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 이슈토크는 온라인과 기술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온라인 축제와 공연이 코로나가 끝나도 계속될 거라는 예측과 연일 세인들의 화제에 오르고 있는 메타버스, 구독문화가 가져다준 순기능과 현황에 대해 짚어봅니다. 온라인 축제와 공연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편집위원 대부분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물론, 오프라인 축제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없다는 전제를 둔 긍정입니다. 특히 온라인을 삶의 디폴트값으로 가졌던 세대들의 감각은 이전세대와 다르다는 전제에서 발생하는 차이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전히 메타버스를 이야기하면 시내버스나 관광버스를 떠올리는 이들이 있긴 하지만, 정부에서도 관련 정책들이 쏟아질 만큼 대세에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편집위원들은 정부의 역할이 트렌드를 추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환경을 잘 조성하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구독문화를 통해 발생하는 불법복제 방지나 콘텐츠산업 활성화 등의 효과를 염두에 둘 때, 구독이라는 대세 역시 거스를 수 없어 보입니다. 안정적 수익을 위한 기업전략과 개인 취향의 제시라는 효율 사이의 거리, 공연 등 타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 제도적 보완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온라인 축제·공연 콘텐츠 지속가능성

만족도 올라간 온라인 축제...코로나 끝나도 계속될 듯
“랜선 연극, 코로나 끝나도 새로운 장르 될 것


  • 안태호

    많은 축제와 공연들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코로나가 끝나도 온라인 콘텐츠 제작은 계속될 거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은 확실히 접근성이 좋지만, 오프라인과 병행할 때 발생하는 비용 등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있을 듯하다.
  • 연수현

    오프라인과 온라인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개인적으론 해외의 경우 온라인 축제에 적극 찬성하는 편이다. 지리적으로 참여의 기회가 확대된다는 차원에서다. 국내 축제는 오프라인을 더 선호할 듯하다.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나면, 7월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대폭 완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 장석류

    대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오프라인을 보완하는 측면에서는 지속될 것 같다. 당장 대학 강의만 해도 온라인을 선호하는 입장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지금 담당하고 있는 대학 수업에서도 학생의 50% 가까이가 온라인 수업을 선호한다는 의견을 보여서 놀랐다. 그 사이 대학들도 온라인 수업과 관련한 경험이 쌓이고 인프라가 고도화되었다는 것도 이유일 것이다. 축제나 공연의 온·오프라인 콘텐츠가 분절된 상태에서 일대일로 대응되지는 않겠지만, 이전에는 온라인에서 만나는 게 당연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고려를 해볼 수 있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온라인이 물리적 거리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면서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공공영역은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확장성 문제에서 경험하고 시도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 최정윤

    ‘젊은 모색’이나 ‘올해의 작가상’ 선정을 위한 작품 심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 다른 작가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재료의 미감, 디테일 등 너무나 다른 점이 많다. 직접 봤을 때 더 좋은 것은 당연한데, 재밌는 것은 촬영 컨디션에 따라 오프라인에서보다 온라인에서 더 나아 보이는 작품들도 있다는 것이다.
  • 연수현

    해외에서는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면 온라인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추가적인 비용보다 높은 수익 구조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오프라인 입장료보다 적은 금액으로 온라인 입장료를 책정하는 등의 가격 전략을 통해 앞으로도 온·오프라인을 병행해서 갈 것 같다. 그러나 국내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 안태호

    지금까지 지명도가 있는 온라인 콘텐츠가 각광을 받아온 것처럼 메인스트림에서는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것이 수익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확실히 인류가 그 어느 때보다 시각이라는 감각에 의존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게 인간의 전체 감각과 경험의 틀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고민하는 일이 더 많아질 것 같다.
  • 주성진

    어쩌면 이 문제에 대해 가장 오랫동안, 치열하게 다뤄 본 분야는 성과 관련한 영상미디어 산업이 아닐까 싶다. 온라인 상의 성적 접촉마저 이야기되는 시대에 온라인 교육이나 공연이 뭐가 어려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많은 자본과 기술력이 투입되었는데 해결하지 못할 것을 보면 공연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이슈는 성이 미디어로 재현되면서 생긴 부작용들이다. 현실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감각을 익히지 않은 채 미디어나 사이버로 시작된 경험이 만들어내는 문제들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 세대와 이전 세대의 새로운 갈등도 생겨날 것이라 생각한다.
  • 최정윤

    옛날 사람이라 그런가 축제라고 하면 슬램(slam)을 한다든가, 땀으로 몸이 끈끈해지거나, 텐트 치고 자는 게 떠오른다. 그런 경혐들이 과연 대체될 수 있을까? 축제는 티켓을 사고 축제장으로 이동하는 것부터가 시작인데, 온라인 축제라니 잘 가늠이 안 된다.
  • 메타버스의 확장과 영향력

    상상이 현실이 되는 ‘또 다른 세계’...메타버스에 올라타라
    메타버스 산업 이끌 민간 주도 협의체 시동 건다
    메타버스 비즈니스 전방위 확산 ‘기회의 땅’ 웹툰 플랫폼 글로벌 선점했듯 가능성 충분


    • 안태호

      앞서 이야기한 주제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온라인 콘텐츠 제작을 넘어 가상세계에서의 삶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메타버스가 연일 화제다. 이제 정부에서도 정책 차원에서 지원하고 육성하겠다는 계획이 나올 정도다.
    • 장석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상대를 팔로우 하면서 지속 교류를 한 사람들은 오프라인에서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다. 상호작용 관계의 총량은 줄어든 게 아닌데, 다만 만나는 방식, 가상공간에서 만나는 시간 비중이 늘고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은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온오프라인을 통틀어서 나의 세계가 작아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세계는 점점 넓어지고 있으니까. 이제는 집에서만 있어도 가상공간에서의 활동들로 갑갑하게 느껴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 안태호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공공에서 만드는 게 좋은 방향인지, 효율적일지, 잘 작동할지 모르겠다. 트렌드를 따라잡는 데 급급한 것 아닌가. 이런 종류의 이슈에 공공의 역량을 투입해 성공적이었던 경우를 별로 보지 못했다.
    • 연수현

      정부 지원이 오히려 규제화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법률적 문제나, 그 속에서 대두되고 있는 성범죄 문제 등과 같은 기반과 환경적 문제를 점검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길 기대한다.
    • 안태호

      혹시 제페토(ZEPETO)를 써보신 분들이 있나? 그 안에서 가상 부동산을 사고팔기도 한다. 어찌 보면 재밌는 일이고, 한편으론 우려스럽기도 하다.
    • 장석류

      사이트에 들어가 보긴 했다. 제페토는 카메라 앱 ‘스노우’를 만든 스노우(주)에서 제공하는 증강현실에 라이프 로깅과 가상세계를 합친 플랫폼이다. 나를 대신해주는 고도화된 3D 아바타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 편집위원회의 다섯 아바타가 서로 모여 이야기도 나누고, 마켓플레이스에서 아바타가 입을 옷을 만들어 팔 수도 있다. 이 공간 안에 스튜디오를 짓고, 사람을 초대하기도 한다. 현재 2억 명 이상이 입주해있다.제페토 안에서 학생들은 교실에서 만나 말도 트고 친해지며, 캐릭터로 공간 안에서 상호작용을 한다. 순천향대학교에서는 이 메타버스를 활용해 입학식을 하기도 했다.

      메타버스 전반을 보면서 우리의 모방은 어떻게 변하고 있나를 질문해보고 싶었다. 예술적 창조는 미메시스, 다시 말해 모방의 형태라 얘기한다. 자연과 인간을 통해 느끼는 감정들을 모방해 예술적 결과물들을 만들어 왔는데, 이제는 모방하는 방법과 세계가 급격히 확장된다는 느낌이 든다. AI 작곡가, 램브란트 프로젝트 등을 보면서 인간의 모방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고민이 든다.
    • 안태호

      테드 창의 소설 중에「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라는 작품이 있다. 가상세계에서 만들어진 AI들이 생애주기를 갖고 주인과 교감하며 경험을 쌓아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회사 서비스의 문제로 AI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소멸되기 싫다는 의사를 분명히 말한다. AI와 인류의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흥미로운 작품이다.
    • 최정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중 ‘미첼 가족과 기계전쟁’은 핸드폰 시스템이 기계로 물화되어, 내가 선택하고 액션을 취하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알아서 다 해주는 시스템이 개발되어 오픈하려 하자, 안드로이드 같은 현재의 시스템이 반란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다. 그런 상상력은 아주 허망한 것 같진 않다.
    • 주성진

      나의 세대 특히 엠엠오알피지(Massively Multiplayeer Online Role-Playing Game, MMORPG) 애호가들은 약간 이 부분에 대한 선행학습이 있는 것 같다. 온라인 게임에서 자신을 만들고, 역량을 키우고, 재화를 모으고, 관계를 맺는. 저는 사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라는 게임에서 함께 사냥하고, 악마를 잡고, 서로 치료해주고 부활해주던 분과 결혼해 15년째 살고 있다. 경제성이라는 논리로 접근하면서 뭔가 그때 존재했던 원천적인 즐거움은 날아가 버린 것 같다는 느낌이 있다. MMORPG라는 게임 장르 자체가 죽었는데 가장 큰 이유가 ‘노가다’라고 불리던 시간 투입과정이 구매 가능한 ‘상품’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가 이런 전철을 따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 안태호

      아마도 당분간은 메타버스나 기술과 연동한 상상이 만발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겠다.
    • 구독문화의 현황과 과제

      구독서비스 확산, 불법복제물 이용률 줄였다
      구독경제 전문가 전호겸 교수가 말하는 구독의 미래
      ‘서울시민 공연 관람비용 작년 1인당 7만 4000원


      • 안태호

        작년에도 이슈토크에서 구독 관련한 이야기 를 나눈 적이 있다. 이번에 공유하는 기사들은 ‘구독서비스가 늘면서 불법 복제가 줄고, 안정적으로 콘텐츠가 서비스되면서 부수적인 효과들이 나온다’는 취지이다. ‘서울 문화향유 실태조사’에 대한 기사는 문화생활에 투입하는 돈에 총량이 있다는 차원에서 넣었다. 예를 들면 예전에 음반시장의 쇠락 이유를 청소년들의 핸드폰 이용률이 높아진 데서 찾기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런 함수관계가 흥미로울 것 같다.
      • 최정윤

        나도 모르게 꽤 많이 하고 있더라. 영상이나 음악 구독 외에도 식재료 정기배송 서비스 역시 구독서비스라고 친다면 열댓 건은 되는 것 같다.
      • 안태호

        구독이란 게 패키지 티켓도 결국 가까운 형태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연간 회원권, 시즌제 회원권 등 일정 비용을 받고 소비자들을 자기들의 바운더리 안에 넣어둔다는 측면에서는. 어쨌든 상업적 전략이 잘 먹혀든 지점인 것 같다.
      • 주성진

        큐레이션 서비스까지 포함해 생각하면 안정된 수익을 창출하려는 기업의 욕망과 취향의 선택을 두려워하는 개인, 혹은 잘못된 소비에 의해 대한 책임 회피, 게으름이 맞아떨어진 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 구독서비스가 더 나은 소비를 위해 투자하는 자원을 절약해주니 효율적이라는 생각들이 커지는 것 같은데. 특히 취향은 소비하는 물건 그 자체보다 그 소비를 위한 탐색 과정과 그 과정에 투입된 시간과 노력 자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 안태호

        구독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선두에 선 영역이 넷플릭스 같은 OTT 분야이다. 순기능을 꼽아볼 수 있다. 당장 불법 복제 문제를 해결하거나 재투자할 자본이 고이면서 콘텐츠 사업이 활발해질 만한 조건들이 생기는 거니까. 혹시 공연 파트에서는 그런 흐름들이 좀 있을까?
      • 장석류

        일단 콘텐츠가 너무 다양해졌다. 검색을 해도 종류가 너무 많다. 선택의 폭이 넓어 고르는 시간 투입이 많아진다. 가격 등 따질 요건들도 많다. 구독서비스는 다양한 취향으로 즐기고 싶을 때, 다양한 색을 양질의 퀄리티로 받고 싶을 때가 가장 효과적인 듯하다. 몇몇 공연장과 예술단체의 경우 릴레이 할인 티켓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런데, 공연장끼리 협력의 수위를 더 높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고객이 다양성을 원한다고 했을 때 한 공연장이 공연 작품의 다양성을 확보하긴 어려우니 공연장이나 공연 단체끼리 연간 시즌권을 협력하는 것이다. 시스템적으로 어려움이 많겠지만 수요가 있다면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 최정윤

        한편으론 디즈니가 자체 채널을 오픈한 것처럼, 콘텐츠가 탄탄한 곳들은 굳이 한데 묶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각각의 자체 채널들이 너무 많아지는 것도 소비자 입장에선 힘들어질 것 같다.
      • 연수현

        그렇다. 콘텐츠 구독으로 한정하여 보아도 다양한 콘텐츠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 다수의 구독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이제는 이커머스 기업들은 구독경제형 유료멤버십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OTT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나중에는 구독서비스를 통합하는 또 다른 서비스가 나올는지도 모르겠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권의 확장에 대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비합리적 소비로 유도하는 다크 넛지 발생 등과 같은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에 대한 보호책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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