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슈토크에서는 서울문화재단이 개발한 서울문화예술지원시스템, 계속되는 문화재단 설립 흐름, 화랑미술제 호황 등을 살펴봤습니다. 서울문화재단이 엔카스와 이나라도움의 단점을 개선해 만든 시스템을 공개했습니다. 이나라도움을 두고 현장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호소해 왔는데, 적어도 서울문화재단 사업에서는 이런 어려움이 조금은 해소될 수도 있을 거란 기대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편집위원들은 공공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예술인의 근본적인 책무는 좋은 작품과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데에 입을 모았습니다. 관건은 여전히 현장의 주체들과 공공의 파트너십입니다. 1997년 경기문화재단에서부터 시작된 문화재단 설립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든 광역지자체에 재단이 생겼고, 기초지자체 문화재단도 벌써 100여개를 넘어섰습니다. 당분간 이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전문 인력과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않으면 재단이 제 역할을 하기가 어려운 것도 현실입니다. 올해 화랑미술제는 ‘작품이 없어서 못 팔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기를 보였습니다. 미술시장에서만큼은 코로나19의 그늘을 벗어나는 시기가 도래한 걸까요? 편집위원들과 미술시장과 소비심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서울문화예술지원시스템 개발

예술가 맞춤 시스템 개발
문체부, 예술지원사업 사이트 ‘아트누리’ 개설


  • 안태호

    기사에서 소개된 시스템의 지역확산 여지가 있을까? 이나라도움(e나라도움)과 엔카스(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를 보완했다고 하는데, 은행과 연동된 자동정산시스템 등은 이야기만 들어도 매력적이다.
  • 최정윤

    지원금을 받아 이나라도움을 사용하던 작가나 기획자가 SNS에 정산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많이 봐왔다. 해당 시스템은 비효율적이고 직관적이지 않아, 사람들이 적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알고 있다. 지원금은 공적 자금이니 정산이 필요하겠지만, 윤리적 지침을 잘 지키면서 쓰고 있는 사람마저 두 손 두 발 다 들게 만드는 정산 시스템이라면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현장에서는 오히려 실무자가 편법을 알려주는 경우마저 생긴다. 몇몇 작가는 좋은 작업을 선보이라는 의미에서 주는 지원금이라면, 그 돈을 어디에 쓰든지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혹은 차라리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벌더라도 공공기금은 받지 않는 편이 나을 거라도 말하기도 한다. 새로 개발된 서울문화예술지원시스템(SCAS)은 기존에 사용되던 이나라도움이나 엔카스의 단점을 반영해, 지원, 교부, 정산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모두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사용은 해보지 않아 얼마나 어떻게 개선이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번거로움을 덜고 행정 업무에 들이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좋겠다. 아트누리는 지원 사업의 종류가 워낙 많고 기간도 각기 다르다보니 그걸 한 곳에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을 가진다.
  • 장석류

    이나라도움이 전 부처의 영역을 커버해야 한다면, 서울문화재단은 재단 사업에 맞게 시스템을 조정하고 정리했으니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설계되지 않았을까. 일단은 사용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 주성진

    시스템의 낮은 완성도와 그에 따른 불편함도 문제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공공 지원사업이 시스템을 통해 드러내는 현장에 대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현장의 주체들이 충분히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고, 공공을 진정한 파트너라고 느낀다면 같은 시스템도 기꺼이 감수하지 않을까? 시스템의 목적이 ‘관리 효율’이나 ‘부정 방지’인 이상 스티브 잡스가 살아 돌아와도 모두가 만족하는 시스템은 만들지 못할 것이다.
  • 장석류

    정산의 투명성과 합리성에 대한 책무를 언급한다. 그런데 예술인 입장에서 지원을 받았을 때 가장 중요한 책무는 좋은 작품과 결과물을 내는 것이다. 예술가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투명성에 공감하고, 잘 쓰겠다는 마음도 가득하다. 하지만 떼먹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촘촘한 정산의 책무가 본래의 책무를 삼킬 만큼 크게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행정인은 예술인의 최종적 책무에 관심이 적다. 정산만 잘해주면 피곤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 지원행정의 궁극적 책무가 뭘까 질문해볼 수 있다. 예술인의 부족한 역량을 채우려는 행정인도 있지만, 오히려 예술인에게 이것도 모르면서 지원을 왜 받냐고 타박하는 순간 차라리 안 받고 만다는 목소리가 나오게 된다.
  • 연수현

    해외에는 지원사업에 대한 정산을 하지 않는 국가들도 있다. 그러나 정산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투명성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나 단체가 자신들의 정보를 상세하게 오픈해서 미정산이 가능한 것이다. 단체가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대표자부터 직원에 이르기까지, 지출 1달러 단위까지 맞물려있는 게 신뢰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아무래도 세금을 사용하다 보니 투명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봐야 할 것 같다.
  • 기초단체 문화관광재단 설립

    중부권 기초단체들 문화관광재단 설립 붐


    • 안태호

      전국에 기초·광역 문화재단이 120여개 정도 된다. 재단은 많아지는데, 과연 재단 설립이 지역의 문화적 현실을 바꾸는 데 효과적인 방안인지 혹은 다른 전환이 가능한지 의견을 나누고 싶다. 100여 개의 문화재단이 생기면서 지역문화예술이 어느 정도 바뀐 것 같다는 생각도 있다. 앞으로도 재단 설립은 지속될 텐데 어떻게들 생각하시는가.
    • 주성진

      재단을 ‘만들기만 하는 것’이 문제다. 설립을 위해 법률을 정비하고,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를 진행한 뒤 방치되는 재단이 부지기수이다. 심지어 문화도시 같은 특정 사업을 위한 재단 설립도 눈에 띈다. 문화재단이 원 포인트 릴리프 투수인가? 이러다 보니 당연직 지자체장인 이사장–킹메이커였던 대표이사나 상임이사나 수석이사–전문성이 0에 수렴하는 파견 7급 공무원인 사무국장–팀장은 전부 공석–정규직 직원 0명으로 운영되는 재단들이 출몰하고 있다. 그러고 나서 문화도시 신청서 작성을 위해 타지역의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한다. 청년들이 문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하고, 그래서 가장 많이 찾는 선택지 중 하나가 문화재단이다. 이 청년들에게 아픈 첫 경험을 양산하고 있다. 내부 인력조차 꾸준히 키워내지 못하면서 지역 문화, 지역 문화 생태계를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코미디다.
    • 안태호

      사실 문화재단들이 인력들의 유입과 성장 경험에 일정 부분을 차지한다. 청년들은 문화재단을 통해 이 판에 들어오고 싶어 한다. 예술계 다른 판들에 비해 안정적인 일자리인게 맞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안정적이라고 보기 힘든 자리가 많아 안타깝기도 하다.
    • 연수현

      기초문화재단으로서 지역에 밀착되어 할 수 있는 게 많을 텐데, 재원의 문제가 가장 커 보인다. 중앙정부 지원사업에 뛰어들어 민간단체와 경쟁 관계에 놓이는 점도 우려된다. 재원 문제와 더불어 기초문화재단의 역할을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 장석류

      기초단체에서 지역관광이든 문화예술이든 해당 문제를 풀어내고 싶은데, 직영으로 공무원들이 문제해결을 하려니 순환보직 체계에선 답이 안 나온다. 지역 문화예술 분야는 주로 시설관리공단 체계로 문화센터, 체육시설, 공연장 시설을 함께 운영하는데, 사업을 기획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단체장 입장에서 관광은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동력인데, 지역관광상품 기획이나 홍보마케팅 부분에서는 제너럴리스트 성향이 강한 지역 공무원으로는 문제해결에 한계를 가진다. 문화와 관광은 시너지가 나는 영역이고, 이것을 문화관광재단이라는 그릇으로 설계하여 문화예술과 지역관광 전문인력을 함께 담아내려는 흐름으로 보인다.

    2021년 아트페어의 잇따른 성과

    아트페어의 봄...“작품 다 팔려 새로 걸었어요”
    “없어서 못 팔았다”...화랑미술제 역대급 실적 어떻게 가능했나
    “문 열자마자 VIP 450명이 들이닥쳤다”...부산 아트페어 판매 ‘대박’


    • 안태호

      아트페어나 미술시장 관련 기사들이 계속 나오는데 이게 언론플레이인지 실제로 시장이 좋아지고 있는 건지 판단이 잘 안 설 때가 있다. 어떻게들 보셨나?
    • 최정윤

      작년에 코로나로 사람들이 해외여행도 못 하고 돈도 못 쓴 데다, 비트코인이니 주식 투자니 하면서 부를 축적한 경우도 많았다. 부동산에도 점점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미술품에 투자하는 신규 컬렉터의 유입이 있는 것 같다. 작년에는 아트페어나 갤러리 전시들도 온라인 뷰잉룸 등의 형태로 유통을 지속하기는 했으나, 실제로 보고 사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경매에서는 3,~40대의 신규 컬렉터가 공격적으로 구매했고, 특히 기존에 형성되던 가격대를 뛰어넘는 도전적 구매를 하면서 총액이 상승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또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전제품을 새로 사거나,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하는데, 비슷한 맥락에서 갤러리나 미술관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작품을 구입해 집에서 보고 싶다는 욕구를 가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 연수현

      BTS 사례처럼 젊은 슈퍼리치들의 구매 형태가 예전 셀럽들과 달라진 경향도 짚어볼 만하다. 미술 작품 구매에 대한 주변인들의 인식도 변화했다고 느끼는 게, 이전에는 저작권 없는 그림이나, 프린팅된 그림을 구매했다면 요즘은 소액으로라도 직접 구매해보고 싶다거나, 연예인 누가 어떤 그림을 샀다더라 하는 이야깃거리, 화젯거리가 풍성해졌다.
    • 최정윤

      『유명짜한 스타와 예술가는 왜 서로를 탐하는가』라는 번역서가 있다. 유명 배우나 가수는 예술가가 가진 자율성과, 창조적인 능력을 의미하는 문화자본을, 반대로 예술가는 스타가 가진 대중적 인지도와, 관계망 등 사회자본을 통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며 윈윈한다. 스타가 현대미술에 관심을 가지며 언론이나 개인 SNS를 통해 작품 이미지를 노출하는 것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가 올라갈 수 있고, 또한 구매를 촉진하는 경향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주성진

      비전문가 입장에서 상상해보면 사치품, 명품 판매가 늘어나는 현상 그리고 주식이나 코인 시장 과열과 관계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또 집에 오래 머무르다 보니 인테리어를 더 고민하게 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빈 벽이 자꾸 눈에 들어오고 그 벽에 그림을 걸어 놓았을 때 효용이 전보다 높다고 판단할 테니까. 마지막으로 2020년에 아트페어나 오프라인 전시가 줄어든데 따라 구매처도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올해 진행된 아트페어가 호황을 거둔 건 아닐까 생각한다.
    • 장석류

      공연 티켓의 효용은 상연하는 공연에 접근하여 제한된 시간에 경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것이다. 공연 그 자체를 소유할 수는 없다. 그런데 미술품은 소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예술적 재화와 차이가 있다. 공연 비평은 관객 숫자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티켓 가격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에 비해 미술 비평은 가격에 영향을 준다. 큰 갤러리의 경우 전략적 비평과 셀럽을 불러오면서 가격을 형성해내기도 한다. 미술품은 가격이 오를 수 있는, 소유할 수 있는 재화라는 특징이 공연과는 다른 효용을 가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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