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산업은 어떤 산업보다 지속 가능해야 한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처럼 예술 작품과 예술가들이야말로 시대를 초월하여 명작과 영감으로 인류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예술산업은 더 이상 음악, 미술 등에 머무르지 않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이종(異種) 예술 들이 융합한 지 오래되었으며, 전통적인 예술을 벗어난 혁신적인 시도와 이를 추동하는 예술산업 종사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예술의 정의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예술은 ‘특별한 재료, 기교, 양식 따위로 감상의 대상이 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인간의 활동 및 그 작품’을 뜻한다. 이렇게 예술을 정의한다면 이제 예술은 제조업, 서비스업, IT 등 모든 산업에 필수적인 부가가치로 자리잡고 있다.

예술은 인간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며, 인간애에 기반한 건강한 예술이야말로 선한 영향력을 만드는 인간의 아름다운 활동이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예술은 엄격한 사제지간을 요구하는 도제식 구조를 띠고 있다. 여기에 예술가들은 수익을 염두에 두어선 안 된다는 순수한 강박으로 인해서 의외로 불공정함과 불합리함이 암묵적으로 허용된 면이 컸다. 그러나 예술산업은 어느 산업보다 창의성을 바탕으로 그 작품이 적정한 가치를 인정받고, 종사자들에게 합리적인 처우가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예술 인재들이 예술산업에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투사(投射)하여 명작을 만듦으로써 대중에게 감동과 행복을 제공하는 빈도와 강도가 증폭될 것이다.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ESG 경영

ESG 경영은 기업에게 단순히 실적만 좋은 우등생만 되지 말고,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Governance)를 만들어 환경적이고 사회적인 책임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모범생’까지 되라는 투자자들의 요구이다. 그래서 ESG 경영 시대에 기업은 환경을 파괴하고, 갈등과 불안을 만들어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이기적인 기업’에서 벗어나 좋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버는 ‘doing good by doing well’을 통해 ‘스마트한 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업은 혁신을 도입하고, 기존의 부조리를 일소하고, 불합리를 개선하며, 공정과 정의를 내재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인류를 불행하고 위험하게 만드는 기업은 ‘사회적 면허(social license)’를 박탈당하게 되고, 거래 당사자에게 적정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외부 효과(externality)’를 방치하면 결국 이해관계자들의 비난과 외면으로 그 기업은 한순간에 사라지게 된다.
여기서 ‘이해관계자’란 SPICE, 즉 사회(Society), 협력사(Partner), 투자자(Investor), 고객(Customer), 직원(Employee)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기업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거나 기업의 성과에 영향을 받는 그룹을 말하며, ESG 경영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를 추구하여 이해관계자를 존중하는 경영을 지향한다. 그간 많은 기업이 자금력을 갖춘 투자자와 고객들만 중요시했다면, ESG 경영 시대에는 협력사, 종사자 등 기업의 내외부 파트너들도 배려하고 존중하며, 적정한 보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예술산업 ESG 경영의 핵심 요소 ‘환경(E)·사회(S)·의사결정(G)’

이제 예술산업을 환경(E), 사회(S), 의사결정(G) 측면에서 각각 분석하고, 특히 ESG 경영에서 놓치거나 경시해서는 안 되는 요소들을 하나씩 살펴보겠다.

우선 환경(E)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미래 세대가 생존을 지속할 수 있게 현재 세대가 미래 세대의 자원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강력하게 자리잡고 설득력을 가지면서 범지구적인 화두가 되었다. 특히 현재 세대는 미래 세대의 환경(기후, 생물 다양성, 자연 환경 등)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명제 덕분에 환경(E)이 ESG 경영을 가장 주도적으로 견인하고 있다. 그런 환경 측면에서 보면 예술산업은 그 긍정적인 산물만큼이나 부정적인 부산물을 많이 생산하고 있다. 한 예로 미술 전시회(아트페어)는 전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그 전시회들을 관람하고 작품을 구매하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해마다 특정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들이 움직이며 배출하는 탄소와 각종 폐기물들은 환경 보호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미술 작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재료들은 때로는 화학적으로 독성이 있을 수 있고, 작품을 만들고 사용 후 폐기되는 각종 소재는 개인 단위에서 혹은 소규모로 배출되므로 측정과 관리도 불가한 실정이다. 예술산업이 환경 경영을 실천하려면 미술의 경우 우선 업사이클링 등 기존의 폐소재를 재활용하는 작품과 기법이 발전해야 하며, 이동에 따른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온라인 전시회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미술 작품의 판매에 따른 수익 중 일부를 탄소 감축을 위해 기부하는 시스템이 NFT 거래 등으로 독려되어야 하며, 친환경 미술에 대한 미술산업 종사자들은 사업 기회를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한편 사회(S) 측면에서 보면 협력사와 종사자에 대한 적정한 보상과 근무 환경에 대한 배려가 필수다. 예술산업은 거장의 막대한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 따라서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협력사와 종사자들이 자칫 ‘갑질(Gapjil)’의 희생양이 되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거나 정신적, 신체적,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지는 않은지 거장들이 먼저 살피고 개선해야 한다. 2019년 미국의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에 서명하고 이해관계자의 존중을 천명하였던 기업들도 애플과 아마존 같은 미국의 200대 대기업들이었다. 예술산업에서도 ESG에 대한 거장과 대기업들의 자발적인 선언과 실천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며, 특히 경제적 약자인 신인(新人) 고용 및 신생 기업의 협력 계약 등에 불공정한 처우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각종 예술 단체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의사결정 구조(G)의 경우, 각 예술 분야에서 굴지의 대기업들이 시장을 조작하고 거래를 왜곡시키며, 불공정 경쟁을 조장하고 있지 않은지 ‘자정(自淨)’ 기능을 갖추고 필요하다면 외부의 감사 시스템도 도입해야 한다. 예술산업이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고, 누구나 합리적인 가격과 공정한 기회로 명작에 접근할 수 있도록 더욱 문을 열어야 한다.

  • 필자 소개

    문성후 센터장은 연세대 법학과, 동대학원 법학 석사, 보스턴 경영대학원 MBA, 조지타운대학 로스쿨(LL.M.)을 졸업했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과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법무법인 원 ESG센터장이자 한국ESG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연세대학교 대학원 겸임 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리더의 태도》, 《ESG 에센스》, 《부를 부르는 ESG》, 《부를 부르는 평판》, 《문성후 박사의 말하기 원칙》, 《누가 오래가는가》, 《직장인의 바른 습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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