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갈무리하는 칼럼을 씁니다. 돌아보면, 올해는 코로나 19와의 사투였습니다. 방역 이야기냐구요? 아닙니다. 매체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독자들의 코로나 19로 인한 피로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큰 과제였습니다. 모두가 처음 맞는 재난 앞에서 혼란스러운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앞으로의 정책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뻔한 이야기들의 반복이 되지 않기를 고민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함께 고민해주신 편집위원들과 필자들, 좌담회 참여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한 해를 정리하는 방식 중의 하나는 숫자입니다. 올해 웹진은 439호부터 460호까지 월 2회씩 모두 22회를 발행했습니다. 필자로 참여해주신 분들이 편집위원 포함 62명, 좌담회에 참여해주신 분들이 12명, 인터뷰이가 되어주신 분들이 15명에 이릅니다.

올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꼭지들을 둘러봅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았다는 것은 그만큼 관심이 있는 영역이라는 뜻이겠지요? 아래 표는 조회수 1위부터 10위까지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No. 코너명 기사명 필자명
1 기획자노트 캐나다 아트 퍼실리테이터가 사는 법 고은초
2 사람읽기 창작 현장에서, 안전할 수 있다는 일상적 감각이 생긴다면 설동준
3 사람읽기 이날치, 운이 좋아 터지는 것은 없다 김미소
4 자료읽기 문화예술 소셜벤처는 사회문제를 얼마나 해결하고 있는가? 도현명
5 칼럼 다시, 문화기획자란 무엇인가? 주성진
6 칼럼 팬데믹과 예술정책의 미래 라도삼
7 자료읽기 디지털 환경에서의 예술적 자유 보호 연수현
8 기획특집 온라인 콘텐츠의 저작권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윤용근
9 칼럼 코로나 시대 86,255명과 행진하는 방법 김헵시바
10 이슈토크 공연 영상 콘텐츠의 유료화 과제 외 편집위

해외에서 건너온 소식에 많은 이들이 반응해주셨습니다.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고은초 퍼실리테이터의 글 <캐나다 아트 퍼실리테이터가 사는 법>은 여전히 국내에서는 조금 생소한 아트 퍼실리테이터의 활동을 담백하게 잘 담아주고 있습니다. 올해는 사람읽기 꼭지가 많이 읽혔는데요, 성폭력과 차별이 없는 공연현장을 꿈꾸며 만들어낸 한국공연예술자치규약(KTS) 워킹그룹에 대한 설동준 편집위원의 인터뷰(<창작 현장에서, 안전할 수 있다는 일상적 감각이 생긴다면>)와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이날치의 장영규 음악감독을 인터뷰한 피스트레인 김미소 상임이사의 원고(<이날치, 운이 좋아 터지는 것은 없다>)가 순위에 올랐습니다. KTS가 현장에서 쓰임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하며, 이날치의 건투를 빕니다.
자료읽기에서는 문화예술 사회적경제 조직의 사회적 가치 측정 문제를 다룬 임팩트스퀘어 도현명 대표의 <문화예술 소셜벤처는 사회문제를 얼마나 해결하고 있는가?>가 관심을 많이 받았습니다. 문화기획이라는 영역을 통시적으로 훑어본 문화용역 주성진 대표의 <다시, 문화기획자란 무엇인가>에도 뜨거운 반응이 있었습니다.
전체 내용을 훑어보자면 절반 정도는 코로나 시대의 풍경을 담아내는 내용입니다. 디지털 환경과 온라인 콘텐츠의 검열과 저작권, 유료화를 다룬 꼭지들이 독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네요. 코로나 사태 초기, 팬데믹과 예술정책에 대해 차분하게 짚어주신 서울연구원 라도삼 연구위원의 <팬데믹과 예술정책의 미래>는 당시 상황을 조망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과정을 이야기한 김헵시바 디자이너의 칼럼 <코로나 시대 86,255명과 행진하는 방법>은 코로나 시대의 우울을 돌파한 유쾌한 소식이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올해는 코로나 19와의 끈질긴 대결이었습니다. 올해 발행한 121건의 기사중 코로나 19와 관련한 내용은 모두 37건을 기록했습니다. 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기사량입니다. 편집위원들과 이슈토크를 통해 관련 뉴스들을 꾸준히 따라잡으며 정책대응의 허실을 짚어보았습니다. 칼럼을 통해 코로나 19 상황에서 국제교류의 방향을 가늠해보기도 했고, 지원사업들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기관 관계자들에게 들어보는 한편으로 해외의 정책 대응을 스크린하는 것을 통해 국내 대응을 기에는 되비춰보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기획특집을 통해 코로나19 시대의 예술시장 변화를 추적해보고, 온라인 상의 예술활동이 어떤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전망하는 내용들도 다루었습니다. 하반영상화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저작권 문제와 유료화 과정을 짚어보았고, 예술사 관점에서 코로나 시대의 예술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폭넓은 시선으로 조망해봤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코로나의 자장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내년에도 웹진은 팬데믹 이후의 예술경영과 문화예술 정책 방향에 대한 안테나를 늦추지 않겠습니다.


아마도 많은 독자들이 모바일을 통해서 웹진을 접하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모바일 웹에는 댓글 기능이 탑재되지 않았습니다. 웹진의 댓글창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올해 특이한 상황이 하나 있었습니다. 하나의 칼럼에 무려 150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렸습니다. 앞서 언급한 <다시, 문화기획자란 무엇인가>라는 글입니다. 아마도 모바일로 구독하시는 독자들은 눈치채셨겠지만, 이 글이 실린 454호는 뉴스레터 링크를 PC 버전으로 연결해 댓글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주성진 대표의 글이 문화기획자라는 모호한 직군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를 담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매체에 붙는 댓글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란 말처럼 독자들이 주는 피드백이 저희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지금은 이야기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구조가 고착화된 세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매체를 만드는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웹진이 말을 건네면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응답하고, 그 응답이 다시 다른 논의를 촉발시키는 구조를 꿈꿉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독자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올해는 웹진에 매우 고무적인 해였습니다. 지난 해에 비해 방문자수는 약 50%의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기사뷰수는 백만 회를 넘겼네요. 설문조사 결과에 나온 2년 미만 신규 구독자의 비율은 43.7%나 됩니다. 아마도 추후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활동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웹진의 방문도 늘어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물론, 코로나19에 대한 정책방향에 대한 궁금증이 한켠에는 있을 거라 예상합니다. 감사하게도 독자 만족도는 83.4%에 이르고 있습니다.

웹진 독자만족도조사에 나타난 독자 연령대
웹진 독자만족도조사에 나타난 독자 활동형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웹진의 주요 독자층은 20대에서 40대가 80%를 넘기고 있습니다. 웹진에 더 젊은 감각이 요구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주요 활동지역은 수도권이 77.3%를 기록해 편중현상이 여전했습니다. 활동형태는 공공기관 종사자(32.8%)와 프리랜서(21.6%), 민간단체(19.7%)가 가장 많았고, 활동분야는 정책/행정(25.1%)과 기획(24.9%)이 절반을 차지하고 공연예술분야(22.5%)와 시각예술분야(14.3%)가 뒤를 이었습니다. 독자들이 웹진에서 얻고자 하는 정보에서는 기획 제작 분야가 50.1%, 취창업 분야가 33.7%로 나타났으며, 실제 구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측면은 문화예술계 최신 정보파악 50.3%, 예술경영 분야 전문 지식 습득 20.5%로 나타났습니다.

독자들이 웹진에서 정보를 얻고자 하는 분야
웹진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측면

사실, 독자만족도조사를 하면 항상 상반된 요구에 직면하게 됩니다. 기사 꼭지가 너무 적으니 늘려달라는 요구와 지금도 너무 많으니 집중해서 꼭지를 줄여달라는 이야기가 함께 나옵니다. 전문용어가 너무 많아 ‘그들만의 리그’로 느껴진다는 독자가 있는가 하면, 현업 종사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난이도가 너무 낮으니 조금 더 밀도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물론, 공통으로 제기되는 요구들도 있습니다. 지역의 소식을 더 자주 다루어달라는 요구는 항상 끊이지가 않습니다. 모바일을 포함한 디자인 개선의 요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말씀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자원과 여건이 만만찮지만, 가능한 많은 독자들의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2021년에도 예술경영 현장의 목소리와 요구를 잘 담아내는 예술경영 웹진이 되겠습니다.

  • 안태호
  • 필자소개

    안태호는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한국문화정책연구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 민예총 활동가를 시작으로 웹진 ‘컬처뉴스’ 편집장, 부천문화재단, 제주문화예술재단 팀장 등을 거쳤다. 함께 쓴 책으로 『나의 아름다운 철공소』, 『노년예술수업』 등이 있다. 스무 살 무렵 빼어난 재능들에 주눅 들어 창작에서 도망친 후, 예술 동네 근처에서 얼쩡거리며 문화정책과 기획 관련 일을 해왔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왕성한 문화 소비자가 꿈이며, 여전히 만화를 보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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