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아츠 스트라티지(National Arts Strategy)는 1983년 설립 이래 미국 문화예술 기관의 운영 안정화와 리더십 향상을 위한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왔는데, 지난해 새로운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인 ‘미래리더십프로그램(Future Leadership™ Program)’ 즉 중간관리자 리더십 프로그램 런칭을 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비영리 기관에서 중간관리자 이상의 지위를 3년에서 5년 이상 유지한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약 8개월간 진행되었다.

조사 대상자 수는 122명으로 비교적 적었음에도 조사의 목적이 흥미롭다. 이번 조사의 목적은 “미국에 있는 모든 미래의 지도자들의 수요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의 지도자들이 어디로 나아가기를 원하는지, 그렇게 되기 위해 채워야 할 지식과 경험 사이의 괴리는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서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나는 어떻게 되고 싶은가?

조사의 첫 부분은 조사대상, 즉 중간관리자들의 열망, 목표를 파악하는 것이다. 당신이 앞으로 5년 내에 일하고 싶은 곳, 경력 개발 계획, 경력 개발을 위해 필요한 세부 요소를 물어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터를 옮기기보다는 지금 있는 조직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보이면서 현 조직에서의 발전을 원했다. 현재의 위치에서 수행해야 할 일들을 척척 해내고, 더 많은 경험을 얻게 되고, 다음 경력으로 이동하기 위한 최선의 수순을 밟고, 개인적인 삶과 일의 균형을 유지하고, 좀 더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해나가는 방법을 알고 싶어 했다. 응답 중에서도 중요한 핵심 가치로 평가된 답변은 “나는 나 개인의 가치가 공유되기를 바란다. 조직과 공유하기를 바란다.”는 꽤 많은 사람들의 언급이었다. 즉 자신이 믿고 있는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조직에서 일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내셔널 아츠 스트라티지 National Arts Strategy 로고
지역 사회, 커뮤니티를 위해 공헌하는 조직에 대한 선망, 열망도 피력되었다.
"지역 공동체 내에서 사람들이 삶의 질을 높이는데 일조하는 조직에서 일하고 싶다. 창의력과 이기적이지 않은 열망을 북돋고, 직원들의 삶과 고객이 되는 주민들의 삶도 고민하고 신경 쓰는 조직에서 일하고 싶다."



“본능으로 관리하는 관리자는 되지 않겠다”

이런 자신들의 목표를 현실화하기 위해 응답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전문능력의 개발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도 성공하고 싶지만 다음 기회(?)에 대비하기 위한 훈련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 능력 개발을 위한 구조화된 프로그램,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습득할 수 있는 유연한 교육, 정형화된 교육 기회뿐 아니라 멘토링과 동료 네트워크를 통한 배움,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 등 다양한 방식의 교육을 원했다.

"나는 비영리 기관에 있는 많은 관리자들이 본능에 따라 조직을 관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그런 종류의 관리자나 리더가 되고 싶지 않다. 나의 능력을 키워 직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툴을 언제든지 환영한다."

응답자들은 짜임새 있고 구조적인 체계가 있는 교육 기회를 원했다. 현장에서 배우는 일도 중시한다. 비용, 접근성 때문에 온라인 강의를 듣는 계층도 다수이지만 얼굴을 맞대고 이루어지는 현장강의를 더 선호했다. 교육 프로그램 내에서의 경험적인 지식의 전달도 필요사항으로 꼽고 있다.

멘토링에 대한 언급도 잦다. 지도(guidance)할 수 있는 능력과 정직함 그리고 자신의 경력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찾고 있다. 물론 스스로가 멘토와 거리낌 없이 나눌 준비, 멘토의 제안을 객관적으로 들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멘토링은 어떤 경우가 되든지 간에 학습과 새로운 경험을 위해 필요한 요소라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한다.

"나는 커리어 코칭(career coaching; 커리어 개발 조언)이 필요하다. 나의 기술을 평가하고 내 관심사에 맞는 적절한 직업을 찾아주는 도움이 필요하다."

"멘토 중에는 나의 상사도 있다. 나에 대한 신뢰는 분명하고 결정이 필요할 때 나의 의견을 존중한다. 내게 요구하는 것이 많고 내게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는 가감 없이 말한다."

리더십 교육 및 멘토링 모습



“부드러운 기술이 필요하다”

재정관리, 펀드레이징, 마케팅,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습득과 같은 ‘딱딱한 기술’뿐 아니라 사람과 함께 일하는 방법-팀을 관리하는 법, 의사 결정하는 법, 네트워킹 하는 법 등 ';부드러운 기술';을 필요로 했다.

뛰어난 가르침도 중요하고, 동료들 간의 네트워킹 기회가 가능하고 케이스 스터디나 케이스 스토리(case stories)를 제공하고 도전적인 이론과 이를 실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교육이 좋았다고 한다. 직장이나 일에서 잠시 떨어져 나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는 것에도 만족해했다.

한편 돈, 시간, 쫓기는 마감, 맞지 않는 교육 프로그램....미국 문화예술 미래 지도자(?)들이 학습하는데 느끼는 장애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규모가 작은 조직은 현장 실습 정도나 학습의 정도, 경험치가 넓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다. 큰 규모의 조직에서는 시간과 돈을 배우는데 쓸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대부분 높은 편인데 이 때문에 잠재력이 있는 직원들이라고 해도 새로운 경험을 습득하지 못해 변화, 발전이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많다.

"비영리 세계에서는 ';커리어 트랙(career tracks, 경력 개발 경로)';이 거의 없는 편이다. 많은 리더들과 초년병들이 어떻게 경력을 개발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비영리 기관들이 내부의 커리어 트랙을 발전시키고 외부의 커리어 트랙을 이해하도록 도와준다면 채용 구조를 체계화하고 직원들도 제대로 훈련시킬 수 있을 것이다. 비영리기관들이 전망 있는 신입 직원을 현장으로 내보내 배우게 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배우고 발전시키도록 하는 것이 나의 꿈이다."


중간관리자 리더십 프로그램의 필요성

지금까지의 내용은 조사 결과의 핵심 사항을 간략하게 발췌해 정리한 것이다. 본 보고서에는 각 질문의 항목, 질문마다의 주요 응답 사항이 적혀 있어 세부 내용이 필요한 사람은 참조할 수 있다. 보고서의 목적이 리더십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사전 조사이기도 하고 필자의 현재 업무가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다 보니 많은 내용들이 교육과정 설계에 관한 것으로 읽혀졌다. 하지만 그러한 조사목적과 내용을 떠나 흥미로웠던 점은 소위 문화예술 선진국이라는 미국의 종사자들이 하는 고민이 우리와 너무나 닮았다는 점이다.

우리에게도 중간관리자들을 위한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의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속된 말로 ';낀 세대';라는 표현이 적절한 정도로 지금의 중간관리자들은 예술경영 1세대와 갓 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열정과 패기로 충만해 있는 루키 사이에 끼어 좌충우돌 중이다. 자신의 경력 개발, 조직의 발전, 팀원 관리, 상급자(대표, 이사회 등)와의 관계, 후배 양성을 위한 멘토링, 가꾸고 누려야 할 개인의 삶, 가정, 가치... 할 일도 많고 세상은 넓다. 그저 작은 불씨가 필요할 뿐.

내셔널 아츠 스트라티지는 이번 조사 결과와 프로그램 디자인 블로그(Program Design Blog)에 접수된 의견을 바탕으로 올 9월부터 10월까지 파일럿 프로그램을 런칭한다. 이 프로그램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재단과 파트너 기관의 후원으로 운영되며 선정된 참가자는 수강료인 500달러가 장학금으로 지급된다. 킥오프 프로그램은 미니애폴리스 시에서 열린다. 미시건 대학 로스경영학교의 폴라 카프로니 박사가 책임강사로 있으며 ‘지속가능한 파워와 영향력’이라는 대주제로 관련 강의, 자기 진단, 실습 등이 진행된다. 5년차에서 15년차의 경력자가 대상이다. 9월 29일에 열린다니 그 결과가 궁금하다.

미래리더십 프로그램 디자인 블로그. 블로그를 통해 교육 수요자들의 의견을 접수한다. 교육 참가자들이 의견을 남기기도 하며, 온라인 강의를 듣는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통로이기도 하다.


보고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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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필자소개
김소연은 현재 예술경영지원센터 지원컨설팅팀에서 ';문화예술 기획경영 아카데미'; 및 ';지역문화 아카데미'; 기획운영을 맡고 있다. 예술단체 국제교류 및 해외진출지원, 해외콘텐츠 조사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문화예술단체를 위한 국제교류 조세제도 해설집』집필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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