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사업계획 검토절차 및 내역

5년 전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주관한 ‘문화 예술 일자리 포럼’에 참석하여 ‘창업 지원 제도의 활용방안’에 대하여 발표한 바 있다. 그 당시만 해도 예술계에서는 이 제도의 평가 기준이 예술에 대한 이해를 담고 있지 못하다며 소극적 태도로 보였으나, 이제는 예술 분야 창업자들이 예술경영지원센터 뿐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부(창업진흥원)의 지원 제도로도 많이 몰리고 있다. 흐뭇함을 감추기 어렵다.

30년 간 중소기업 현장에 근무하면서 2천여 건의 사업계획서를 보아왔다. 같은 양식과 같은 작성방법을 두고도 내용의 깊이와 진심의 차이들이 있었다. 이를 토대로 창업 사업계획서 작성 시 검토해야 하는 필수적인 것들을 필자의 경험에서 정리해 보았다.

<창업사업계획 검토절차 및 내역>

‘내가’ 해도 되는가?

창업 컨설팅을 하다 보면 많은 예비창업자들이 창업아이템 또는 비즈니스 모델의 타당성 분석을 요구한다. 하지만 필자는 가장 먼저 본인이 경영능력이 있는지 검토해 보길 권유한다. 창업의 실패는 본인의 시간 손실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용 직원의 인생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쳐 사회적 손실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경영능력은 근면성, 도전성, 책임감의 3가지 인성을 기반으로 한 삶의 ‘태도(Attitudes)’에서부터 출발한다. 이후 사회적 경험이 누적되며 ‘역량(skills)’화 되고 그 위에 ‘지식(Knowledge)’이 더해지면서 형성된다.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과도 혼용되어 쓰이고 있는데,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동일한 의미로 보아도 크게 무리는 없겠다.

기업가정신 측정도구로서는 창업넷(창업진흥원)의 ‘창업역량 자가 진단키트’와 워크넷(고용노동부)의 ‘창업적성검사’를 권한다. 예술분야 창업인들의 자가 진단 결과는 대부분 창업역량 부족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 이유는 ‘예술 분야 창업기업의 특징’을 보면 직업 경험이 없거나 적은 30대 이하의 청년들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자 혼자서 6개월 정도의 준비 기간만으로 창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라면 충분한 교육을 받으면서 천천히 창업을 준비하기를 권한다. 가보지 않은 길과 모르는 길을 가서 성공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교육이 기업가정신을 고취할 수 있을까? 많은 연구결과들이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입증하고 있다. 다만 예술 분야를 놓고 보면 ‘2015년 예술산업 미래전략 포럼’에서 국내 최초로 ‘예술 기업가정신(Arts Entrepreneurship)’1)이 이야기된 후 ‘예술경영 프로그램’은 그동안 다양하게 확대되어 왔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완성도 높은 ‘예술 기업가정신 교육 프로그램’ 은 마련되지 않아 그 효과를 연구할 기반이 없어서 안타깝다. 예술 이외 분야에서는 기업가정신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그 내용은 다소 아쉽다. ‘기업가정신 교육 프로그램’은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케이스 스터디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경영악화로 인해 법적, 사회적 여러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그 문제들을 케이스별로 어떻게 합리적으로 풀어 나갈지를 교육해야 한다. 또는 다소 불리한 매출 계약서에 사인을 해야 하는지의 문제에 대해서, 저 계약서를 우리 회사의 경영전략에 부합되게 어떻게 협상해서 고쳐나갈까 경영 의사를 결정하는 과정 등이 교육되어야 한다.

여러 가지 면에서 국내의 기업가정신 교육 프로그램들이 아쉬움이 많지만 그렇더라도 주어진 교육 현실 속에서 여러 기관에서 실시하는 창업 교육 프로그램들의 이수는 기업가정신 함양을 위한 필수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재)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의 교육도 병행하면 그 효과는 배가 된다. 교육을 받으면서 창업을 천천히 준비하는 것이 젊은 시절 참담한 실패를 경험하고 좌절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본다.

‘이것을’ 해도 되는가?

교육을 병행하면서 창업아이템의 타당성을 분석한다. 이것이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가? 시장이 존재하고 있거나 신규로 생성될 수 있는가? 그래서 수익 창출이 가능한가? 이 3가지 질문에 답변을 구하는 과정이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쉽게 접근할 수 있기도 하다.

기술 검토는 제조업 창업과 예술 분야 창업이 많이 다른 부분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예술에 무슨 기술이 필요하냐고 했지만 지금은 예술에 입히는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다. 메타버스, NFT가 기술자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경영자가 기술 동향을 알아야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다. 데이터 응답 지연시간(Latency)의 기술 동향을 모른 채 실감 기술을 활용한 창업을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고, Gan 기반의 미술 키트를 만들겠다면 Can이나 gauGan에 대하서도 알았으면 좋겠다. 이것이 필자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다만 예술 분야 창업 중 상당수는 제조업과 달리 생산공정 상에 특허기술을 개발할 필요성이 없다 보니 기술성이 부족하다는 결과를 염려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그러했겠지만 지금은 평가 기준들에서 그것이 충분히 인지되어 있다. 제조업이 ‘기술개발의 차별성‘을 중시하는데 반해 제조업이 포함되지 않은 예술 분야 창업은 ‘기술 활용의 차별성’을 중요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기술 동향에 대한 관심은 소홀히 할 수 없다.

기술적인 문제가 없거나 해결된다면 시장의 수요와 목표, 수명주기를 검토해야 한다. 사실 이 부분은 유사제품이나 서비스의 동향을 연구보고서나 신문기사에서 인용해서 사용한다. 그러나 그러한 통계수치는 내가 하려는 아이템 품목과 정확하게 일치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컨설팅 업체들은 SWOT 분석, STP 전략 및 4PMix 전략 등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보여주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어차피 잘 안 맞는다. 최근 창업 관련 심사에서 단지 10명의 사람들로부터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시장분석 자료로 제시한 예비창업자를 보았다. 그 적은 샘플이 얼마나 심사위원들에게 설득력을 줄까라고 생각하겠지만 최소한 필자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기법을 스스로 터득한 그에게 진한 감동을 받았다. 연구조사 인용보다는 시장에서 무작위 100명을 설문조사하는 것이 내 아이템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지를 더욱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본다. 실제 조사 결과에 대하여는 어느 전문가도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그렇게 해본 경영자라면 그것은 1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습관화되어 나만의 노하우로도 작용한다.

고도의 기술이 포함되지 않는 신규 비즈니스 모델이라면 항상 후발주자들이 나를 쫓아온다고 생각해야 한다. 똑똑한 창업자들은 먼저 나서지 않고 시장을 창출하는 선구자의 실수를 학습한 뒤 리스크를 줄이면서 쫓아가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의 그림을 저장해 주는 비즈니스 모델이 인기를 끌자 최초 창업업체는 벌써 시장경쟁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이런 경우에 선발업체는 시장을 빠르게 과점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하고 후발업체는 차별성 확보를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창업 관련 심사 중에 가장 많이 아쉬웠던 점이 많은 예비창업자들이 손익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사실이었다. 보조금 지원 사업의 계획서들을 보면 보조금 집행 계획만이 중시되어 있다. 창업이란 것이 보조금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면 그건 슬픈 일이다. 손익분기점 매출액이 얼마이고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기간까지 자금조달이 가능한 지가 관건이다. 손익분기점 계산은 어렵게 할 필요가 없다. 세금 등 기타 비용은 제외하고 고정비, 변동비도 단순화 시키는 게 좋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잘 안 맞는다. 다만 한 번이라도 이것을 검토하고 안 하고는 차이가 크다.

수익실현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예술계에서 비교적 성공한 기업으로 회자되는 B사의 지난해 매출은 515억 원이고 영업적자가 225억 원이다. 창업 후 10년간 한 번도 영업흑자를 낸 적이 없다. 누적 영업적자는 361억 원이다. O사도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41억 원 매출에 9억 원의 영업적자, 최근 9년간 누적 영업적자는 96억 원이다, 그나마 2개 회사가 아직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은 투자금 때문이고 시장 독과점을 향한 무한 질주가 진행되지만 과연 이러한 전략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이렇게’ 해도 되는가?

3단계는 구체적인 현실적 준비단계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금조달에 관한 것이다. 슬픈 이야기이지만 통계청의 ‘기업생멸 행정통계’에 따르면 창업 후 5년 생존율은 30%를 넘지 않는다. 특히 35세 미만 청년 창업의 실패 확률이 더욱 높았고 중위수 생존기간은 2.3년에 불과하다.

<창업후 5년 생존율>

실패를 염두에 두고 창업할 리야 없겠지만 사업 실패 때 인생에 부담이 되지 않는 전략도 마음속에 준비해 두어야 한다. 현실이 그렇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조달 시 민간 금융을 운영자금으로 차입하지 말 것을 권한다. 오래 사업하신 분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은행은 비올 때 우산을 뺏어간다’고 말한다. 과장이 아니다. 우리나라 민간 금융 중 운영자금은 정책보증을 끼지 않고서는 모두 1년 단기계약의 연장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장기 대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기업 신용도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연장 시 요구사항이 늘어난다. 은행의 단기 운영자금으로 인해 기업들이 단기 유동성 애로를 겪으며 문 닫은 사례를 많이 보아왔다.

운영자금은 민간 금융보다는 상환의무가 없는 정책금융을 활용하거나 상환의무가 있다면 연대 보증 의무가 없는 정책융자를 권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사업자가 아닌 법인으로 창업해야 한다. 개인사업자의 채무는 대표자 개인에게 귀속되지만 법인의 채무는 법인의 책임이고 민간 금융은 대표이사에게 연대보증 책임을 지우지만 정책금융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횡령 등이 아니라면 대표이사가 갚아야 할 의무가 없다. 그래야 한번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신용이라는 기반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다. 민간금융을 활용해서 실패했다가 신용불량의 나락으로 떨어지면 재기 자체가 어려워진다.

위에서 검토한 내역들을 문서로 정리하면 그것이 사업계획서가 된다. 사업계획서는 제출처에 따라 주안점을 달리해야 한다고 말들 하지만 결국은 수익 실현을 통한 장기 생존 방안이 핵심이다. 다만 장기적 생존은 누구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정책금융 지원 시에는 이 기업이 기관 경영 평가에 어떤 도움이 될지가 더욱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지원기관의 기관 경영 평가 기준에서 자금 지원 성과 측정 기준이 무엇이고 나의 창업이 그 기준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기술 해주어야 한다. 고용 창출 성과가 기관 경영 평가 기준이라면 창업 사업 계획에는 고용 창출 계획을 반드시 담아야 한다.

예술의 산업화 단상

예술의 산업화가 강조되면서 창업 열기가 매우 뜨겁다. 다만 창조산업(Creative Industries)의 활성화 속에서 예술이 방법 내지는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예술의 산업화가 오히려 예술의 위기를 가져오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예술창업, 엄밀히 말하면 예술 분야 창업, 예술 연관산업의 창업은 예술과 비예술 간의 융합이지만 결과적으로는 표준산업분류에서도 그렇고 세무회계적으로도 비예술로 취급된다. 특히 예술의 복제 불가능성을 벗어던지면서까지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며 산업화를 추진하더라도 예술이 비예술의 종속변수로 취급되지 않도록 예술적 자존심만큼은 지켰으면 하는 것이 예술을 사랑하는 필자의 마지막 바람이다.

  • 필자소개

    안재동은 미국과 프랑스의 BI를 연구하여 1993년 한국에 창업보육센터를 처음 건립. 운영하면서 창업 지원과 인연을 맺은후 현재까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몸담고 있다. 그 당시 예비창업자라는 단어를 처음 만들어 사용했다. 공직자보다는 25년 경력의 아트 컬렉터라는 호칭을 선호한다. 20년전부터 국외소재 문화재도 수입하여왔고 베이징 청년 국제 문화 예술협회 국제협력이사를 10년째 맡고 있으며 최근에는 학교에서 문화유산 연구를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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