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2일부터 공연예술자료 수집ㆍ보존기관 및 공연단체 실무자를 대상으로 한 ‘공연예술 아키비스트 과정’이 아르코예술정보관에서 운영 중에 있다. 이 과정은 2009년 아르코예술정보관 전문가 교육프로그램의 하나로, 전체 교육프로그램은 ‘보존과목’ ‘기록과목’ ‘저작권과목’으로 구성되어 있고 9월까지 계속된다. ‘공연예술 아키비스트 과정’은 그중 보존과목 프로그램이다.

‘공연예술 아키비스트 과정’의 교육내용을 보면 아카이브 컬렉션의 개념과 아키비스트의 역할에 대한 개요부터 아카이브 컬렉션의 수집ㆍ관리ㆍ보존과 디지털아카이브 컬렉션, 아카이브 컬렉션을 활용한 아카이브 전시까지 아우르고 있다. 아카이브와 아키비스트의 역할 그리고 활용에 대해 개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 강의에 참석한 수강생들의 수강 동기는 사적인 이유에서부터 공적이 이유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했다. 존경하는 스승의 귀중한 유산이 방치되는 것이 안타까워 방법을 모색하던 중이었다든지, 기증받은 자료가 있어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를 고민하고 있었다든지, 소속기관의 기념행사를 준비 중이라든지, 국가적으로 방대한 문화예술자료를 구축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든지 말이다. 아키비스트에 대한 개인적 관심도 있겠지만 아카이브 구축의 필요성이 앞을 선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아카이브(Archive)란 ‘기록보존소’라는 사전적 의미를 띠며, 영구적 또는 항구적 보존가치가 있는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보관하는 장소나 그 체계를 뜻한다. 아키비스트는 ‘가치있는’ 자료를 선정하고, ‘체계’를 기획하는 중심에 있다.

아키비스트의 주요한 덕목은 빠르고 정확한 판단력과 효율적인 일처리 방식에 있다. 아키비스트라고 하면 양손에 흰 장갑을 끼고 비지땀을 흘리며 유물의 먼지를 털고 있는 모습을 그릴 수도 있지만 그것은 자료의 보존처리 과정의 한 단면일 뿐이다. 자료의 화학적이고 물리적인 보존처리나 재해방지 등의 기법은 관련 전문가 집단과의 협업으로 얼마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새로 아카이브를 구축하건 기존의 아카이브를 운영하는 입장이건, 소장하거나 입수되는 모든 자료를 아카이브 컬렉션으로 등록하기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시간, 인력, 예산, 시설이나 설비 등등). 어떤 자료를 아카이브에 남길 것인지, 선택한 아카이브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따라 아카이브의 효율적 운영이 가능하고 이는 모두 아키비스트 재량의 문제이다.


유사 아카이브에 대한 관찰과 네트워크

이 강의에 참여한 아키비스트 혹은 예비 아키비스트의 가장 큰 고민이란 아카이브 컬렉션에서 어떤 아이템을 선정하여 체계를 구성하고 운영ㆍ관리할 것인가 인데 공연예술분야로 특화된 실무교육과정을 찾기란 쉽지 않다. 기존의 대학이나 전문기관에서의 아키비스트 교육과정은 행정업무상의 기록보존이나 종이매체의 기록보존이 교육내용의 주류를 이고 있어 장르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하는 공연예술아카이브의 특성을 예시하지 못하거나 예술작품 기록과 관련된 다양한 매체의 특성을 전부 아우르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유사하거나 관련 있는 아카이브를 유심히 관찰하고 아키비스트 간에 긴밀한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공유가 주요하다.

공적인 영역에서의 아카이브 구축과 국가적인 아카이브구축에 관한 논의들은 수차례 있어왔지만 현장에 친근하게 접근하는 담론의 기회는 잘 없었다. 국내 최초 예술자료 기록 및 보존에 관한 전문가 프로그램임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아카이브 실무자들의 깊은 고민을 나눌 수 있고 아카이브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련자료
「예술자료의 체계적 관리활용방안 연구보고서」(예술경영지원센터, 2007)

필자소개 황지나는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였고, 현재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정부시상지원 예술경연대회 온라인지원시스템 운영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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