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음악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음악만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문화전반에 대해 소개해야 한다. 또한 듣기 좋으면서도 민족의 독특한 정체성이 살아있는 음악을 위해 우리 음악에 대한 철저한 학습과 분석이 필요하다.

지난 7일과 8일 이틀 간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하는 ‘국제교류 아카데미Ⅱ 해외공연 실무과정 심화레벨-월드뮤직’이 진행되었다. ‘국제교류 아카데미’는 공연예술 국제교류 실무의 특화된 전문지식과 노하우를 가진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지난 2월 개최된 ‘국제교류 실무아카데미Ⅰ’에서는 해외 마켓과 축제 등 해외시장을 소개하였다면 6월부터 8월까지 개최된 ‘국제교류 아카데미Ⅱ 입문레벨’에서는 행정, 홍보, 기술, 투어, 네트워킹 등 국제교류 활동에 필요한 실무에 대한 집중적인 강의가 진행되었다. 이번 심화레벨은 입문레벨의 수강자들을 대상으로 월드뮤직, 연극, 무용&복합 등 장르별, 권역별로 특화된 주제를 전문가와 함께 집중 분석하는 시간으로 마련되었다.

이번 심화과정의 첫 번째 분야는 ‘월드뮤직’으로, 월드뮤직 전문가이기도 한 한필웅 뮤직컴퍼스 대표와 최상일 MBC 민요대전 책임프로듀서(전 MBC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책임 프로듀서)가 강사로 참여하였다. 두 강의에서는 ‘세계 속의 한국음악의 위치는?’, ‘한국 전통음악의 세계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의 접근을 볼 수 있었다. 경험담과 음악감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 강의에서는 현재 많은 음악관련 단체들이 고민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토론이 숨 막힐 듯이 치열하게 진행되었다. 그 치열한 현장 속에서 나왔던 많은 이야기들을 모두 공유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면서, 정리해보고자 한다.


“문화수출 경쟁력은 타문화 수용능력과 비례”

7일 첫 시간에는 한필웅 대표의 ‘음악비지니스 개론’이 진행되었다. 한필웅 대표는 ‘시장논리의 측면에서 음악’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음악은 ‘소통’이다” “일방적인 것은 없다” “장르시장의 몰락을 말하는 이 시점에서 대안은 월드뮤직이다” 등을 강조한 한필웅 대표는 “한나라의 문화 수출 경쟁력은 타문화수용능력과 비례한다”고 말한다.

한국과 프랑스의 인구차이에 비해 음악수출의 차이가 큰 것은 전통음악이 프랑스보다 떨어져서가 아니라, 타문화에 대한 수용능력에 대한 차이이다. 이것이 음악분야의 콘텐츠 수출액 차이를 만든 원동력이다. 즉 타문화의 수준을 임의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하여 배척하기만 하고, 수용하지 않는 것은 문화적으로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그들의 문화에 대한 수용이란, 그들의 문화를 인정하고, 그들을 이해하고 다가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낯선 친숙함’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낯선 문화 안에 다른 문화의 요소를 가미시켜, 전혀 낯설지는 않은 문화를 만들어내는 세계화의 과정인 것이다. 결국 타문화에 대한 수용이 바탕이 되야, 그들과의 소통이 가능하다.

한 대표는 우리음악의 다양한 주체들의 역할을 작용점, 크기, 방향 등 힘의 3요소에 비유하면서, 우리나라의 음악단체들에게 좀 더 근본적인 의문을 품을 것을 당부하고 있었다.


힘의 3요소
ㆍ작용점 : ‘우리 음악은 어디에 서 있는가?’ 의 인식 - 음악가
ㆍ방향 : 세계 시장에 대한 이해 - 음악가, 기획사
ㆍ크기 : ';어떻게'; ';얼마나';에 대한 고민 - 음악가, 기획사, 정부


“점진적으로 문화전반에 대한 소개 이뤄져야”

전통음악, 퓨전음악, 대중음악은 서로 다른 시장을 가지고 있다. 그 시장에 따라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 현재의 월드뮤직 시장은 강대국 중심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아직 한국은 너무 알려져 있지 않다. 아시아 문화권에 속해 있는 우리의 전통음악이 부각되기 위해서는 중국이나 일본과의 차별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문화와 타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문화적 맥락에서 음악이 들려질 수 있어야 한다. 그 안에 메시지가 담겨 있어야 하고, 그것이 전달 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세계는 아직 우리에게 무관심하다. 냉철하게 현실을 돌아보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우리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한 대표는 월드음악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음악만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문화전반에 대해 소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다양한 나라의 음악을 감상함과 더불어 그 나라의 음악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울러, 해외 월드뮤직시장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메이저 레이블에서 배급사에 이르는 일반 음악비즈니스 분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루어졌다. 특히 음반 녹음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였다. 문화적 콘텍스트를 바탕으로 한 음악 컨텐츠를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단체들이 음반을 제작단계부터 완성도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하였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교류아카데미 심화레벨-월드뮤직> 현장



&ldquo;월드뮤직, 팝에 필적할 시장 형성할 것&rdquo;

이어진 8일에는 &lsquo;한국 전통음악과 월드뮤직&rsquo;이라는 주제로 최상일 피디의 강의가 진행되었다. 이 날 강의에서는 단체들에게 좀 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었다.

우리 전통음악이 해외에서 인정받을 만한 매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음에도, 우리가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수요만을 염두에 두고 만든 초보적인 수준의 대중적 음악을 목표로 삼을 것이 아니라, 더 큰 시장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 피디는 &ldquo;우리는 다른 나라 작품이나 사례에서 힌트를 얻어야 한다&rdquo;고 말하면서 아프리카, 중남미, 터키, 극동지역, 몽골 등의 월드뮤직 음반을 감상하며, 음악적인 특징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였다. 이어 &ldquo;우리가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대중음악을 만들고자 한다면 당연히 월드뮤직 시장을 겨냥해야 할 것&rdquo;이라고 강조한다. 월드뮤직 시장이 팝음악 시장에 필적할 만한 시장으로 형성될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ldquo;악기 혼합과 장르 혼합을 혼동하지 말라&rdquo;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통음악가들이 부딪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전통음악을 있는 그대로 내놓을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만지고 주물러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보여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전통음악의 레퍼토리는 한정되어 있다. 처음에는 그대로도 박수를 받을 수 있지만, 세월이 지나면 뭔가 다른 것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장르의 혼합과 악기의 혼합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lsquo;퓨전&rsquo;이란 장르간의 혼합을 말한다. 국악곡을 서양악기로 연주한다든지 반대로 서양곡을 국악기로 연주하는 것은 &lsquo;퓨전&rsquo;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 &lsquo;퓨전&rsquo;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창작자들이 우리음악 어법과 서양음악 어법의 차이를 잘 알면서 일부러 서양음악 어법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음악의 어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것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 전통음악에 대한 철저한 학습과 분석으로 해결해야 한다. 음악가는 자기 음악의 정체성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세계의 월드뮤직 애호가들은 듣기 좋으면서도 민족의 독특한 정체성이 살아있는 음악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자료
「음악 비즈니스 개론: 해외월드뮤직 시장 진출에 대한 제언」(한필웅, 예술경영지원센터, 2009)

「한국 전통음악과 월드뮤직」(최상일, 예술경영지원센터, 2009)



김영진

필자소개
김영진은 공연예술전반의 흐름에 주목하고 있으며, 특히 전통예술분야의 활성화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려 한다. 현재 창작국악그룹 거문고팩토리의 기획 업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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