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올해 19년차를 맞은 국제 공연예술축제인데, 보통 5일간 150회가 넘는 공연이 열렸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로 해외 출연진 입국이 불가능한 데다 관객들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해서 행사 자체에 많은 제약이 생겼다. 우리도 6월 중순이 넘어서야 ‘비대면 미디어 중계로 가자'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러면서 애초 150회의 공연을 집단즉흥이 특징인 개폐막 공연과 올해 축제의 주제공연, 대중성을 고려한 공연 등 총 5건으로 압축했다. 그런데 소리축제의 경우 지역행사다 보니 지역민의 접근성도 중요한 고려 사항 중 하나다. 공연 온라인화가 주로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진행되지만, 우리 축제의 주관객(지역민)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플랫폼이었다. 그래서 방송채널인 KBS, MBC, JTV와 협의해 공연을 방송과 온라인에 동시생중계한 것이다. 미디어 중계는 그런 의미의 표현이다.

올해는 13개 국적의 9개 단체가 9개 도시에서 각각 접속해 개막 공연에 참여했는데, 온라인상에서 이 협연을 구현하는 것이 이번 축제의 가장 큰 미션이었다. 예술가 접속 지역은 인도, 러시아 등을 비롯해 투바 공화국이라는 생소한 나라까지 있었다. 과연 한국처럼 IT 인프라가 잘 깔려 있을지, 신호 전송의 딜레이는 어느 정도일지 고민이 많았다. 시중에 나와 있는 온라인 플랫폼 대부분을 대상으로 시스템 테스트만 4번 정도 진행했고, 사전 리허설도 3회 정도 했다. 한국 포함 총 10곳의 장소에서 연결해서 만드는 합주였는데, 지역민을 위한 중계 플랫폼까지 더해서, 이번 축제의 타이틀 <_잇다>의 가치를 지켜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 방송현장
자료제공: 전주세계소리축제

다들 의미있는 시도를 하신 것 같다. 그런데 온라인으로 갈지, 오프라인으로 갈지 연초에 빨리 정하고 실무를 진행하면 좋은데, 그게 빨리 하기 어렵지 않나? 온라인으로 간다는 결정이 마치 포기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 대부분 온오프라인 두 방식 모두에 대한 대응을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고 업무도 배로 많았을 것 같은데, 실제로 어땠나? 그리고 온라인으로 가자고 결정한 다음에는 사람들이 대면으로 모일 일이 없으니 일단 코로나 걱정은 덜 수 있었나?

김자현
우린 당초 행사 예정 시기인 9월이면 좋아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해외 파트너들의 국가가 락다운이라 상황이 심각했고, 우려가 컸다. 그래서 행사 6개월 전에 빠르게 온라인으로 확정하고 갔었다. 실무적으로는 프로그래밍 커미티(program committee)가 온라인 플랫폼과 콘텐츠 기획을 콘트롤하고, 운영 대행사가 그것을 실행하는 구조였다. 함께한 모두에게, 상호작용이 필수인 수십 개 세션의 온라인 전환이 처음 맞이하는 도전이었기에 기술, 영상, 온라인 시스템 전문가의 도움이 필수적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콘텐츠 기획이 먼저인가, 구현 가능한 플랫폼 설계가 우선인가를 두고 조율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ITAC은 사무국이나 조직 체계가 아니라 다양한 현장 전문가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 구조고, 이번에도 그들이 나서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다만 기획을 온라인에 구현할 때 기획언어와 기술언어를 서로 전달하고 이해하는 데는 답답함이 많았다.

이연경
팸스가 겪은 어려움도 비슷하다. 올해 처음으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선임했는데, 디렉터님을 비롯해 운영진 각자가 가진 디지털의 경험치, 온라인화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달랐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시간을 들여 하나하나 결정해 나가야 했다. 그 과정에서 타협하거나 포기해야 하는 순간들도 있었다. 참여자 측면에서는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성, 연결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어떻게 자발적인 참여를 불러일으킬까가 고민이었다.

김민수
프린지 페스티벌은 운영진 내에서 방안을 찾고,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나누었다. 놀랍게도 사무국 내 운영스태프가 프로그래밍을 좀 할 줄 알아서 게임을 제작하게 되었다. 나는 원래 음악을 하던 사람이라 게임 BGM을 만들고,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팀원은 게임 속 세계관을 소개하는 글을 쓰는 식이었다.

조성원
돌이켜보자면 올해 상반기는 코로나19로 인한 취소 지침, '불가항력의 조항'과의 다툼이었다면 하반기는 온라인 저작권과의 싸움이었다.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코로나로 인한 각국의 사정이 변했고, 해외 현지 생중계 진행의 특성상 우리가 상황을 컨트롤할 수 없다는 점이 많이 힘들었다.

다른 분들 얘기처럼 운영 주체로서 온라인 프로그램이나 기술적 측면에 대해 잘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을 해외의 예술가들에게 전달하고 설명하는 것 역시 기술 비전문가로서 쉽지 않았다. 닷새 동안의 정신 없는 일정을 마치고 클리어된 무대를 보는데, 우리가 한 것이 공연일까 중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폐막 후 빈 무대를 보면서 “다시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적응해야 한다.”라는 말이 정말 와닿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올해의 미숙함은 코로나 첫해라는 특수성에 묻어간다 하더라도, 내년에는 또 어떻게 연주자들과 소통하고 교류해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온라인의 경우 유료화 방식과 저작권 이슈도 만만치 않은 고민일 것이라 본다. 예를 들어 ITAC5 같은 경우 유료로 할 것인지 무료로 할 것인지, 그리고 콘퍼런스와 행사에 올라왔던 자료들은 행사 종료 후 언제까지 오픈을 해둘 것인지 등등. 웹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오프니스(openness)의 범위와 정도 같은 정책 결정이 예전과 달랐을 것 같다. 어떻게들 결정하셨나?

김민수
일단 프린지는 그런 면에서는 강경하게 나갔다. 사무국이 모든 예술가들의 입장을 다 듣기는 어려우니, 현직 예술가로 구성된 프로그래머를 두고 중간 소통을 두텁게 했다. 그러면서 기왕이면 좋은 사례가 될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협약서를 일부러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온라인 페스티벌 기간 딱 8일만 프린지 플랫폼에 오픈을 했다.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거니까, 사실 패키지 박스 받은 사람들이 공연 영상 보고, 입소문도 좀 타면서 붐을 만들어야 하는 건데, 그러지 않은 것이 선택이자 아쉬움이었다. 프린지는 저작권은 내 것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것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라 봤고, 작가나 예술가들에게 뭔가를 요구하기보다는 그들이 창작물임을 존중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하고자 했다. 그래서 축제 후에는 딱 크레디트만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김자현
ITAC은 300불 내외의 유료 행사이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위험을 겪는 지금 티켓 가격을 유지하는 게 맞을까,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물리적, 비용적으로 문턱을 낮춰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커미티(committee)들과 계속 상의해 나가면서 200불로 가격을 조정하고, 현장의 예술교육가라면 50불 정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할인 정책도 만들었다. 그 외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트랙도 있었다. 유무료 참가자가 같이 들어갈 수 있는 세션에서는 관여도 방식에서 층위를 두기도 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자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교육기반본부장, 조성원 전주세계소리축제 기획팀장, 이연경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기반팀장, 김민수 서울프린지페스티벌 기획홍보팀

다들 온라인 기획에서도 놓치지 않기 위해 애썼던 관계성은 어땠나? ITAC5는 토론방이 있는 활발한 이러닝 공간 같은 방식으로 관계성을 만드려 한 것 같고, 프린지는 문화비축기지라는 연결의 공간을 게임에 담아서 가상의 연결감을 유지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프린지의 경우 예술가와 관객 외에도 프린지 자원봉사자를 비롯한 스태프 간의 유대도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건 어땠는지? 팸스의 경우에는 아바타가 너무 군인 같아서 좀 이질감은 들었지만, 어쨌든 아바타로 온라인 마켓 페스티벌을 진행한 첫 사례라 사람들이 어떻게 느꼈을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경우 5개의 메인 프로그램 외에 전주역 앞에 설치한 가설무대에서 200여 팀의 지역 예술가가 참여하는 러닝타임 1,500분(monute)의 '1919 챌린지'를 한 것으로 안다. 즉, 국제적 연결 외에도 지역과의 연결을 위한 시도를 적극적으로 한 게 아닌가 싶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 어떻게들 평가하시나?

김자현
일단은 원활하게 진행해서 연결의 감각이 끊어지지 않는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썼다. 각 주제별 기획을 맡은 국내 프로그래밍 위원회 한분 한분과 세션 발제자들이 서너 번 이상 미팅을 가졌고, 1 대 1 기술 체크, 모더레이터 배치, 리허설, 런쓰루 등을 진행했다. 또, 진흥원도 프로그래밍 위원회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전체적인 온라인 베뉴를 구성하고 준비해나갔다. 전체 분위기가 따뜻한 환대가 될 수 있도록 많이 연습하고, 많이 준비했다.

세션 발제와 함께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 '컬렉티브룸'과 '개인 포트폴리오룸'도 만들었다. 컬렉티브룸은 참여자들이 특정 주제에 맞춰서 자유럽게 뭉치고, 흩어질 수 있는 그룹 활동 공간인데, ‘리더’를 별도로 섭외해 참여자들을 이어주고 논의가 지속되게끔 했다. 이 부분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는데, 행사 후 흩어질 수 있는 에너지를 앞뒤로 모아주는 역할을 했고, 컬렉티브룸을 통해 협업 프로젝트가 개발되기도 했다. 포트폴리오룸은 행사 1~2주 전부터 개인 작업을 소개할 수 있는 미니홈페이지 같은 공간인데, 멀리 떨어져 있는 참여자들이 서로를 탐색하고 이해하는 시간과 공간이 되었다고 본다.

김민수
작품을 통해 예술가와 관객이 만나는 감각 자체는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영상에 대한 피드백으로 댓글 달기나 좋아요 누르기 같은 걸 할 수는 있지만 그리 활발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장르도 많이 타는 것 같았다. 음악이나 무용은 영상으로 해도 반응이 괜찮은데, 연극은 쉽지 않았다. 러닝 타임 측면에서 보면 60분이 넘는 경우에는 영상으로 집중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또 재미있게도 프린지라는 축제 자체와 관객 사이의 관계성은 더 좋아진 면이 있다. 아마 영상의 한계를 빠르게 인식하고 축제 경험 자체에 초점을 더 맞춘 덕인 것 같다. 그런 차원에서 전반적으로 프린지다운 유머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는데, 온라인 문진표나 이런 요소들이 그런 걸 의도한 것들이다.

마지막으로 프린지 안에서의 동료 의식은 더 높아졌다고 본다. 원래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페스티벌 모두를 진행할 계획이었고, 오프라인이 끝난 후에 온라인에 대한 기대감도 만들 겸 프린지 스태프와 참여자들이 만나는 자리를 생각했었다. 그런데 광화문 집회 이후 상황이 급변했고, 계획을 바꿔서 각자가 만나서 나누고 싶었던 얘기들을 이메일 편지함으로 옮겨서 진행했다. 그런데 이게 또 약간 아날로그 편지를 주고 받는 느낌이라 의외의 감각들이 생겼었다.

이연경
버추얼 팸스 운영에서는 행사의 코어 타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코어 타임을 설정하면 그 시간대에 배제되는 해외 권역이 생기다 보니, 결국 코어타임 없이 24시간 운영 시스템으로 갔다. 이렇게 시간을 펼쳐놓고 운영을 하다보니, 온라인에서의 밀도가 낮아져 기대만큼의 교류를 확인하진 못했다. 비록 실제로 기대했던 것에 비해 양적 측면에서의 교류가 활발하진 않았지만, 실제 같은 교류 체험을 경험하신 분들도 있었고, 그 흥분된 느낌을 사무국에 공유해주시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물리적, 접속 환경적 문제가 있어 프로그램 설치에 대한 어려움, 팸바타(팸스 아바타)를 움직이기 위해 일반적인 방향키가 아닌 게임에서 사용하는 키보드 자판 방식을 이용해야 했던 점 등은 아쉬운 지점이다.

그런데 팸스는 본질적으로는 마켓이기 때문에 사실은 작품 판매가 연결성의 가장 궁극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화 경향에서 공연예술 분야가 느끼는 딜레마 중 하나가 좋은 영상을 만든다고 해도, 그걸로 프로모션해서 실제로 설 수 있는 무대는 없고, 그렇다고 영상만으로 수익화를 이끌기는 역부족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상에서라도 국제교류 마켓을 개최한 것, 세일즈를 한다는 것, 그것을 통한 연결의 지속을 만드려하는 것에 대해 기관 내부적인 평가가 궁금하다.

이연경
팸스가 한국 공연예술의 해외 진출을 돕는 유통 영역을 지향하고 있지만, 그 성과가 바로 빠른 시일 안에 나오지는 않는다. 국제교류의 시간은 텀(term)이 좀 있다. 그러다보니 센터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유통의 성과를 만드는 게 맞을지, 아니면 국제 마켓의 현상 자체를 수용하고 거기에 맞게 행사를 조정하는 것이 맞을지, 이 사이의 딜레마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 올해 진행한 10편의 ‘팸스 초이스’ 쇼케이스 영상은 제작부터 창작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작품에 맞는 영상 업체를 섭외하는 등 평년 대비 많은 예산과 노력을 들였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관객들이 공연 영상을 보는 눈이 상당히 높아졌으리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고퀄리티의 풀버전 작품 영상이 유통을 중시하는 팸스 플랫폼에서는 필수적이지는 않다는 게 '팸스 초이스' 참가 단체들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잘 만들어진 영상을 단체가 보유하게 된 점은 좋으나 실제 무대가 가지고있는 라이브니스(liveness)를 전달해서 유통 성과가 이뤄질 만큼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점이었기 때문이다. 기존에 팸스에서 유통 성과를 실질적으로 이끌어낸 ‘스피드 데이팅’도 코로나로 인한 불확실한 상황에 유통을 논하기보다는 서로의 상황 공유를 목적으로 방향성을 변경해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시대와 더불어 팸스가 변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이 들고, 연구 등 별도의 후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조성원
소리축제는 질문하신 것과 같이 평년과 달리 메인 공연 외에 19X19챌린지 사업을 추가로 진행했다. 축제 자체가 일종의 1부, 2부로 진행된 것인데, 본 축제가 9월, 19X19챌린지가 11월에 열렸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배경에는 코로나의 여파가 지역의 예술인과 공연 관련 업체에는 더 큰 어려움이라는 지역 현실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5일이라는 한정된 기간 안에 제한된 사람들의 판만 만드는 건 아니다 싶었고, 그래서 209개 단체, 900여 명의 지역 뮤지션들이 19일 동안 비대면 형태로 고안된 무대에 서고, 그 영상을 온라인으로 송출하는 일을 했다. 참여 예술가들은 본인의 무대를 영상으로 남기게 되어 좋은 기회로 이 프로젝트를 인식하고 있었고, 우리도 천 명에 가까운 다양한 장르의 지역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던 사업이다.

그야 말로 뭐라도 시도하는 것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한 해였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올해 행사의 담당자로서 새로운 방식과 시도를 통해 본인에게 남은 건 무엇인지 한 마디씩 부탁드린다.

김민수
초반에는 ‘코로나 상황에서 프린지 페스티벌을 어떻게 운영할까’를 고민했다면, 시간이 더 흐르면서는 ‘축제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러면서 프린지가 가지고 있는 이유와 힘이 무엇인지를 깊게 돌아보게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예술가들과 소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보니, 이런저런 시도들과 어려움들에 대해 얘기를 했을 때, 예술가들이 오히려 어떻게든 자신들이 공연할 수 있게끔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인식해주셨는데, 그런 측면이 힘이 많이 되었다.

이연경
시도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공공에서 운영하는 행사로서 내린 결정에 책임이 주어지고, 결정에 따른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도 절실히 느꼈다. 우리의 결정을 기다리는 분들이 있고, 만들어진 행사에 기꺼이 기대를 안고 탑승하는 분들이 있었다. 올해 고민하고 시도했던 흔적을 공유하고자, 비록 아주 성공적이고 좋은 면만 있지는 않았지만, 해보지 않으면 정말 모르는 일이라는 생각에 이 자리에 나왔다. 책임감을 갖고 시도하고, 공유하는 일이 현장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계속 움직이려 한다.

조성원
내년이 축제 20주년이다. 그런데 이제 더는 기존의 포맷으로는 안된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그래서인지 올해를 마무리하면서 상당히 마음이 무겁다. 예술의 다양한 장르 중에서도 공연이 가장 보수적이고, 천천히 변해가는 엉덩이가 무거운 장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제 원하든 원치 않든 변화의 필요에 대한 공감대는 만들어진 것 같다. 아직 내년을 어떻게 해야할 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의 이야기는 의미가 있었고 도움이 되었다. 지역에 있으면 수도권 중심으로 돌아가는 얘기를 듣기가 어려운데, 덕분에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반가웠다.

김자현
코로나를 겪은 첫해라서 매끄럽지 않은 부분, 실수들이 이해받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문화예술교육은 매개 그룹 간의 협업이나 네트워킹이 굉장히 중요한 영역이라 한편으로는 비대면 온라인 환경이 벽이 아닌 오히려 다리로 연결된 듯한 느낌이다. 그동안 시간적·경제적 문제로 적극적으로 교류할 수 없었던 관계자들에게 유연한 방식으로 국제교류를 시도할 환경을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내년의 또 다른 국제 행사를 준비하면서는 ITAC의 경험을 기반 삼아 온라인상에서 할 수 있는 국제교류의 유형을 좀 더 시험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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