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한류의 발전 단계를 어떻게 구분하고 있을까? 2020년 7월, 문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류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드라마 분야가 이끌었던 1기(1997~2000년대 중반), 아시아에서 중남미, 중동, 구미주 일부 등으로 확산되면서 대중음악이 두드러진 역할을 했던 2기(200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드라마와 대중음악을 넘어서 대중문화 전반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영향력을 발휘했던 3기(2010년대 초반~2019), 그리고 2020년 이후 기존 한계를 뛰어넘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신한류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은 한류가 국가의 경계를 넘어 일종의 초국적(supra-national) 문화자본으로 성장해온 여정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관점에서 위의 네 단계를 다시 서술하자면, ① 중화권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지역(regional) 문화자본 단계 → ② 아시아의 대표선수로 위상을 확고히 한 대륙(continental) 문화자본 단계 → ③ 프로슈머로서 K-POP 팬덤을 매개로 한 대륙 간(inter-continental) 문화자본 단계 → ④ BTS, <기생충>, <오징어 게임>으로 대변되는 글로벌(global) 문화자본 단계로 이해해볼 수 있다.

뜬금없이 웬 ‘한류’ 이야기를 복잡하게 늘어놓느냐고 물으시는 독자들이 있으실 수 있겠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 호의 주제가 ‘팬덤’(fandom)이기 때문이다. 한류(Korean Wave)는 “21세기 들어 대중문화를 필두로 한 한국 문화가 아시아에서부터 북미와 서유럽에 이르기까지 유행하면서 글로벌 팬덤을 형성하여 지속적인 인기와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회현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정종은, 2022: 27).1) 앞서 언급했던 전 지구적 문화자본으로 한류가 성장했다는 말은 결국 한류가 순차적으로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아시아 전역에서, 아시아를 넘어서 그리고 이제는 세계 전역에서, 충성도가 높은 팬덤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2010년대 초반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시했던 ‘한류 3.0’ 정책은 ‘대중문화’ 한류의 확산을 ‘순수예술’과 ‘전통문화’ 분야에서도 이루겠다는 소망을 담고 있었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 그 결과는 어떨까? 괄목할 만한 성과들도 있었지만, 여전히 대중문화 한류의 위상이나 영향력에 비하면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다.

왜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지 이유로는 우리 예술계가 아직은 ‘팬덤’에 대한 의구심 또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물론 ‘자발성, 충성도, 적극성 등의 특성으로 무장한 팬들의 커뮤니티/네트워크’로서 팬덤은 양날의 검일 수 있다. BTS의 2017년 빌보드 첫 수상이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리고 그것은 BTS가 아미와 함께 이룩할 엄청난 성취의 전조가 되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엄존한다. 팬들의 자발성이 악용당하거나, 충성도 경쟁이 극에 달하거나, 적극성의 표현이 살짝만 왜곡되더라도, 팬덤은 커뮤니티 또는 네트워크의 주요 결절점마다 분열과 갈등을 낳기도 한다. 하지만 구더기가 무서워서 장을 담그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우리의 대중예술이 이루고 있는 수많은 성취를 순수예술은 결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안정기 작가의 글은 ‘새로운 팬덤의 지형도’를 탐색하는 가운데 팬덤과 관련한 다양한 국면들을 균형감 있게 전달해주고 있다. 박한나 CMO는 고전음악의 후원자(patron) 경제 역시 일종의 팬덤 경제가 아니냐는 시각에서부터 ‘모든 예술은 팬덤과 함께 성장하는 산업’이라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꽤 도발적인 관점들을 던져준다. 김영재 교수의 글은 콘텐츠산업의 팬덤 경제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풍부한 벤치마킹 사례와 숙고할 쟁점들을 제시해주고 있다. 지난 호의 ‘관객개발’ 흐름을 이어가는 좌담회는 이번 호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다시 한번 박병성 대표께서 수고해주셨다. 서현재 남산국악당 PD의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탐방기’는 공연과 축제가 예술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우리가 점검해보아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이수령 본부장의 인터뷰는 개관이 코앞으로 다가온 <아트코리아랩>에 대한 명쾌한 설명과 활용법을 제안함으로써 우리의 기대감을 한층 더 높여준다.

자, 이번에도 언제나처럼, 두려움 없이, 의구심 없이, 우리의 여정을 시작해보도록 하자!

  • 필자 소개

    정종은 편집장은 학부에서 미학과 종교학을, 석사과정에서 사회미학과 미디어경영학을, 박사과정에서는 문화산업 정책을 전공했다. ㈜메타기획컨설팅의 부소장을 역임했고,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근무하였으며, 현재는 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인문학대중화운영위원, 장애인정책 조정위원, 문화도시 컨설턴트 등을 역임하였고,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자체평가위원, 정부미술품 운영위원, 문화영향평가 전문위원, 한국예술경영학회 연구기획위원장, 원주 유네스코 창의도시 부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각주 1) 정종은 (2022) 한류 맥 짚기: 신개발주의를 알아야 한류가 보인다, 진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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