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 이슈토크에서는 문체부의 미술진흥법 제정을 위한 연구 결과 발표, 대한민국 공연예술제 예산 삭감, 국내외 오프라인 축제의 부활 등을 다뤘습니다. 미술진흥법 관련 연구결과에 대해서는 국립 미술품 감정센터, 추급권, 미술품 물납제 등 여러 가지 이슈들이 논의되었습니다. 공신력 있는 감정 시스템에 대한 기대와 함께 작품의 재판매에 따른 수익을 작가에게 분배하는 추급권의 성격에 대해 편집위원들 간의 논의가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공연예술제 예산 삭감에 대해서는 안타깝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추경을 통해 예산복원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축제가 갖는 가능성을 세심히 보지 않고 지원 연차나 경제적 성과로만 보는 시선들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뷰티풀 민트 라이프 페스티벌을 비롯해 몇몇 축제들이 오프라인 행사를 조금씩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편집위원들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소식이라며 일제히 반겼지만, 다시 확진자 숫자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운데 오프라인 축제의 실험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 아쉬움을 남깁니다.

미술진흥법 제정을 위한 연구 결과 발표

공공 미술작품 감정센터 만든다
작품값 오르면 작가에게도 나눠준다...사후 30년까지
미술품으로 상속세 낼수있게 국립감정센터 설립 속도낸다
미술 생태계 진흥을 위한 제도화 방안을 논의하다


  • 안태호

    문화체육관광부가 ‘미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단계적 제도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술진흥법 제정을 위한 용역으로 진행된 이 연구에서 국립 미술품 감정센터를 비롯한 다양한 내용이 제시되었다.
  • 연수현

    감정센터가 생긴다는 이야기 안에 미술품 물납제, 추급권, 미술품 정보시스템까지 다양한 이슈들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감정센터가 소수의 감정평가사 위주로 구성되는 몇몇 민간 감정평가업체의 시장 주도권 다툼과 신뢰성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제도의 표준화와 전문가를 양성하고 배출해낸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기대해본다.
  • 최정윤

    미술품 감정센터 설립은 과세를 위한 미술품의 감정, 혹은 정부가 미술품을 구입, 대여할 때 기초자료가 될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이건희 회장 사후에 상속세 미술품 물납 이슈가 불거지면서 공신력 있는 감정 시스템 구축이 더욱 시급해졌다. 감정과 관련한 전문 인력의 역량이 강화될 필요가 있을 것 같고, 더욱 투명한 관리와 감정을 통해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 주성진

    전문분야가 아니라 언급이 조심스럽지만, 부정적이다. 결국은 이 모든 시도들이 미술가들의 삶, 그들의 행복을 위해 고민된 제도들이라고 생각되는데(믿고 싶은데) 그 논리는 모두 돈으로 귀결되어 보인다. 추급권 도입을 통해 거래마다 작가에게 보상이 이루어진다는 발상은, 왠지 피라미드 업체가 다이아몬드 회원의 신화를 통해 신규 회원을 회유하는 논리를 떠오르게 한다. 모든 분야의 시장에서 현찰로 지급하면 할인해주는 풍토가 여전한데 미술품 거래만 정말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주가부터 집값까지 담합과 작전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우리는 국립감정센터의 감정가를 믿을 수 있을까?
  • 최정윤

    현재 영국과 EU 국가를 포함한 70개 이상의 국가에서 재판매 로열티를 제공하고 있다. 1920년부터 시행한 프랑스의 경우, 재판매로 인한 로열티는 작품의 가치를 기준으로 계산하는데, 권리 기간은 초창기에는 생존 작가의 경우에만 적용하였다가 추후 예술가 사후 70년까지로 확장하였다. 5만 유로(6천7백만 원)에 4%의 로열티를, 50만 유로(6억 7천만 원)가 넘을 시에는 0.25%로 감소한다. 처음에는 옥션에서 재판매되는 경우에만 한정했다가, 2007년부터는 아트 딜러를 통한 2차 시장에도 확장 적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시행되지 않고 있는데, 자본주의적인 사고방식에서 2차 시장에서의 이윤을 원저작자와 나누는 것이 시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옥션과 같은 2차 시장에서 가격이 올라가면 갤러리와 같은 1차 시장에서의 가격도 올라가기 때문에 예술가의 이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많은 예술가들이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작품 가격이 올라가면 그 원저작자인 예술가도 이익의 일부를 가지도록 하는 것은 타당해 보인다. 또한 작가, 음악가, 각본가 등 자신의 예술 작품이 재판매될 때에 저작권 수익을 얻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시각예술 분야의 작가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수익의 일부를 로열티 형식으로 받는다는 취지가 납득이 된다.
  • 공연축제 사업 예산삭감

    존폐 위기의 중견 연극축제들...연극계, 예술창작정책 비판
    우수축제 예산삭감으로 존폐위기...연극계 집단행동 돌입
    문화·예술·체육·관광업계 코로나19 피해 극복과 하반기 경기 활성화 위해 추경 3,007억 원 편성


    • 안태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사업인 대한민국공연예술제 사업의 예산이 삭감되면서 오랜 역사를 가진 연극축제들이 지원에서 탈락해 문제가 되었다. 기획재정부는 3년 이상 된 축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고, 연극단체들이 반발하며 이슈가 되었다.
    • 주성진

      여러 가지로 슬픈 일이다. 축제가 사라지는 것이 슬프다. 대표축제, 우수축제가 정부 지원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한 현실도 슬프다. 대표축제들이 없어지면 예술인의 활동 범위가 줄어들고 고용상태를 증명할 수 없다는 걱정도 슬프다. 성명서 첫 줄에 아동·청소년을 버린 문화정책이라고 헤드라인이 뽑히는 것도 슬프다. 이렇게까지 해서 삭감된 예산이 과연 다른 문화예술 분야에 적합하게 사용될 수 있을까?
    • 연수현

      연극축제 예산 삭감 사태로 인해 연극계뿐만 아니라 예술계에서 정부의 지원정책 전반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예술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예상된 사안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 지속해서 예산 삭감의 시그널이 있었다면, 예산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고민했다거나 축제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고민의 시간과 실질적인 방안을 함께 마련하는 기회가 주어졌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장석류

      최소 15년에서 30년 가까이 되는 역사성이 있는 아시테지 아동극축제, 전국청소년연극제, 전국 연극학과, 뮤지컬학과 소속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젊은연극제 등이 공공재원을 받지 못해 존폐 위기에 놓인 것이 핵심인 것 같다. 현장의 임계점을 넘게 한 부분은 특히 성장하는 아동, 청소년, 대학생들이 무대 위에서, 객석에서 동료들과 함께 꿈꿔왔던 열정을 접게 한 결과에서 커졌다고 생각한다. 전국청소년연극제, 젊은(대학)연극제가 최근 4~5번 정권이 바뀔 때, 어떤 이유로 멈춘 적이 있었나? 코로나19 때문에 취소된 것이 아니라 부모들이 낸 세금이 부족해서 멈췄다면 미래 세대에게 너무 부끄러운 의사결정은 아닐까? 세금을 낸 부모들도 이러한 분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돈이 부족해서 거기까지 쓸 수가 없었다는 논리로 보면 실제 문화예술기금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모금 수익은 없고, 복권기금과 경륜경정 전입금 등에서 보충하고 있지만, 적립금 자체가 고갈되어 있다. 정책 수요에 맞게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모두 최선을 다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올해는 가용할 수 있는 총액 안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등을 추가 배당하면서, 예술창작지원은 최대한 잡아보았지만 당초에 비해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언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결과가 나온 가장 큰 이유는 블랙리스트 이후 심사(자)의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 자본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기계적 형평에 갇힌 맥락이 크다고 생각한다. 저울을 의미하는 형(衡)평이 고장이 난 것 같다. 특혜를 주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줘야하는 제도 안에서 누구도 원치 않았던 결과들이 계속 나오는 듯 하다.
    • 안태호

      다행스럽게도 추경예산에서 대한민국 공연예술제에 예산이 반영되어 예술위가 현장과 소통중이라 하니 이번 이슈는 정리가 될 듯하다. 그러나 ‘3년 이상 된 축제에는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인식을 어떻게 설득하고 바꿔나갈 수 있을지는 과제로 남았다.
    • 국내외 오프라인 공연·축제의 부활

      ‘아이다’가 돌아왔다...유럽 공연예술축제 조심스러운 기지개
      20개월 만의 야외 페스티벌..“입장에만 70분, 그래도 행복”
      코로나 검사받고 입장..떼창 대신 휴대전화 불빛 호응


      • 안태호

        지난 달에는 공연이나 축제가 온라인으로 개최되는 게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슬슬 반가운 소식이 들리기도 한다. 몇몇 축제들이 삼엄한 방역과 거리두기 조건을 지킨다는 전제에서기는 하지만 오프라인 행사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 장석류

        축제에는 기획자가 있다. 기획자들도 코로나19의 무서움을 알고 있고, 이것을 어떻게 막아내면서 서로가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우리는 충분히 질서 있고 안전한 축제를 기획하고 만들어갈 수 있다. 지난 6월 26, 27일에 올림픽공원에서 개최한 ‘뷰티플 민트 라이프 2021’에서는 체온 측정, QR 체크인 외에 현장에서 타액 검사가 가능한 진단 키트로 코로나 음성 반응을 확인하고 4,000명씩 입장을 하였다. 입장 과정은 불편했지만, 오히려 안전함을 확인하면서 그 특별한 시간을 더 감사하게 여기고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이런 흐름에서 앞서 언급했듯 중요한 축제들의 예산 삭감이 더 안타깝게 다가온다.
      • 주성진

        일단 심장이 뛴다. 축제의 본질이 비일상성임을 생각할 때, 정말 오랜만에 진정한 축제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지난 2년간 주변에 축제일 하시는 분들의 삶이 피폐해져 가는 과정을 많이 봐왔다. 그들의 일상도 다시 축제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 연수현

        우리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소식이다. 하지만 돌파 감염과 델타 변이 사례는 아직도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같은 기본적인 것들이 지켜질 수 있도록 안전 가이드 준수와 안전 스태프 충원 등에 대한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 장석류

        의학계는 비말이 날아가는 거리가 대략 1~2m라고 한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최소한의 물리적 거리를 1m 이상 권고하고 있다. 작년 8월 영국 뉴캐슬에서 열린 팝가수 샘 펜더(Sam fender)의 야외 콘서트는 한 구역에 5명씩 앉을 수 있는 500개 구역을 설치하여 공연을 진행하였고, 야외공연축제는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지난달 ‘뷰티플 민트 라이프’에서도 돗자리 당 적정 거리두기를 진행하였다. 자리에서 음식을 먹지 못했고, 떼창을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아티스트와 관객 모두 그동안의 답답함을 다소 풀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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