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 이슈토크는 공공극장 경영의 모델들, 문화콘텐츠 가치평가 개선, 백신접종센터 예술작품 전시 세 가지 이슈를 다뤄봤습니다.
극장 경영과 관련한 내용은 다음 달에 웹진 특집으로 다뤄질 예정입니다. 이번 이슈토크는 일종의 예고편으로 봐주시면 됩니다. 극장 경영 전체를 이야기하려면 폭이 매우 넓어지므로, 지역극장의 운영과 제작극장의 가능성 등을 짚어보았습니다. 지역 문예회관들의 노후화부터 민간극장들의 성과까지 다루어야 할 내용이 많습니다
문화콘텐츠 가치평가 제도 개선은 콘텐츠 산업이 최근 왕성한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편집위원들은 콘텐츠산업의 발전상에 맞는 평가방식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하면서도, 투자지원을 위한 가치평가와 다른 영역의 평가기준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습니다.
백신접종센터는 온 국민이 동일한 방식으로 일정 장소를 반드시 방문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편집위원들은 각자 경험한 병원과 접종센터의 분위기를 전하며 행정의 유연함을 촉구했습니다.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어내며 한발자국 딛는 공연시장

월간 공연전산망 11월 공연시장
‘방역패스’로 공연장 전석 오픈..공연계, 기대 속 우려도
대형 공연, 상반기 매출 회복 이끌어...하반기 점차 균형


  • 장석류

    장석류

    코로나 상황은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졌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 데이터에 따르면 전년대비 상연횟수 기준 13.5%, 매출액 기준 60% 가량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의 기준과 변수들을 검토해 봐야 하겠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뮤지컬과 국악 부분의 회복세가 돋보였다. 공연장의 경우 작년에 비해 방역관리 시스템이 한결 안정화되었다. 관객들도 공연장에서의 관람 에티켓과 프로세스에 익숙해졌다. 또한 온라인 영역에서 공연 콘텐츠를 관람하는 경험과 더불어 공급의 관점에서도 공연촬영과 편집역량이 좋아지면서 일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올 한해 공연장에서 눈에 띄는 코로나 확산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시장이 위축된다는 것은 소비가 위축된다는 의미이고, 소비가 위축되면 공급이 위축된다. 거꾸로 공급이 위축되면서 소비가 위축되기도 한다. 거리두기로 인한 전년도 국공립 공연장의 폐쇄 결정은 공연장이 다중밀집시설로서 안전하지 않다는 이미지를 주며 공급의 위축을 가져왔고, 공연관람 심리를 위축시켰다. 하지만 억제된 시장은 공연 관람의 갈증을 높였다. 영국의 경우 2021년 5월 공연장을 다시 열고, 7월부터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면서 대형공연들과 신작들이 이어졌다. 우리도 하반기 들어 위드 코로나 흐름에 따라, 기다리던 공연들이 관객을 만났다. 21년 11월 월간 데이터를 보면 뮤지컬의 경우 전년대비 관람객 기준 152% 가량의 회복을 보였다. 그러나 12월에 들어오면서, 다시 위기감이 올라오며 내년도 공연시장의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공연계는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해 그 어떤 분야보다 방역환경이 조성된 시장을 만들어내 왔다. 공연장이라는 공간에서 열정적으로 무대 위를 준비하는 사람들과 객석에 앉아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수요가 여전히 있어, 내년에도 불안한 미래가 이어지겠지만 한 걸음 또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창업 기업으로의 도약과 문화예술 분야 법령 개정·제정

2021년 ‘문화체육관광형 예비사회적기업’ 54개 지정
「지역문화진흥법」,「영화및비디오물의진흥에관한법률」,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
2021년 문화예술 사회적경제 서로(SEORO):성장 지원 사업 자료집


  • 연수현

    연수현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문화예술분야 기업들이 역동적으로 창업을 준비하고, 새롭게 탄생하기도 하고 성장하는 한해였다. 2019년부터 도입된 문화체육관광형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제도를 통해 올해는 54개의 기업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으며,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진행하는 문화예술 사회적경제 서로(SEORO)지원 사업을 통해 다양한 여러 예술창업 기업들이 성장하고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핀테크 등 디지털 기술과의 조우를 꾀하는 기업도 많아졌고, 다양한 분야와의 접목을 통해 장르적, 분야적 접근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영역의 확장과 접근의 방식도 다채로워지고 있음을 느끼는 한해였다. 이러한 움직임은 문화예술분야 소비 성향의 다양화에서 기인하기도 하였는데, 혁신기술적이거나 새로운 접근에 대한 호기심, 환경 및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 제고 등이 그 예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충격, 위기, 붕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직된 문화생태계 환경을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분야 가치사슬 속에서 단체, 조직, 기관들이 더욱 기민하게 그리고 역동적으로 변화 발전하고 있다는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요즘은 코로나19를 빼고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로 코로나19가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문화관련 법령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코로나19가 변화시킨 문화관련 법령을 뽑자면 크게 「지역문화진흥법」과 「영화및비디오물의진흥에관한법률」을 들 수 있다. 「지역문화진흥법」개정(2021.6.23.시행)을 통해 지역문화예술인의 온라인 문화예술 활동 활성화에 대한 지원 근거(제13조의5)를 마련하였고, 「영화및비디오물의진흥에관한법률」의 개정(2021.10.21.시행)을 통해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관람객수의 급감 등으로 입은 피해에 대하여 입장권부과금 면제 가능의 근거(제25조의2)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문화예술계에서 중요한 법령이 새로 제정되었는데 바로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2021.9.24.제정)」이다. 2016년 블랙리스트 사태와 예술계 미투 운동 등으로 논의가 본격화되었던 예술인권리보장법 올해 여름 국회본회의를 통과하여 내년에 시행을 예정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문화예술계가 멈춰있다거나 아예 과거로 후퇴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이야기도 많다. 하지만,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나가기 위해 올 한해 애쓰신 문화예술분야에서 활동하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내년에 더 새롭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기대해본다.

팬데믹 시기의 예술 실험, 문화다양성

MMCA 국제심포지엄, 《미술관은 무엇을 연결하는가: 팬데믹 이후, 미술관》
지금, 한국 퀴어미술의 어떤 경향
경기문화재단, 문화다양성 안내서 제작

  • 최정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확인된 코로나바이러스. 이로부터 2년 여의 시간이 흘렀고, 백신도 개발되어 많은 사람이 접종하였지만, 돌파감염과 변이 바이러스 등 2021년 12월 15일 확진자는 7850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팬데믹 이후의 삶은 많은 영역에서 변화했고, 복구 불가능해 보이는, 불확정적인 삶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들은 인류와 예술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연대와 협력을 꾀하며 다양한 예술실험을 선보였다. 누군가는 진보에 대한 신뢰로 인간이 저질러온 만행을 반성하였으며, 누군가는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누군가는 예술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믿어보며 순환적 생태계를 고찰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미술관은 무엇을 연결하는가: 팬데믹 이후, 미술관〉이라는 제목으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여, 팬데믹이 초래한 변화 속에서 바뀌어가는 미술관의 역할과 사회적 기능에 대해 논의했다.
    넷플릭스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살펴보면 문화 다양성에 집중하는 경향성을 볼 수 있다. 여성 서사, 퀴어, 인종적 다양성 등 백인, 남성, 이성애 중심의 주류 역사에 도전하는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은 콘텐츠들이 점점 늘어나고 각광받고 있다. 정치적 올바름(politacally correct)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배제되어온 소수자의 존재가 가시화되는 경우가 급증했다. 이는 창작자들의 인식의 전환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요구도 점차 변화해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국내 미술계에서도 비슷한 맥락에서 여성주의, 혹은 퀴어 미술의 확대도 눈여겨볼만 하다. 국내에서도 퀴어성을 드러내는 전시, 작품이 다수 있었으며, 양적인 팽창뿐만 아니라 미술의 영역을 급진적으로 확장해나가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퀴어는 이제 낙인이나 배제의 언어가 아니라, 특정 집단의 자긍심을 드러내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는 듯하다.
    2016년 ‘미술계 내 성폭력’ 해시태그로 이어진 수많은 ‘미투’ 발언들은 여성들로 하여금 견고한 연대를 만들게 했다. 여성 예술인 네트워크 ‘louise the women’, 여성 건축인 커뮤니티 ‘SOFA’, 여성 영상인 ‘FFF’, 여성전시기획자 모임 등 수많은 여성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0에 선정된 정윤석 작가의 경우, 러브돌을 다룬 그의 작품〈내일〉이 여성혐오적 시선을 담아냈다며 작품을 철회하라는 대중의 의견이 공론화되기도 했다. 민감한 주제일수록 더욱 심혈을 기울여 담론 생성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빈약한 성 인지 감수성이 용인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김화용 작가는〈몸이 선언이 될 때〉라는 기획전을 통해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를 상상하며, 그간 편견에 눌려 말할 수 없었던 여성과 소수자의 발언을 전시로 담아냈다. 2021 SeMA-하나 평론상에는 이연숙이 수상했는데, 그의 글은 ‘‘비체(abject)’의 개념을 통해 여성, 퀴어 예술가들 작품 속 물질과 실체, 정서를 분석하고, 타자적 존재의 감각을 세상과 인식의 혐오로부터 구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그는 웹진 SEMINAR의 공동 운영진으로, 페미니즘, 퀴어 서브컬처에서 발견되는 소수자 문화의 저항형식을 주로 다룬다.
    경기문화재단에서는 ‘더 나은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문화다양성 안내서’를 펴내기도 했다. 문화예술계에서 다양성을 침해하거나 특정집단을 혐오하는 일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자는 차원이다. 관행적,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다양성 침해행위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이 안내서는 성평등언어의 활용부터, 혐오표현 방생 시 대처방안까지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영화〈매드맥스〉가 대중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었으면서도 동시에 멋진 여성서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감독 조지 밀러가 완벽한 페미스트여서가 아니라,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극작가인 이브 엔슬러의 자문을 받아 문제가 있는 부분은 없는지 끊임없이 검토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러 주체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는 것,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혐오를 양산하거나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배제의 언어를 쓰지 않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과제로 모든 예술인들에게 남아있다.

‘무엇’보다는 ‘누가’와 ‘어떻게’에 주목

지역문화재단의 조직문화 인식과 변화, 어떻게 가능할까
문화재단은 좋은 직장일까?
지원사업 심사,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 주성진

    독자일 때부터 나는 웹진 예술경영의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방식을 좋아했다. 산업의 새로운 트랜드를 멋진 시각화를 통해 전해주거나, 성공사례들을 마치 모두가 나가야 할 방향인 것처럼 재생산하려 하거나, ‘우리가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를 다뤄!’라는 뉘앙스를 강변하는 매체들에는 눈이 가지 않았었다.
    직접 웹진의 편집에 참여하면서도 ‘무엇’ 보다는 ‘누가’나 ‘어떻게’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 이것은 비단 나 자신과 우리 편집위원회 뿐 아니라 문화예술계의 하나의 흐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할 것인가?’만큼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던 한해였다. 이는 ‘문화도시는 문화도시센터 직원이 자신의 문화생활을 포기해서 만든다.’, ‘생활문화는 돌봄노동과 감정노동이 더해진 그림자 노동으로 만든다.’, ‘지역문화콘텐츠는 타 지역 전문가가 만든다.’ 같은 이야기들이 탕비실이나 술자리를 가득 메우고, 임계점을 넘어 공론장으로 넘쳐흘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웹진 예술경영도 지난 1년간 문화재단 직원의 삶, 도시재생 사업 현장의 관계, 공모사업의 심사 방식, 불합리한 원고료 등의 이슈를 통해 이러한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재단직원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사)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의 <우리 모두의 서식지 재단을 문화롭게>에서 포럼의 형식으로, 서울문화재단의 생활문화 연구자 네트워크에서〈문화행정가의 일경험과 생활문화〉를 통해 연구의 방식으로 이어졌다.
    물론 비판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문제점은 동의하는데 그래서 어쩌자는 거냐? 결국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나, 문화재단직원은 먹고 살만 하면서 무슨 엄살이냐?는 갈라치기, 그래도 이만큼 변한 것이 어디냐? 좋은 결과를 위한 일 아니냐?는 합리화의 목소리도 종종 듣는다.
    그 비판에는 우리가 목적한 변화를 위해 출발한 지점의 잔재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새로운 주체를 발굴하는 사업이 새로운 주체에게 조금 덜 주체적이기를 요구하고, 문화적인 삶을 만드는 사업이 그것을 사람들에게 잠시 문화적인 삶을 멈출 것을 권한다. 이러한 방식은 이제 과오를 떠나 작동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 그런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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