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건축물 미술장식제도를 개정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경제계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규제개혁 논리가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미술은 시민이 자주 이용하고 접근하기 쉬운 공공장소-건물, 공원, 광장, 가로, 도로, 지하철 등-에 조성된 미술작품을 말한다. 공공미술은 미술관이나 화랑 같은 제도화된 공간에서만 유통되는 미술을 일상생활 공간으로 들여오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오늘날 비인간적인 도시환경에 대한 문화적 치유와 지속가능한 도시 형성의 주요한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공공미술은 미술을 위한 퍼센트법(percent for art ordinance)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는 미술작품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기업, 미술가나 미술단체, 지역주민 등이 자발적으로 재원을 마련하여 공공장소에 조성한 미술작품들도 포함한다.


미술을 위한 퍼센트법

공공미술의 출발점이자 대다수 공공미술 프로젝트들이 재정적인 근간으로 삼고 있는 미술을 위한 퍼센트 제도는 공공건물이나 공공시설물을 건축할 때 건축비용의 일정 비율을 미술작품의 제작과 설치에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이 제도는 1934년 미국에서 실직미술가를 위한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미술가에게 벽화나 조각을 의뢰하기 위해 고안되었다가 프랑스에서는 1951년, 미국에서는 1962년에 법으로 제도화되었다.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개 건축비용의 1%에서 1.5% 정도를 미술작품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건물별로 작품을 조성하기도 하고, 기금으로 모아두었다가 사용하기도 한다.

1972년 3천 제곱미터 이상 1%이상 설치 권장
1984년 서울시만 설치 의무화
1988년 7천 제곱미터 이상(서울시 1만 제곱미터 이상) 설치 권장
1995년 1만 제곱미터 이상 설치 의무화
1997년 규제개혁 대상으로 포함
2000년 설치비용을 건축비 1% 이상에서 1% 이하로 낮춤. 현재 0.7%
[표1] 건축물 미술장식제도 연혁

우리나라에는 1972년 문화예술진흥법에 ‘건축물에 대한 미술장식’ 조항이 신설되면서 이 제도가 도입되었다. 건축물 미술장식제도 운영의 법적 근거는 문화예술진흥법 제9조와 문화예술진흥법시행령 제12조, 제13조, 제14조, 제15조, 별표2이다. 미술장식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건축물은 용도에 따라 지정되는데, 현재 10개 용도의 건축물이 지정되어 있다.1)

이러한 용도의 건축물 중 연면적 1만 제곱미터 이상의 건축물을 신축하거나 증축할 경우 건축비용의 1%이하(시도지역은 0.7%, 시군지역은 0.5%, 공동주택은 0.1%)를 미술장식품- 회화ㆍ조각ㆍ공예ㆍ사진ㆍ서예 등 조형예술물, 벽화ㆍ분수대ㆍ상징탑 등 환경조형물을 설치하는데 사용하여야 한다. 건축주는 미술장식품을 설치할 때 지자체의 미술장식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며, 미술장식품이 설치되었음을 확인한 후 지방자치단체장이 건축물 사용승인 필증을 교부한다.


문화예술진흥법 제9조 (건축물에 대한 미술장식)
문화예술진흥법시행령
제12조 (건축물에 대한 미술장식)
제13조 (미술장식의 설치절차ㆍ방법)
제14조 (미술장식심의위원회)
제15조 (미술장식의 철거ㆍ훼손시의 조치)
별표2 건축물의 미술장식 사용금액(제12조제5항관련)
[표2] 건축물 미술장식제도의 법적 근거


민간건축물 의무 적용, 경제계 폐지 논란

건축물 미술장식제도는 외국의 미술을 위한 퍼센트법을 벤치마킹하여 만들어진 것이지만, 원래의 제도와 상당히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해외의 제도가 공공건축물과 공공건설에 주로 적용되고 아주 제한적으로 민간건축물에 적용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주로 민간건축물에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건축물 미술장식제도는 규제개혁의 대상으로 분류되어 경제계로부터 끊임없는 폐지 논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논란이 시작된 것은 1995년 이 제도가 권장에서 의무로 전환되면서부터이다. 그러나 이 제도의 의무적용 대상이 대부분 민간건축물이다 보니 채 2년도 되지 않은 1997년부터 규제개혁의 대상으로 선정되었으며 2000년 마침내 1% 이상이던 적용요율이 1% 이하로 낮아졌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건축물 미술장식제도를 개정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과거에도 몇 차례 개정 시도가 있었으나 번번이 무산되었는데 현 정부에서 힘을 받고 있는 이유는 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경제계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규제개혁 논리가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경제계에서는 0.7%를 0.3%로 낮추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1997년 IMF 상황에서 미술장식비용 요율이 낮아졌던 경험을 돌아볼 때 현재의 개정압박은 미술계에 적잖은 위기감을 주고 있다.

건축물 미술장식제도에 의해 미술계가 지원받는 지원규모는 연간 1,000억 원 정도이다. 문화부가 구축한 [건축물 미술장식 포털](www.publicart.or.kr)에 따르면, 이 제도에 의해 설치된 미술작품은 2008년 말 누계로 8,598점이며, 설치금액은 4천7백억 원이다. 이러한 지원이 한꺼번에 줄어든다면 미술계에 큰 타격일 뿐만 아니라 시민이 일상생활 속에서 미술작품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그동안 미술장식제도가 건축주의 리베이트 요구,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브로커 문제, 몇몇 작가의 작품 수주 독식 등으로 시민의 문화적 삶의 질 제고에 보다 적극적으로 기여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제도가 갖는 잠재력을 제약하는 몇몇 요인들에 의한 것이지 제도 자체가 무용한 것은 아니므로 이번 기회에 이를 개선함으로써 제도를 일신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

건축물 미술장식 법제도 개선 토론회(2009년 7월 10일)



선택적 기금제, 민관 파트너십 운영

현재 문화부가 마련한 건축물 미술장식제도의 개정방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공공미술의 다양한 가치들을 제약하는 미술장식이라는 용어를 건축물에 대한 미술작품 설치로 변경할 예정이다. 다음으로 이 제도를 민간건축물 위주에서 공공건축물과 공공시설로 점진적으로 전환해 나가는 단초를 마련하려고 한다.

우선 민간건축물의 경우, 선택적 기금제 도입을 통해 의무이행 방식을 다양화하여 부담을 줄여주고 민간건축주가 낸 기금에 공공기금을 매칭하여 민관 파트너십 제도로 운영할 계획이다. 공공건축물은 본래대로 1%로 환원하여 0.7%는 작품설치에 사용하고 0.3%는 기금에 출연하도록 하여 미술장식제도가 건축 중심에서 공원, 광장 등 공공시설로 보다 확대되면서 공공미술제도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러한 개정작업이 원활히 이루어져 미술이 시민의 곁에서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예술로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

관련 사이트
건축물 미술장식 포털



1) 1. 공동주택(기숙사를 제외한다), 2. 제1종 근린생활시설(건축법시행령 별표 1 제3호 바목부터 자목까지의 시설은 제외한다) 및 제2종 근린생활시설, 3. 문화 및 집회시설중 공연장ㆍ집회장 및 관람장, 4. 판매시설, 5. 운수시설(항만시설 중 창고기능에 해당하는 시설 및 집배송시설은 제외한다), 6. 의료시설 중 병원, 7. 업무시설, 8. 숙박시설, 9. 위락시설, 10. 방송통신시설(제1종 근린생활시설에 해당하는 것은 제외한다)


양현미

필자소개
양현미는 홍익대 미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하였고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을 거쳐 현재 상명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예술경영학회 이사, 디자인코리아 국회포럼 연구위원, [문화정책논총](등재후보지)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서울문화재단 지원사업 개선과제」「공공디자인 품질관리를 위한 평가방안 연구」「문화예술 기획경영 전문인력 양성사업 발전방안 연구」등에 참여하고 있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