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사업에서의 인건비 책정 제한 및 근거는 무엇인가?

“기획비를 자부담 처리하시든지, 알아서 처리해주시고요. 교부신청서의 지원비 중에서 기획비 항목을 제외시키고 수정해서 제출해 주세요.”

“창작 작업에 참여하시더라도 단체 대표의 인건비를 넣으시면 어떻게 해요. 사무처장님도 웬만하면 인건비 항목에서 빼주시고요. 잘 아시면서 매번 왜 이러세요?”

2019년, 자부담 의무이행 폐지로 대부분의 예술지원사업에서 자부담 편성 의무가 사라진 이후, 문화예술 관련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담당자와 지원금을 요청하는 문화예술단체들의 실무자들이 가장 많이 실랑이를 벌이는 단골 소재 중 하나가 기획비와 대표자 인건비(혹은 신청자 본인 사례비), 상근 실무자들의 인건비 책정·편성 제한을 비롯한 각종 사업의 인건비 책정에 관한 관점차이일 것이다.

각종 예술지원사업들의 다양성과 특수성에 따라 인정 범위와 종류의 차이는 있으나, 인건비 항목에 대해서는 유독 까다로운 기준들이 즐비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각 시군구 문화재단 등이 세부사항은 다르긴하나 대부분 기획비와 대표자 인건비에 대한 제한 사항을 두고 있으며 여타 인건비에 대해서는 구체적 비율로 지정 혹은 특수성이 인정될 때만 지원하는 조항이 적시되어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1년 공모사업 주요 개편내용’을 살펴보면 ‘보조금 편성과 유연성 확대’ 항목을 통해 ‘안정적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보조금 내 인건비, 신청자 본인 사례비 등 편성을 확대 지원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코로나19의 대유행이라는 특수한 외부환경이 예술 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공모사업의 방향성을 개편하는 지난한 과정을 단시간에 진행하게 만든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보조금 편성의 유연성 확대) 급변하는 창작터전 속 보다 안정적인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보조금 내 인건비, 신청자 본인 사례비 등 편성을 확대 지원합니다.
※ (시각예술) 전시사전연구 및 비평지원 지원신청자 사례비 편성 확대, 공간지원 인건비 및 공간 임차료 편성 확대, (공연예술) 창작산실 인건비 일부 소급 편성 지원

춘천문화재단의 경우에도 최근 변화가 있었다. 문화예술지원사업 운용지침을 개정하여 2020년까지 ‘지원사업자 본인(개인 또는 단체대표)의 인건비불인정’ 조항이 2021년 운용지침의 ‘지원사업자 본인(개인의 경우) 또는 단체대표의 역할에 따른 인건비 인정, 지원금의 10% 이내, 최대 1백만 원 이내 지급가능 ’ 하도록 변화하였다.

운용지침 주요 변경사항
2020년 [지원사업자 본인 인건비 인정]지원사업자 본인(개인 또는 단체대표)의 인건비불인정
2021년 [지원사업자 본인 인건비 인정]▶(변경) 지원사업자 본인(개인의 경우) 또는 단체대표의 역할에 따른 인건비 인정.지원금의 10% 이내, 최대 1백만원 이내 지급가능

서울문화재단 역시 본인사례비와 단체 대표자 사례비 지급이 가능한데, 지급 시, 본인이 본인에게 원천징수할 수 없으니 전액 지급 후 다음해 종합소득세 신고 및 납부 의무를 가진다는 항목을 통해 지급방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몇몇 기관과 문화재단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문화재단들은 여전히 지원사업자 대표나 지원사업자 본인에게 각종 사례비가 집행되지 못한다는 지침을 고수하고 있다.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지역의 문화재단 지원금 운용지침과 신청집행 정산 설명서를 통해 대표자 인건비와 기획비 책정을 제한하는 근거를 찾아보았다.

6. 지원금 집행 및 관리 원칙
5) 지원사업자 대표 및 본인에게 지원금 집행 불가
단체의 대표자나 지원사업자 본인에게 각종 사례비(회의비, 강사료, 연출료, 안무료, 출연료, 강사료, 진행비, 예술감독비, 기획비, 심사비, 연구비, 거마비 등)가 집행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체의 대표자나 지원사업자 본인 명의의 사업자와 거래하여 지원금을 집행할 수 없다.
관련하여 가족 간 거래에 따른 지원금도 집행 불가
---(중략)---
*위반행위 처리기준
13. 재단의 승인 없이 지원대상 단체 대표(개인)에게 사례비조의 지원금을 집행한 경우 해당 금액 정산 불인정

대구문화재단 지원금 신청·집행·정산 설명서 중 일부 발췌

지원금으로 편성할 수 없는 항목(예시)
1. 단체운영 목적의 자산취득비, 시설비, 수선비, 시설부대비, 전화 설비 등 자본적 경비
2. 상근직원 인건비‧사무실임대료‧사무용품 및 집기구입‧공과금‧전화요금 등 단체운영경비
3. 사업 준비 또는 진행비 성격의 회의비(식비), 간담회비, 다과비 등의 식대 경비 및 행사
기념품 구입비 등(단, 외부 참석자를 대상으로 하는 워크숍, 교육프로그램 등 사업 성격
상 필요할 경우 최소 범위 내에서만 인정)
4. 기획비, 대행비 등의 기획 인건비
5. 행사 답사비(교통비, 숙박비, 유류대 등) 등 준비비용
6. 단순 진행비 등 업무추진비 성격의 비용
7. 기타 해당사업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간접경비
※ 위 항목 중 재단이 사전에 승인한 사업의 경우는 제외함

대구문화재단 지원금 신청·집행·정산 설명서 중 일부 발췌

도대체, 어떤 근거로 지원기관들은 대표자 인건비와 기획비의 책정을 제한하는 것일까? 대구문화재단의 지원금 운용지침 제정 배경과 뒷받침 하는 규정은 이와 같다.

1.지원금 운용지침 제정 배경
▸2009년 감사원이 실시한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결과 보조금 집행 및 정산의 불투명성 지적
▸대구문화재단「문화예술지원사업 지원금 관리 규정」시행 (제정 2009. 5. 20.)
▸문화체육관광부 훈령 제246호「민간단체 보조금의 관리에 관한 규정」시행 및 폐지
(제정 2010. 1. 1. / 폐지 2016. 8. 1.)
▸기획재정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 행정안전부 「지방보조금 관리기준」
2. 적용 대상사업 : 대구문화재단 지역문화예술지원사업
3. 관련 규정
▸기획재정부 「2021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
▸행정안전부 「지방보조금 관리기준」
▸대구문화재단 「문화예술지원사업 지원금 관리 규정」

대구문화재단 2021 지원금 집행정산 설명서 중 지원금 집행 유의사항

관련 규정으로 제시된 기획재정부의 「2021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과 행정안전부 「지방보조금 관리기준」을 살펴봐도 기획비와 대표자 인건비에 대한 규정을 찾을 수 없었다. 이어서 찾아본 「국고보조금통합관리지침」,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 문화체육관광부「국고보조금 운영관리지침」에서도 마찬가지로 해당 항목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보조금 운영관리규정」(전면개정 2019.7.26.) 중에서 단체 대표자의 인건비에 대한 항목은 찾을 수 있었다. ‘단체 대표자의 급여성 인건비 및 당해 보조사업 또는 간접보조사업 수행과 무관한 직원의 급여성 인건비 및 단체 운영경비’를 편성해서는 안 된다고 표기된 부분이다. 그러나 이는 지원되는 사업에 기여하는 경우에는 대표자 인건비 지급이 가능함에 방점이 있다. 기획비의 경우는 어디에서도 제한 항목을 찾아볼 수 없었는데, 다만 집행 비목표에 ‘기획비’라고 명시된 부분이 없어서 수세적으로 해석되고 있는 게 아닌지, 또는 과도한 해석을 적용해서 공무원이 징계를 받거나 한 선례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본다.

제3조 보조사업 집행관리(‘보조금법 제4장 보조사업의 수행’ 관련)
제18조(예산편성)
● 다음 각 호의 항목은 보조금으로 편성할 수 없다. 다만, 정책상에 필요한 전액 지원사업 등 위원장이 사전에 승인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
---(중략)---
2. 단체 대표자의 급여성 인건비 및 당해 보조사업 또는 간접보조사업 집행과 무관한
직원의 급여성 인건비 및 단체 운영경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보조금 운영관리규정 중 인건비 예외 항목(2019.7.26. 전면개정)

3. 예산계획 중 예산집행계획
*작성예시)중 인건비 항목예시-> 기타직보수 ㅇ기획인력 2,000,000원 x 1개월 x 1명
*대표자는 사업 내 역할을 고려하여 일반수용비 내에서 사례비편성 가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업 중 인건비 인정 사업 관련 항목의 예시

실제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대부분의 사업에 지원금으로 기획비 책정을 인정하고 있으며, 2019년부터는 사업 내 역할을 고려하여 일반수용비 내에서 대표자의 사례비편성이 가능하게 설정해놓았다. 아마도 지역문화재단이나 관련 기관도 지난 자부담 편성 폐지의 과정처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선례를 따라 서서히 변화를 받아들일 것이므로 변화는 시간문제라고 예상된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문화예술행정이 예술창작이라는 특수성과 변해가는 외부환경에 맞춰 예술가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규정을 해석하거나 개정하려는 선제적 노력이 절대적으로 미진하다는 점이다. 경험을 바탕으로 유사한 사례들과 이를 통해서 발견할 수 있는 문화예술행정의 문제점 몇 가지를 나열해보겠다.

창작지원사업인데 왜 창작비는 책정할 수 없는 거죠?

-지원사업 기획의 영민함과 정산원칙의 무지함이 그리는 희비쌍곡선

수년 전부터 원로, 중견, 신진 등 결과물이 아닌 예술가들의 활동, 생애주기에 따른 창작지원사업이 지원기관마다 신설되며 많은 호응이 있었다. 그러나 다수의 기관에서 대표자나 지원 당사자의 인건비를 책정할 수 없다는 지원금 편성 원칙에 따라 예술가 본인의 창작비가 아닌 대관료, 액자비, 음향 대여비 등 부수적 비용에만 지원비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부조화 때문에 상당한 잡음이 생겼다. 지원사업 기획의 영민함과 정산원칙의 무지함이 희비쌍곡선을 극명하게 그리는 ‘웃픈’ 상황은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할까?

디자인비는 왜 책정하면 안되는거죠?

-예술활동의 과정적 특수성에 대한 부족한 이해

기획비와 비슷한 사례로 지원금을 받아 홍보물이나 책자를 제작할 때 디자인비를 책정할 수 없게 제약하는 경우가 있었다. 결국 그래픽 디자이너는 인쇄비와 제본비 등의 제작비를 과책정하여 본인의 인건비를 돌려받는 ‘꼼수’를 쓰는 경우가 허다했다. 더 이상 복사집이나 마스터인쇄소에서 어설픈 디자인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시대가 아님에도 왜 행정은 디자인비 책정에 인색했을까?
과거에는 문화예술행정에서 하나의 지정된 제품으로 다양한 문화예술창작물을 보는 시선 속에서 ‘기획’이나 ‘디자인’과 같은 낯선 활동, 예술창작의 과정적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태부족했고, 지금은 그 부당함을 인지하고도 개선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던 게 아닐까.

기획이라는 업무는 좁게는 행정서류 대행부터 넓게는 행사 전반과 연출 영역을 아우르기도 한다. 과거에는 기획자가 가진 권력이 경계의 대상이었으나, 이제는 작은 단체들이 창작을 위해 빠르게 뭉쳤다 흩어지는 시류에 따라 예술가들이 기획을 병행하거나 영역을 넓혀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점점 다원화, 개념화되는 예술계의 흐름 속에 기획 역시 특정하거나 규정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라이터를 만들어 판매하는 퍼포먼스를 기획한 부선의 한 미술가가 일용직 나레이터 모델 인건비를 지원금으로 책정한 사례가 있었다. 이처럼 기획이든, 디자인이든, 다른 그 어떤 창작활동이든 최전방에 선 이들은 늘 그 경계를 지워나갈 수밖에 없다. 흐릿한 경계선을 애써 다시 긋기보다는 더 너른 영역을 아우르는 관용이 필요하다.

저희는 예술단체가 아닌 기업을 할까 싶어요

-사람에 투자하는 전략으로의 이행 필요성.

단체 대표의 인건비 역시 변화된 트렌드에 맞춰 인지해야 한다. 세력화를 통해 운영보조금을 확보한 대형예술조직-예총, 민예총으로 대표되는-의 쇠퇴와 창작활동을 중심으로 실용적 소규모단체들이 늘어나는 세태에 따라 이제 대표자와 구성원이 상하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창작 메이트 관계로 옮아가고 있음을 주지하여야 한다. 청년들이 대표가 된 창작집단의 상당수가 전문예술단체를 거부하고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을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선택의 이유 중 하나로 재산의 취득과 인건비 지원의 실용성을 꼽는다. 이러한 청년들의 인식은 사회적기업 지원처와 중간기관의 적극적 모색과는 비교되는 예술행정의 수세적 태도와 관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비슷한 사례로 마을공동체에서 예술행위를 하는 이들 중에는 인건비를 확보하기 위해 마을기업에 취직하거나 복지사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 지속가능한 창작활동을 위한 가장 중요한 지원, ‘사람’을 지원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여야 한다.

공연에 대한 견적서와 비교견적서를 구비해주세요

-예술행정의 이상한 관행

지역의 유일한 그림자극단에 공연을 의뢰해놓고는 공연비 지급을 위해 계약서가 아닌 견적서와 비교견적서를 요구한 군 단위 문화재단이 있었다. 단체는 황당함에 한동안 항의를 하며 서류 제출을 거부했지만, 결국은 친분이 있는 연극극단에게 부탁해 비교견적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서류를 요구한 문화재단 직원이 생각하는 공연은 가격 경쟁력으로 선택되는 상품이었을까? 비교견적서까지 예술단체에 요구하는 이상한 관행은 왜 지원처의 전통이 되었는가? 비슷한 사례로 축제의 대행사가 창의성이나 기획력보다 가격경쟁력에 따라 선정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가격 절감을 위해 공모나 축제형식을 빌리는 경우 역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용 절감을 능력으로 인정받는 공무원사회의 풍토를 반증한다. 시군구마다 문화재단이 생겨 전국을 통틀어 그 숫자가 100개소를 훌쩍 넘어섰다. 문화재단 설립 이전 시청의 문화예술과 직원 5~10명이 하던 업무를 수십명, 많게는 백여명에 이르는 문화재단 직원들이 맡게 되며 지원과정에서 소모되는 인건비가 대폭 늘어났다. 그러나 그 많은 문화재단의 직원이나 업무를 이전한 문화예술과의 공무원들이 정작 예술가들의 적정 인건비 책정에 대한 인식과 노력이 부족하다는데 아이러니를 느낀다.

그럼에도, 작은 변화를 위한 모색과 상호보완을 기대하며

지역에도 예술인복지센터가 하나둘 개소하고, 아티스트피(artists' fee)가 책정되는 변화에서 희망을 걸어본다. 대구 남구의 경우 지역예술진흥 조례와 예술인복지 조례를 조합하여 지역 맞춤형 예술인 복지증진 조례를 만들었다. 상징적인 역할에서 그칠 수도 있겠으나 코로나19 유행에 따라 번번이 취소되는 공연에 대한 연습비를 보장해주자는 의지는 상당히 돋보였다. 2018년 ‘대구청년주간’의 경우, 창작-활동 주체의 각 활동에 대해 항목별로 일일이 증빙서류를 구비하는 정산 절차를 없애고 결과물에 대한 보장을 담은 1장의 계약서로 간소하게 처리하여 창작 효율을 높이자는 제안을 청년정책과가 흔쾌히 받아들였다. 기존의 문화예술행정에서 십수 년에 걸쳐도 건너지 못한 장벽을 일주일 만에 뛰어넘는 담당 부서의 수용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빠르게 변화하는 예술현장의 속도에 맞춰 예술행정의 포용성도 충분히 넓어졌으면 한다.어려운 건 하나도 없다. 딱 일한 만큼만 지원해주시면 됩니다. 참 쉽죠?

※ 본 글의 내용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한상훈
  • 필자소개

    한상훈은 대구문화예술현장실무자정책네트워크 대표, 아트지협동조합 사무국장, 대구경북영화영상협동조합 이사, 전)대구민예총 사무처장, 다원예술과 거리문화에 관심이 많은 대구의 문화활약(?)가. 다양한 현장실무자들의 사방팔방 연대를 힘으로 삼아 오늘도 최전선으로!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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