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이번 호의 주제를 두고, 편집위원들 사이에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예술은 가장 쓸모없는 것이 됨으로써 가장 쓸모 있는 것이 된다’는 아도르노의 비판적인 테제에서부터, 예술가의 쓸모가 아니라 AI의 쓸모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라는 관점에 이르기까지 어찌 보면 ‘발칙한’ 타이틀을 둘러싸고 여러 고민을 나누었다. 그러나 그 발칙함이야말로 우리가 챗GPT를 필두로 4차 산업혁명의 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로 추앙받고 있는 인공지능에 대해 일차적으로 갖고 있는 느낌이 아닐까? 이런 이유로 이번 호의 제목은 위와 같이 결정되었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상용화가 놀라운 속도와 강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의 근본적인 관심은 인간의 창의성, 보다 정확히는 예술가의 고유한 창의성에 있다. 새롭고 유용한(new and useful) 생각, 과정,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능력을 창의성이라고 거칠게 정의할 수 있다면, 5조 개 이상의 문서를 학습했다고 알려진 챗GPT보다 더 ‘창의적인’ 인간은 얼마나 될까? 예술계의 기존 문법과 사례를 철저히 학습해서 새로운 내용과 형식, 질료와 형상을 ‘생성’할 수 있는 AI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는 오늘날 예술가는 기계와 구별되는 자신의 창의성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아니, 혹여 2023년에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다 해도, 커즈와일이 ‘특이점이 온다!’고 주장한 2045년에도 여전히 예술가는 자신의 고유성 또는 쓸모를 주장할 수 있을까?

우리는 독자들께서 이번 호에 실린 여러 글을 통해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의 모색을 시작하셨으면 한다. 미술과 공연의 다양한 사례를 가로지르고 교수와 시인, 변호사와 경영자의 눈을 빌어 AI가 우리 예술계에 가져오고 있는 변화와 충격을 충분히 확인하시라. 하지만 종국에는 ‘예술가의 쓸모’에 대한 인공지능의 발칙한 도전에 완전히 사로잡히지도, 또는 그것을 완전히 외면하지도 않기를 바란다. 우리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균형 잡힌 정보와 관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다!

  • 필자 소개

    정종은 편집장은 학부에서 미학과 종교학을, 석사과정에서 사회미학과 미디어경영학을, 박사과정에서는 문화산업 정책을 전공했다. ㈜메타기획컨설팅의 부소장을 역임했고,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근무하였으며, 현재는 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인문학대중화운영위원, 장애인정책 조정위원, 문화도시 컨설턴트 등을 역임하였고,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자체평가위원, 정부미술품 운영위원, 문화영향평가 전문위원, 한국예술경영학회 연구기획위원장, 원주 유네스코 창의도시 부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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