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테마 교과과정 확산

전국 각급 대학의 문화예술경영, 문화 콘텐츠 관련 학과가 제공하는 예술창업 영역 교과과정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학부 과정에서는 문화예술 콘텐츠에 대한 이론과 실제를 포함한 융합형 교육을 내세운 대학들이 선도적으로 창업 관련 교과목을 선보이고 있다. 대학 학부의 해당 전문 학과가 아니라도 경영학과나 미디어학과와 같이 응용과 복합학 기반을 가진 주체들이 예술창업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유연하게 도입하기도 한다. 이들은 정규 과목은 아니어도 문화 마케팅, 미디어 비즈니스와 같은 기존 과목 안에서 예술창업을 테마로 한 다양한 사례와 성공 요인을 다루고 있다. 이 밖에 대학원 과정이나 사이버 대학, 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특수, 전문 과정의 커리큘럼에서 예술창업 부문을 본격적으로 신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대학 학부 중에서는 상명대가 선도적이다.상명대는 예술대학 내 문화예술경영 전공에서 2021학년도 3학년 2학기와 4학년 1학기 과목으로 전공과 창업(문화예술경영) 과목을 각각 1학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과목은 같은 3학년의 2학점 인턴십(문화예술경영) 과목과도 연계되고 4학년 1학기에는 문화예술경영 현장실습(PBL, Problem-Based Learning) 형태로 함께 운영 중이다. 이 대학은 3, 4학년의 전공과 창업을 사제동행형 교과목으로 설정하고 취업연계형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백석대는 언어문화학부 글로벌 문화 콘텐츠 전공에서 ‘스타트업의 이해’라는 예술창업 연관 과목을 두고 있다. 과목 개요는 스타트업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며 창업가에게 필요한 자질과 능력이 무엇인지 본다는 설명이다. 특히 스타트업의 다양한 성공과 실패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산업현장에 유용한 지식을 전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서울사이버대는 ‘문화예술 스타트업 이론과 실제’ 과목을 6학점, 문화예술경영 창업·취업 컨설팅’ 과목을 각각 3학점으로 두어 예술창업과 컨설팅 테마 교과과정을 큰 규모로 도입하고 있다. 이 대학은 특히 ‘문화예술경영 창업·취업 컨설팅’ 과목 개요에서 문화예술 지원제도에 대한 소개 및 지원요령, 취·창업을 위한 페이퍼 작업 등 창업과 직업 찾기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 요소들을 학습하여 실용적인 접근을 중시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학원에서는 성신여대가 2019년 문화산업예술대학원 문화예술창업 전공을 석사과정으로 개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은 주로 현업 종사자가 문화예술과 ICT 기술, 스마트 소비, 콘텐츠와 융합하여 신규 사업이나 창업을 실행하도록 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이에 맞춰 창업 경진대회, 멘토와 함께 하는 학기 중 컨설팅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홍익대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도 석사과정에 ‘문화예술과 창업’ 과목을 운영한다. 문화예술 관련 비즈니스를 창업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제반 사항들, 즉 아이디어 도출, 사업 타당성 검토 등을 통한 마케팅 계획, 조직 계획, 재무 계획 및 투자제안서를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한다는 설명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서울 양천구와 서울시동부여성발전센터, 대구문화재단, 한국콘텐츠진흥원,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여러 공공 부문 기관들과 지자체들도 예술창업 관련 기획과정, 협동 창업과정, 취·창업 준비 등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2021년 한국콘텐츠진흥원 기업육성팀 사업 예산
예술경영지원센터 ‘예술분야 창업 아이디어 발굴 및 창업·기업가 양성 지원’ 사업 중
〈2020 예술분야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진행 장면
출처: 예술경영지원센터 유튜브 채널

교육, 컨설팅 콘텐츠의 필수 코스

대학과 공공기관, 지자체가 예술창업 테마 프로그램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핵심은 창업 준비와 실행, 실제 운용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맞춤화된 학습과 실무 지원이다. 학습자가 자신이 추구하는 성공적인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창업 예비 단계와 사업화 단계, 성장 단계에 이르는 전체적인 창업 프로세스에 따라 이론과 실제를 익혀나가는 체계가 가장 중요한 필수 코스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교육 설계에 따라 집합 교육과 실습, 온라인 교육, 인턴십, 대면·비대면 병행(집합/실습과 온라인) 방식이 적절하게 배치된다1).
실제로 코로나19 상황 이전에는 예술창업 교육과 컨설팅 과정은 현장 체험이 중심이 되는 실습 성격을 특별히 강조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 멘토 배정과 공동 프로젝트 수행을 통한 공모 기획전 참여와 같은 구체적인 과업 중심으로 대부분 교과과정이 작동할 수 있었다. 이 경우 교수자가 시행하는 이론 위주 교육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과정과 병행하는 컨설팅 지도가 일체형 서비스처럼 통합될 수 있다. 예컨대 예비창업자가 알아야 할 부가가치세법이나 노무, 법인 관계법 등 실무에 관해서는 실제 체험과 병행하는 컨설팅 지도가 필수적이다. 학습자로서는 법인을 만들 때부터 법적 하자가 없는 조건으로 사무실을 알아봐야 한다. 노무사 비용, 법인세 등 각종 세금에 대한 대비도 꼼꼼히 할 수 있도록 돕는 실무 매뉴얼 수준의 자료 제공과 학습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학이나 공공 부문의 예술창업 과정들은 BI(Business Incubator, 창업보육센터) 과정의 철저한 현장 중심 실무 지도와 컨설팅, 매뉴얼 학습이 가능하게 하는 교육, 컨설팅 서비스의 품질 관리에 가장 큰 역점을 두어야 한다.

2021년 한국콘텐츠진흥원 기업육성팀 사업 예산
예술 창업의 단계별 지원 플랜
출처: 예술경영지원센터 『2019·2020문화예술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사업 사례집』¸11쪽

성공 조건과 기대 효과

예술창업 부문에서 성공적인 교육, 컨설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시행착오와 선행 경험을 통한 성공모델과 실행 전략을 도출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가 코워킹(coworking) 센터를 기본 플랫폼으로 하여 사회 전반의 예술창업 관련 성과를 끌어올리고 있는 선진 사례를 활용하면 좋다. 프랑스 정부는 협업을 통한 창업 성과를 높이기 위해 2018년까지 143개 코워킹 센터를 개설했다. 예술창업 인프라 기능을 하는 이 센터의 운영 모델은 국내에도 도입되었으나 성과는 아직 미흡해 보인다. 프랑스와 같이 빅데이터, AI 등 첨단 기술, 정보를 예술과 접목하는 실험적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서다. 한국은 대개 입주 공간과 편의 시설 정도로만 코워킹 센터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2).
프랑스와 같이 코워킹 센터가 예술창업자의 전용 메이커 스튜디오, 플레이스 역할까지 강화해나간다면 아트 마켓과 아트 비즈니스에 이르는 성공적인 창업 생태계가 탄탄하게 갖춰질 수 있다. 한국의 대학과 대학원, 공공 부문의 교육, 컨설팅 프로그램들도 단순한 교육과 공모 행사 준비 수준을 넘어서 글로벌 마켓 활동을 통한 창업자의 성장까지도 추동해야 한다. 교육과 컨설팅이 실질적인 창업 보육과 실행으로 성사되는 플랫폼인 코워킹 센터이자 메이커 플레이스, 아트 마켓과 철저히 연계하도록 설계하는 청사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경기문화재단이 〈2021 경기도형 예술인 자립지원〉사업에서 지속가능한 예술활동을 위한 예술 분야 창업 및 사업화 아이디어 개발과 예술 분야3) 기업인에게 필요한 창업자 정신과 사업 현황 점검, 전략 재설정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은 좋은 지침이 된다. 예술 분야 창업 및 사업화에 필요한 사업계획 수립 과정 지원과 효과적인 조직체계 선택 및 구성 과정 지원, 협동조합 등 법인설립 과정 및 전환 과정 지원과 같은 구체적인 내용들이다4).
아울러 예술창업 개념과 철학, 목표를 공유하는, 그야말로 스타트업의 스타트 초동 단계가 매우 중요하다. 예술창업 분야 교육, 컨설팅 사업 운영은 물론 인큐베이팅을 거치는 창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원천적으로 적합한 지원자, 학습자, 예비 예술 창업가가 확고한 목적의식을 갖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요건이라는 뜻이다. 왜냐하면 예술창업은 상업주의와 충돌에서부터 경영 마인드, 실물경제 감각과 경험 등 여러 측면에서 전혀 녹록지 않은 숙련의 과정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ICT나 제조업, 디지털 콘텐츠와 같은 선도적 산업화 부문과는 다르고 불리한 여건이기도 하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관련하여 대구문화재단이 〈2021 예술창업콘텐츠지원〉사업 공모에서 밝힌 지원 대상 요강은 매우 적절한 본보기가 된다. 이 재단은 ‘기업 경쟁력’과 ‘새로운 사업적 접근’, ‘공공 가치 추구’라는 3가지 덕목을 지원 대상 요건으로 내놓았다5). 지원자 자신이 애초부터 수익성 콘텐츠를 통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전략적 사업화를 통해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를 분명히 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예술창업을 통해 문화예술산업 저변 확대에 이바지한다는 애초의 목적과 사명 의식이 명확해야만 성공 가능성도 덩달아 커진다는 의미다.
준비된 지원자와 고품질 서비스 체계를 갖춘 프로그램이 원활히 수급되고 적절히 결합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아직 벤처 초창기와 같은 예술창업 영역 교육, 컨설팅 사업이 좀 더 수월하게 발전할 수 있을 터이다. 이를 위해 예술경영지원센터와 같은 공공 부문은 창업을 위한 정보 제공과 교류, 프로그램 개발 지원 등 성공 여건 조성에 주력하여야 하겠다.

1)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예술분야 예비인력 양성 커리큘럼 개발 방안 연구』 2020.
2)웹진예술경영 419호 ‘예술 창업 선순환 구조, 어떻게 만들 것인가’ , 2019.2.27.
3)문학, 시각예술, 연극, 무용, 음악, 다원예술 등 6개 부문을 지원
4)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
5)대구문화재단 홈페이지

  • 심상민
  • 필자소개

    심상민은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석사(MBA, Finance 전공)를, 연세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기술산업실 수석연구원과 한국콘텐츠진흥원 이사,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위원장 직무대행 등과 (사)한국문화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주요 관심 분야는 콘텐츠 비즈니스 연구, 콘텐츠와 창의성, 문화예술경영학 연구, 문화경제학 연구, 문화예술과 미디어 교육(미디어 리터러시 등), 디지털과 실학의 만남, 디지털문화, 한류 연구, 한국문화의 글로벌화, 문화마케팅, 컴퓨터 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산업 전략, 문화산업 원형 및 기술 연구, 인문사회과학 산학협동과 R&D 등이다. 주요 저서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론 (2021)』, 『문화마케팅(공저, 2008)』, 『컬처 비즈니스(2007)』, 『미디어는 콘텐츠다(2002)』, 『블루콘텐츠 비즈니스(2005)』, 『문화콘텐츠입문(공저, 200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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